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외나로도 선착장

 

최근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한 입질의 추억. (올해는 죽어라 일만 하라는 것인지) 잠시 머릴 식힐 겸 1박 2일 일정으로 외나로도를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 출항을 서두르는데요. 이날 노리는 대상어는 '무엇이든' 입니다. 일단 채비는 농어 루어와 참돔 타이라바를 준비했는데. 

 

 

출항 전 채비를 점검합니다. 이날 사용할 바이브레이션인데요. 바늘을 보면, 농어의 원활한 후킹에 대비하기에는 바늘이 작아서 뒷바늘만큼은 큰 것으로 교체합니다.

 

 

뒷바늘을 교체한 모습입니다. 과연 여기에 따오기급 농어가 물어줄지..

 

 

정원 다섯 명인 배에 저와 최필님이 독배로 나갑니다.

 

 

오늘 하게 될 낚시는 곡두여와 탕건여를 거쳐 종착지인 광도에서 마무리합니다. 원래 광도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다음날 광도를 갈 예정이라 첫날은 갯바위와 타이라바를 놓고 고민하다가, 갯바위에 이렇다 할 조황이 보이질 않아서 조금이라도 확률 높은 선상낚시를 택했던 것.

 

 

항에서 10분쯤 달려 나오자 곡두여와 탕건여가 차례대로 보입니다.

 

 

첫 번째 기착지는 무인도인 곡두여입니다. 원명칭은 '꼭두녀'인데 나로도 사람들은 곡두여나 꼭두여 정도로 부르는 듯합니다. 이곳은 예전에 제가 감성돔 낚시를 했던 곳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이른 아침이니 새벽녘 갯가로 바짝 붙었을 농어를 노리고자 바이브레이션을 세팅해 던져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갯바위가 갈라지거나 후미진 곳을 집중해서 노리는 것이 일반적인 농어 루어낚시인데..

 

 

역시 최필님은 평범한 낚시를 거부하네요. 시작부터 해초 더미를.. 하지만 해초 더미가 걸린 건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갯가로 바짝 붙여서 캐스팅했다는 증거니까요. 다만, 너무 붙이면 바이브레이션이 상하거나 갯바위 및 따개비 등에 걸려 낭패 볼 수 있다는 것이 함정. 이날 최필님이 이걸로 고생 좀 했죠.

 

 

멀리서 바라본 곡두여는 하나지만, 실은 두 개로 나뉜 섬입니다. 섬과 섬 사이 물골이 왠지 농어가 다니는 길목처럼 보이는데요. 선장이 휙 지나는 걸 보니 제가 생각한 만큼의 포인트는 아닌가 봅니다.

 

 

몇 차례 캐스팅에 별다른 반응이 없자 미련을 버리고 포인트를 옮기는 이성훈 선장. 이럴 땐 빠른 판단력이 중요하겠지요?

 

 

채비 사진을 남겨두는데요.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도래의 결착 상태. ㅠㅠ 덕분에 다음 캐스팅에서 애꿎은 바이브레이션만 날렸습니다.  

 

 

탕건여에 도착

 

현장에는 돌돔 원투 낚시 외에 이렇다 할 낚시가 행해지지 않았다

 

십여 분쯤 달려서 도착한 곳은 고흥 외나로도권에서 준원도권에 속하는 탕건여. 작년 가을 이곳에서 감성돔 낚시하다 잿방어가 들어와 재빨리 루어 채비로 전환했는데 거기서 몸길이 80cm 정도 되는 날새기(코비아)를 걸었다가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돌돔 원투꾼이 몇 분 들어왔는데요. 이 좋은 곳에 릴 찌낚시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 아직은 조황이 부진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농어를 노리고자 바이브레이션으로 캐스팅 루어를 하는데 괜찮은 씨알의 볼락이 걸려듭니다.

 

 

이날 우리의 낚시를 진두지휘하신 이성훈 선장

 

참돔을 노리는 타이라바 채비에는 쏨뱅이가 올라옵니다. 이를 지켜본 제가 무엇으로 노려볼까 하다가..

 

 

80g짜리 타이라바를 세팅합니다.

 

 

타이라바에는 전날 사온 싱싱한 갯지렁이를 달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입질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겠지요.

 

 

고래여

 

탕건여 바로 앞에 있는 고래여입니다. 이날 우리가 배를 타지 않았다면, 저 자리에서 참돔을 노렸을 텐데 상황을 보니 배타길 잘했습니다.

 

 

이성훈 선장의 채비에는 작은 붕장어가 올라옵니다. 수온도 그렇고 여러모로 분위기가 냉랭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참돔이든 농어든 잡아내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원래는 탕건여 주변에서만 낚시할 계획이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선장님이 광도로 가자 합니다.

