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벵에돔 낚시(2018년 2월 말) 조행기입니다. 이전 편을 못 보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1) 즘 대세인 대마도 낚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 포인트

2) 우연히 낚인 갯바위의 폭군 돌돔

 

 

대마도 낚시 첫날 밤, 민숙집 저녁 상차림

 

벵에돔 낚시에서 우연히 돌돔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기분은 한껏 오른 그날 밤. 시간이 늦어서 돌돔회는 뜨지 못하고 대신 나온 것은 긴꼬리벵에돔입니다.

 

 

긴꼬리벵에돔 회

 

지금부터는 산란기에 접어들면서 제철의 끝자락에 왔습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적당한 탄력과 기름기가 일품인 긴꼬리벵에돔 회.

 

 

원래는 밤에 짬 내서 에깅 낚시를 하려고 했지만, 보시다시피 첫날입니다. 원정 낚시 오면 꼭두새벽부터 시작된 여정에 피곤함이 극에 달할 때이기도 하죠. 이날은 식사 때 다른 팀과 겸상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그렇게 우리는 2차를 갔습니다. 2차는 민숙집 방에서 ^^;

 

 

안주가 없어 이날 잡은 벵에돔 중 실한 녀석을 한 마리 꺼내 손수 회를 쳤습니다. 창원에서 오신 김진인 형제분, 이날 반가웠습니다. ^^

 

 

다음 날 아침, 어제와 같은 포인트로 향했다

 

대마도 낚시 2일 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와 일행은 어제 낚시한 장소로 들어갔습니다. 어제는 너울이 너무 세서 낚시하기가 까다로웠는데 지금은 차차 죽고 있습니다. 이에 적당한 포인트 여건이 만들어지는 듯한데요.  

 

 

다른 팀도 저만치에서 낚시를 시작합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B 반유동으로 시작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동양레포츠 리미티드 원정기 1.7-530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3000번 LBD릴

원줄 : ZEN 세미 플로트 3호(쯔리겐 원줄이 절판된 관계로 예전에 얻은 사은품을 써야 하는 상황 ㅠㅠ)

어신찌 : 쯔리겐 구레전과 B,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리미티트 2.5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7호로 시작 → 6호로 낮춤

나루호도매듭 : 바늘 위 2~2.5m 부근

 

어제와 비슷한 채비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혹시 모를 이른 새벽의 대물에 대비해 낚싯대와 원줄을 한 단계 올렸다는 점. B 반유동 채비인 것도 어제와 같지만, 찌는 바뀌었습니다.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20g짜리 원투용 찌를 썼고, 이날은 바람과 너울이 잦아들어서 예민한 7.5g짜리 찌를 사용했죠.

 

 

시작과 동시에 첫수를 낚은 상원아빠님

 

포인트는 3~4m 수심의 거친 여밭으로 마라도와 비슷한 필드입니다. 대물 벵에돔이 물면, 강제집행할 수 있는 튼튼한 채비가 필요한데요. 이렇게 너울이 잦아들면, 녀석들이 예민한 입질을 보이면서 채비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방법은 잘~~ 하는 수밖에 없겠지만요. ^^; 그런데 낚시 시작과 함께 상원아빠님이 중치급 벵에돔으로 첫수를 올립니다.

 

 

이어서 연타석 입질을 받아내는 상원아빠님. 확실히 실력이 많이 올랐습니다.

 

 

고기 들고 자세 잡아주는 것을 폰카로 확대해서 찍는데요. 고기가 어디에 매달렸는지 한참 찾았습니다.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 ^^;

 

사실 저의 낚시는 늘 카메라를 끼고 합니다. 블로그 특성상 숙명이죠. 때문에 카메라 둘 곳이 없는 수심 낮은 여밭은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파도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카메라를 지척에 둘 수 없으니까요. 해서 요즘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데요. 아무리 최신 기종이라도 이렇게 확대해서 찍은 사진은 해상도가 좋지 못한가 봅니다. 쩝.

 

 

오전 7시 45분, 내게 첫 입질이 들어왔다

 

낚시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 즈음, 제에게도 첫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마치 밑걸림처럼 자물자물 들어가는 찌를 수 초간 참는데 이때만 해도 잡어일 확률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찌가 스르륵 들어가고 수면에 늘어진 원줄이 펴지는 찰나, 대물 벵에돔임을 직감하고 사선으로 힘껏 챔질.

 

"휘이잉~"

 

대를 세우자마자 피아노 줄 소리가 납니다.  

