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을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 → 입질 대신 들이닥친 재앙, 제주도 우도 긴꼬리벵에돔 낚시

 

 

내 인생 최초이자 최후였으면 하는 파도 샷이 찍힌 순간

 

파도가 아닌 너울. 그중에서도 긴 파장을 가진 너울은 낚시꾼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조용히 잠입해 갯바위를 덮칩니다. 그 조짐을 눈치채고 대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잠시 후..

 

 

밑밥은 죽이 돼버렸지만, 뭐 하나 떠내려가지 않은 것만 다행인 상황. 저 멀리 두 번째 너울이 몰려오고 있어 일단 자리를 피합니다.

 

 

전부 다 젖고 말았네요. ㅎㅎ

 

 

이때 강병철님의 낚싯대가 휘어집니다.

 

 

작지만 긴꼬리벵에돔.

 

 

제가 낚시 장비를 정비하는 동안 다시 입질이 활발해졌는지 이번에는 상원아빠님의 대가 제법 휩니다.

 

 

30cm급 벵에돔

 

오~ 제가 잡은 것보다 큰 벵에돔을 또 낚아낸 상원아빠님. 하지만 이번에도 일반 벵에돔이라 유효타가 되지는 못합니다. (이번 만원빵은 25cm 이상 긴꼬리벵에돔을 대상으로 씨알 승부)

 

제가 잡은 벵에돔보다 큰 벵에돔을 두 마리나 잡았는데 이기지 못하는 억울함. 긴꼬리벵에돔에 한해서 승부를 가리자는 상원아빠님의 아이디어가 결국에는 자승자박이 돼버립니다. ㅋㅋ

 

다만, 룰 대로라면 28cm 긴꼬리벵에돔을 잡은 제가 승리하는 것이 맞지만, 실은 상원아빠님의 낚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낚은 것이라 그 고기는 무효 선언했지요. 그래서 이 경기는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오후 5시 30분

 

오후 4시부터 긴장하고 낚시했는데 아직은 잔벵에돔 외에 이렇다 할 녀석이 물지 않고 있습니다. 오후 5시 30분이면 뭐라도 입질이 들어와야 하는데 포인트에는 강렬한 포말만 일면서 분위기만 전운이 감돕니다.

 

 

오후 6시, 우도 진빌레

 

피딩 타임이 시작됐다면 진작에 시작돼야 하는데요. 이날 바다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며 애를 태웁니다. 보다 못한 강병철님이 철수를 결정.

 

 

낮이 길어서 7시 철수인데 한 시간 앞당겨서 조기 철수합니다. 선장 말대로 냉수대 영향이 여전한가 봅니다.

 

 

이날 우도에서의 조과

 

조과가 빈약해 네 명에서 낚시한 조과물을 상원아빠님께 몰아주었습니다.

 

 

저와 상원아빠님은 그길로 제주시에 도착. 제주시에 살고 계시는 지인 한 분을 불러 회포를 풉니다. 저는 편도염으로 항생제 처방을 받아서 안타깝게도 반주를 곁들이지 못하고(글 쓰는 지금도 편도염 재발로 고생하네요.)

 

 

먹던 중 뒤늦게 찍은 자리 물회.

 

 

객주리 조림. 근데 달아도 너무 답니다. 설탕을 얼마나 때려 넣었길래..

 

 

다음 날 아침, 모텔에서 한숨 자고 일어난 우리는 아침을 들기 위해 근처 황태 집으로 직행. (담부턴 그 모텔 안 가렵니다. 청결 엉망이고, 그날 밤 잡은 모기만 20마리가 넘어요. ㅠㅠ)

 

 

강원도 용대리에서 공수한 황태로 끓인 구수한 황태국.

 

 

제주도 한림 신창 방파제

 

이날 기상 악화로 손발이 꽁꽁 묶였습니다. 그렇다고 제주도까지 와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는 상황. 뭐라도 낚아보자는 생각에 그나마 바람을 피해서 온 것이 제주도 한림에 있는 신창 방파제입니.

 

 

포인트를 둘러보며 낚시를 구상하는데요. 그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제주도로 낚시오면 굉장히 피곤하게 만드는 일인데요.

 

 

그것은 다름 아닌 '전처리'입니다. 전날 잡은 벵에돔을 횟감으로 쓰는 건 이미 포기했습니다. 우린 모텔에 묶었고, 미니바 같은 냉장고에 묻어두어야만 했으니까요. 배를 갈라 손질한 것도 하루가 지난 지금입니다.

 

포장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참 애매합니다. 결국, 우리는 대형 마트를 찾아 헤매야 했고, 아이싱 포장을 위해 스티로폼 박스와 페트병 얼음, 그리고 평소에는 쓰지 않는 테이프까지 구입해야 했습니다. 잡아서 바로 썰어 먹을 거면 상관없는데 이런 식의 낚시는 제주도가 좀 불편하네요.

