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꽃게 철이 한창입니다. 봄에는 암꽃게가 맛이 있고, 가을에는 수꽃게가 맛이 좋은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11월부터는 암꽃게도 제법 살이 차고 알도 채우기 때문에 암수 모두 맛이 좋을 때입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이러한 꽃게는 맛보기 어려워집니다. 월동을 나기 위해 제주도 혹은 그보다 더 남쪽인 동중국해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이듬해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다시 올라옵니다.

 

 

<사진 1> 암꽃게의 포란 과정을 보여주는 배딱지

 

<사진 1>은 암꽃게가 알을 채우는 과정을 A, B, C 세 단계로 보여줍니다. 

 

A : 초가을의 암꽃게입니다. 산란 직후이므로 아직은 알이 차지 않을 때입니다. 배딱지는 대체로 푸른색을 띱니다.

B : 추석을 넘긴 시점의 암꽃게로 이제 막 알이 차기 시작할 때입니다. 배딱지에 푸른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있습니다.

C : 이듬해 봄 암꽃게입니다. 산란기라 알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배딱지는 대체로 붉은색을 띱니다.

 

이후 6~8월 사이는 꽃게가 알을 낳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는 '금어기'입니다. 이 시기에 꽃게 조업은 물론, 해루질 같은 꽃게 잡는 행위는 전부 불법입니다. 또한, 금어기가 아니더라도 포란 상태에 놓인 꽃게(산란이 임박해 알을 몸 밖으로 꺼내고 다니는 꽃게)와 두흉갑(몸통의 세로 길이)이 6.4cm가 안 되는 어린 꽃게는 연중 포획 금지입니다.

 

 

<사진 2> 탈피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꽃게

 

금어기가 풀리는 8월 21일부터는 다시 꽃게잡이가 시작됩니다. 두 달 동안 꽃게를 잡지 못한 어민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마구잡이식 조업을 하고, 대형마트는 이렇게 잡힌 이른바 '햇꽃게'로 행사를 벌입니다. 가격도 1kg당 만 원 선이라 저렴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꽃게 산란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2~3회 정도 나누어서 합니다. 금어기가 끝난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도 일부 꽃게들은 산란을 마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암컷이 산란하는 동안 수컷은 탈피를 진행합니다. 탈피 즉, 껍데기 허물을 벗음으로써 한 단계 몸집을 불리고 성장해 가을 수꽃게가 상품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금어기가 끝난 직후인 초가을에는 일부 꽃게들이 여전히 탈피 중이고, 탈피 후 열흘까지는 <사진 2>와 같이 몸이 투명하고 붉게 보이는 일명 '물렁게'가 잡힌다는 점입니다. <사진 2>의 꽃게는 1년생으로 추정되는 어린 꽃게로 두흉갑 길이가 6.4cm가 안 되면 불법 유통입니다. 사실 <사진 2>의 꽃게는 이례적으로 붉은 극단적인 예시이고.

 

 

<사진 3> 껍데기가 투명한 꽃게는 살이 덜 찼다는 증거이

 

어느 정도 자란 꽃게가 탈피한 물렁게는 <사진 3>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껍데기가 투명해 그 속이 비치거나 살짝 붉은색이 나면탈피한 지 얼마 안 된 꽃게일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모든 물렁게가 이런 특징을 가지진 않으니 손으로 눌러 보아 껍데기가 단단한지 물렁한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사진 4> 상품성을 가진 꽃게

 

살이 찬 꽃게는 이런 모습입니다.

 

 

<사진 5> 역시 상품성을 가진 꽃게 배 부분

 

배는 희고 윤기가 나며, 눌렀을 때 단단해야 합니다. 다리를 보면 물렁게와 달리 희고 불투명합니다.

 

 

#. 고무줄 같은 꽃게 자원, 왜?

물렁게는 비단 8~9월에만 있지 않습니다. 9~10월에는 암꽃게가 탈피하는 시기입니다. 국내 해양학 권위자인 황선도 박사의 글에 의하면 "단단한 갑옷 속에 정포를 가진 수컷은 8~10월에 탈피를 끝낸 2년생 암컷 물렁게와 사랑에 빠져 10월의 어느 날에 교미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또한, "암컷은 사랑하는 임의 씨앗을 저정낭에 품고 성숙시키다가 다음 해 봄이 되면 인천과 군산 연안으로 들어와 6~9월에 2~3회 정도 다회산란을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금어기가 끝난 직후 어민과 대형마트는 살이 덜 찬 햇꽃게를 잡아다 파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러한 햇꽃게만 덜 잡아도 여기서 살아남은 꽃게들은 가을에 교미하고, 이듬해 알배기 꽃게가 되어 우리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로 사 먹는 꽃게는 1~3년생입니다. 꽃게 수명도 3년으로 추정합니다. 수명이 짧아서 불쌍하지만, 그만큼 에서 태어나 먹을 만한 꽃게로 자라기까지 1~2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생체 순환기가 빠릅니다. 그 말은 즉, 1~2년만 어장 관리를 잘 해도 개체 수가 금방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꽃게잡이 중국 불법 어선을 강력하게 단속하자 이듬해 풍어를 기록했듯이 말입니다.

 

해마다 꽃게 조업량은 떨어지고, 가격은 오르고 있습니다. 대기업 마트에선 햇꽃게로 잔치하고, 햇꽃게로 돈맛을 본 어민들은 햇꽃게 잡으려다 물렁게만 잡아 처리가 곤란해지자 산과 밭에 몰래 버리고.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중국의 불법 조업 탓만 하고.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 중국의 불법 조업 탓만 할 게 아니야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금어기를 지정한 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만든 달력으로 판단한 기준입니다. 해양 생물은 해마다 변화하는 절기에 맞춰 움직입니다. 해마다 추석이 달라지듯, 그해 절기도 적게는 1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 이상 벌어집니다. 여기에 꽃게는 그해 수온이 늦게 오르거나, 강우량이 적으면(강물에 떠내려오는 영양염류를 비롯한 각종 먹잇감이 줄어드니생육 조건이 까다로워집니다.

 

생육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꽃게는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산란기도 늦춰집니다. 어느 해루질러의 말처럼 10월에도 포란(알을 가득 품은) 상태에 놓인 꽃게를 본 적이 있다는 것도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년 같은 시기를 금어기로 지정한 것은 개체 수를 보존하자는 대의의 취지와 거리가 있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듭니다.

 

8월 21일은 금어기가 풀리는 날입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어민들은 피한 지 얼마 안 된 물렁게(껍질이 물렁해 주로 튀김용으로 이용)를 대량으로 잡아다 시장에 유통시키고, 대형 마트는 살이 덜 찬 햇꽃게로 마케팅 잔치를 벌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햇꽃게라고 잡았는데 아직 덜 자라 상품성이 떨어지는 꽃게, 이른바 '물렁게'를 처리할 방법이 없자 야산과 논밭에 무더기로 버린 경우입니다.

 

이러한 현상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의 불법 조업만 탓할 게 아닌, 우리의 탁상행정이 꽃게 자원을 망치고 있음을 실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어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물렁게 및 햇꽃게 유통을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붉은색 꽃게를 비롯해 어린 꽃게, 물렁게, 햇꽃게는 잡지도 말고 사지도 않았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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