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은갈치 낚시, 상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상편을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 → 지금 가면 누구나 잡는 제주도 은갈치 낚시(상편)

 

 

오후 5시 출항, 제주시 도두항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전날 갈치 배를 탄 피곤이 가시지 않은 채 다시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이 시즌에는 갈치가 제주 북부에 붙었기에 도두항에서 출항한 배는 약 30분 정도 달려 북으로 이동합니다. 그 사이 꾼들은 채비를 정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저는 사진까지 찍어야 하니 남보다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하겠지요. 어제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앞자리에 섰는데 전반적인 조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최근 저의 선상 낚시는 갈치든 광어든 앞자리는 이상하게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앞자리는 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인데도 저와는 잘 맞지 않았죠. 그래서 저는 그나마 재미를 보던 뒷자리에 배정되기를 내심 바랐습니다.

 

결과는 가장 원치 않았던 사이드로 배정받았습니다. 이 자리는 조과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우선은 활동 공간이 좁고요. 미끼와 물, 화장실이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촬영 환경입니다. 갈치 배는 기본적으로 불을 환하게 비추지만, 제 자리는 위에 여러 구조물이 있어 그늘집니다. 조명발이 필수인 밤낚시 촬영에 있어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했지요.

 

 

꽁치 미끼를 썰어 준비한다

 

꽁치는 날이 선 칼로 반듯하게 잘라놓았습니다. 찢기거나 지저분하게 썰리면 입질 빈도가 떨어지고 미끼로서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음을 그간의 출조를 통해 느껴왔거든요.

 

 

이제 채비 준비를 마쳤습니다. 배가 풍(물닻)을 놓으면 첫 캐스팅이 시작될 텐데요. 이때 드는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 갈치가 물고 늘어질 리 없겠지만,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가면서 팍팍 매달려줄 왕갈치를 생각하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웃음은 "오늘도 역시나 인가~" 하는 배신감에 웃음이 한풀 꺾이겠지만요. 그래도...

 

그래도 자꾸 나오게 되는 것이 낚시 아니겠습니까? 오늘만큼은 좀 다르겠지 하며~

 

 

첫 캐스팅을 하고 배를 둘러봅니다. 이날은 일몰이 아주 선명해 장관을 연출합니다.

 

 

고대하던 은갈치 낚시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낚시는 이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

 

 

고등어를 미끼로 썰다

 

배를 둘러보고 제 자리로 왔더니 낚싯대가 수면 아래로 처박고 있습니다. 서둘러 올려보니 고등어 두 마리. 하나는 참고등어이고, 다른 하나는 점고등어입니다. 참고등어는 곧바로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쿨러에 넣고, 점고등어는 이렇게 포를 떠서 갈치 미끼로 사용합니다.

 

참고등어와 점고등어는 각각 고등어와 망치고등어란 표준명을 갖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맛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언젠가 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이 둘을 나란히 구워서 먹어봤는데 가을에 참고등어는 기름기가 많아 입에서 살살 녹지만, 점고등어는 퍽퍽하고 맹맹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일반 시민들에게 블라인트 테스트를 해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라 갈치 낚시에서 점고등어가 올라오면 챙기지 않고 미끼로 쓰는 편이죠.

 

 

표준명 줄삼치

 

두 번째 캐스팅에서는 난폭한 줄삼치 한 마리가 올라옵니다. 흐음~ 현재까지 진척도를 보아선 어제와 다르지 않아요. 어제는 출항이 늦어 좋은 포인트를 다른 배들에 빼앗겼습니다. 그 바람에 조류에 채비도 엉키고, 줄삼치가 뛰니 갈치 조황이 저조했는데 아직은 그러한 전철을 밟고 있었습니다.

 

줄삼치는 가을이 제철이라 피만 잘 빼면 비린내 없이 뭐든 해먹을 수 있는 생선입니다. 저는 주로 생선가스로 먹는데요. 튀김이라도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피를 빼는 것이 좋습니다. 요령은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아가미 안으로 칼집을 넣고 꼬리에도 칼집을 낸 다음.

