최근 우리 집 식탁에는 비교적 시간을 덜 들이면서 신속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파스타가 자주 오르고 있습니다. 파스타를 연습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다듬어나가곤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후레쉬 모짜렐라 파스타는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내려갑니다. 그때만 해도 서울 변두리에서 정교한 파스타나 화덕 피자를 맛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외식 붐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긴 동네 파스타 집들은 다들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는데 예외적으로 단 한 곳이 특별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테이블 5~6개짜리 아담한 레스토랑인데 지금 와서 회상해보면 서울 변두리에서 선보이기에는 파인다이닝급 레스토랑에 걸맞은 파스타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동네 파스타 집에서는 흔치 않은 올리브유 베이스의 파스타를 4~5종이나 선보였고, 화덕 피자도 수준급이었죠. 티라미수 같은 디저트도 매일 만들어 제공했는데 당시 물가로 2인 세트 메뉴가(카프레제 + 하우스 샐러드 + 파스타 1종 + 화덕 피자 1종 + 티라미수 케이크 + 와인 두 잔) 26,000원이었으니 특별한 날이면, 지금의 와이프와 굳이 시내까지 나갈 것도 없이 이곳을 애용하곤 했습니다. 

 

그 집 셰프는 이태리에서 셰프 경력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동네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차린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느 날 찾아갔더니 아쉽게도 가게를 정리한 후였습니다. 지금 어딘가에서 레스토랑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시로써는 동네 수요층이 그 집 음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수지타산도 맞지 않아 정리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그때 우리 부부가 가장 즐겨 먹었던 메뉴가 바로 후레쉬 모짜렐라 파스타입니다. 다른 가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인데 지금이야 시대가 변해 별의별 파스타가 등장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참으로 특이한 조합이었죠. 저는 그 맛을 재현해 보기 위해 그때 맛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연습하였고, 지금은 80% 정도 비슷한 맛이 나서 레시피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음식의 핵심 재료인 후레쉬 모짜렐라 치즈와 앤초

 

#. 후레쉬 모짜렐라 파스타 재료(1인 기준)

스파게티면 1인분, 후레쉬 모짜렐라 100~150g, 방울토마토 3~4개, 올리브 3알, 마늘 3알, 앤초비 3~4pc, 올리브유 3스푼,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파슬리 가루 약간.

 

※ 참고(매우 중요)

- 저의 레시피는 밥숟가락과 종이컵, 티스푼을 기준으로 합니다.

- 여기서는 가공을 최소화한 생올리브를 사용했는데 없으면 일반 블랙 올리브를 써도 됩니다.

 

 

앤초비는 소금에 절였다가 행군 생멸치를 올리브유(또는 카놀라유)와 월계수, 정향, 후추 등에 재워 수개월간 저장한 것으로 이태리 요리에서는 빠지지 않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보통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하는데 올리브유에 담긴 것이 카놀라유에 담긴 것보다 약 50% 정도 비쌉니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사 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입니다. 오늘은 이걸로 파스타를 만들어봅니다.

 

 

재료는 1인분을 기준으로 소개했지만, 여기서는 2인분을 요리했습니다. 먼저 마늘과 토마토, 올리브, 후레쉬 모짜렐라는 사진과 같이 다듬습니다.

 

 

앤초비는 써는 크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취향에 맞게 하세요. 이 제품은 짜지도 않고 비린 맛도 적어서 조금 크게 썰었고 양도 넉넉히 넣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스파게티면부터 삶는 것입니다. 삶을 때 물은 1리터당 소금 1티스푼입니다. 물은 면이 잠기고도 남을 만큼 넉넉히 붓습니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정확히 7분 30초로 맞추어 카운트를 셉니다. (알덴테 기준으로 제품에 따라 면 삶는 시간에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음)

 

 

면이 1/3 정도 익었을 때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편마늘부터 넣습니다. 이때 불은 중간에서 약불로 조절해 마늘이 타지 않고 향이 은은히 밸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처럼 팬을 기울이면 편마늘을 노릇하게 익히는 데 효과적입니다.

 

 

마늘이 살짝 노릇해질 즈음 방울토마토와 올리브를 넣고 볶습니다.

 

 

7분 30초가 지나 알람이 울리면, 재빨리 면을 팬으로 옮겨 담고, 잘 휘저어서 면에 올리브유가 코팅되게 합니다. 불은 계속해서 중간 약불을 유지합니다.

 

 

곧바로 앤초비를 넣고

 

 

면수를 조금만 부은 뒤 마지막으로 센 불에 한번 휘젓고 불을 끕니다. 이 시점에서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접시에 올립니다. 깍둑썰기 한 후레쉬 모짜렐라는 이때 넣어야 녹지 않습니다. 마무리로 후추 톡톡 뿌리고 파슬리(또는 바질) 가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특별한 날, 근사한 기분으로 즐기는 후레쉬 모짜렐라 파스타

 

 

아침에 전쟁 같은 시간을 치른 후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평화로운 식사 시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도 않고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어 파스타는 어느덧 우리 부부의 브런치나 점심을 책임져줄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파스타 실력도 나날이 발전을 ^^; 하여간 파스타를 만들어 올리니 우리 와이프는 대낮부터 와인을 꺼내 듭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아내가 지금은 하던 프로젝트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럴 때 낚시라도 함께 가주면 정말 좋을 텐데 딸내미 때문에 2년이 넘도록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갯바위로 컴백할 날을 고대하면서 건배~!

 

 

 

 

우유의 고소한 풍미, 말캉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좋은 후레쉬 모짜렐라에 적당히 짭조름한 앤초비, 상큼한 토마토와 올리브, 마늘의 조화가 그때 맛보았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이 조합이 주는 특별한 맛을 잊지 못해 한번 맛보면 자꾸만 찾게 되는 그런 파스타였죠. 그 맛을 100%까진 아니더라도 이렇게 흉내라도 내서 즐길 수 있음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사진에는 빠졌지만, 갓 구운 마늘 바게트와 곁들이면 속도 든든할 것입니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입니다. 복잡하고 값비싼 시내 외식이 걱정된다면, 집에서 스테이크와 함께 후레쉬 모짜렐라 파스타로 푸짐한 파티를 계획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스테이크와 관련된 글을 아래쪽에 링크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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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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