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우산 하나를 부여잡고 성요셉 성당으로 향합니다. 성요셉 성당은 누메아의 심볼과도 같은 존재이자 유명한 관광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꼬꼬띠에 광장에서 성요셉 성당까진 도보로 5분이면 갈 수 있는데요~ 지금 마음이 찹찹 합니다.

     

    성요셉 성당을 보고 난 뒤 Pol 전망대에서 화창한 날씨속에 남태평양과 어우러진 누메아 시내를 촬영하고 싶었거든요. 이젠 글렀나 봅니다. 날씨가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먹구름만 끼더니 급기야 장대비가 줄창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잠시후 성요셉 성당을 보고 나니 하늘에선 거짓말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뉴칼레도니아 여행기 #6, "찬란한 햇빛이 눈부셨던 성요셉 성당"



    좌측엔 꼬꼬띠에 광장이 보이는 누메아의 길거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혹시나 해서 챙겨온 3단 우산을 펴보니 대충 비는 안맞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DSLR 카메라를 내 가슴팍에 괴여서 비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비야 제발 멈추어라!"



    우리는 앙스바타 해변 -> 모젤항 아침시장 -> 꼬꼬띠에 광장을 거쳐 성요셉 성당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꼬꼬띠에 광장에서 화살표 방향대로 조금만 가면 비탈진 골목이 나오고 그 곳에 오래된 건물인 성요셉 성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요셉 성당

    하늘은 여전히 흐린 가운데 비가 내렸다 말았다 1분이 멀다하고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이대로 그쳐주면 좋으련만.. 흐린날씨에 사진빨도 문제지만 여행자의 옷은 젖어봐야 좋을게 없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둘러보고 싶은 곳도 남아 있으니 둘이서 최대한 몸을 밀착시켜가며 작은 우산에 의지한 채 성요셉 성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성요셉 성당은 1887년에 착공하여 1897년까지 무려 10년에 걸쳐 완성된 뉴칼레도니아 카톨릭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 입니다. 꼬꼬띠에 광장에서도 보이는 저 두개의 종탑은 매일 정오마다 1.5톤이나 되는 거대한 종을 울리기도 하구요. 비록 화려하거나 웅장한 느낌은 덜하지만 남태평양의 도시 한가운데서 이렇게 낡고 오래된 느낌의 고딕 양식 건물을 접하니 잠깐 유럽에 온듯한 착각도 불러 일으킵니다.



    성요셉 성당의 예배실

     

    외관을 좀 더 찍고 싶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일단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이곳은 엄숙한 성전이므로 둘러볼 때도 예의를 갖춰야 하며 플래쉬를 터트리거나 셔터음이 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배가 있는 날에는 촬영이 금지됩니다. 



    한낮의 성요셉 성당은 정말 고요함 그 자체 였습니다. 잠시동안 여기저기를 둘어보고 있는데 한쪽에서 아무도 없는 적막을 깨고 어디선가 소리가 납니다.

    "뚜벅뚜벅"

    신부님으로 보이는 늙은 노파께서 우리쪽으로 걸어 오십니다. 검은 피부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패인 신부님은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우리보고 따라오라고 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린 서로한번 쳐다보곤 그대로 신부님을 따라갔습니다.



    말도 안통할텐데 뭐라뭐라 물어보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살짝 들긴 했으나 지금으로 봐선 특별히 대화가 오갈만한 상황은 아닌거 같고 그저 신부님이 인도하는 길로 따라와서 이 자리에 서라고 합니다. 이곳은 예배가 없는 평일날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지 몰라도~ 이렇게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간단한 카톨릭 예식을 하려는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 하나이다~ 라고 말을 하는거 같습니다. 신부님은 우리둘 머리위로 양손을 살며시 얹더니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이라서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관광온 이방인들을 위해 축복을 주는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그리고 신부님께선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 드렸습니다~라며 손으로 양쪽 가슴을 번갈아 찍고 이마를 찍으면서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우리더러 똑같이 따라해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은 영화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약간 얼떨결에 신부님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고 기도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이게 끝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듯 살짝 웃어보이며 또 따라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이 자리에서 작은 구멍에 대고 손짓으로 가리킵니다. 이 구멍에 뭐를 넣으라는 걸까?