 

 

5분간 물에 담가 놓는 겁니다. 그런 다음 내장을 제거해 쿨러에 넣으면 싱싱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다소 수고롭지만, 채비 던지고 남은 시간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갈치 아니 풀치 한 마리를 올립니다.

 

 

풀치는 갈치 미끼가 되어 또 다른 갈치를 부를 것입니다.

 

 

이어서 제게 갈치가 두 마리 올라옵니다. 첫수 치고 씨알이 나쁘지 않아요. 번쩍번쩍 빛나는 자태에 흥이 납니다. 

 

 

상원아빠님은 시장 고등어를 낚았는데 배에 꽂힌 채 올라왔습니다.

 

 

제게는 동족의 살을 물고 온 갈치가 올라옵니다. 오늘은 출발이 좋군요.

 

 

선사에서는 저녁밥을 주는데요. 다들 갈치 낚기 바쁜지 밥을 마시는 수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밥도 처음부터 시래깃국에 말아서 내는가 봅니다.

 

 

부천에서 오신 이래한 님이 갓 낚은 은갈치를 들어 보인다

 

식사를 마치자 맨 뒤에 서신 분이 제법 굵은 씨알의 은갈치를 들어 보입니다. 다른 분들보다 유독 씨알이 굵게 낚이는데요. 비법이라도 있으신지? ^^;

 

 

갈치 대가 90도로 인사하면 갈치가 많이 매달렸다는 증거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제 낚싯대가 고개를 완전히 숙이고 있습니다. 이걸 보니 갈치가 붙긴 붙었나 봅니다. 삼치나 고등어가 물면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인사처럼 방정을 떨지요. 갈치가 매달리면, 호텔 직원의 90도 인사처럼 푹 숙입니다. 그리 심하게 요동치지 않으며, 촐싹대 않습니다. 갈치는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고개를 더욱 숙여 수면까지 닿게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갈치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몸에서 짜릿한 기운을 느끼곤 합니다.

 

 

들어보면 여느 때와 달리 묵직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갈치가 많이 매달려 있을 기분 좋은 느낌이 전달됩니다.

 

 

기대를 안고 은갈치 한 마리, 은갈치 두 마리, 그렇게 한땀 한땀 올려봅니다.

 

 

꽃보다 갈치 다발, 다음날 나는 아내에게 꽃다발 대신 갈치 다발을 선물할 수 있었다 ^^;

 

 

이번 판에선 일곱 개 바늘에 무려 다섯 마리, 그것도 나쁘지 않은 씨알 급이 걸려듭니다. 이렇게 열 번만 올리면 50마리, 스무 번이면 100마리.

 

"백 마리?"

 

설마 세 자리 숫자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구심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갈치가 얼마나 많은지 저 깊은 바다를 들여다보지 못해서 알 수는 없으나, 올릴 때마다 몸통 어딘가에 꽂혀 올라오는 모습에서 물 반 갈치 반이 상상되려 합니다.

 

 

저도 등 꿰기로 한 수 했습니다. 그나저나 나 왜 이리 초췌하니 (이틀째 갈치 낚시라 몰골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해해 주세요. ㅠㅠ)

 

 

잡힌 갈치 중 일부는 이렇게 미끼로 사용하는데요. 이날은 꽁치보다 갈치 미끼가 훨씬 잘 들었습니다. 갈치낚시의 관건은 미끼 먹는 패턴을 빨리 파악하는 것. 그날의 활성도, 먹이를 먹는 습성에 따라 꽁치를 쓸지 갈치를 쓸지, 혹은 삼치나 고등어를 섞어 쓸지를 결정하는데 같은 미끼를 쓰더라도 뼈째 썰어야 물 때가 있고, 얇게 포를 떠서 부드럽게 해야 물 때가 있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가장 반응이 좋은 미끼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날은 수심 30~45cm 사이에서 입질 빈도가 높았고, 뼈째 썬 갈치에만 달려들고 있어서(꽁치 미끼는 없어지거나 그대로 올라옴) 이때부터는 아예 갈치만 썰어서 쓰고 있습니다. 