 

 

멀리서 받은 입질

 

대를 세워 힘을 가늠해 보는데 순간적으로 15m 앞로 치닫는 녀석.

 

 

여기서 내주면 게임 끝이란 생각에 안간힘으로 버티는데, 손목을 꺾고 들어가는 힘에 낚싯대 각도가 수면 가까이 떨어지면서 빨간불이 켜집니다. 수심 낮은 거친 여밭이라 여유를 주는 순간 그대로 굴에 박힐 것이 뻔한 상황. 양손으로 붙들면서 그대로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린 지 수 초. 드디어 녀석이 수면에 떠 오릅니다.

 

 

대물 벵에돔 히트 장면(창을 키워서 보시길 권합니다.)

 

한 손으로 받쳐 들기 버거운 씨알

 

낚시 시작하고 30분 동안은 발밑을 쪼아봤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그래서 20m 정도 캐스팅해서 받아낸 입질인데 일단은 적중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가까운 곳에서 입질이 집중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날은 너울이 죽어서 그런지 큰 녀석들은 조금 멀리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46cm급으로 추정

 

갓 낚은 벵에돔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 상원아빠님도 입질을 받아낸 것 같습니다.

 

 

오~ 뜰채 댈 씨알.

 

 

너울이 밀고 들어와 뜰채 대신 들어뽕으로 끌어올리는 상원아빠님.

 

 

씨알이 괜찮아 보입니다.

 

 

42cm급 벵에돔

 

달려가서 DSLR 카메라로 담아봅니다. 이른 아침부터 대물 입질이 빈번한데 사진 촬영으로 시간을 허비해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고. 그래서 저는 타작이라 할 만한 마릿수가 사실상 힘듭니다. 서두에서 썼지만, 사진은 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숙명이기에. 훗날 이 일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즐길 때가 온다면, 그때나 가능하려나~

 

 

이어서 제게 30cm 중반급 벵에돔이 걸려듭니다. 전반적으로 떠서 무는데 입질은 매우 약습니다. 바늘도 7호에서 6호로 낮추고 견제동작을 해줘야 입질을 받아내는 까다로운 상황. 그나저나 색이 참 예쁘죠?

 

 

오전 8시 40분, 또 다시 입질

 

원래 포인트에서 입질이 뜸하자 여를 넘겨서 받아낸 입질. 여 덩어리가 가로로 길게 뻗었는데 그 거리가 전방에서 15m 정도 떨어진 터라 입질을 받아도 파이팅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정말 대물이라면 여로 처박으면서 못 먹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씨알은 그냥 수상스키 태워버리고. 지금은 손맛이고 뭐고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마릿수가 아쉬운 시점이라 뭐든 걸면 강제집행으로 무 뽑듯 뽑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녹록지 못한 상황이었죠. 저야 이번 출조에서 고기를 못 가져가도 크게 상관은 없는데, 저와 동행한 두 분은 일 년에 대마도를 한 번 올까 말까 해서 아무래도 조황에 신경이 쓰입니다.

 

 

그나마 우리가 선 자리는 나은 편이었죠. 저쪽은 파도가..

 

 

더욱이 염려되는 것은 어제 방생급을 포함해 세 마리에 그친 최필님입니다. 여태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제가 한 마리 추가했지만, 이제는 기분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최필님이 사진 찍으려고 대마도까지 온 건 아니죠. 이럴 때일수록 의기투합해 번갈아 가면서 낚아야 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유독 최필님만 입질을 못 받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제가 최필님의 채비를 점검해보지만, 언뜻 봐서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운영이 문제일까요? 보통 초심자가 벵에돔 낚시에서 흔히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채비 내림'입니다. 캐스팅 후 늦어도 40초가 지나면, 찌 밑에 달린 조수우끼고무(수중쿠션)가 내려가야 합니다. 이게 내려가지 않으면 목줄 수심만 확보한 채 허공을 맴돌 것이고, 입질 확률은 매우 낮아지겠죠 

 

이곳은 수심 3~4m 여밭이라 목줄을 한발(약 1.5m)만 장착하도록 권했습니다. 한발 짜리 목줄이 정렬되기까지 20초면 충분합니다. 너울과 반탄류를 감안하더라도 40초가 지나면, 채비 하강이 돼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최필님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도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저도 그렇고 본인이 매우 답답할 것입니다.

 

장소가 협소한데 여럿이 부대끼면서 하면 아무래도 낚시가 꼬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은 자리를 비켜주고 다른 곳에 담가보기로 합니다. 

