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이번 주와 다음 주는 바닷가 횟집과 수산시장을 이용하려는 피서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입니다. 바닷가를 찾은 만큼 그 지역에서 잡힐 만한 생선회를 맛보며 기분 내는 것도 중요한데, 이왕이면 여름 생선회를 더욱 맛있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상식도 필요할 때입니다. 특히, 해수욕장과 가까운 횟집은 피서철 뜨내기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 상술을 부릴 수 있습니다. 단기간 많은 손님을 맞이하다 보면, 평소 잘 관리되던 위상관념도 흐트러지며 식중독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피서철을 맞아 산지에서 '여름 생선회'를 즐길 때 알아두면 좋은 상식을 짚어보도록 합니다.

 

 

그 흔한 양식산 회도 피서철에는 가격이 껑충 오른다

 

#. 피서지에서 사 먹으면 불리한 횟감? 혹은 유리한 횟감

산지에서 취급하는 횟감이라고 특별한 건 없습니다. 어떤 것은 도심지 횟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여름이긴 해도 그 시기가 피서철이다 보니 생선회 소비가 늘며, 이에 양식출하도 적극적입니다. 양식산은 크게 국산과 중국산, 일본산으로 나뉩니다. 모두 인천과 통영을 통해 들어오므로 어느 쪽이든 운송 거리가 먼 동해 지역은 도심지보다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양식으로 길러지는 횟감, 뭐가 있을까요? 산지에 가더라도 90%가 양식인 횟감이 있습니다. 우럭, 광어, 참돔(도미), 농어, 강도다리, 돌돔, 능성어가 그것입니다. 더욱이 7~8월은 잦은 태풍과 풍랑으로 조업 일수가 많지 않습니다. 주의보라도 떨어지면 2~3일 이상 배가 뜨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바닷가와 인접할수록 관광객이 몰리니 피서철만큼은 자연산으로 수요 감당이 어렵습니다.

 

부족한 수요는 모두 양식산으로 메꿉니다. 동네 횟집의 활어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산지라서 더 싱싱하다는 이유로, 피서철 수요 증가로 가격은 배 이상 뜁니다. 결국, 우리는 바닷가로 놀러 와서 동네 횟집이나 마트에서 파는 것과 같은 회를 웃돈 주고 먹는 셈입니다. 이는 우리가 평소 접하는 양식산과 산지에서 나는 횟감의 구분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여름), 산지에서는 어떤 횟감을 찾는 것이 유리할까요? 아래 사진을 보면서 간단히 짚어 봅니다. 

 

 

남해 및 제주도에서 추천하는 횟감

 

먼저 남해와 제주도에서 추천하는 횟감입니다. (표준명으로 표기, 괄호 안은 지역 방언)

 

1) 쥐치, 말쥐치(객주리)

2) 전갱이(아지, 메가리)

3) 능성어(구문쟁이)

4) 독가시치(따치)

 

그 외 부시리(히라스), 전어, 청보리멸(보리멸), 오징어, 한치, 흰오징어(무늬오징어), 벤자리, 벵에돔, 자바리(제주 다금바리), 붉바리, 병어, 갈치, 고등어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산도 좋고 일부 양식이 되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능성어(양식)의 경우 도심지에서는 1kg당 8만 원 이상 하던 것도 남해안 재래시장에서는 5만 원에 살 수 있습니다. 이것도 가격을 알아야 이 가격에 흥정할 수 있습니다. 활어 흥정은 사전에 가격을 어느 정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동해에서 추천하는 횟감

 

동해에서 권하는 횟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쥐노래미(돌삼치)

2) 용가자미(어구가자미, 경상도에서는 참가자미로 취급)

3) 괴도라치(전복치)

4) 등가시치(고랑치)와 빨간횟대(홍치)

 

이 밖에도 오징어, 참가자미, 전갱이도 가격대비 권할 만합니다. 동해는 잡어 천국입니다.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동해에서 돔 종류를 찾는 것이 현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양식인데도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입니다. 자연산은 어획량이 적어서 비쌉니다. 동해에서는 '돔'처럼 반듯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생선보다는 뭔가 생김새가 괴팍하거나 비대칭이고, 최대한 맛 없게(?) 생긴 잡어를 고르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서해는 바닷가와 인접한 횟집이라도 양식산 천국입니다. 민어 같은 특정 어종을 제한다면, 자연산을 먹겠다는 미련을 버리고 저렴한 양식산을 드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여름이니 여름이 제철인 생선이 좋습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농어, 민어, 병어, 오징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

 

 

평소 단골 횟집에서 포장해 현장에서 즐긴 예

 

#. 굳이 현장에서 사 먹을 필요는 없다.