 

 

광도

 

20여 분 달려서 온 곳은 여수시 삼산면에 속하는 광도(廣島). 말그대로 주변 섬보다 넓다고 하여 넓을 광(廣)자를 쓴 광도입니다. 실제로 섬 주변을 둘러보니 지천이 갯바위 포인트입니다. 자리가 널찍해 야영 낚시도 가능할 뿐 아니라, 해안선 자체가 굴곡이 심하니 갯바위 포인트로는 제격인 곳이죠.

 

사실 광도는 낚시 입문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섬이고 언젠간 가야지 마음먹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찾았는데요. 다른 낚시도 아니고 농어 루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광도의 명포인트 중 하나인 검은여

 

어쨌든 지금은 농어 낚시 피딩타임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광도의 주요 포인트를 다니면서 하나하나 두드려볼 생각입니다.

 

 

수중 포식자를 피해 갯가로 튀는 멸치들

 

갯바위 주변을 돌며 농어가 나올 만한 포인트를 탐색하던 중 멸치 무리를 발견합니다. 수중 포식자를 피해 갯가로 튀어오르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요.  

 

 

갯가로 튄 멸치는 대게 거북손이나 따개비 등에 걸려 꼼짝 못하다가 게의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농어가 입질할 만한 곳에 캐스팅합니다. 사진의 X 표시에 바이브레이션을 정확히 넣어야 하는데요. 오랜만에 루어낚시라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는데(게다가 농어 루어낚시는 이번이 두 번째라) 몇 번 던지다보니 적응되기 시작합니다.

 

 

꺼벅두럭여

 

앞서 포인트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꺼벅두럭여로 향합니다.

 

 

이곳은 딱 봐도 수심 깊고 대물이 우글우글할 것 같은 느낌.

 

 

이때 이성훈 선장이 농어를 히트합니다. (드디어 시작됐구나.)

 

 

비록, 깔따구 크기지만 어쨌든 농어가 확인됐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때부터 저와 최필님의 캐스팅이 바빠지는데..

 

 

희한하게도 입질은 이 선장에게만 들어옵니다. 고흥 토박이라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낚시 실력이 어디가겠냐만.. 역시 낚시는 요령입니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분야죠.

 

 

이제 막 깔따구를 벗어난 농어가 올라왔다.

 

이번에는 약 50cm에 달하는 농어가 올라옵니다. 사이즈는 둘째 치고라도 연달아 입질이 들어올 정도면 피딩타임이라 할 수 있는데 왜 우린 입질이 없을까? ㅎㅎ

 

 

그 와중에 업무 처리하느라 바쁜 입질의 추억

 

세 번째도 네 번째 입질도 모두 이 선장의 몫.

 

 

그래도 농어의 생명력 넘치는 몸부림과 바늘털이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 (이걸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아따 손님이 잡아야제 선장 혼자 잡아서 뭐하남?"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기 직전. ㅎㅎ

 

꼬리지느러미를 보아 흡혈충에 갉아 먹힌 자국이 보이죠? 피도 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흡혈충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는 이 현상을 농어의 게으름으로 봅니다. 흡혈충은 '시모토아 엑시구아'라는 등각류의 일종인데 주로 느리게 유영하는 숭어 붙어 피를 빨아먹습니다.

 

농어가 숭어보다는 빠를 텐데 지금 농어에 저런 자국이 있다는 것은 월동을 마치고 북상을 마친 농어가 이곳에서 베이트 피시를 먹으며 정착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물때만 잘 맞으면 한무더기 잡아낼 만한 조건을 갖춘 것이죠.

 

 

한동안 농어 낚시를 이어갔지만, 이 선장이 잡은 네 마리로 상황은 종료됩니다. 지금은 오후 피딩 타임을 보기 위해 든든히 먹어둬야 할 때. 선장님이 식사를 준비해 왔지만, 그래도 농어 낚시를 왔으니 한 마리 정도는 썰어 먹어야겠지요. 좀 전에 잡은 농어 중 그나마 큰 것으로 고릅니다.

 

※ 아래 사진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소 징그러울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려 했으나 진 설명이 도저히 안 돼 그냥 올립니다.)

 

 

다수의 고래회충이 항문 쪽에 뭉친 모습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알게 될 것이면 '정확히 알고 넘어가는 것'이 현대 사회에선 필요한 덕목이겠죠. 회를 뜨기 위해 50cm급 농어 배를 갈랐더니 예상대로 고래회충이 드글드글합니다. 그 말은 즉, 이 시기 멸치 같은 베이트 피시를 잔뜩 먹고 살을 찌운다는 증거입니다.(고래회충 자체가 먹이사슬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니) 부레 주변으로 낀 내장 지방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해주고.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난 2015년에 있었던 '고래회충 오보 사건'처럼 확대 보도가 나가 전국의 횟집 및 수산업계에 크나큰 타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주로 먹는 양식 횟감과는 1도 상관없는데 말입니다. (양식에 고래회충의 발견은 극히 드물죠.) 

