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낚시 조행기입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부터 먼저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 3월의 대마도 낚시

대마도 낚시(1), 대물 낚시 천국에서의 3박 4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뜻밖의 사고로 낚은 대물 벵에돔

대마도 낚시(3), 잠깐의 해루질에서 잡은 어마무시한 낙지들(동영상)

대마도 선상낚시(4), 꾼의 로망 5짜 벵에돔을 잡다

대마도 도보 포인트 낚시(5), 수심 3m에서 청돔의 습격

대마도 도포 포인트 낚시(6), 밤바다의 미녀, 참돔을 낚다

 

 

오전에 짧은 낚시를 마친 일행은 서둘러 고기를 장만합니다. 승화씨는 무슨 에일리언이라도 손질했어요? 웬 걸쭉한 체액이..;

 

 

표준명 먹장어(방언 곰장어, 꼼장어)

 

다름 아닌 이 녀석에서 나온 건데요. 우리가 꼼장어를 맛있게 구워 먹기만 했지 실제로 이 녀석의 생활사를 안다면, 조금 역합니다. 꼼장어는 대표적인 기생 장어죠. 주로 사체를 뜯어 먹고, 체액을 빨아먹는데 맛은 왜 그리 맛있는지. ㅎㅎ 정지 컷이라 실감이 안 나겠지만, 실제 움직임도 일반 장어와 다릅니다.

 

이건 무슨 벌레가 꿈틀거리는 수준입니다. 입 주변에는 수염 서너 가닥 났고, 그 사이로 항문처럼 생긴 입을 벌렸다 오므리기를 쉼 없이 반복합니다. 일반 장어야 위기를 느끼면, 끈끈한 체액을 내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이 꼼장어는 풀 한 컵 쏟은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는데 왼쪽에 녹색 액체는 뭘까요? 웩~

 

 

일행의 횟거리는 이케시메로 했습니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요. 아쉽지만, 승화씨와 엘라님은 이제 서울로 올라갑니다.

 

 

일행을 보내고 저는 다시 미네만을 빠져나왔습니다. 울산에서 오신 사장님은 후타마타에 내립니다.

 

 

그리고 배는 좀 더 북쪽으로 달려 선상낚시 포인트인 이나사키로 향합니다.

 

 

배가 어찌나 세게 달리는지 선미가 다 젖었네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앉아있다가 느낌이 쌔~ 해서 선실로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파도가 들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니 들어오길 잘했지요. 제가 젖는 건 상관없는데 카메라까지 바닷물 테러를 당하면, 아마 오늘의 조행기는 없었을 겁니다. ^^;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원다 벵에돔 스폐샬 1.75-530

릴 : 국산(브랜드 모름) 5000번

원줄 : 선라인 블랙마크 4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3B 수중찌, 조수우끼고무 L

목줄 : 토레이 일본선 3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8~9호

봉돌 :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감

 

현장에 도착해 밑밥 크릴을 망에 넣고 흘리는데 유속이 시냇물보다 더 빠릅니다. 다른 분들은 -3B 찌를 달고 던지는데 저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 -3B 수중찌를 달고요. 여기에 2~3B 되는 봉돌을 3~4개씩 주렁주렁 매달아야 했습니다. 이런 우렁찬 조류를 만나본 건 오랜만이군요.

 

선상낚시에서 조류가 너무 빠르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100m씩은 흘려야 한 마리씩 올리는 식이니 마릿수에는 도움이 안 돼요. 하지만 이날은 예외였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부산에서 온 사장님이 첫수를 걸고 수상스키 태우듯 끌고 옵니다.

 

 

기대했던 씨알은 아니지만, 아주 예쁜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조류가 우렁차게 흘러가니 오늘은 긴꼬리벵에돔을 위주로 타작하고 그 와중에 참돔이 한두 마리 물어주는 그림을 예상해 봅니다.

 

 

이어서 제게도 30cm 정도 되는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씨알이 조금 아쉽지만, 초반부터 활성도가 대단합니다. 활성도가 좋을 때 최대한 손맛을 봐야겠죠. 지금은 조류가 우렁차게 흘러가지만, 바다 상황이라는 건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요. 시간은 결코 제 편이 아닙니다.

