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2월 말 대마도 낚시 - 제 2 화 -

 

 

부산항

 

이날은 아내와 결혼기념일 10주년이 되는 날. 그런데 제 옆에는 아내 대신 두 남자가 동행합니다. 아내와의 10주년 파티(혹은 여행으로 대체)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리 가족은 각자 일이 있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번 대마도 출조는 1년 전부터 계획했습니다. 평소 낚시를 자주 갈 수 없는 두 남자를 모시고 말이죠. 게다가 대마도는 그야말로 큰맘 먹고 가는 곳이어서 최소한 벵에돔 한 상자씩은 들고 가게 해주어야 가족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을까? 그러한 중책을 제가 맡은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본인의 기량과 자연이 부리는 조화에 달렸지만, 그래도 저를 믿고 따라와 준 분들이라 어깨가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역에서 새벽 5시 15분에 출발하는 KTX 첫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국제여객선터미널까지는 택시로 기본요금이 나오는 매우 가까운 거리인데요. 짐이 많아 택시 잡기도 좀 그래서 그냥 걸어갑니다. 그랬을 때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15분.

 

 

대마도 이즈하라항

 

그리고 오전 11시 30분, 대마도 이즈하라항에 입도합니다. 부산에서 불과 수십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마도지만, 엄연히 해외라 입도하기까지 국제편 출국 절차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마도에 입도한 수많은 낚시인

 

항에는 여러 낚시 민숙집이 픽업 나와 있습니다. 한창 시즌이라 그런지 배는 만석이고, 항에는 낚시인들로 북적입니다. 저와 일행도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민숙집 차량으로 서둘러 이동합니다.

 

 

벨류 마트

 

대마도로 입도할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 만날 때 (다음에 또 봅시다.) 같은 마지막 인사는 하지 말 것"

 

낚시계가 좁다 보니 역이든 터미널이든 낯익은 분들을 더러 봅니다. 인사하는 건 좋은데요. "잘 다녀오세요~", "다음에 또 봅시다~" 같은 인사를 해봐야 배에서 또 만나죠.

 

배에서 내리면 입국장(주로 S자로 구불구불하게 줄 서는)에서 또 마주칩니다. 각자 민숙집 차량으로 향할 때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인사하면, 여기(마트)서 또 만납니다.

 

정말 지겹도록 마주칩니다. ㅠㅠ 그래서 인사는 마트에서 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헤어지면 진짜 헤어지는 것이거든요. ^^; 어쨌든 중간에 벨류 마트에 들려 필요한 낚시 소품과 맥주, 캔 커피 등을 구입하는데요.

 

 

450엔짜리 김초밥

 

오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파 450엔짜리 김초밥 하나 사서 셋이서 나눠 먹었습니다. 참치와 연어, 흰살생선까지 내용물이 실한 김초밥입니다. (왜 우리나라에는 팔지 않을까? 낚시 못 가는 날에는 잔뜩 이용해 줄 의사가 있는데 ㅠㅠ)

 

 

대마도에서 첫 식사

 

민숙집에 여정을 풀고 일단 밥부터 먹습니다. 이즈하라에서 왔기 때문에 오후에 낚시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대마도 낚시가 시작됩니다. 이때가 오후 3시. 첫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그나저나 너울이 좀 있네요. 민숙집 신삐스텝이라 불리는 이의수 가이드님이 우리 일행을 데리고 이곳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혼자 저만치 서서 밑밥 스탠드를 펴고 계시는데요. 상남자네요. 저는 카메라 때문에 저런 낚시 못 합니다. 우리는 세 사람이라 한 사람은 자기 쪽에 붙어서 낚시하라며 호의를 베푸셨지만, 우리 셋은 서로 사진 찍어주기로 해서 그냥 하기로 합니다. (저랑 낚시가면 이렇게 피곤합니다.)

 

 

대마도 낚시 첫날은 B반유동 채비로 꾸렸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30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5호 세미플로트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상흑' B,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리미티트 2~2.5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6호로 시작 → 긴꼬리전용바늘 8호까지 사용

나루호도매듭 : 바늘 위 2~2.5m 부근

 

 

낚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상원아빠님이 30cm급 벵에돔을 올립니다. 스타트가 좋은데요?

 

 

잠시 후 제에게도 입질이 왔으나 방생 씨알이 올라옵니다. 긴꼬리벵에돔인데도 입질이 약습니다. 현재 바늘이 7호라 6호로 낮춰봅니다. 포인트 상황은 바람이 좀 불고 너울은 꽤 거친 상태. 수심 3~4m의 얕고 거친 여밭이 꼭 마라도의 필드와 비슷합니다.

