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낚시 조행기입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부터 먼저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 3월의 대마도 낚시

대마도 낚시(1), 대물 낚시 천국에서의 3박 4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뜻밖의 사고로 낚은 대물 벵에돔

대마도 낚시(3), 잠깐의 해루질에서 잡은 어마무시한 낙지들(동영상)

대마도 선상낚시(4), 꾼의 로망 5짜 벵에돔을 잡다

대마도 도보 포인트 낚시(5), 수심 3m에서 청돔의 습격

대마도 도포 포인트 낚시(6), 밤바다의 미녀, 참돔을 낚다

대마도 선상낚시(7), 담그기만 하면 낚이는 즐거운 선상 벵에돔 낚시

 

 

그날 저녁, 민박집에서 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양식 가리비

 

3박 4일 일정 중에 한 번은 바비큐 식사가 포함되는데 여기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가리비구이입니다. 가리비는 대마도산 양식입니다. 대마도는 섬 내륙으로 굽이굽이 발달한 리아스식 지형과 만이 발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소만과 미네만이 있으며,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만이 발달했는데 태풍이 들이닥쳐도 끄떡없을 만큼 바람막이가 되는 산등성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런 지형적 특징이 낚시 산업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고, 양식업을 발달하게 한 단초가 됩니다. 낚시 민박의 70~80%가 한국인이 운영되는 만큼 관광과 낚시 산업에서는 한국 자본도 꽤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대마도 하면 진주 양식을 떠올리지만, 가리비와 참돔도 많이 양식되며 커다란 원형 가두리에는 참다랑어 양식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가리비는 민박집에서 몇 km 떨어지지 않은 미네만 안쪽 깊숙한 곳에서 자란 것으로 민박집 손님이 한 박스씩 사갈 만큼 인기 품목이기도 합니다. 제 일행도 대마도를 떠날 때 한 박스 사갔다죠.

 

 

여기서는 가리비를 숯불에 구워 먹습니다.

 

 

이밖에 다양한 꼬치구이 재료가 올려집니다. 저 소시지가 맛이 괜찮은데요. 마트에 스물 몇 개 든 것이 천엔 정도 합니다. 이걸 사면 국내로 반입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앞서 가라비나 전복은 반입이 되던데 어묵이나 가공 육류의 반입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새우는 맛이 없을 수 없고, 닭 날개와 닭 꼬치가 이상하게 별미입니다. 왜죠? 평범해 보이는데도 이곳에 오면 희한하게 회보다 육류가 더 당깁니다.

 

 

가장 맛있는 건 역시 삼겹살. 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곳 삼겹살은 국내의 그것과 맛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아마도 기본적인 돼지 품종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고요. 보시다시피 비계보다 살 비율이 높습니다. 구워보면 삼겹살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름지지가 않죠. 맛이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저와 함께한 승화씨와 엘라님은 2박 3일 일정이라 먼저 떠났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없음이 아쉽네요. 일행의 빈자리는 울산과 부산에서 오신 두 사장님이 채워주셨습니다. 평소 제 블로그를 애독하신다고 해서 반가웠는데요. 특히, 울산에서 오신 사장님은 제가 티스토리에 둥지를 틀고 글을 올리기 시작할 초창기 때부터 줄곧 봐왔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성장기를 쭉 지켜보신 산증인에 가까운 셈이죠.

 

그러니 요새 제 블로그에 어떤 글을 올라가고,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꿰차고 계시더라는. ^^; 제 블로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제주도에서 살았던 두 달간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없었던 시절로 그야말로 신혼이었지요. 직장을 그만둔 아내와 단둘이 차를 끌고 제주도로 내려와 무작정 살아보기로 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아내가 임신 6개월 때 배가 나온 상태에서 했던 마지막 낚시가 이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육아로 낚시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컴백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여건상 예전처럼 자주 동출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의 과정은 훗날 우리 부부가 마음 편히 낚시하러 다닐 수 있게 필수로 거쳐야 할 진통이라 생각합니다. 딸이 좀 더 크면, 가족 단위 갯바위 낚시도 생각해 봄 직하고요. 지금 그 길로 가는 과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 주먹밥과 벵에돔까지 깔리면 식사 준비는 끝입니다. 예전에 저 주먹밥에 생선회 전용 간장을 한 숟가락씩 부어서 짭짤하게 구워 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일본 애니에 종종 나오는 비주얼처럼 말이죠.

 

 

김치는 옆 테이블에서 찬조해주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 딸과 함께한 가족팀이던데요. 내심 부러웠습니다. 그나저나 이 벵에돔 좀 보십시오. 씨알은 30cm 정도로 제주도에서는 횟집에서 손님상에 회로 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아주 팔팔하게 살아있는 녀석을 잡아다 즉석에서 구워 먹으니 그 신선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그 증거로 칼집 사이로 빼꼼히 내민 살결입니다. 때깔 좀 보십시오. 바로 썰어 먹으면 활어회나 다름없으니, 이건 그냥 활어회를 구워 먹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습니다.

 

 

가리비가 끓기 시작하면, 뻣뻣해지기 전에 얼른 집어다 간장에 콕 찍습니다. 입에 넣기 전에 소주 한 잔 원샷으로 털어 넣고요. 통통한 가리비는 입안에서 탱글탱글 씹히면서 육즙도 느껴집니다.

