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가득 오른 제철 대방어 뱃살

 

과거에는 맛이 없어 즐겨 먹지 않았던 방어가 지금은 '겨울에 꼭 찾아 먹어야 할 제철 음식'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전어와 꼼치(물메기)가 있지만, 대방어만큼 대세론을 이끌진 못했습니다. 이들 먹거리의 공통점은 최근 유행한 먹거리 방송의 수혜자라는 것. 몇몇 누리꾼은 맛없는 방어가 매스컴을 등에 업고 개천에서 용 났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제 블로그에도 이러한 견해를 비틀어 쓴 댓글을 볼 수 있는데.

 

"예전에는 방어가 맛이 없어 버려지는 생선이었는데 맛 경연 프로그램과 먹방에서 대방어 들고나와 끝내주네 뭐네 거짓말한 요리꾼들 덕에 요즘 인기가 많아졌다. 냄비 근성 이용해 돈 벌어먹기 참 쉬운 나라가 이 나라다."

 

이러한 편협함은 제철 방어를 찾는 모든 소비자를 냄비 근성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과거에 먹던 방어와 지금의 방어는 크기 선별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고, 이에 따른 맛 차이가 뚜렷하며, 횟감용으로 적합한 조업 방식, 칼질과 부위별 세분화, 심지어 일본에서 건너온 이케시메 숙성법(척수 마비로 즉살해 식감과 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주는 기술) 등의 조리 숙련도가 발달하면서 생긴 맛의 향상을 간과한 것입니다.

 

미식의 시대에서 점점 높아져 가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리법의 개발도 방어 맛을 한층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맛 없는 방어가 어느 순간 맛있어진 것이 아닌, 원래 방어가 가진 좋은 맛을 뒤늦게 발견하면서 맛을 한층 높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최악의 단점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방어가 아니라면, 방어 맛을 논하기 어려울 만큼 부질없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5kg 이상인 방어에 '큰 대(大)'자를 붙여 대방어라 부르지만, 저는 부위별로 완전히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고, 축적된 불포화지방산의 깊은 고소함까지 느낄 수 있는 8kg급 이상 방어를 진정한 대방어로 여깁니다.

 

제철 방어회는 곧 '대방어'라야 한다는 인식 때문인지 대방어 수요의 포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값도 천정부지로 솟았습니다. 평소에는 방어가 사촌격인 부시리보다 낮게 책정되다가도 겨울만 되면 이 둘은 역전 현상을 빚습니다. 맛과 가격에서도 부시리가 한수 위였지만, 겨울만 되면 이 둘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방어와 유사한 부시리가 방어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회를 뜨면 구별하기 어렵고, 어차피 구별해가며 맛을 음미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음을 노린 것입니다. 방어 값이 오르는 겨울, 부시리를 방어로 둔갑해서 거둘 수 있는 차익은 약 30% 정도. 물론, 의도적인 둔갑이지만, 일부 상인은 아예 구분하지 않고 팔기도 합니다. 실제로 두 어종은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제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방어 부시리 구별법'입니다. 

 

 

<사진 1> 방어와 부시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주상악골

 

방어와 부시리는 언뜻 봐서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쏙 닮았습니다. 모두 농어목 전갱이과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자 생김새와 습성도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철이 여름인 부시리는 가을과 겨울에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방어는 11~2월을 제한 계절에는 맛이 크게 떨어지고 기생충까지 들끓어 횟감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포인트는 전문용어로 '주상악골'이라 불리는 위턱의 단단한 뼈 구조에 있습니다. <사진 1>에서 보다시피 주상악골은 평상시 포개어져 있다가 입을 벌릴 때 벌어지는데 이때 벌어지는 뼈 모양이 날카롭게 각지면 방어이고, 둥그스름하면 부시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법은 근접했을 때나 가능합니다. 게다가 일부 양식산 방어는 어중간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구분 점이 모호합니다.

 

 

<사진 2> 지느러미의 끝선으로 구별하는 방어 부시리

 

그래서 나온 구별법이 지느러미 판별법입니다. 사진에서 1)은 옆 지느러미이고 2)는 배지느러미인데 이 둘의 끝 선이 거의 일치하면 방어이고, 어긋나면 부시리입니다. 부시리의 배지느러미가 방어의 배지느러미보다 조금 더 길어서 생기는 차이를 참고한 것입니다.

 

 

<사진 3> 방어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습니다. 산 방어는 방향타 역할을 하는 옆 지느러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배지느러미와의 끝 선이 자주 어긋납니다. 이렇게 정지 화면으로 보아선 부시리같지만, 실제로는 방어이며 옆 지느러미가 접히면서 착시효과를 낸 것입니다.

 

 

<사진 4> 방어의 각진 꼬리

 

#. 꼬리만으로 가려내는 대방어 구별법

이러한 기존의 구별법을 모두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꼬리가 있습니다. 꼬리로 구별하는 것은 수조 속 활어 형태이든 선어 형태이든 구애받지 않으며, 멀찌감치 서서 보아도 쉽게 구별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진 4>는 방어의 꼬리입니다. 5kg 이상인 대방어는 저렇게 꼬리가 각진 형태를 띱니다.

 

 

<사진 5> 부시리(히라스)의 꼬리

 

반면에 부시리는 크기와 상관없이 꼬리가 둥그스름합니다. 앞서 살핀 주상악골 형태에서도 날카롭게 각진 것이 방어이고, 둥그스름한 것이 부시리인데 꼬리도 같다고 보면 됩니다.

 

※ 주의

어린 방어는 이러한 꼬리 구별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방어 꼬리는 원래 부시리처럼 둥그렇습니다. 따라서 중방어와 소방어는 부시리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그러다가 3kg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꼬리 모양에 변화가 생기며, 5kg 이상인 대방어부터는 각이 집니다. 다시말해, 상품성이 높은 대방어일수록 각이 명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맛이 제대로 든 대방어라면 <사진 4>처럼 꼬리가 각이 져야 합니다. (방어는 큰데 꼬리에 각이 지지 않았다면, 부시리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정독하셨다면, 수조 안에 헤엄치는 이 녀석이 방어인지 부시리인지 대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방어와 부시리는 회를 떴을 때도 약간의 차이가 납니다. 이 내용은 가짜 대방어 판매 실태 글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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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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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과바다
    2017.12.26 19:5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입질님 덕분에 많은 것 배웁니다. 감사해요.
    꽁치(물메기) 라고 쓰셨는데 과메기 아닌가요? 아님 말구... ^^@~
  2. 박포관장
    2017.12.26 23:1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3일전에 가락시장에서 키로에 3만5천원하던데요 .. 12키로짜리 방어 .
    아주 맛있게 먹었음니다. 머리는 소금구이로 ...
    여기서 배운데로 구별을 해봅니다 ㅎㅎ제데로 보이든데요
  3. 2017.12.27 11:1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울릉도서 낚시로 잡던 그 손맛이
    이제는 그리워지는것 같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4. 개똥이아빠
    2017.12.30 09:2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유익한 정보 잘 배우고 갑니다.
    저한텐 꼬리 구별법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5. 신복로터리
    2018.01.03 08: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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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마지막 사진은 꼬리가 각이 진 거 같은데..
    방어라는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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