 

사방이 여밭으로 둘러싸였는데 거의 지뢰밭 수준이라 잠시라도 한눈팔면 그냥 밑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반탄류에 밑채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B찌와 g2봉돌 두 개를 분납해서 달고, 나루호도매듭으로 수심 2.5m 반유동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상원아빠님이 큰 입질을 받고 뭔가를 끌어올리는데요. 그 순간 일어난 사고. 

 

 

으아~ 시작과 동시에 상원아빠님에게 가혹한 상황이 들이닥칩니다. 4짜 벵에돔을 들어뽕하다 90만 원짜리 낚싯대(시마노 파이어블러드)가 박살. ㅠㅠ

 

 

그 와중에도 저는 사진 찍기에 급급하니.. (자세가 왜 저래 ㅎㅎ)

 

 

낚싯대와 맞바꾼 벵에돔

 

상원아빠님,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습니다. ㅠㅠ

 

 

상원아빠님이 예비 낚싯대로 새 채비를 꾸리는 동안 제게 시원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그래 바로 이 맛에 낚시하지~!

 

 

하지만 제게 낚인 것은 민증도 없는 긴꼬리벵에돔. 이런 건 방생합니다.

 

 

자리가 협소해 나와 최필님은 로테이션 낚시를 하는 상황

 

한동안 잠잠하던 최필님이 낚싯대를 세우는데

 

 

30cm급 긴꼬리벵에돔이 첫수로 올라옵니다. 한동안 채비에 확신이 없었는지 입질을 받지 못하다가 느지막이 한 마리 올렸는데요. 이 기세를 몰아 연타로 낚이길 바라봅니다.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모처럼 제게 큰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밀고 들어오는 너울에 찌가 갯가로 빠르게 붙으면서 체류 시간이 적다는 것이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울이 잦아지면서 찌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입질 확률도 높아진 상황입니다.

 

찌가 스르륵 잠기는데 이 녀석들이 확실하게 고개를 돌리지 못해 찌도 수면 아래 잠긴 상태로만 있습니다. 더 기다릴지, 챔질해버릴지 고민하다가 뒷줄을 살며시 잡아당기는데 이때 쭉 하고 내달리는 과격한 입질. 동시에 낚싯대를 세우며 "왔다"를 소리쳐봅니다. (이 말을 무진장 하고 싶었는데 ㅎㅎ)

 

순간 쫘~~~ 하더니 쿡쿡~~~ 내리 꽂는 녀석의 힘.

 

 

원래는 너울에 벵에돔을 태워서 올리는데요. 이 중요한 순간에 너울이 안 치는 겁니다. 벵에돔이 갯바위에 걸려 있어 이때 너울 한방 밀어주면 되는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너울이 안 오니까 뜰채를 찾고. 그런데 뜰채가 너무 멀리 있어 상원아빠님이 서포트 해줍니다.

 

 

 

"한 마리 했습니다."

 

뜰채에 담긴 벵에돔이 아주 묵직합니다. 이런 벵에돔을 잡으려고 이 혹한기에 대마도를 찾는 것이 아닌가 싶은..

 

 

42cm급 벵에돔

 

고놈 잘 생겼다. 얼마나 몸부림을 치는지 비늘이 벗겨질 정도.

 

저만치 낚시하던 민숙집 스텝, 이의수님이 대물 벵에돔을 잡아 옵니다. 그리곤 우리 물칸에 넣어주시는데요? 아니 이걸 왜 우리에게... (속으론 고마워 죽을 것 같은 ㅎㅎ) 그래서 추측해보건대 민숙집에서 지령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은.

 

"입질의 추억 낚시 못 하니까 가서 좀 거들어줘라"

 

대략 이런 느낌?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민숙집 가이드님까지 우리의 살림망에 보탬이 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최필님이 한 건 해주셔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채비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요. 운영이 문제인지 혹은 제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문제가 있는지 유독 최필님만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애를 태웁니다. 모르긴 몰라도 최필님의 속마음은 지금 숯검정이 되어가고 있을 듯. 그 심정은 마치..

 

고기 실컷 구워 먹고 그 잔열에 고구마까지 구워 먹는 모습을 뒤에서 손가락 빨며 지켜보는 심정이랄까.