 

갈치 미끼는 잡은 갈치 중에서도 비교적 씨알이 잔 갈치를 썰어다 꿰는데 이것도 마트에서는 마리당 8천 원은 하는 2.5지 사이즈의 갈치입니다. 갈치 배는 이러한 경제 개념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갈치가 갈치를 부른다

 

뼈째 통통하게 썬 갈치를 주르륵 매달아 내리면 더 크고 더 많은 갈치가 매달려 오겠지요. 갈치 한 마리를 썰면 두 번 정도 내릴 수 있는데요. 이렇게 해서 잡은 갈치 중 그나마 씨알이 작은 갈치는 다시 미끼로 써서 더 많은 갈치를 낚아내는 것이 최상의 그림일 것입니다. 위 사진에서는 왼쪽에서 두 번째 갈치가 미끼용이 되겠지요.  

 

 

상원아빠님도 마릿수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번에도 씨알이 제법 괜찮은 갈치가 무더기로 올라옵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제대로 갈치 대풍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질이 뚝 끊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은갈치가 번쩍번쩍 빛을 내며 올라와 줄 때 최대한 낚아내려는 것이 갈치배를 탄 꾼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뉴스에서 보았듯 올해는 20년 만에 갈치 대풍이라 할 만큼 유례없는 갈치 풍어를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매달 꾸준히 잘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의 경우 8월이 가장 좋았습니다. 한 사람이 대장쿨러를 두 개나 꽉꽉 채워갔을 정도였죠. 9월은 태풍이 한바탕 지나간 이후 다소 주춤했고 어제까지도 갈치가 나오는 둥 마는둥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낚시를 해보니 갈치 조황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예요.

 

이렇게 갈치가 잘 낚이는 이유는 온난화에 따른 고수온의 여파 때문일 것입니다. 갈치는 아열대성 어류입니다. 수온이 20도를 넘어야 생육 조건이 좋아지죠. 그 말은 즉, 바닷물이 따듯해야 잘 먹고, 잘 크고, 잘 낳고, 그것이 잘 자라서 제주나 여수 앞바다로 되돌아오는 것인데요. 올해는 잘 잡히다가도 내년에는 해거름을 하거나 다른 이유에서 흉어가 들 수 있는 만큼, 올해는 남은 시즌(~12월)까지 쿨러 조황의 꿈을 안고 갈치 낚시를 가볼 만한 적기일 것 같습니다.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밤바다를 수놓은 갈치 배로 제주 바당은 불야성입니다. 절반 이상이 채낚기로 잡는 갈치 조업배이고 나머지는 낚싯배인데요. 사실 말만 낚시지 이건 조업이자 노동이나 다름없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조업배는 숙련된 어부들이 '돈(보수)을 받고' 하는 낚시이고, 꾼들은 '돈을 내고'하는 낚시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릅니다. 

 

 

자정을 넘기자 갈치 씨알이 제법 굵어지고 있습니다. 4지급 갈치를 낚았는데 상원아빠님이 워낙 장신이고 손이 커서 작아 보이네요.

 

 

제게도 4지급이 넘어가는 씨알이 낚이기 시작합니다. 제주도 은갈치 낚시는 바로 이런 녀석을 만나기 위한 것.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이런 씨알로 제주 은갈치 한 마리가 5만 원은 족히 할 것입니다.

 

 

밤이 늦어도 은빛 갈치가 쉼 없이 올라온다

 

상원아빠님 자리와 제 자리는 가운데 파란색 선으로 경계가 그어져 있습니다. 넘어오면 자기 것이라고 엄포를 주는 상원아빠님. ㅎㅎ

 

 

한 번은 채비를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요. 뒷자리도 빨간 바구니에 실한 은갈치가 한가득이다. 누가 이렇게 잡나 싶어서 봤더니

 

 

부부 조사였군요. 보기가 좋습니다.

 

 

자리에 따라 씨알 차이는 미묘하게 나지만, 대부분 갈치를 마릿수로 잡고 있습니다.