 

 

다른 팀이 일찍 철수한 자리로 가서 낚시를 준비합니다. 좀 전까지 파도가 거세게 몰아친 곳인데요.

 

 

현장은 허연 포말이 근사하게 일고 있었기에 포말이 소멸되는 지점에 채비와 밑밥을 넣고 대물 벵에돔을 노려봅니다. 그런데 너울이 어찌나 세게 밀고 들어오는지 던지면 몇 초 지나지 않아 찌를 갯바위로 밀어붙입니다. 먼 곳을 노려보아도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 결국, 이 자리는 포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최필님과 함께 낚싯대를 드리우는데 입질은 여기서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뿔싸"

 

녀석이 돌 틈에 머리를 처박아버렸네요. 몇 번을 당겨도 나올 기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다렸다 빼낼지, 채비를 끊고 새로 시작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은 벌써 10시라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씨알도 나쁘지 않아 일단은 챙겨보기로 하는데요. 성질이 어지간히 급한지 1분을 못 기다리고 낚싯대를 요리조리 잡아당겨 봅니다.

 

 

그 순간 '쏙'하고 빠져나오는 겁니다. 어지간해선 돌 틈에 한번 박힌 녀석을 빼내기가 어려운데 이번에는 제가 운이 좋았고, 녀석이 운이 나쁘군요. 

 

 

드디어 녀석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뜰채를 댈까 하다가 너울이 밀고 들어올 때 타이밍 맞춰 끌어올릴 생각인데

 

 

녀석이 갯바위 따개비에 걸려 바둥거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너울 한방 밀어주면 손쉽게 끌어올리는데요. 한참을 기다려도 너울이 안 치는 겁니다. (이건 대체 무슨 조화인지..) 지금까지 쉴새 없이 치던 너울이 왜 갑자기 안 치고 난리인지. ㅠㅠ 결국, 뜰채를 대야 하는 찰나에 

 

 

녀석이 갯바위에 미끄러지면서 다시 처박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간신히 올렸네~ 이제야 너울에 실려 올린 녀석은 기진맥진한 상태.

 

 

40cm도 안 되는 녀석이 힘은 어찌나 쓰던지. 

 

 

이날 상원아빠님이 잡은 43cm급 벵에돔

 

 

그리고 제가 잡은 45.5cm가 장원이 되었습니다. (이날 만원빵 내기를 했야 했는데)

 

 

이 두 마리를 최필님이 들고 기념사진을 찍.....을 기분이 나냐 지금? ㅎㅎ 결국, 최필님은 이날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입질도 받지 못했다죠.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이 문제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리는 오후 출조를 위해 서둘러 점심을 먹고

 

 

곧바로 강행군을 펼칩니다. 배를 타고 나가는데 빨간색 구명복을 착용하라고 하더군요. 이미 구명복을 착용한 상태인데 그 위에 덧입으라는 겁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요즘 대마도에서 해경이 구명복을 단속하는데요. 낚시꾼이 입는 갯바위 구명복이 못 미더운지 공인된 구명복을 입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벌금도 무지하게 셉니다.)

 

이 때문에 낚시인들이 쓸데없이 구명복을 이중으로 입어야 하고, 그것도 귀찮아 살짝 걸치기도 하는데요. 우리만 탁상행정을 하는 줄 알았더니 일본도 비슷한가 봅니다.

 

 

그길로 우리는 미네만을 벗어나 외해로 진입합니다. 최필님을 먼저 내려주고 우리가 내리려던 순간, 너울 때문에 배가 후진해 버렸습니다. 최필님은 자길 버리고 가는 줄 알았답니다. ㅎㅎ 다시 접안을 시도해 보는데 여의치 않아 이 자리는 철수.

 

 

민숙집 스텝분(김성진 프로)이 우릴 가이드해 주고 홀로 직벽에 내립니다. 위에 새똥 하얗게 쌓인 것 좀 보세요.

 

 

후타마타로 돌진

 

직벽 자리가 상황이 여의치 못하자 미네만 입구에 있는 후타마타로 향합니다. 제 기억에 이곳은 모 아니면 도식의 조황을 보이곤 했는데요. 게다가 지금은 너울이 완전히 죽어서 불안합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어떤 낚시를 이어가게 될지. 오전에 입질을 받지 못해 풀이 죽은 최필님. 과연 이곳에서는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대마도 낚시, 연속으로 꽝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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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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