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압도하는 아내의 낚시포즈


    아내는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내가 어쩌다가.."

    절 만났을 땐 풋풋한 여대생이였던 아내가 이제는 함께 낚시를 다니면서 영락없는 꾼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첨엔 멋모르고 따라다녔을 것입니다. 그 놈의 손맛이 뭐길래...
    손맛을 알려면 고기부터 낚아야 할텐데 사실 고기를 한두번 낚는다고 해서 손맛의 재미를 알 순 없습니다.
    또 손맛을 봤다 할지라도 여기에 큰 매력을 못느낄 수도 있구요. 이건 사람의 성향 문제인거 같아요.
    부부끼리 함께 낚시를 다니는 남편분들은 어느정도 아실거 같습니다.
    첨엔 아내와 함께 낚시를 하고 싶어 옆에서 정성스레 가르쳐줍니다. 채비야 대부분 남편분들이 만들어 주면 되니
    캐스팅 하는 방법과 입질을 파악하는 방법 그리고 고기를 걸면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등등 말입니다.
    하지만 이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운동신경이 남자에 비해 둔하다보니 낚시의 첫 관문인 캐스팅
    부터가 말썽입니다. 던지면 코 앞에 떨어지는 채비... 여기에 미끼 끼워줘~ 고기 잡으면 바늘 빼줘야 해~옆에서
    갖은 수발 다 들어주다 정작 본인은 낚시를 하지 못합니다. ㅋㅋ


    심지어 갯바위에서 부부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희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ㅋㅋㅋ)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모르지만 자유분방함을 좋아하는 아내가 봤을 때 고정된 틀 안에서 정해진 방법으로만 낚시하는 
    모습이 맘에 안들어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 난 나만의 방식으로 낚시를 하겠다고 박박~ 우기는 아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의견 충돌도 꽤 있어왔구요. 또 부부란 옆에서 서로 가르쳐 주려다보면 이상하게 화딱지가 나는 뭔가가 있는거 같습니다.
    이래서 운전연수할 때 부부끼리 하지마라는 말이 있나봐요. 낚시도 그런 면에선 약간 비슷합니다.
    처음 몇 번 가르치려다 포기한 남편들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혼자 다니게 되었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저는 그런면에선 행운아였나 봅니다. 제 아내는 성향도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는지 옆에서 구경만 하는건 질색이였나 봅니다.
    아내는 결국 낚시대를 들고 "그래~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었고 낚시를 배우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낚시에 최적화된 병기..아니.. 아내 ^^;
    혹자는 햇볕도 따가울텐데 저렇게까지 뒤집어 쓰면서 하고 싶을까?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분들도 막상 낚시를 하게된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본디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경쟁심을 가지며 지기 싫어하는 습성이 있는데, 만약 낚시터에서 한두번의 쓰디쓴
    실패를 겪었고 옆사람들은 고기를 낚아 희희덕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의 심정은 어떨까요.
    제 생각에 십중 팔구는 바로

    "승부근성을 자극하게 될 것입니다."

    이건 낚시와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쩌면 낚시는 수단일 뿐 그 수단이 자기 성향에 맞으면 낚시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것이고 성향에 맞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테니깐요. 그런데 낚시를 하다보면 굳이 경쟁하려는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과 물고기와의 숨박꼭질에선 사람이 이겨야 하지 않을까? 입질은 오는데 계속해서 잡히지 않으면 이거 정말 약오릅니다.
    마치 고기들은 "나는 니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 라고 말하는거 같습니다.
    반면에 그런 승부근성 따위보단 오늘 어떻게든 매운탕감이라도 마련해야 할텐데~ 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낚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 아내는 둘다 있는거 같아요. ^^


    얼마전에 홍원항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보기엔 위험해보이는 테트라포트지만 이젠 이런 곳에서도 여유있게 낚시를 즐기는 아내입니다.
    사실 보통 여성분들은 여기까지 내려오지 못합니다. 발이 벌벌 떨려서 엄두가 안나지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나가던 갤러리들이 방파제 위에서 구경하기도 합니다.


    한창 물고기와 숨박꼭질 중인 아내..
    생각처럼 낚시가 풀리질 않자 낚시대를 내려놓더니 구멍치기를 시도합니다.
    이젠 제가 시키지 않아도 현장에 맞는 낚시방법(?)을 알아서 구사하는 아내 ㅎㅎ


    결국 한마리했습니다. 하지만 씨알이 작아 방생하며 '엄마 데리고 오너라" 합니다.
    테트라포트에서 낚시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뒤에 보이는 이끼낀 테트라는 밟는 순간 미끄러져 안전사고가 나며
    물에 젖은 테트라도 밟을땐 조심해야 합니다.
    한번은 낚시를 하다 배가 출출해 싸온 도시락을 가지러 차에 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테트라를 타고 내려가려는데 저 곳에서 홀로 낚시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띄더군요.
    생각해보니 저기까지 내려간것도 참 용하다~싶습니다.
    방파제 낚시풍경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테트라포트를 끝까지 밟고 내려가 낚시하는 여성분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엄두가 안나 위에서 지켜만 보거나 돗자리 깔고 앉아 있는 풍경이 대부분일거예요.
    그런 아내를 뒤에서 지켜보니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양손에 낚시대를 들고 낚시하는 저 포스에서 무한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ㅋㅋㅋ
    제 낚시대까지 들고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시선을 압도하는 저 자세속엔 "꾼"의 기질이 다분해 보였어요. 이땐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망정이지 갤러리를 불러모을 만한
    충분한 포스를 가졌습니다. ^^; 홍원항 방파제에서 낚시 에피소드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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