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자유여행] 세부여행길에서 만난 허클베리핀


    세부자유여행의 묘미는 정형화 되어있는 여행코스를 벗어나 내가 원하는 곳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다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게 단체로 여행을 하게 될 경우 가이드가 지정한 포인트 근처에서 제한된 시간안에 관광을 마쳐야 하며 다들 똑같은 각도에서 기념촬영을 하는등, 거의 비슷한 사진 포인트에서 촬영하므로 여행사진의 묘미를 살리기엔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저는 이 날 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서봅니다.

     

    다들 택시와 투어용 차량으로만 빠져나가는 관광객들관 달리 왠지 리조트 밖을 빠져나와 좀 더 걷다보면 재밌는 에피소드가 한아름 기다릴것만 같습니다. ^^


     

     

    [세부자유여행] 세부여행길에서 만난 허클베리핀



    전날 밤 공항에 도착한 우린 창밖으로 어두캄캄한 밤 거리를 보며 리조트에 도착하였습니다. 딱히 휴양지에 왔다는 실감은 나질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잠을 청해야만 했어요. 그렇게 푹 자고나니 오전 9시..

     

    방안 창문은 햇빛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암막커튼이 쳐져 있어 해가 중천에 걸려도 밤인지 낮인지 시계를 보지 않은 한 알 수 없었습니다. 딱히 가이드와의 접견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여유있게 잠을 자고 일어나 암막 커튼을 펼쳐봅니다. 창밖으로 바라본 세부의 첫 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필리핀에서 보라카이에 이어 최고의 휴양지인 세부의 첫 인상을 보는 순간입니다.

    세부 막탄, BE 리조트에서

    "풍경 좀 어떠냐?"
    "그냥 제주도 같애.."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저는 창밖을 빼꼼히 내밀고 구경하는 아내에게 건낸 말 한마디였습니다. 세부의 첫인상은 그렇게 기대했던것 처럼 대단스럽진 않았고 창문을 열자 훅 하고 들어오는 덥고 습한 공기가 방안에 엄습합니다. 일단 오늘은 자유일정을 마친 후 이따 저녁즈음 해서 저기 창밖에 보이는 바다로 나가보리라 다짐합니다.


    첫째날 해가 저무는 시각입니다. 바로 앞엔 우리가 빠져나온 리조트 건물이 보이고 이곳은 세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인데요. 보시다시피 아주 전형적인 관광객 모습을 한 우리 부부가 골목길로 들어오자 세부 아이들은 신기한듯 호기심으로 모이기 시작..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오는 중입니다. 그 중엔 아이의 엄마도 있었구요. ㅎㅎ

    늘상 한국인 관광객들을 보아온 탓인지 보자마자 "안뇽! 안뇽!"을 말하는 아이들.. "안뇽~!  한국인 좋아~! 싸랑해~!"를 연발하며 우리를 따라오는 아이들 모습이 천진난만하기만 해요. ^^ 조금 걸어서 마을앞 바닷가 풍경을 보러 왔는데 해는 이미 저물어서 사진을 많이 찍진 못했답니다. 그냥 노을 감상만 좀 하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야만 했습니다.




    세부 시티, 세부자유여행

    망원으로 잡은 저 건너편 섬이 바로 세부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은 다리로 연결된 막탄섬이구요. 대부분 세부로 여행을 오면 이 막탄에 있는 리조트에서 묶게 되며 휴양을 즐기게 됩니다. 플렌테이션, 마리바고, 힐튼, 샹그릴라등 유명 리조트들은 전부 세부시티에 있지 않고 막탄에 있으니깐요.


    그리고 호핑투어 역시 막탄에서 바로 인근 섬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부시티로 가는 일은 별로 없을까? 그렇지는 않고 보통 포트 산페드로 요새와 마젤란 십자가, 산토리뇨 성당, 아얄라몰과 같은 쇼핑몰을 갈 땐 택시등을 이용하여 세부시티로 나갔다 오곤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휴양은 막탄에서 즐기게 됩니다.