 

 

잠시 후 가이드 성준씨가 긴꼬리벵에돔을 올립니다. 지금 올라오는 벵에돔은 모두 긴꼬리이고 씨알이 다 고만고만합니다. 현재(3월 중순~말) 벵에돔이 산란기라 덩치급 벵에돔은 대부분 갯바위로 붙어서 선상에서는 오히려 씨알이 잘 수 있다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채비를 던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곧바로 들어오는 입질. 뭐죠? 조류가 이렇게 빠르면 기본적으로 채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방금은 던지자마자 10초 만에 입질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건 벵에돔들이 수면에 떴다는 말밖에 안 되는데.

 

 

이번에는 씨알이 제법 준수한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성준씨가 가이드를 하더니 완전히 물 만난 고기 같습니다. 대부분 던지자마자 입질을 받아내니 이쯤에서 채비 커닝 좀 ^^; 살펴보니 찌 없이 봉돌만으로 채비를 가라앉혔군요. 옳거니! 조류가 너무 빠르면 찌도 거추장스럽죠.

 

 

이번에는 말쥐치가 올라옵니다.

 

"성준아 쥐치는 내꺼당"

"그냥 다 가져가십쇼."

 

제가요. 집으로 돌아가면 기다리는 입이 한둘이 아니랍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저를 집까지 픽업해주겠다는 최필님부터, 제 조행기 단골손님이신 상원아빠님이 횟감 받으러 올 예정입니다. 제가 대마도에 있는 동안 아내와 딸을 물심양면 보살펴주신(?) 처형에게도 친구분들 불러서 회 좀 썰어 드시라고 몇 마리 챙겨드려야겠고, 또 누가 있더라?

 

또 제가 한 달에 한 번은 커피 볶으러 가는데 항상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사오거든요. 좋은 원두로 볶느라 애쓰신 커피 감별사 지인에게도 서울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긴꼬리벵에돔을 썰어드려야죠. 그래서 이날 선상낚시에서 마릿수는 제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

 

 

한창 낚시를 즐기다 보니 옆에 배가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다름 아닌 민숙집 배입니다. 요즘 쇼지상이 선상낚시에 재미 들렸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는 건 원래 낚시를 잘 안 했다는 것인지. 멀찌감치 지켜보는데 볼 때마다 고기를 걸고 있습니다. 낚시를 잘하시네요. 선장이라 당연한 일이지만서도.

 

한 번은 고기를 걸고 한동안  못해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봤습니다. 처음에는 대물 참돔이라도 건 줄 알았는데 발밑까지 끌고 온 걸 보니 5짜 정도 돼 보이는 벵에돔이었습니다. 뜰채질도 혼자 해야 하니 옥신각신하다 결국엔 터트리고 맙니다. 어쨌든 쇼지상은 민숙집 손님에게 제공할 며칠 분량의 횟거리를 이날 다 장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류가 이렇게 빠른데도 채비를 담그면 10~20초 안에 입질이 들어오길래 편광안경을 쓰고 봅니다. 사진에는 편광 효과가 없어서 잘 안 보이는데요. 아 글쎄 벵에돔이 떼지어선 수심 1~2m에서 밑밥 크릴을 받아먹고 있는 게 아닙니까? 배 밑에서 편안하게 꼬리나 살랑살랑 흔들면서 양반다리하고 받아먹는 꼴입니다.

 

 

고기가 잘 낚이자 옆에서 지켜보던 야마다 선장도 가세했습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독가시치가 올라옵니다. 성준씨가 독가시치를 손으로 잡으려고 하자 야마다 선장이 '아부나이~아부나이(위험하다.)"를 외칩니다.

 

이 말에도 굴하지 않고 잡아 올리며 사진 포즈를 취하는 성준씨. 이젠 하도 많이 잡아봐서 독가시치 그립을 아네요. 독가시치는 등과 배지느러미에 독을 품고 있어서 찔리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근방에 병원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이렇게 한적한 대마도에서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은 각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개인마다 해독 능력이 다르니 증상도 조금씩 다른데 보통 찔린 부위를 중심으로 크게 부어오르며, 수포가 생기기도 하고, 심한 통증을 수반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독가시치는 될 수 있으면 만지지 말고, 정 만져야 한다면, 위 사진에 성준씨가 잡은 것처럼 쥐면 됩니다. 꼬리 쪽 지느러미는 독가시가 없기 때문인데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길 잡으면 손오공처럼 얌전해집니다.