 

 

싱싱한 벵에돔구이도 좋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꾼의 마음을 빼앗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다른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겠죠.

 

 

자연산 참돔회

 

선상에서 잡은 참돔입니다. 여기서 잡히는 참돔은 아무리 작아도 6짜 이상은 됩니다. 빨간 혈합육이 벗겨져서 비주얼은 그냥 그랬지만 말이죠. 참돔은 회가 금방 물러지는 탓에 여기서는 한두 점만 맛보고 구석으로 조용히 밀어버렸습니다. (...) 

 

 

자연산 청돔회

 

그리고 이건 전날 저녁, 갯바위에서 잡은 청돔입니다. 청돔은 일본에서 '헤다이'라 부르는 농어목 도미과 어류입니다. 우리나라 연근해에 서식하는 도미과 어류가 몇 안 됩니다. 대표적으로 참돔이 있고요. 감성돔, 황돔, 붉돔이 있는데(돌돔과 벵에돔은 도미과가 아님.) 이들 어종을 통틀어 '돔' 내지는 '도미'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참돔을 도미로 부르고 있죠.

 

왜냐하면, 이 중에서 참돔이 가장 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청돔은 양식을 하지 않아 자연산 밖에 없는 데다 난류성이라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도에서만 출몰합니다. 이번 기회에 참돔과 청돔을 비교 시식할 수 있어서 맛이 기대되는데요. 첫인상은 참돔과 감성돔 회를 닮았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색 혈합육 조직이 일정 방향으로 결이 형성되었고, 다소 거친 듯한 텍스처가 느껴집니다. 근육은 투명 감이 있으면서도 살짝 베이지색을 띠는 것으로 보아 씹으면 단맛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섬과 섬 사이를 회유하는 어종답게 희끗희끗한 힘줄도 발달했는데 이 힘줄은 근육을 지탱해주는 역할이면서도 씹을 때 탱글탱글한 식감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한 점 맛보는데 앞서 실장님이 말씀하시길. 청돔은 참돔보다 차지고 쫄깃쫄깃한데 긴꼬리벵에돔보다는 무를 거라고 했습니다. 이건 어떨지 기대되는데요. 입에 넣고 씹자마자 생각났던 건 돌돔의 식감입니다.

 

긴꼬리벵에돔에 필적할 만큼 턱 힘을 써야 합니다. 이 말은 자칫 질기다로 해석될 수 있으나, 막상 씹어보면 질기지 않은 탱글탱글함 속에 자연스레 풀어지는 목 넘김이 기분을 좋게 하고, 그 끝에는 미려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청돔의 산란철도 참돔과 같은 봄입니다. 좀 전에 손질할 때 알집이 나왔는데 본격적으로 비대해질 시기의 초입에 놓였으니 참돔과 마찬가지로 1~3월이 제철임을 직감합니다. 실제로 자료를 검색해 본 결과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특별히 맛이 고소하다거나 진한 여운은 덜한데 식감이 돌돔이 생각날 만큼 차지고 탱글탱글하니 다음에는 숙성해서 먹었을 때 더욱 기대되는 횟감입니다.

 

 

한참 음주 가무를 하다 마무리로 나온 건 얼큰한 라면입니다. 먹느라 정신 팔려서 라면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으로나마 파장의 분위기를 느껴주시고요. ^^; 보시다시피 생선과 관련된 음식은 많이 남겼습니다. 반면, 육고기는 하나도 남기지 않습니다. 꾼들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특히, 아까운 회가 많이 남아버렸는데요. 저 정도면 소주 한두 병 까도 될 양인데 더는 들어갈 배가 없으니.. 

 

 

고양이 밥으로 줍니다. ^^; 대마도 민박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인데요. 언제나 꾼들이 남긴 잔반을 독차지하니 생선 반찬이 넘칩니다.

 

 

벵에돔구이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네요. 거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집에만 오면 생선 반찬이 당기는데 낚시만 하러 오면 육고기가 당기고. 이는 어쩔 수 없는 입맛의 간사함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자연산으로 호강하는 이 고양이만도 못한 분들이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선 이 글을 읽고 계실 텐데 이를 우얄꼬. ^^;; 저도 남 말 할 때가 아닙니다. 아침도 거르면서 글 쓰고 있으니 이제는 슬슬 끼니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집에 반찬도 떨어지고 없어 슬슬 장 볼 때가 되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이때가 좋았죠. ㅠㅠ

 

 

다음 날 아침, 미네만에서

 

어느덧 3박 4일 대마도 낚시 일정이 마지막까지 왔습니다. 벵에돔 손맛은 충분히 봤기 때문에 앞으로의 제 조행기에는 흑기사가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는 자주 잡지 못했던 어종을 위주로 노려볼까 합니다. 마지막 날 오전은 숙소에서 뱃길로 3분(?) 거리에 있는 생자리에 내렸습니다. 노리는 대상어는 감성돔과 참돔입니다.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저는 예전부터 대마도 낚시에 징크스가 하나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일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오전에는 늘 죽을 쒀왔다는 겁니다. 대상어를 잡아도 한 마리이거나 혹은 꽝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과연 이날은 어떻게 될 지. 3박 4일 대마도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낚시로 잡은 고기, 올바른 뒤처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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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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