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디 베이(Ammoudi Bay), 그리스 산토리니

 

이곳은 산토리니 최서북단에 있는 아무디 베이입니다. 선셋으로 유명한 이아마을에서 20분 정도 계단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해안 절벽의 작은 만이죠. 지금은 항의 기능보다 바닷가에 인접한 레스토랑과 풍광으로 유명해 알만한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선 레스토랑은 총 다섯 곳. 그중 가장 구석에 있는 노란 간판의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수조

 

랍스터 몇 마리가 들었는데요. 별로 크지도 않은 이것이 뭐라고 랍스터가 들어가면, 평범한 음식도 기본 8~10만 원이나 하니 주문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아마을(아무디 베이)에 있는 어느 해산물 레스토랑

 

우리 가족이 들어간 곳은 주인장이 어부라 직접 잡은 해산물을 요리해 준다는 '디미트리스 아무디 타베르나(Dimitris Ammoudi Taverna)'. 여기서 타베르나는 그리스 가정식을 지향하는 전통 레스토랑이란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된장찌개나 백반 정도를 파는 저렴한 토속 음식점이죠. 그런데 산토리니에서는 이름만 타베르나인 관광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특히, 바닷가와 인접해 좋은 뷰를 가진 레스토랑은 비록, 그 이름이 타베르나라 해도 사악한 물가를 각오해야 하죠.

 

 

우선은 적당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두 테이블로 나누었습니다.

 

 

한쪽에는 호박과 생선을 굽고 있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생선인데도 산토리니에서는 생선이 엄청나게 비쌉니다. 그 이유는 아래 메뉴판을 보면서 설명하기로 하고요.

 

 

양해를 구하고 주방을 촬영하기로 합니다.

 

 

제가 주방에 들어간 이유는 각종 해산물이 담긴 냉장고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산토리니에서 취급하는 해산물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가운데 커다란 토막은 새치 종류로 보이죠? 이렇게 봐선 이게 청새치인지 흑새치인지 알기 어렵지만 말입니다. 여기서는 적당한 두께로 토막 낸 새치를 스테이크로 조리해 낼 것입니다. 그 뒤로는 남양 전갱이과에 속한 어류와 오징어도 보입니다.

 

 

커다란 그루퍼가 랍스터를 잡아먹을 것 같은 모양이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연출할 거면 차라리 손님이 지나는 길목에 놓아 전시용으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라면 생선을 좋아해도 이 녀석은 주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황줄깜정이와 95% 정도 닮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황줄깜정이와 같은 종은 아니지만, 바로 옆 사촌으로 보입니다. 서식 해역이 완전히 다르기에 제가 생각하는 맛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습성과 식성이 황줄깜정이와 같은 초식이라면, 지금 보시는 것처럼 배를 따서 내장을 제거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위장에 소화되다 만 해조류의 역한 향이 살에 스며들어 좋지 못한 맛을 낼 확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메뉴판입니다. 그나마 가격이 만만한 쪽은 샐러드와 전채 요리. 그런데 메뉴판에는 아랍 음식인 허머스가 보이네요. 중동권 관광객을 의식한 것 같습니다.

 

 

여기는 이곳이 자랑하는 그릴 피쉬인데요. 가격이 좀 사악합니다. 상단부터 문어, 홍합, 한치, 새우까지는 20유로 안팎으로 부담이 없지만, 랍스터가 들어가거나 각종 생선을 굽게 되는 순간 가격은 확 오릅니다. 레드 뮬렛(Red Mullet)은 이곳에 잡히는 숭어인데 생선 중에서는 레드 스네퍼가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구운 생선은 좀 전에 보신 것처럼 그릴이나 화로에 구워내 약간의 샐러드와 레몬 등으로 장식해 나오는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우리에게는 밥반찬 정도밖에 안 되는 생선구이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메인 디쉬인 셈이죠. 그렇더라도 생선구이가 이렇게까지 비싸야 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아무래도 이곳의 척박한 환경과 부족한 공급량 때문일 것입니다. 사방이 바다라지만, 그리스는 우리처럼 어로기술이 썩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조업 일수가 손에 꼽을 만큼 바다가 뒤집어집니다. 우리나라의 겨울 바다보다 더한 혹한의 바다가 수개월이나 이어지는 것이죠.

