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민숙집에서 맛 본 도미(참돔) 오챠즈케

 

오챠(おちゃ)는 말 그대로 마시는 차를 의미합니다. 녹차일 수도 있고 다른 차일 수도 있지만, 주로 초밥을 먹을 때 입가심으로 내는 차를 말하며, 앞에 오(お)자가 붙음으로써 손님을 접대하는 용도의 높임말이 됩니다. 그런데 음식에 말아 먹는 오챠는 주로 다시마나 생선 뼈로 국물 낸 맑은 육수일 때가 많습니다. 장어구이나 도미 오챠즈케가 그러합니다.


얼마 전, 대마도 낚시 민숙집에서 도미 오챠즈케를 맛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밥에다 육수를 말고 간장에 즈케한 생선회 조각을 올렸을 뿐인데 이것이 한 끼 식사로써 또는 먹다 남은 생선회를 맛있게 재활용하는 방법으로써 활용적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민숙집 셰프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레시피를 얻어왔는데요. 그것을 토대로 제가 조금 다듬어서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도미 오챠즈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글은 '꾼의 레시피'입니다. 꾼의 레시피는 낚시로 잡은 생선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때문에 꾼의 레시피는 기본적으로 낚시꾼을 위한 레시피가 맞습니다. 하지만 낚시로 잡은 생선이 아니더라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면, 얼마든지 꾼의 레시피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여기서는 낚시로 잡은 참돔을 이용했지만, 여러분은 먹다 남은 광어나 우럭, 그 외 시중에서 판매하는 그 어떤 생선회라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조각난 생선회로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간이 배는 시간만 조금 짧게 가져가면 되는 일이니 앞으로 먹다 남은 생선회가 있으면, 한 번쯤 오챠즈케를 만들어 드시기 바라면서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 도미 오챠즈케 재료

도미회(또는 우럭, 광어와 같은 흰살생선회), 진간장, 맛술(또는 청주), 통깨

 

#. 맑은 육수 재료

회를 뜨고 남은 서덜(대가리, 뼈), 다시마 2~3장, 국간장, 맛술(또는 청주), 소금

 

#. 고명(취향껏)

잘게 썬 쪽파, 잘게 썬 김, 통깨, 고추냉이, 방아잎이나 미나리(선택)

 

※ 참고

- 진간장은 생선살이 푹 잠길 만큼 붓는다.

- 진간장과 맛술은 5 : 1

- 소스에 넣을 통깨는 절구에 빻아서 준비한다.

 

 

횟감은 락앤락 용기에 덩어리째 담습니다. 여기서는 참돔을 사용했고 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만 익힌 숙회(마츠카와 타이)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작은 볼에는 생선회를 재울 간장 소스(즈케)를 만듭니다. 진간장은 생선 살이 잠기도록 충분한 양을 사용하며, 이때 맛술과의 비율은 5 : 1 정도입니다. 여기에 간 깨소금을 소복이 넣고 잘 저어줍니다. 저는 진간장을 대신해 생선회 전용 간장을 사용했습니다. 점도가 되고 단맛이 나는 생선회 전용 간장이 있다면,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간장을 끼얹고 랩을 씌운 상태로 냉장고에 1~3시간 가량 숙성한다. 숙성 시간은 생선회 두께에 따라 조절

 

제가 배운 레시피에는 준비한 간장 소스를 끼얹고(양이 조금 부족했네요.) 뚜껑을 닫거나 래핑한 뒤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둔다고 했는데 보시다시피 도미살이 꽤 두껍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생선회 두께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는 생선 살이 간장에 다 잠기도록 한 다음 2~3시간 이상 충분히 재어놓았어야 했는데 레시피대로만 따라 하다 보니 조금 덜 재워졌습니다.

