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두면 쓸데 있는 어류 이야기, 아홉 번째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오징어, 한치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진 1> 갓 잡힌 오징어(표준명 살오징어)

 

"갓 잡힌 오징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처럼 낚시하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보지만, 보통의 소비자는 오징어의 이런 모습이 생소할 겁니다. <사진 1>의 오징어는 흔히 마트와 시장에서 판매되는 오징어입니다. 정식명칭은 '살오징어(피둥어꼴뚜기)'인데 흔히 오징어, 울릉도 오징어, 동해 오징어 정도로 불립니다. 이렇게 갓 잡힌 오징어는 몸통이 투명해 속이 비치곤 합니다.

 

 

<사진 2> 빙장으로 유통 중인 오징어

 

하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오징어는 대개 이런 모습입니다. 투명도는 사라지고 진한 초콜릿 색으로 덮이는데 이는 어획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증거로 오징어의 신선도를 보장하는 빛깔이기도 합니다. 이 상태에서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바뀝니다.

 

 

<사진 3> 시간이 지나면서 오징어의 초콜릿 색은 점차 사라진다

 

보시다시피 초콜릿색이 일부 사라지면서 하얗게 변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사진 2>의 초콜릿색 오징어가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신선도라면, <사진 3>은 마트나 소매점에서 볼 수 있는 신선도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신선도가 이런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조금만 더 미래로 가보겠습니다. <사진 2>와 <사진 3>을 보았으니 아래에 있을 <사진 4>는 어떤 모습일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 4> 신선도가 떨어진 오징어

 

시간이 더 지나면 오징어의 초콜릿색은 대부분 잃고 사진처럼 하얗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식용할 수 있는 신선도의 마지막 종착지입니다. 익혀서 먹기에는 문제없지만, 구입 후 1~2 이내에 먹지 못하면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런 오징어가 냉동(또는 해동)이 아닌 생물로 유통되었다면 일부 부패가 진행될 수도 있으니 고를 때 신중해야 합니다. 가게마다 신선도가 제각각이라면, 굳이 신선한 오징어를 두고 하얗게 떠버린 오징어를 고를 이유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왜 오징어는 신선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걸까요? 오늘 제목이 '최상급 신선도에서만 나타나는 이것은?'이라고 하였는데 이렇게 갓 잡아 올린 한치나 오징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사진 5> 제주 한치(표준명 창오징어)

 

<사진 5>는 낚시로 갓 잡은 한치입니다. 첫 번째는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이 '투명한 빛깔' 즉, 투명도가 높아 속이 비칩니다.

 

 

두 번째는 오징어나 한치 같은 연체류에 있는 '색소세포(pigment cell)'입니다. '색소포'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오징어나 한치가 자신의 몸을 주위 환경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채색을 바꾸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습성에 기인합니다.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한치의 '색소세포(pigment cell)'

 

이러한 색소세포는 한치의 경우 적갈색, 황색, 연노란색, 암녹색 등으로 구성되는데 근육에 붙어있기 때문에 근육의 신축에 따라 색소세포가 퍼졌다 줄었다 합니다. 이렇게 보니 꼭 만화경처럼 보이죠?

 

 

<사진 6> 흥분 상태에 놓인 한치는 색소세포를 한껏 발동해 몸 전체를 붉게 한다

 

오징어, 한치의 색소세포는 주위 환경에 따라 몸 채색을 바꾸는 역할 외에도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감정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갓 잡은 오징어나 한치는 종종 흥분 상태에 듭니다. 적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먹물을 쏘기도 하고, 이렇게 흥분색소를 발동해 새빨갛게 변하는 것인데요. 그러고 보면 꼭 사람과 닮았지요. 

 

보통은 이러한 붉은색이 죽은 이후 서서히 나타나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오징어, 한치를 고를 때 신선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지만, 사진의 사례가 말해주듯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도 갑자기 붉어졌다 하얘지는 등 극심한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는데요. 인간은 갖추지 못한 고도의 변장술인 셈이지요.

 

 

갓 잡힌 한치의 상반된 모습

 

한치 낚시를 하면 어떤 녀석은 얌전히 올라오는데 어떤 녀석은 물총 쏘고, 먹물 쏘고, 그것도 모자라 새빨갛게 변하는 등 유독 흥분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왜 개체마다 이런 차이가 나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연구를 해보고 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진 7> 잡힌 지 얼마 안 된 최상급 한치

 

낚시로 잡은 한치는 최상급 신선도를 자랑합니다. 이렇게 쿨러에서 죽어간 한치는 흥분 시 나오는 색소세포가 사라지는 대신 몸 전체가 투명하고 윤기가 나며 반짝입니다. 이 상태에서 곧바로 냉동하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먹고 싶을 때 냉동실에서 꺼낸 한치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징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냉동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한치는 이렇게 변합니다. 죽고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색소세포가 올라와 몸 전체가 붉어지는데요. 이 상태에서 냉동하면 이미 최상급 선도에서는 살짝 벗어난 상태이므로 횟감으로 쓰기에는 부적절합니다. 우리가 수산시장과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모습이 대부분 위 사진에 해당합니다. 이 정도면 조리해 먹기에 훌륭한 선도지만, 횟감용까지는 안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하얗게 변해갑니다. 여기까지가 오징어, 한치의 신선도 메커니즘입니다. 

 

 

사진은 갓 잡은 한치와 오징어를 냉동한 뒤 며칠 지나서 해동한 모습입니다. 이제 저는 썰어 먹겠습니다.

 

 

한치 물회

 

한치 튀김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은 남보다 예리한 눈썰미로 좋은 오징어, 한치를 골라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관련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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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와 준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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