 

때문에 미코노스나 산토리니의 여행 성수기도 5~9월로 제한되니, 이 시기에 일 년 치 먹고살 장사를 다 해야 합니다. 겨울 바다는 혹한이고, 어로 기술은 발달하지 못했고, 여기에 양식이 발달한 것도 아니어서 하루 몇 마리 정도 올라오는 자연산만으로는 저렴하게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국산이든 외래산이든 일 년 내내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는 우리로서는 산토리니의 이런 부분이 아주 열악해 보이죠. 

 

 

맥주와 음료, 디저트입니다.

 

 

여긴 와인 리스트.

 

 

음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빵인데요. 나올 때 물리지 않으면 나중에 계산서에 포함됩니다. 가격은 레스토랑마다 차이는 있지만 1~2유로 정도.

 

 

1~2유로로 먹는 빵이라 그런지 질기거나 딱딱하고 형편없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나마 이 집 빵은 폭신하고 고소한 향이 나서 성의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스 레스토랑에는 손님이 뿌려 먹을 수 있도록 올리브유와 와인식초가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빵에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 방법을 권합니다. 산지인 만큼 향이 강하고 품질이 뛰어난 올리브유를 자주 접하는데요. 이렇게 맨 빵에 뿌려 먹으면 올리브유 향을 제대로 음미하기에 좋습니다.

 

 

산토리니 샐러드(Santorini Salad), 11유로(약 14,000원)

 

그간 그릭 샐러드만 먹다가 이번에는 다른 샐러드를 시켜봅니다. 산토리니 샐러드라고 해서 주문했는데 이것도 기본 베이스는 그릭 샐러드에 기초하고요. 다른 점이라면, 썬드라이 토마토와 케이퍼, 절인 케이퍼 잎이 들어가 좀 더 풍성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전반적으로 샐러드 재료가 신선하고 맛도 훌륭한 편.  

 

 

믹스드 샐러드(Mixed Salad), 9유로(약 11,500원)

 

믹스 한 샐러드는 리코타 치즈가 올라간 형태인데 이것도 좋습니다.  

 

 

암스텔, 3.5유로(약 4,500원)

 

네덜란드 맥주인지 모르고 주문했던 암스텔. 맛은 그럭저럭 청량한 라거 맛인데요. 앞서 맛본 그리스 맥주보다는 홉의 느낌이 강하며, 구수한 맛도 받칩니다.

 

 

홍합 사가나끼(Mussle Saganaki), 16유로(약 20,000원)

 

홍합 사가나끼는 지중해 홍합(진주담치)을 소스와 버무려 조리한 그리스의 전통 음식입니다. 재료 자체가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지만, 이 소스가 살짝 매콤한 로제 소스 느낌이라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있죠.

 

 

뜨거울 때 먹으니 중독성 있습니다.

 

 

빵을 소스에 찍어 먹으면 별미입니다. 그런데 식으면서 확 짜지네요. 이 정도 간의 세기야 그리스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끝까지 먹기에는 많이짜다는 것이 흠입니다.  

 

 

씨푸드 링귀네(Seafood Linguine), 22유로(약 28,000원)

 

아이들이 있어서 주문한 메뉴인데 너무 흡족해서 하나 더 시켜 먹었던 메뉴입니다. 새우, 홍합, 면발, 간의 세기, 소스 등 뭐 하나 크게 나무랄 데가 없었던 메뉴. 파스타만 보아도 그 레스토랑의 기본기를 엿볼 수 있는데 디미트리 타베르나는 단지 좋은 뷰에 음식을 대충 만드는 그런 식당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밀린 주문량에도 정확한 타이밍으로 조리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내는 링귀네에서 노련함과 음식에 대한 진중성이 엿보입니다.