    해가 질 무렵에 다녀와 다소 아쉬웠기에 마지막날 한번 더 이곳을 찾았습니다. 빨래들이 널어져 있는 이곳 마을에서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많이 낙후되어 있는 풍경이지만 왠지 익숙하고 정겹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그것은 아마 우리들도 이러한 삶의 모습을 거쳐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 옹기종기 붙어 있는 달동네서 자라온 추억이 있었구요.


    잠깐동안 들여다 본 이곳의 가정집은 보이는 거라곤 TV 한대가 전부였습니다. 한낮 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열대성 기후임에도 에어콘 하나 없는 가정집들이 거의 대부분이였구요. 우리 같으면 숨이 턱턱 막힐거 같지만 이들은 늘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다시한번 마을 앞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동네 아이들이 따라 붙은 상황 ㅎㅎ 보자마자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아이들..

    "안뇽! 안뇽!"





    세부 시티, 세부자유여행

    지난번에 왔을때 보단 물이 다소 빠져 있어는데 이곳도 똑같은 바다니깐 조수간만의 차가 있겠지만요. 바닥이 훤히 보이는 수심 얕은 바다는 건너편 작은 섬까지 이어지는듯 합니다. 이곳에선 화려한 산호도 에메럴드 빛 바다도 볼 수 없었지만 뭉게구름과 잔잔한 파동이 수면위로 흐르는 수수한 바닷가의 모습이였습니다.



    우린 아이들과 어울려 골목길을 다니는 중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영어로 이름과 나이를 묻고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건 미소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ㅎㅎ


    이곳의 아이들은 우리같은 관광객들에게 궁금한게 많나봅니다. 어디서 왔냐~  둘이 부부냐~ 이름이 뭐냐~ 묶고 있는 저곳은 좋냐~ (마을 앞엔 리조트들이 많지만 현지 아이들은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 볼 일이 없을거 같아 리조트란 곳에 대해 궁금해할거 같습니다.)
     


    딱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의 모습과 같은 수수하고 소박함이 이곳 아이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어요. 도시문명이 가져다 주는 혜택을 거의 모르고 자라온 이곳 아이들. 원시적이라고 한다면 심한 비약이나 지금도 우리나라의 산골짜기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우린 아이들과 함께 골목길을 다니다 아주 멋진곳을 발견하였는데


    마치 허클베리핀에서나 볼법한 나무위의 집이 떡하니 있는게 아닙니까 ^^~ 이곳이 아이들의 아지트인 모양입니다. 저 조그만 아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나무위의 집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에서 현대판 허클베리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지어진 집일까? 갑자기 궁금증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뭐 동네 어른들이 지어준 집이겠거니 싶습니다.


    사실 저도 한번즘 올라가 내부를 보고 싶었는데 뙤약볕에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다 저 연약해 보이는 사다리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어떨까.. 괜히 소심한 생각에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 하는 상태 ㅋㅋ


    이렇게 아이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노는 모습은 한낮 뙤약볕을 피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는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 있었지만 잠시 동안은 동화속 배경을 보는거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저 아이들이 허클베리핀의 후예일까?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수의 땅 세부에서 근심과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가 열리길 바래봅니다.



    허클베리핀에서나 볼 법한 나무위의 집, 그리고 그것을 아지트 삼아 놀고 있는 이곳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보며 아주 잠시 동안이였지만 저 자신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안뇽~! 싸랑해~!"를 연발하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던 아이들.. 그런데 헤어지기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할 때 아이들이 던진 한마디에 우리부부는 순간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좀 있음 공항으로가서 세부와의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인데 그걸 모르는 아이들은

    "또 놀러와~ OK?"


    우린 다음을 기약하며 고개를 끄떡였지만 그 중 한 아이가 "내일 올 수 있느냐? 자~ 약속! you promise!" 라고 하자 순간 난감하였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것으로 답하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사라질때까지 시선을 놓지 않은 저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허클베리핀에서나 봤던 나무위의 집은 특히나 인상적이였던 풍경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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