피서지에서 소비하는 회는 바닷가 횟집과 수산시장이 대부분입니다. 낚시인이 직접 잡아 지인들과 나눠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피서지 특히, 해수욕장 인근 횟집을 이용할 때는 어느 정도 바가지 상술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같은 양식산이라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가격이 껑충 오릅니다. 게다가 수산시장의 일부 좌판과 횟집은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해 조금만 위생관념을 소홀히 해도 식중독이나 비브리오 패혈증, 기생충 감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상인의 행태이긴 하나 그 일부에 우리 일행이 잘못 말려들게 되면, 모처럼의 피서가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저런 불신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소비자들도 똑똑해지면서 알뜰 피서객이 느는 추세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반드시 현장에서 사 먹을 필요는 없다.'입니다. 유형별로 살피면 이렇습니다.

 

- 단골 횟집(또는 입소문으로 검증된 횟집)에서 포장해 가기

제가 가끔 이용하는 방법인데 피서를 떠나기 전, 단골 횟집에서 회를 포장해 가는 방법입니다. 미리 음식을 예약한 뒤 정해진 시간에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가서 포장한 생선회를 담아 옵니다. 얼음 팩 3~4개면, 피서지까지 신선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별도의 취사도구가 필요 없으니 현장에서 흔적만 남기지 않는다면, 자연을 해치거나 남에게 피해 줄 일도 없습니다. 계곡이든 바닷가든 또는 숙소에서든 질 좋은 생선회를 바가지 쓰지 않고 즐기는 방법입니다.

 

- 피서지 근처 대형 마트에서 포장해 가기

피서지 근처나 오는 길에 대형 마트에 들러 싱싱한 활어회를 포장해 오는 방법입니다. 대형 마트는 대부분 양식산 광어와 농어, 우럭, 숭어, 강도다리 등을 취급합니다. 마트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게 오전 10시와 오후 4시 이렇게 하루 2회 정도 회 치고 포장해 진열대에 놓습니다. 싱싱한 활어회이므로 숙소로 가져오는 동안 적당히 숙성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인 만큼, 여름철 위생 불결에 의한 불미스러운 사고 확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싱싱한 회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 지역 재래시장 활용하기

제주도의 경우 제주시 동문 시장, 서귀포시 올래 시장을 이용해 싱싱한 활어회를 즉석에서 썰어 포장해 오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포장한 회는 숙소에서 즐길 수 있겠지요. 성수기라 평소보다 비쌀 수 있고 개인의 흥정 능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관광지 횟집보다는 저렴한 편이니 이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여름 생선회로 발병하는 질병은 대부분 칼, 도마, 행주의 불결한 위생에서 비롯된다(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 여름 생선회는 위생이 전부다

입소문에 검증된 횟집을 이용하고, 단골 횟집을 이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소 때일 것입니다. 피서지에서는 위생을 어떻게 검증할까요? 일반 소비자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소문 난 맛집을 이용하는 것이고, 수조가 청결히 리되고 칼, 도마가 깨끗해 보이는 좌판을 이용하는 방법뿐입니다. 나머지는 조리사의 위생관념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조리사 및 셰프 분들이야 평소 잘하고 계시겠지만, 여름철이니 더더욱 위생을 단속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름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것은 각종 식중독균과 장염 비브리오, 여기에 고래회충도 원인입니다. 식중독과 비브리오는 칼, 도마, 행주를 소독하고 분업화함으로써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소독하는 것은 물론, 칼과 도마를 손질용과 회뜨기용으로 철저히 분업화해야 합니다. 비브리오 계열 균들은 담수에 취약합니다. 포를 뜨고 수돗물에 한 번 헹궈주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됩니다. 물에 헹궜으니 깨끗한 면보나 키친타월로 회를 말아 물기를 빼주는 것도 청결한 생선회의 조건입니다.

 

 

여름철, 물기를 제대로 빼지 않은 축축한 회는 금물이다

 

계절을 떠나 기본적으로 물기를 머금은 회는 좋은 회가 아닙니다. 맛과 위생적인 면에서는 탈수를 잘해 표면이 뽀송뽀송한 회가 좋습니다또한, 여름 생선회는 식중독과 A형 간염에 취약할 시기입니다. 그날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과음은 물론 생선회 섭취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중독과 A형 간염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합니다. 한 자리에 여러 명이 식사했는데 누구는 멀쩡하고 누구는 탈이 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치사율이 높은 비브리오 패혈증은 젊은 사람과 여성에게는 비교적 안전한 편입니다. 그러나 고령인 남녀, 간질환자, 당뇨 환자, 매일 소주 2~3잔씩 습관적으로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는 여름 생선회를 자제할 것을 권고합니다. 

