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어 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고급 어종이란 인식과 함께 여름 보양식 재료로 입소문이 나면서 민어를 먹지 않았던 이들도 매스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민어는 따듯한 바닷물을 좋아하는 생선입니다. 겨울에는 제주도 아래로 내려가서 월동을 나다가 이듬해 봄이면 북상하는데 주로 개펄이 발달한 목포, 신안 일대로 올라오면서 잡힙니다. 산란은 8월에서 10월 초까지, 그러니 산란 직전인 6~8월에 잡힌 민어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지면서 여름 보양식으로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불과 2~3년 전부터 중국에서 양식된 민어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격도 자연산 민어의 반값이라 부담이 덜합니다. 이에 상인들은 여름 보양식인 민어를 이제는 양식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며 입을 모읍니다. 

 

그런데 그렇게 알고 먹었던 민어가 민어가 아니라면 여러분은 어떡하시겠습니까? 이 글은 민어로 곧잘 둔갑되는 점성어(홍민어)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에서 양식되고 있는 이른바 '진짜 민어'에 관한 비밀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진 1> 자연산 민어회

 

사진은 우리가 여름 보양식으로 알고 먹는 자연산 민어회입니다. 이 사진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색감 정도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2> 자연산 민어회

 

이것도 자연산 민어회입니다. 최대한 붉은 부위를 찍었는데요. 이렇듯 자연산 민어는 많이 붉어야 이 정도입니다.

 

 

<사진 3> 중국산 양식 민어

 

그런데 민어회라고 받은 이 생선회는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색이 검붉다 못해 핏빛이 났고, 결도 차이가 있습니다. 상인은 중국에서 양식된 '진짜 민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래 사진을 보면서 찬찬히 살펴봅니다.

 

 

<사진 4> 자연산 민어

 

사진은 자연산 민어입니다. 민어는 성질이 급해 금방 죽습니다. 어설프게 살려 오려다 스트레스로 폐사하면 살에 피가 차고 푸석해지면서 상품성을 망칠 수 있는 것이 민어입니다. 그러니 민어의 90% 이상은 현장에서 바로 피를 빼 선어로 유통합니다. 나머지는 컨디션이 아주 좋은 활 민어만 선별, 유통하는데 이것도 부레가 부푼 상태여서 대부분 뒤집어지고 허우적댑니다. 즉, 수조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민어는 대부분 가짜라는 것입니다.

 

 

<사진 5> 중국산 양식 민어

 

그러다가 수조에서 아주 팔팔하게 헤엄치고 다니는 민어를 발견했습니다. 상인은 중국에서 횟감용으로 양식된 민어라 팔팔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양식 민어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에서 양식되었다는 이 민어는 민어가 아닙니다.  

 

앞서 <사진 2>와 <사진 3>에서 살펴보았듯 단순히 자연산과 양식산 여부에 따라 회의 색깔은 얼마든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생선회의 빛깔은 취하는 먹잇감과 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러나 아래의 사진을 본다면, 단순히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라고 하기에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진 6> 자연산과 양식 민어의 대가리 비교

 

- 자연산 민어는 이마에서 코로 떨어지는 선이 직선입니다. 대가리가 작고 눈이 크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 양식 민어는 이마에서 코로 떨어지는 선이 곡선입니다. 비늘이 크고 눈이 작습니다.

 

 

<사진 7> 자연산과 양식 민어의 꼬리 비교

 

- 자연산 민어의 꼬리는 매우 가느다랗고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사진의 a)

- 양식 민어의 꼬리는 생김새 자체가 다르며 굵고 투박합니다. (사진의 b)

 

 

<사진 8> 자연산과 양식 민어의 몸통 비교

 

- 결정적으로 자연산 민어의 몸통 측선에는 아무런 무늬가 없으나 (사진의 a)

- 양식 민어에는 어두운 점이 15개 전후로 박혀 있습니다. (사진의 b)

 

참고로 위 사진은 양식 민어가 살아있을 때 촬영한 것입니다. 보통 수조에서 막 꺼냈을 때는 보호색이 남아 있어서 전반적으로 밝은 은색에 어두운 점이 박힌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진 9> 사후 직후 양식 민어의 몸통

 

이것이 죽으면 몸통은 어둡게 변하면서 측선에 나열된 점은 되려 밝아집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어류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큰민어'

 

민어가 커서 큰민어가 아닙니다. '큰민어'라는 표준명을 가진 이종이므로 민어가 아닙니다. 이것이 문제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이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름 보양식인 민어와 한 끗 차이지만, 실제로 이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어과에는 여러 종류의 어류가 포진됩니다. 크기순으로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 큰민어(최대 전장 2m)

- 홍민어(점성어)(최대 전장 1.6m)

- 민어(최대 전장 1.2m)

- 수조기(최대 전장 60cm)

- 부세(최대 전장 55cm)

- 보구치(백조기)(최대 전장 50cm)

- 참조기(최대 전장 40cm)

- 황강달이(황석어)(최대 전장 25cm)

 

그리고 민어와 큰민어는 이렇게 다른 생선니다.

