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은갈치와 먹갈치의 차이"입니다. 은갈치는 말 그대로 은빛이 나서 은갈치이고, 먹갈치는 검은빛이 나서 먹갈치인데 이 둘은 종류가 다른 갈치라는 것이 몇몇 누리꾼들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먹갈치가 많이 잡히는 목포와 부산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은갈치와 먹갈치를 다른 종류로 믿어왔으며, 맛도 먹갈치가 은갈치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맛이야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니 이 부분은 제쳐두고서라도, 갈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은 학계에서 발표되고 인정한 종의 근거로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실제로 은갈치와 먹갈치가 따로 존재하는 걸까요? <알아두면 도움 되는 알쓸신잡 어류 이야기> 12번째 이야기는 은갈치와 먹갈치, 흑갈치의 진짜 차이점에 관해 알아봅니다.

 

 

한반도를 비롯해 동아시아 해역에 서식하는 갈치는 크게 4종류로 구분됩니다. 

 

1) 갈치(학명 : Trichiurus lepturus)
2) 분장어(학명 : Eupleurogrammus muticus)
3) 붕동갈치(학명 : Evoxymetopon anzac)
4) 동동갈치(학명 : Evoxymetopon taeniatus)

 

이 중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건 '갈치' 한 종류뿐입니다. 그렇다면 은갈치, 먹갈치, 심지어 부산에서는 흑갈치란 말도 있는데 이러한 명칭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일부 사람들은 은갈치와 먹갈치가 빛깔도 다를 뿐 아니라 맛과 종류까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모 신문사 기자는 이런 글을 쓰기도 했지요.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갈치는 제주도와 남해 미조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데 제주도산은 흑갈치로 구이나 조림으로 이용되지만, 남해 미조산은 은갈치로 횟감용으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몇몇 사람들은 외형에서 느껴지는 빛깔만으로 종류를 특정하고 먹는 방법도 단정하지만, 실제로는 조업 방식에 따른 차이일 뿐, 다 같은 갈치입니다. 결국, 은갈치와 먹갈치는 판매 시점을 기준으로 '상태'와 '빛깔'에 따른 구분이지 학계에서 인정한 '이종'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갈치 상태와 빛깔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조업 방식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 주낙, 채낚기 : 은갈치

- 그물 : 먹갈치

 

2) 서식지 환경과 수심에 따라 달라진다.

- 제주, 통영, 남해, 얕은 수심 : 은갈치

- 목포, 부산, 깊은 수심 : 먹갈치

 

 

일명 은갈치

 

#. 은갈치

은갈치는 주낙과 채낚기를 이용해서 잡은 갈치를 말합니다. 낚싯바늘로 한 마리씩 올리기 때문에 몸에 상처 하나 없고, 반짝반짝해서 은갈치란 말이 붙었습니다. 은갈치는 구아닌 성분의 비늘이 선도 저하를 막아주면서 갈치를 빛나게 해줍니다. 그만큼 상품성이 좋아 가격도 먹갈치보다 비싸게 거래됩니다.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며, 영양 성분은 먹갈치와 비슷합니다.


 

일명 먹갈치

 

#. 먹갈치

먹갈치는 수심 깊은 바다에서 자망으로 대량 조업한 갈치를 말합니다. 그물에 치이고 쓸리다 보니 상처가 많고, 비늘도 벗겨지면서 몸이 검게 변하기 때문에 먹갈치라 부르는 것일 뿐, 실제로는 똑같은 '갈치(Trichiurus lepturus)'란 종입니다. 맛에서는 다소 차이가 납니다. 서식지 환경과 수심, 먹잇감이 다르기 때문에 식감이 단단한 편이며 좀 더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은갈치와 먹갈치란 말은 조업방식과 상태에 따른 명칭이지만, 실제로 도감에 등재된 학술적 의미에서의 먹갈치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표준명 먹갈치

 

표준명이 먹갈치인 이 녀석은 갈치와는 상관없는 농어목 등가시치과 어류로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며, 주로 어묵 재료에 이용된다고 두산백과는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생선이 아니므로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없습니다.

 

 

일명 흑갈치

 

#. 흑갈치

부산 지방에서는 빛깔이 검은 갈치를 특별히 흑갈치라 부르면서 먹갈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흑갈치는 서식지 환경과 수온, 물색, 해류, 먹잇감에 따라 일반 갈치보다 어둡게 나타나는 것일 뿐, 다 같은 '갈치(Trichiurus lepturus)'입니다.

 

 

그럼 이것도 흑갈치?

 

은갈치 산지인 제주도에서 낚시로 잡은 갈치입니다. 가끔 몸빛이 검은 갈치가 낚이는데요. 갈치 비늘은 구아닌으로 되어 있습니다. 구아닌 성분에 변화 또는 먹잇감에 따른 변화, 주변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습니다. 감성돔도 서해와 남해, 동해에 따라 빛깔이 다르고 특히, 동해 백사장에서 잡힌 감성돔은 아주 하얗죠.

 

이렇듯 같은 종이라도 서식지 환경과 먹잇감에 따라 껍질과 비늘에 합성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빛깔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결론

은갈치, 먹갈치, 흑갈치는 모두 똑같은 갈치이며, 조업방식과 서식지에 따라 빛깔이 달라서 붙은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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