 

 

피쉬 케이크(Fish Cakes), 16유로(20,000원)

 

피쉬 케이크, 보통은 어묵이라 해석하죠. 그래서 주문해봤는데 가격 대비 다소 모자란 느낌의 비주얼입니다. 세 덩어리의 피쉬 케이크와 약간의 샐러드, 밥, 타르타르 소스로 구성됐는데요. 맛은 과연 어떨지.

 

 

겉은 상당히 바삭하게 튀겨낸 느낌.

 

 

한입 베어 무는데 오~마이 갓 튀겨내 뜨끈뜨끈하면서도 바삭한 튀김옷이 바스러지자마자 속은 상당한 밀도를 자랑하는 듯 생선 살이 꽉 들어찼습니다. 아마도 이 음식은 생선을 쓰고 남은 자투리 살을 활용해 크로켓처럼 튀긴 것일 텐데요. 가격은 좀 세지만, 하나의 단품 요리로 내기에는 손색없을 만큼, 허투르게 만들진 않았습니다.  

 

피시 케이크라고 해서 어묵만 떠올렸는데 생선 크로켓이나 다름없네요. 저도 직접 잡은 생선으로 생선 볼을 만들어 튀겨 먹은 적이 있었지만, 이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생선 크로켓이라니 여기서 좋은 영감 하나 얻고 갑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여유로운 식사도 식사지만,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경관 때문일 것입니다.

 

 

파도만 높게 일지 않는다면 말이죠. 바다와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와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식사하는 이 공간이 특별하다 못해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해질녘에는 세계 3대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그 유명한 이아마을 선셋을 해수면과 같은 각도에서 바라보며 붉게 물든 바다를 배경으로 와인 한잔하는 낭만이 이 레스토랑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에 쓴 글에서는 선셋 크루즈에서 이곳을 바라보면서 해 떨어지는 장관을 지켜보는 수많은 레스토랑 손님을 담았습니다. (관련 글 : 그리스 산토리니 여행(9), 절대 놓칠 수 없는 풍경, 선셋 크루즈의 환상적인 석양)

 

지금은 이곳에 있지만, 아쉽게도 점심때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해 떨어지기 한두 시간 전에 자릴 잡고 천천히 식사하면서 석양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저쪽에는 그 유명한 MSC의 크루즈가 지나갑니다. 언젠가는 저걸 타보는 날이 오기를..

 

 

그릴드 폭찹(Grilled Pork Chop), 13.5유로(약 17,000원)

 

마지막으로 주문한 메뉴는 그리스 음식과는 별로 상관없는 폭찹. 먹는데 돈을 많이 써서 이제는 예산이 후달립니다. 그래서 최대한 저렴한 것으로 시키려다 보니 그리스에서는 가장 만만한 게 돼지고기죠. 모양은 감자튀김이 덮고 있어 걷어내고 다시 찍어 봅니다.

 

 

이렇게 생겼군요. 돼지고기 쪼가리라 하기에는 제법 덩치 감이 느껴지는 포크 스테이크입니다.

 

 

잘 구웠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퍽퍽하지 않고 씹을 때 육즙도 나옵니다. 이런 돼지고기구이라면, 혼자서 두 덩이는 먹을 수 있겠는데요. 부추 겉절이와 멜젓을 함께 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여기서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메뉴로 기억될 것입니다.

 

해산물 레스토랑이라 해산물을 위주로 주문했어야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그래 봐야 생선구이나 해산물 플래터인데 그걸 7~10만 원씩 줘가며 먹기에는 부담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꼭 해산물이 아니어도 적당히 식사할 만한 메뉴가 있으니 이아마을의 아무디 베이를 찾는다면, 꼭 이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눈이 호강하는 풍경과 함께 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낭만적인 식사를 놓치지 않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더보기>>

6성급 특급호텔 조식, 먹어보니

감당이 안되는 캐네디언의 아침식사

특급 호텔 뺨치는 캐나다 민박집, 재스퍼 '곰의 소굴(The Bear's Den)'

크기와 내용물에 놀란 대마도의 천엔짜리 김초밥

섬세함과 작은 배려, 미코노스 레토호텔(Leto Hotel) 조식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0)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8)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16 19:26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