 

 

채비를 마치고 오랜만에 방파제 낚시를 시작하는데요. 먼저 온 현지꾼의 낚싯대가 제법 휘청거립니다.

 

 

오~! 뜰채 지원까지 받을 정도로 대물인가 봅니다. 과연 제주도 방파제에서 흔히 낚이는 것은 뭘까요?

 

 

다름 아닌 독가시치. 제주 말로 '따치'라 부르는 무시무시한 고기지요. 힘도 무시무시, 독 가시도 무시무시합니다만, 그래도 제주도 방파제서 벵에돔보다 더 짜릿한 손맛을 안겨주는 녀석을 꼽으라면 따치만 한 어종도 없을 겁니다.

 

 

이어서 제게도 따치가 걸려듭니다. 발판 좁은 테트라포드라 사진 촬영을 최소화합니다. 여기서 만약, 카메라를 떨구기라도 한다면? 으~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

 

어쨌든 따치는 등과 배, 뒷 지느러미 가시에 독선이 있어서 찔리면 한동안 붓고 고생하니 취급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도 따치는 회 맛이 일품입니다. 된장을 넣고 끓인 제주도식 매운탕도 좋지요. 다만, 이 녀석을 맛있게 드시려면 선도 유지에 신경 좀 써야 합니다. 

 

따치는 다른 흰살생선과 달리 물칸에 넣어두면 오래 못 버티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따치만큼은 잡자마자 피를 빼고 배를 갈라 내장을 뺀 뒤에 쿨러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고요. 쿨러가 없으면 부력망에 넣어두는 것이 오래 살리는 방법입니다.

 

이제는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죽어버린 따치는 회로 먹기 힘듭니다. 해조류 중심의 식성이기 때문에 따치 위장에는 소화되다 만 해조류가 한가득이죠. 그 안에 새어 나오는 가스라든지 악취가 살에 배기 때문에 따치를 횟감으로 쓸려면 가장 먼저 피와 내장부터 말끔히 제거해야 합니다.

 

이 녀석은 죽어서도 복수하는 녀석입니다. 죽어도 지느러미의 독 가시는 여전히 유효하기에 확실히 숨통을 끊고 손질하고요. 손질 중에도 찔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로 따치를 잡을 때는 잘록한 꼬리자루를 쥐세요. 꼬리 잡힌 따치는 발버둥을 멈추고 순해집니다. (밑줄 쫙!)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강력한 입질을 받아내는데요.

 

 

수면에 띄워진 녀석은 역시 독가시치(따치). 지금 뜰채를 준비하지 않아서 처럼 들어뽕해야 하는데요. 하여간 낚시란 게 희한합니다. 이런 방파제서 물면 얼마나 큰 게 물겠다고.. 해서 뜰채도 피지 않았는데 꼭 뜰채를 피지 않으면 뜰채 사이즈가 잡힌단 말입니다. 낚시에서는 대표적인 머피의 법칙이죠.

 

그런데 상원아빠님이 들어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낚싯대가 걱정돼서겠지요. 일전에 대마도에서 돌돔을 걸고 들어뽕 하다 저 비싼 낚싯대가 두 동강 난 경험이 있다 보니,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을 겁니다결국, 아등바등하는 사이 따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테트라포드 낚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기에 잠시라도 한눈팔면 이렇게 됩니다. (...) 여러 차례 당겨보았으나 이번 건 제대로 걸렸네요. 할 수 없이 채비를 터트려야 했고, 제가 정말로 아끼던 찌는 바깥으로 흘러갑니다.

 

그 찌를 어떻게든 건지겠다고 테트라포드를 타고 따라가 보는데요. 찌 건지게로 여러 차례 던져 25m 전방에 있는 찌를 기적같이 낚아챕니다. 찌 하나 건졌다고 기분이 UP된 입질의 추억.

 

이윽고 찌를 손에 쥐려는 순간. 찌는 제 손바닥을 맞고 퉁겨진 채 그대로 테트라포드 사이의 깊은 구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잠시 후 구멍 사이로 찌가 언뜻 보이긴 했으나 이내 들어오는 파도에 쓸려 자취를 감춥니다. 이후 그놈을 건지겠다고 무려 한 시간 동안 실랑이했는데요. ㅠㅠ

 

얼씨구~ 이제는 바람까지 터집니다. 제주도가 제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네요. "집에나 가라~"고.. 현지꾼도 낚싯대를 접고 철수합니다찌를 잃어버려 우울한 입질의 추억은 상원아빠님과 함께...

 

 

네.. 뭐 그렇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밤 9시인데 지금은 낮 3시. 다른 때 같았으면 해질 때 피딩타임을 보려고 열낚했을 텐데 이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의를 상실해 버렸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치는 당구라 재미는 있네요. 결과는 안 쓰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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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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