 

 

새벽 1시, 선실 상황

 

갈치가 잘 안 낚이는 날이면, 이 시간에 드러누운 꾼이 많기 마련인데 지금은 사무장님 외에 아무도 없습니다. 저 역시 갈치 낚시에 집중했고, 틈나는 대로 촬영하다 보니 지금까지 얼마나 잡았는지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쿨러를 열어 중간 점검을 하는데요. 허억~! 벌써 이렇게 차버리면 갈치 보관할 곳이 없는데 우짜죠 ^^;  

 

 

선수에 서신 이 분은 이미 밤 11시경에 이미 대장쿨러 한 통 채우고 지금 두 번째 쿨러를 채우는 중이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12단짜리 채비를 혼자서 두 개나 운용 중이니까요. 흔히 더블 채비라고 부르죠. 낚싯대는 하나인데 채비 두 개를 쉴 새 없이 굴리는 방식입니다. 한 채비가 입질 받고 있을 때 다른 채비에는 미끼를 꿰고 준비합니다. 갈치가 올라오면 채비를 떼서 잠시 걸어두고, 미리 준비한 채비를 낚싯대에 연결해 내립니다.

 

그 사이 갈치를 갈무리하고 미끼를 꿰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거죠. 이렇게 하려면 무진장 부지런해야 하고 힘도 들지만, 조과는 남보다 2~3배나 앞서게 됩니다. 

 

이날 이 분은 갈치만 스티로폼 박스로 다섯 상자를 잡았습니다. 혼자 사셔서 집에서는 갈치를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요. 잡은 갈치는 모두 토막 내 포장한 다음, 일부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거래처에 비즈니스 접대용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접대를 갈치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제주 은갈치를 마다할 사람이 별로 없을 테니까요.

 

 

밤이 깊어가지만, 누구 하나 쉬는 사람이 없습니다. 중간에 갈치 수심이 더 깊어지면서 소강상태로 가나 싶었는데 입질 수심을 아는 꾼들은 갈치 수심층을 찾아내면서 끈기 있게 잡아 올리고, 지금은 다시 활성도가 좋아져 너나 할 것 없이 갈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부드러운 꽁치 미끼도 잘 든다는 점.

 

 

한켠에는 큼지막한 삼치를 미끼로 쓰려고 도마 위에 올렸습니다. 지금 이 가을에 이만한 삼치를 사려면 최소 만 원 이상은 줘야 하지만, 여기서는 도무지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ㅎㅎ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그 비싼 은갈치를 부를 미끼가 된다니 뭔가 더 중요한지는 뻔한 일이겠지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삼치가 제게도 잡혔습니다. 이 정도 사이즈면 활짝 펼쳐 토막 내서 구워 먹기 딱 좋죠. 저는 삼치가 아까워서 차마 미끼로는 쓰지 못하겠어요. 우리 딸내미 반찬을 위해 챙겨둡니다. 사람이 갈치만 먹을 수 있나요? 삼치도 먹고 살아야지(뭐라고?) 

 

 

부천에서 온 구철수님이 능숙한 솜씨로 은갈치를 잡아내고 있다

 

제 옆에 계신 분도 한두 번 다닌 솜씨가 아닌 듯, 제주 은갈치를 차곡차곡 쌓고 계십니다. 원래는 새벽 3시까지만 하고 들어가 쉬려고 했는데

 

 

이날은 틀려먹었죠. 갈치가 안 도와주네요. 이렇게 쉬지 않고 올라와서야... 이후로는 기계적인 노동일만 반복되었습니다. 낚고...

 

 

또 낚고..

 

 

갈치 출조가 이제 3~4회밖에 안 되는 상원아빠님. 아마 이날은 저 따라 갈치 낚시를 한 이래 가장 많이 잡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저도 갈치 낚시를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안 해서 그런지 70리터짜리 대장 쿨러는 처음 채워봅니다.

 

 

새벽 5시, 철수 준비

 

배는 막바지 정리에 들어갑니다. 막판까지 씨알 굵은 갈치를 낚고 활짝 웃고 계신 상원아빠님. 집으로 돌아가면 갈치 나눠줄 곳만 여덟 군데라면서, 한가득 잡아가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오셨다는데요. 이번에는 체면 좀 차리겠습니다.

