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여행기 목차

(1) 쿠알라룸푸르에서 산다면 이런 느낌일까?(프롤로그)

(2) 인천 쿠알라룸푸르 항공편 및 기내식 이용 후기

(3) 로컬 식당에서 맛본 전통 음식 '사테이'

(4) 브런치 카페에서 즐기는 오전의 느긋함

(5) 식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쿠알라룸푸르의 대형마트

(6) 아빠의 물개쇼, 자지러지는 딸

(7) 저렴하고 맛있는 탁폭 씨푸드 레스토랑

(8) 국내도입이 시급한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

(9) 파빌리온,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차이나타운

(10) 초고층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CC 수리아몰'

(11) 야시장에서 열대과일의 황제 두리안 시식기

(12) 야시장의 톡톡 튀는 길거리 음식

(13) 살고 싶어지는 쿠알라룸푸르의 주거 아파트

(14) 저렴하고 맛 좋은 말레이시아의 열대과일

(15)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말라카 왕국에 가다

(16)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나는 말라카의 골목길 여행

(17) 말라카의 대표 여행지 존커 스트리트와 해상 모스크

(18) 뇌우치는 밤, 낭만적인 강 유람선 투어

 

 

전날 말라카 종일 투어를 하고 들어와 느지막이 일어난 우리는 쿠알라룸푸르 여행 5일 차를 맞이합니다. 동생 안내로 오게 된 이곳은 숙소 근방에 있는 로컬 식당. 출근길에 아침밥을 해결하기에 괜찮은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오전 11시 30분. 한바탕 러시아워가 지나고 여유를 찾았을 법한데 점심을 먹으려고 찾은 손님으로 가게는 분주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각자 맡은 파트에서 메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 메뉴판에 적인 'NO MSG'를 보니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도 한바탕 일었던 MSG의 유해성 논란이 생각납니다. 그 과정을 말레이시아가 현재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자신을 현지 교민이라고 소개한 분은 제 블로그에 이런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말레이 현지 음식은 아지노모토(미원)이 안 들어가는 게 거의 없어서 감칠맛 난다고 과식하면 입술이 쪼글쪼글해지고 물을 계속 켜게 되니 주의하라."고. 거기에 제가 따로 코멘트를 달지는 않았는데 이는 MSG의 정확한 속성을 알기보다는 단순히 화학조미료란 인식에 기댄 것에서 온 오해입니다. 

 

MSG의 진짜 문제는 과다 사용에서 오는 것이지 성분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님을 이미 국내를 비롯해 여러 선진국의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과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고, 그래서 현재는 논란이 종식 상태죠.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국내에서는 이미 끝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고, 아마 교민들도 그러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해당 댓글이 달린 식당(국내도입이 시급한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의 커리와 'NO MSG' 간판이 달린 이곳 커리와의 맛의 차이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기본적으로 인도 커리의 영향을 받아서 돼지고기를 제외한 모든 고기를 커리의 감칠맛을 내는 베이스로 사용합니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여기에 생선(머리 포함)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닭고기처럼 살코기가 많은 건더기는 단품 메뉴로 팔고, 국물은 난이나 로띠에 찍어먹을 수 있게 무한리필로 제공하고 있죠.

 

다시 말해, 이곳 커리는 고기를 잔뜩 집어넣고 대용량으로 푹 끓여서 준비하기 때문에 여기에 감칠맛을 더하고자 별도로 MSG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용량'이란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MSG를 넣지 않고 감칠맛을 충분히 살리려면, 고기를 많이 넣고 오랜 시간 끓이는 방법 외엔 없습니다. 시간과 정성, 단가가 많이 들기 때문에 그게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법도 하지만, 어차피 커리란 음식은 한 번에 많은 오더를 제때 소화하기 위해 대용량으로 미리 끓여 놓는 음식이라 이 부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때문에 이곳에는 매우 다양한 커리가 많은 양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푹 졸인 커리는 굳이 MSG를 넣지 않더라도 맛이 풍부하죠. 건더기 위주인 커리는 단품 메뉴로 팔고 국물은 로띠를 주문하면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이러한 방식이 이곳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이드로 곁들이는 반찬도 단품으로 주문해야 하는데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없습니다.