 

#. 표준명 민어

학명 : Miichthys miiuy

영명 : Brown Croaker 

일명 : 니베(ニベ) 

분포 : 한반도 서해, 남해, 제주, 동중국해, 남중국해 

양식 : 국내(남해 미조)에서 양식에 성공, 마트에서 선어회로 유통 중

성장 : 몸길이 1m로 자라는데 약 10년 소요 

산란 : 8~10월

제철 : 여름

 

#. 표준명 큰민어

학명 : Argyrosomus japonicus

영명 : Japanese croaker, Jewfish

일명 : 오오니베(オニベ) 

분포 : 일본 남부, 남중국해, 동중국해, 아프리카 및 대서양, 호주, 인도양, 지중해 등 수온 23~30도에 이르는 전세계 해역

양식 : 일본 미야자키현, 중국 남부(주로 한국으로 수출)

성장 : 몸길이 1m로 자라는데 약 5~6년 소요

산란 : 3~6월

제철 : 겨울 

 

※ 국산 양식 큰민어는 현재 국내의 유료낚시터 및 수산시장으로 유통, '민어'라는 어종으로 둔갑되고 있으며, 여름 보양식 민어라는 점을 부각해 각종 이벤트 및 행사를 걸기도 한다.

 

 

<사진 10> 자연산 국산 민어에 껴 있는 중국산 양식 큰민어(손님 행세 봐가면서 여차하면 자연산으로 둔갑해서 팔 생각일까?)

 

큰민어는 성장 속도가 빨라 일찌감치 양식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1998년에 양식을 시도한 자료가 남아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일본과 중국에서 양식 중인데, 이중 중국에서 양식한 것이 국내로 들어와 주로 유료 낚시터에서 민어 행세를 하고 있으며, 이제는 수산시장과 민어 전문점에서 민어로 팔리며, 심지어 국산이자 자연산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작년 9월에 방영한 <먹거리 X파일>에서는 중국산 양식 민어가 수산시장을 비롯해 각종 뷔페와 횟집, 주점에서 국산 자연산으로 둔갑한 것을 고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자연산 민어만 취급한다는 식당조차도 중국산 양식 민어를 내밀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취재가 있기 전에는 보통 방송 작가로부터 자문이 들어오는데 당시에는 저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었기 때문에 중국산 양식 민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도 중국산 양식 민어가 민어가 아니었다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양식을 자연산으로 둔갑해서 파는 과정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되었죠.

 

"중국에서 들어오는 양식 민어는 민어가 아니라는 사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꽤 많습니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횟집에서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팔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부 상인은 능성어와 다금바리가 서로 다름을 알면서도 속여 팔았고, 일부 상인은 잘 몰라서 팔았습니다. 능성어가 다금바리로 둔갑한 이유 중 하나로는 겉모습이 비슷해 사람들이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과 모두 농어목 바리과에 속한 어종이니 '그게 그거' 아니겠냐며 구분 없이 팔았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민어와 큰민어도 같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민어가 인기를 끌자 유사 어종인 큰민어가 대거 수입되면서 민어로 둔갑한 것입니다. 단지 모양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 어종이 갖는 가치와 품질까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민어와 큰민어의 가격 차이가 3배까지 벌어집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기준으로 중국산 양식 큰민어는 kg당 25,000~30,000원 선인데 자연산 민어는 선어 횟감이 5~6만 원, 활어 숙성이 8~9만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모양과 이름은 비슷한데 단가가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그건 둔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횟감을 잘못 판매한 상인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런 상인들을 보호막 삼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것은 중국산 활 큰민어를 수입하는 업자(일명 나까마)들입니다. 

 

지금 업자들은 중국산 양식 큰민어 '민어'와 같은 어종으로 취급합니다. 이에 국민도 속고 있고, 일부 상인과 식당 사장도 속고 있는 현실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국에서 수입된 양식산 민어는 민어와 다른 종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 보니 현재로서는 단속 근거가 미약합니다. 어종이 다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단속의 근거를 마련하고, 어종과 원산지도 올바르게 표기하도록 계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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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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