 

 

표준명 왕잠자리

 

돌아오는 길에는 표준명 왕잠자리 수컷 두 마리가 불빛에 붙어 있길래 손으로 잡아봤습니다. 왕잠자리는 손으로 잡기가 대단히 어려운 잠자리인데요. 지금은 기력이 쇠한 상태라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연못이나 습지에 주로 서식하는데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서 왕잠자리를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사진만 찍고 방생.

 

 

새벽 6시, 제주시 도두항 풍경

 

 

이날 거둔 나의 갈치 조과

 

이날은 배에 탄 대부분이 70리터 짜리 대장 쿨러를 가득 채웠고, 선수에 서신 한 분은 대장 쿨러 두 통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제 스티로폼 박스에 담는데요. 얼음 넣을 공간을 비워놔야 해서 두 상자로 나눠 담았습니다. 전날 잡은 박스까지 총 세 박스를 항공편으로 실어야 하는데 무게만 50kg이 나와서 수화물로 부치기에는 비용이 부담됩니다.

 

그래서 갈치 배는 이러한 화물을 항공편으로 부쳐줍니다. 비용은 1kg당 약 500원 선이니 10kg이면 5,000원. 50kg이면 25,000원으로 꽤 저렴한 편이죠. 여기에 박스 포장비가 개당 5,000원이니 X 3하면 15,000원. 박스 포장과 운송비를 합쳐 총 4만 원이 들었습니다. 갈치를 많이 낚으면 이렇게 돈이 많이(?) 듭니다. ^^;;

 

 

 

오전 9시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선사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을 먹고(보통 식당으로 이동해서 백반을 먹습니다.) 역시 선사에서 제공하는 사우나를 이용한 뒤, 새 옷을 갈아입고 새  사람이 되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8시 20분.

 

이제 화물도 부쳤겠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타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질 것 같은데요. 코골이로 옆 사람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될 텐데 하는 마음도 잠시. 깜빡 졸다 쿵 하는 소리에 깼더니 어느새 김포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습니다.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순간 이동한 느낌이죠. 이래서 제주도 낚시가 편리합니다.

 

 

#. 문제는 지금부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대한항공편으로 도착하는 화물을 찾고 집으로 오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박스를 개봉하고 가족들이 우와~ 하는 탄성을 듣는 것까지도 좋은데 말입니다. 이 많은 갈치와 삼치를 어떻게 손질해야 할지 대략 난감합니다. 손질하고 나면 갈치 내장과 대가리만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하나를 채우기 충분할 것입니다. 이날 아내는 소식을 듣고 냉동실을 비우느라 힘들었다고 합니다.

 

어차피 갈치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주변에 나눠주고 하면 금방 없어집니다. 그 커다란 줄삼치 예닐곱 마리는 선도 문제로 빨리 처리해야 하고요. 삼치도 토막 내서 저온에 넣어두어야 합니다. 손질 시작한 지 한 시간 째, 주방에는 온통 비린내가 작렬합니다. 갈치를 세던 아내는 총 108마리라고 합니다. 미끼로 쓴 것까지 합치면 아마 130마리는 잡혔을 것입니다.

 

많이 잡아도 문제(?)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부자 된 기분을 안겨주는 제주도 은갈치 낚시. 올해는 갈치 풍어라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단, 갈치 낚시를 간다고 해서 100% 이만큼 잡힌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낚시란 늘 그렇듯 해상날씨가 관건입니다. 10월에는 그나마 태풍이 줄어서 나은데 대신 북서풍이 발달할 시기로 너울이 높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날은 조과를 떠나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곤합니다.

 

갈치 낚시에서 유리한 물때는 조금이지만, 이날은 사리였습니다. 배가 포인트를 잘 잡은 탓에 조류가 적당했습니다. 이건 선장의 포인트 선점력에 더하여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죠. 지금부터 12월까지는 놓칠 수 없는 갈치 시즌입니다. 갈치 낚시를 가더라도 기상과 물때는 잘 체크해서 모두가 함박웃음 지을 수 있는 낚시가 되길 기원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서울 근교 생활낚시, 시화방조제 우럭 낚시

 

#. 제주도 갈치낚시 문의

은갈치선단(010-9121-7913)

http://www.eg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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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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