 

 

한쪽에서는 달군 철판에 로띠를 굽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방이 오픈형이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뒤쪽에 통조림 제품이 눈에 띕니다. 그 중에서도 청어 통조림이 눈에 띄는데 우리나라의 꽁치 통조림과 매우 흡사한 형태의 보일드로 제가 주문하게 될 청어 로띠에 사용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대부분 10링깃(약 2,600원)을 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타이거 새우가 들어간 메뉴가 20링깃으로 100g에 5,500원 정도이니 이것이 그나마 비싼 메뉴. 로띠 중에서 가장 비싼 '청어 로띠(Roti Sardine)'가 5링깃(1,300원)이니 인간적으로 너무 저렴하죠. ^^

 

 

주문하자 접시 대신 바다나 잎이 깔립니다.

 

 

세 종류의 음료를 주문하고요.

 

 

오징어 튀김인데 갓 튀겨내 뜨겁고 바삭바삭해서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입니다.

 

 

chicken peratel 8.50링깃(약 2,300원)

 

커리 소스에 졸인 치킨이라 향신료 향이 물씬 나지만, 특별히 거부감이 든 향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인도 음식점에서 접하는 커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각종 향신료 무역국으로 유명한 말레이시아다 보니 커리에 들어간 향신료 향이 매우 강렬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 주변의 인도 음식 전문점의 향신료는 대부분 미리 갈아진 것으로 향이 죽어있는데 그마저도 우리 입에는 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치킨 퍼라텔은 커리의 진한 맛에 살코기도 두툼해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메뉴.

 

 

카야잼 로띠 3.40링깃(약 900원)

 

아내가 좋아하는 카야잼 로띠. 주문을 받으면 부쳐내기 때문에 처음에 이것을 낼 때 손으로 만지면 매우 뜨겁습니다. 현지에서는 손으로 뜯어서(주로 오른손) 커리에 찍어먹는 식. 조금 식혔다가 찢으면 카야잼이 줄줄 흐르면서 식욕을 자극하는데요. 맛은 카야잼이다 보니 달달합니다. 특히, 여성들이 좋아할 만 한 맛이고, 아침에 단 음식으로 칼로리 보충하기에는 적당해 보입니다.

 

 

세 가지 맛의 커리가 무한리필 됩니다. 생선, 닭, 소고기를 베이스로 한 커리인데 모두 중간 맵기 혹은 그 이상인 것도 있어서 매운 음식 잘 못 먹는 분들이 계속 먹으면 입이 살짝 얼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추 추출물(캡사이신)로 낸 인위적인 매운 맛이 아닌 로컬 고추를 사용했기에 알싸한 맛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로띠인데 안에 감자와 고추, 커리 소스가 들어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할 것 같습니다.

 

 

치즈 로띠 3.40링깃(약 900원)

 

치즈와 바나나 로띠는 정말 무난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

 

 

청어 로띠 5링깃(1,300원)

 

그리고 제가 주문한 청어 로띠는 청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다른 로띠보다 좀 더 두툼합니다.

 

 

청어와 로띠의 조화가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시켜본 메뉴인데 속살을 보자마자 보일드한 통조림부터 생각이 납니다. 잔가시가 많은 청어지만, 이렇게 보일드한 통조림은 가시 걱정이 없죠. 맛을 보는데 이 둘의 궁합이 썩 맞는지는 모르겠고 다만,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선 커리를 곁들이니 맛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이제야 비로소 청어와 로띠가 생선 커리라는 촉매제를 통해 화합이 되는 느낌. 계속 찍어 먹는데 은근히 중독성 있네요. 매콤한 커리가 맛의 중심을 잡아주고 담백한 청어와 로띠가 든든히 받쳐준다는 느낌입니다. 특별히 꽁치나 고등어 통조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메뉴를 응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중간에 서비스라며 도넛처럼 생긴 것을 주고 갔는데 뭔지 몰라도 익숙한 맛입니다. 속은 감자 반죽으로 채워져서 감자전 맛이 났는데 파마산 치즈 맛이 나서 고소합니다. 

 

 

대식가라 로띠 하나로는 부족해 바나나와 카야잼 로띠를 추가로 주문해 나눠 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여섯 명이 먹었는데도 2만원이 채 안 나오니 여럿이 가서 생색내며 음식값을 쏘기에 좋은 곳이죠. ^^

 

여행이 끝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쿠알라룸푸르의 로띠와 커리 생각만 하면 입에 침이 고입니다. 이 글을 아침도 못 먹고 허기진 상태에서 쓰려니 무척 괴롭군요. 이날은 여행 마지막 날이라 저녁에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는 별다른 일정이 없습니다. 쿠알라룸푸르 여행기는 이제 마지막 편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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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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