    "머니! 머니!"

    네 그런것이였습니다..;;  돈을 넣으라는 것입니다. ㅋㅋㅋ



    지갑을 열어 지페를 꺼내는데 1000프랑짜리 밖에 없더군요.. 나머진 동전인데~ 돈 구멍도 생긴게 동전 넣게 생긴게 아니라 가로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왠지 지폐를 넣어야 할것 같은 무언의 눈치를 받고선 그냥 1000프랑짜리 지폐를 넣었습니다.

     

    1000프랑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13,000원 정도 합니다. 순간 신부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거 같더군요...;;  ㅋㅋ 그리곤 신부님께서 아까처럼 우리 머리에 손을 얹으시더니 또 한차례 기도를 해주십니다. 저는 속으로...

    "이런 식이였군.. 관광객들을 상대로 꽤 짭짤하겠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이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성스러운 의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는지 몰라두요.



    저도 소원이랄까 내심 기도를 했습니다.

    "4박 6일간 머무는 뉴칼레도니아 여행, 아무 탈 없이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날씨 좀 바꿔주세요 제발요 ㅠㅠ"



    신부님과 인사를 나누고 저는 어젯밤 비행기에서 연습했던 프랑스어를 조심스레 꺼내들었습니다.

    "쀠쥬 프랑드르 윈 뽀토? (사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신부님은 고개를 끄떡이며 흔쾌히 허락을 합니다. 생전 첨으로 프랑스어 대화가 통하는 순간입니다. ㅋㅋ 지금 올리는 내부 사진들은 그렇게 허락을 받고 촬영을 한 것입니다.



    사실 와이프는 크리스챤이고 저는 종교가 없었으나 와이프를 만난 이후로 교회를 함께 다녀 새생명을 얻었습니다 ㅋㅋㅋ 전 믿음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함께 다닌지 8년째 입니다. 저와 와이프가 "낚시"라는 공통된 취미를 즐길 수 있었던 베이스는~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은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ㅎㅎ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는게 부부의 모습이 아닌가 싶구요. 서로 윈윈하는게 좋잖아요 ^^ 



    그렇게 신부님과 짦은 만남을 뒤로 하고선 밖을 나와보니

     

    "하...하늘이 개이고 있다!"




    성요셉 성당에서 만난 한국 자동차

    한국 자동차가 있는것도 신기하구요(시내를 다니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뉴칼레도니아에서 한국 자가용은 푸조 다음으로 많습니다 ^^;)



    구름이 거짓말같이 개이고 있습니다. 저쪽은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한데 비해..



    성당 뒷편으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우리 마음을 알아 준 것일까요? ㅎㅎ 사실 이곳 날씨는 워낙 변덕이 심하기도 하지만 낮선 이방인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던 신부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고 이렇게 밖을 나오자마자 왠지모를 절묘한 싱크로율에 오묘한 기분이 들면서 무거웠던 마음은 한층 가벼워집니다.



    푸른하늘 아래 성요셉 성당

    성요셉 성당은 우리말고도 다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햇빛이 눈부셨던 성요셉 성당"은 유럽의 문화와 남국의 정취가 공존하는 이곳 누메아의 중심지에 심볼로써 든든한 성당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날 누메아 관광을 하는 동안 여러차례 기상이 바뀌면서 제 마음도 오락가락 했는지 영~ 불안해했던 모양입니다. 일전에 브로슈어에서 화창한 날씨속에 촬영된 누메아 시내의 풍경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였기에~ 저 역시 그렇게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입니다. 먹구름이 지나가고 반가운 햇빛이 내려쬐자 어두웠던 누메아의 거리는 다시 밝아졌고 우리는 이 틈을 타서 누메아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Pol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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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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