 

비브리오는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기승을 부립니다. 그렇다고 비브리오가 활어를 감염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산생물이라 자체 면역력과 비늘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어 균이 살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며, 대게 비늘과 아가미 등 표면에만 붙어 있습니다. 표면에만 붙어있으니 조리 과정에서 칼과 행주를 통해 살로 옮길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손질한 칼로 회를 뜨면 안 되며, 도마도 최소 2개 이상은 사용해야 합니다.

 

수산시장 좌판의 경우 유독 회를 물에 씻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바닷물고기를 담수에 씻으면 수용성 맛 성분이 날아가 버려 회 맛을 그르칩니다. 하지만 도마 하나로 모든 과정을 일사 처리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물에 씻는 것이 비브리오를 예방하는 최선임을 알기에 일면 이해는 하나, 이제는 비위생적인 재래시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칼과 도마의 분업화를 통해 좀 더 세련되고 위생적인 처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여름철, 주로 자연산 생선 내장에 기생하는 고래회충

 

#. 고래회충 예방하기

고래회충은 기생충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숙주를 먹음으로써 보유하게 됩니다. 주요 감염원은 고등어, 쥐노래미, 붕장어, 오징어, 대구, 광어, 우럭 등등 자연산이라면, 이 시기 70~80%가 고래회충을 보유한다고 봅니다. 고래회충은 기본적으로 내장에만 기생하지만, 숙주가 죽으면 수 시간 내로 살에 파고듭니다. 그것을 우리가 먹음으로써 감염이 되는데 실제로는 그럴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먹는 생선회의 90% 이상은 양식산이기 때문입니다. 양식산은 기본적으로 냉동육을 분쇄한 사료를 먹고 자라므로 기생충의 생활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해상 가두리에서 길러지는 우럭과 고등어는 조수에 흘러들어온 갑각류(1차 숙주)를 먹음으로써 드물게나마 보유하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먹는 생선회는 기본적으로 산 상태로 손질됩니다.

 

고래회충을 보유한 자연산이라도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한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회를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되려면 아주 비정상적이면서 위생적이지 못한 조리 과정 즉, 칼이나 행주를 통해 살에 옮겨붙는 확률을 뚫어야 하고, 여기에 씹을 때 두 동강 나지 않고 멀쩡한 상태로 위장에 들어갔을 때라야 가능하니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매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듯, 매해 고래회충 감염 사례도 끊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확률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입니다. 낮은 확률이라도 내게 걸리면 100%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확실히 예방하려면, 냉동 및 가열해서 먹는 방법뿐입니다. 언제부터 인터넷 기사와 뉴스에서는 고래회충 예방법에 영하 20도로 24시간 냉동하면 사멸한다로 보도하는데 제가 경험한 결과와는 좀 다릅니다. 고래회충은 작아도 냉동의 환경에서는 생명력이 꽤 질깁니다. 

 

예전에 제주도로 1박 2일 갈치낚시를 갔을 때 일입니다. 첫날 잡은 것은 영하 20도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24시간이 훌쩍 지난 뒤 집으로 가져와 손질했더니 거기서 산 고래회충이 대거 검출되었습니다. 24시간 냉동은 고래회충이 죽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님을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실험한 결과로는 최소 48시간은 냉동해야 이 녀석들이 완전히 죽습니다.

 

또한, 70도에서 40초 이상 가열하면 죽습니다. 회는 먹고 싶은데 고래회충이나 각종 식중독이 염려된다면,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위생이 검증되지 못한 곳, 특히 뜨내기손님을 상대로 한철 장사하는 곳(주로 관광지의 일부 횟집과 수산시장 좌판)을 피하는 것니다. 피서지에서 굳이 비싼 생선회를 먹기보다는 분위기를 챙겨야 하는 특별한 날, 오마카세(주방장에 맡기는 그 날의 코스 요리)를 이용하거나 고급 일식집, 호텔 일식집 등 위생상의 문제로 클레임이 들어오면 가게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유명 일식집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피서철 여름 생선회를 보다 안전하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 관해 제가 아는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더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생선회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야 다른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지만, 바닷가 가서 꼭 생선회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이들에게 여름이란 계절적 요인은 별로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피서철 여름 생선회를 드실 때 참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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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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