 

 

여기 고구마 구워 드신 분이 또 오셔서 우리의 살림통에 채워주고 갑니다. ㅎㅎ

 

 

숯검정은 그렇게 꺼지고 마는가 싶었는데

 

 

에게게..이런 거로 지금 웃음이 나와요?

 

 

시간은 오후 5시. 낚싯대를 바꾼 상원아빠님이 모처럼 큰 입질을 받았습니다. 낚싯대 휨새를 보니 카메라 들고 달려가야 할 듯.

 

 

이번에는 파도에 실려 들어뽕에 성공.

 

 

준수한 씨알의 벵에돔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장면은 찍어봐야... 해서 이번에는 사진을 생략하고요.

 

 

지금부터는 낚시에 집중해야 할 시간. 벵에돔 낚시에서는 놓칠 수 없는 해넘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한 마리를 잡아도 대물.

 

 

그 순간 상원아빠님이 가까운 곳에서 히트하는데 이번에도 휨새가 예사롭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거슨...?

 

 

42cm급 돌돔

 

벵에돔 채비에 웬 갯바위의 폭군이 올라오네요? 제 눈엔 이상하죠. 이게 상원아빠님에게 잡힐 리 없는데 말입니다. 혹시 눈먼 고긴가 싶어 반대편 눈을 살피는데..

 

 

멀쩡하군요..;; 그럼 왜 낚였을까요? 사실 벵에돔 낚시에서 이런 씨알의 돌돔이 낚이는 것은 그다지.... 흔한 일입니다. (죄송) 핵심은 후킹된 부위에 있습니다. 보통은 벵에돔 바늘이 작아서 삼키는데요. 그러면 이빨에 목줄이 그대로 쓸리고 맙니다. 돌돔 이빨 좀 보십시오. 이빨에 비해 목줄은 얼마나 가느다랗고 연약해 보입니까?

 

돌돔이 물 때 챔질 타이밍을 빨리해서 바늘을 삼키지 못하게 ㅓ리ㅏㅇ ㄹ; ㅇ노러 이ㅗ랄... 이런 건 정말 힘든 일이죠. 물속에서 반응하는 녀석이 돌돔인지 벵에돔인지 일일이 알기도 어렵고. 그래서 결론은 '운. 다시 말해, 운빨이 어느 정도 작용해야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더라도 그 힘을 버티고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낚시인의 기량이지만요. 상원아빠님이 초창기에는 대물을 걸어도 곧잘 터트리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낚싯대를 세우자마자 릴을 감는 습관이라든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졌어요. 무엇보다도 파이팅이 차분해지면서 이제는 슬슬 베테랑 꾼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참.. 낚싯대 뿌라먹었죠? 깜빡 잊었네..

 

 

잠잠하던 최필님이 긴꼬리벵에돔을 한 마리 올리는데요. 해넘이에 이런 씨알을 골라 낚기도 쉽지 않을 텐데 ㅎㅎ

 

 

그리고 제게 당찬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혹시 몰라 베일을 풀고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원줄을 휘릭 가져가는 제법 긴꼬리다운 입질이 들어옵니다.

 

 

 

"촤~~~~~~~~~"

 

그런데 상원아빠님 채비랑 엉켜버렸네요.

 

 

35cm급 긴꼬리벵에돔

 

꼬리가 휘는 바람에 실제 크기보다 작게 나왔지만, 이것도 시간대를 감안한다면 썩 좋은 씨알은 아니죠.

 

 

첫날은 그렇게 세 시간이라는 짧은 낚시를 뒤로하고 철수했습니다. 이날 방생급 포함 세 마리 잡은 최필님은 반성 당구.. 아니 반성 낚시하세요.

 

문제는 저 돌돔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인데요. 잡은 사람이야 당연히 집으로 가져가서 토끼 같은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먹고 싶을 텐데요. 그러면 맛이 없을 게 뻔하잖습니까? 12시간 이상 숙성이 될 텐데..

 

반대로 저는 저 돌돔을 여기서 떠먹어야 조행기가 질적으로 완성되고 보는 사람도 대리만족하게 되죠. 내일 오전에 이 돌돔을 걸고 내기 낚시를 해볼까? 내가 이기면 여기서 회 떠 먹고, 지면 상원아빠님이 가져가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상원아빠님이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죠? ^^;

 

우선 오늘은 늦었으니 돌돔을 비롯한 벵에돔은 어창에 살려두기로 하고 내일 결론지어볼까 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남자들의 로망 대물 벵에돔을 포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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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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