 

 

부산에서 오신 정준호 사장님은 선상낚시가 두 번째라면서 이날 가장 많이 잡아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저 정도 사이즈면 회, 탕, 구이, 그 밖에 다른 요리를 하기에도 딱 좋은 사이즈죠. 저는 손맛도 손맛이지만, 이런 걸 보면 왜 그리 군침 넘어가는지.

 

 

제게는 말쥐치가 올라옵니다. 꼭 벵에돔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런 말쥐치라면 환영입니다. 이게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손질할 때 가죽을 벗겨야 합니다. 그걸 잘 몰라서 꾼들이 잡아도 가져가질 않는데요. 이게 또 조림하면 끝내주는 재료 아니겠습니까. 칼집 내고 소금만 척 뿌려 굽기만 해도 별미입니다. 이건 우리 딸 반찬감으로 낙점.

 

 

조류가 한풀 꺾이면서 입질도 예민해졌지만, 그래도 고기는 쉼 없이 올라옵니다. 흔들리는 배에서 혼자 낚시하고 사진 찍으려니 힘드네요.

 

 

이번에는 제게 입질이 들어왔고 성준씨가 사진을 찍어줍니다.

 

 

좀 작습니다. 제주도 동문시장에 가면 수조에 이런 씨알이 천지지만, 이곳 대마도에서는 방생 사이즈입니다. ^^

 

 

다행히 바늘에 설 걸려서 안전하게 방생.

 

 

정준호 사장님은 독가시치로 한 수 올립니다. 독가시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네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 가시에 찔렸을 때 얼마나 아프면 일본명이 '아이고(アイゴ)'일까요? 여기서는 독가시치를 먹지 않고 잡은 즉시 방생합니다. 독가시치는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빼고 얼음물에 담갔다가 회를 썰어야 제맛이 나는 어류인데 이렇게 잡아다 물칸에 가두면 오래 못 가고 쉬이 죽어버립니다. 일단 죽으면, 살에 갯내가 배서 먹기 어려워요. 먹지 못할 바에는 방생의 미덕을.

 

 

갑자기 느려진 조류에 3B 막대찌로 대응해 본다

 

자~ 조류는 계속해서 죽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콸콸 흘러가던 조류가 지금은 빌빌빌. 찌가 30m 전방까지 흘러가는데 1분은 족히 걸린 것 같습니다. 이러다 조류가 완전히 멈추고 입질도 뚝 끊기는 건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조류가 이러니 벵에돔도 예전처럼 시원한 먹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3B 막대찌에 B봉돌 1개만 물려 천천히 내려봅니다. 전유동 형태라 면사매듭과 반원구슬은 당연히 없습니다.

 

 

이렇게 물발이 약할 때 저부력 막대찌를 쓰면, 약은 입질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겠지요. 저 상태에서 찌가 깜박하고 들어가면 바로 채야 합니다.

 

 

 

"왔다.(제가 이 장면을 찍으려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살짝 큽니다.

 

 

들어뽕

 

 

지금은 시즌 끝물이라 커도 이 정도입니다. 그나마 긴꼬리벵에돔임에 위안 삼고

 

 

정준식 사장님의 쉼 없는 파이팅. 아니 선상낚시 두 번째 맞아요?

 

 

성준씨에게는

 

 

독가시치의 저주가

 

 

슬슬 해가 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로 마무으리~

 

 

이날은 제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성준씨야 가이드니 원래 잘하고, 부산에서 오신 사장님이 이날 선상낚시 두 번째라면서 가장 많이 낚았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어제 잡은 청돔 회 맛이 궁금했습니다. 어제 세 마리를 잡았는데요. 그중 한 마리가 아직 물칸에 살아있어서 실장님께 청돔 좀 떠달라 부탁했습니다.

 

 

이날 저녁은 바비큐입니다.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는 청돔이 맛없는 고기라며 평가절하하던데요.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달라서 직접 먹어보고 평가해 보려고 합니다. 더욱이 참돔회도 같이 낸다고 하니 청돔 VS 참돔의 비교 시식이 기대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대마도 낚시 민박집의 식사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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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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