 

그런데 보십시오. 고래회충이란 것은 인류가 뒤늦게 발견해 호들갑 떨기 이전부터 바닷물고기의 뱃속 살고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이전부터 선조들과 어민들이 회를 즐겨왔었죠. 다시 말해, 원래 있었던 녀석일 뿐, 최근에 생긴 벌레가 아니란 겁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마치 '고래회충이 발견된 생선회를 먹으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해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합니다. 우리 식탁에도 고등어 구이가 올라가는데 그 고등어에는 고래회충이 없었을까요? 단지 모르고 먹었을 뿐.

 

횟집 반찬으로 나오는 열빙어(시샤모)의 알, 유심히 안 보셨죠? 앞으로도 안 보고 드시길 권합니다. ^^;; 고래회충은 그냥 단백질 깜도 안 되는 미물 중의 미물입니다. 산채로 먹으면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고래회충은 99% 내장에만 서식합니다. (근육에서 발견되는 충은 고래회충이 아닌 다른 충입니다.) 일단, 발견되면 내장을 말끔히 제거하고 특히, 항문 부분을 잘 긁어냅니다. 칼, 도마도 한 번 더 씻어서 감염 확률을 원천 봉쇄하면 그만이죠.

 

모르니까 두려운 것이지 이놈들의 특성을 알면 그리 두려워할 존재도 아니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활어 취급 시 기본적인 위생관념을 지키는 것입니다. 실은 그게 전부인데 자연산을 취급하는 일부 좌판이나 횟집에서 그걸 지키지 못하니 해마다 배 아파서 응급실 갔단 소리가 들리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제 칼을 차에 두고 오는 바람에 과도로 회를 뜨는데 자세도 안 나오고 쉽지 않네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심각하게 써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는데요. 어쨌든 농어회 한 마리를 썰었습니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 6월 농어는 보약이라는데 크흐~ 힐링이란 이런 게 아닌가 싶은..

 

 

선장님이 바리바리 싸 온 반찬과 라면, 그리고 보약과도 같은 6월 농어로 점심을 듭니다.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자연산 농어회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네요. 가끔 "초장 찍어 먹는 게 무슨 맛을 느끼냐"며 비아냥거리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진짜 맛있는 회를 드셔본다면 그 말 쑥 들어갈 겁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초고추장은 침에 금방 씻겨 내려가요. 남는 건 입에 남은 살인데 진짜 맛있는 회는 씹으면서 내어주는 맛이 훌륭합니다. 

 

이날 맛본 농어도 그랬죠. 씹을 때 단물이 나오는 깔끔한 뒷맛. 물론, 간장과 고추냉이를 준비했다면 그 맛을 더욱 선명히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선상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먹는 식사인 만큼 소스류는 간소화할 수밖에 없겠지요.

 

선장님은 아버지가 현직 어부인 어부 집안입니다. 매일 낚시하고 사는 분이라 생선회는 잘 안 먹는다고 해요. 그런 그도 오랜만에 맛본 농어회는 제법 맛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회를 잘 떠서 그런 건 아니죠. 고래회충이 많이 나온 농어라서 맛있는 겁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한창 먹이활동이 왕성할 시기라 맛이 좋았다는 것이지요. ㅎㅎ

 

 

그나저나 최필님 오버한다.

 

 

 

"방금 네가 먹은 거 고래회충 묻은 것 같은데.."

 

농담입니다. ^^;;

 

자!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오후 피딩에 돌입합니다. 오후 2시 30분쯤 물돌이가 시작됩니다. 만조에서 썰물로 돌아서는데요. 이때 기회가 나올 것이니 열심히 해보자는 것인 이 선장의 계획입니다. 이때 최필님이 제게 승부를 걸어옵니다.

 

"첫수 만원빵 오케이?"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아니 입질님 무서운 줄 모르고 감히 만원빵을 걸어오다니요. 제가 최근에 만원빵을 해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만 원에는 강하죠. 대상어는 농어. 씨알 상관 없이 첫수 잡는 사람이 승리하는 단출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제게 후드득 입질이 옵니다. "만 원 준비해~" 하는데 순간 바늘털이에 벗겨집니다.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저의 이런 모습에 기세등등한 최필님이 거의 이긴 것처럼 구는데요.

 

 

오후 3시 20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입질을 받고 파이팅 중인 입질의 추억

 

바늘털이에 당한 직후 곧바로 던진 캐스팅에서 '우다닥'하는 거친 입질이 낚싯대를 쥐어흔듭니다.

 

"하하 이번엔 진짜로 만 원 준비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은 어쩌면 이런 재미 때문인지도.. ^^;  하지만 이게 유효타가 되려면 반드시 농어라야 합니다. 제법 힘을 쓰기는 하는데 과연 농어가 올라올지 (다음 편 계속)

 

- 광도 및 평도 농어, 타이라바 문의

해덕호(010-5305-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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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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