 

 

생선 맑은 육수를 내기 위해 뼈를 손질합니다. 여기서는 도미 머리를 쓰지 않고 오로지 뼈만 사용했습니다. 뼈를 손질할 때는 핏기를 충분히 제거해야 합니다. 핏기는 척추뼈 안쪽에 덩어리로 굳어 있으니 칼로 긁어 빼냅니다. 지느러미도 비린내의 원인이므로 제거합니다. 여기까지 했으면 찬물에 뼈를 씻어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팔팔 끓는 물에 넣습니다. 어떤 맑은탕(지리) 레시피에는 처음부터 뼈를 넣고 끓이는데 그렇게 하면 국물에 잡내가 밸 수 있습니다. 생선 맑은탕의 기본은 팔팔 끓을 때 뼈를 넣는 것입니다. 다시마는 저 정도 육수에 가로세로 10cm 정도 되는 조각으로 2~3개면 충분합니다. 다시마는 생선 뼈와 달리 처음부터 넣고 끓이되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늦어도 1~2분 내에 건지는 것이 좋습니다. 

 

※ 다시마를 넣고 계속 끓이면, 육수에 쓴맛이 밴다.

 

 

이 상태로 약 10분간 센 불에 팔팔 끓입니다. 간 하기 전에 떠오르는 거품은 걷어줍니다.

 

 

국간장은 색을 낼 정도만 넣습니다. 여기서는 우츠쿠시 간장 2스푼과 청주 3스푼을 넣었습니다. 여기서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맞춥니다.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간장에 완전히 잠기지 않았고 재운 시간도 부족해서인지 소스가 완벽히 먹어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도미 오챠즈케를 만들 때는 시간을 좀 더 넉넉히 두고 만드시기 바랍니다.

 

※ 간장에 절이는 시간은 생선회 두께, 크기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한다. 첫 번째 사진에서 보았던 얇은 도미살을 기준으로 한다면, 1시간 정도 절이는 것이 충분하다. 먹다 남은 횟조각으로 절여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도미를 썰어 밥 위에 올립니다.

 

 

그 위에 도미 뼈로 끓인 맑은 육수를 붓습니다.

 

 

함께 곁들일 고명으로는 미나리, 쪽파, 김, 생고추냉이를 준비했고, 여기에 어울리는 찬으로는 돼지고기 장조림과 무짠지, 나물 무침 한 종류로 합을 맞추었습니다.

 

 

각종 고명을 얹고(통깨를 빠트렸네요) 고추냉이도 한 점 올려서

 

 

이렇게 말아먹으면 건강하면서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겠지요. 이런 유형의 음식은 꽤 생소할 수 있는데요. 의외로 궁합이 잘 맞습니다. 이날 가족들도 맛이 색다르면서 밥이 술술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생선회의 재활용은 회를 먹고 나서 하루 정도 지나 살이 물러졌을 때입니다. 그랬을 때 만들어 먹기 좋은 음식으로 가장 만만한 것은 회덮밥이 있고, 인스턴트 비빔냉면에 회를 곁들여 먹는 회냉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바로 이 음식일 것입니다.

 

물론, 싱싱한 생선회로 만들면 더욱 좋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겠다고 일부러 생선회를 사지는 않을 것이며 또 그럴 여력도 없을 것 같습니다. 도미 오챠즈케의 맛 포인트는 가볍게 말아먹는 부담 없는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맑은 육수에 밥만 말아도 한 끼 식사가 되겠지만, 그랬을 때 간장에 절인 생선회나 명란젓 같은 재료는 심심할 수 있는 음식에 짭조름한 간을 부여하면서 씹는 맛까지 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일품 식사로도 손색없을 것 같습니다. 

 

먹다 남긴 회로 만들어도 좋지만, 특히 낚시를 즐기는 분들은 집으로 가져온 생선을 그때그때 썰어 먹기가 귀찮을 겁니다. 대충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 날 저녁이나 혹은 그 다음 날에 대충 구워 먹고 마는데요. 그 정도 시점에서 물러진 회를 이런 식으로 간장에 절여 오챠즈케로 말아먹는다면, 횟감을 활용하는데 시간도 벌고 맛도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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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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