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숙성한 꽃등심. 오늘 처가 식구들에게 고기 맛이 뭔지 보여주겠다. ㅎㅎ"

 

라고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호언장담했는데 결과적으로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식구들은 연신 맛있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우리가 기름맛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 나돌 만한 "소고기는 언제나 옳아요." 같은 느낌으로 치면, 맛이 없을 수 없는 것이 소고기 아닌가.)

 

이 고기의 등급은 마블링 많은 1+등급 한우다. 지방 함량이 많은 고기이다 보니 숙성을 해도 올라오는 지방 맛을 숨길 순 없다. 첫술엔 고소한듯 하나 먹을수록 물린다. 숙성에 의한 감칠맛도 기름 맛에 눌려지고 억제된다는 느낌이 든다. 고기는 숙성도 숙성이지만, 역시 원판이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던 나름 의미 있는 식사이긴 하다.

 

사실 기름에 의한 '고소한 척'은 그 여운이 오래가질 못한다. 숙성에 의한 진한 풍미는 기름기가 덜한 살코기(어느 부위이든)로 해야 빛을 발하는데 요즘 2등급은 고사하고 1등급도 취급하지 않으려는 정육점이 늘고 있다.

 

이런 글 쓰면, 기름도 소고기 맛의 한 측면이라고 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기름(마블링)에 의한 맛도 소고기가 가져야 할 요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문제가 생긴다. 미국에서 마블링이 가장 많은 프라임 등급이 우리 한우의 1등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1+, 1++이 가진 지방은 본래 소가 가져야 할 정상적인 지방 함량의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기름 맛이 소고기 맛을 정의하고 지배하려 했던 것이 오늘날 국내 소고기 등급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숙성했음에도 불구하고 2등급 숙성육보다 맛이 못해서야.. (그러면서도 가격은 훨씬 비싸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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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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