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에드먼턴] 우크라이나 민속촌, 가정집 방문편


    캐나다에서 초기 정착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의 모습은 어떨까? 그들의 생활상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곳이 있습니다. 이름하여.."우크라이나 민속촌(Ukrainian Cultural Heritage Village)" 오늘은 가정집 방문편으로 이국적인 사진들로 꾸며봤습니다. ^^



    [캐나다 에드먼턴] 우크라이나 민속촌, 가정집 방문편, 캐나다 속 우크라이나 마을, 가정집 체험기


    지난번에 올렸던 우크라이나 학교 체벌편이은 후속편으로 우크라이나 가정집 방문에 대한 기행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아직까진 국내에서 자세하게 포스팅 된 곳이 없습니다.^^; 그러한 뿌듯함을 갖고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던 이곳은 사실 캐나다 일정 중 가장 기대치가 낮았던 곳이였습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저는 바다와 낚시,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벗삼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반면에 박물관이나 역사적인 현장, 그리고 산과 사찰에는 갠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특히나 이곳은 "민속촌"이라는 이름 때문에 더더욱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가봤자 분명 박물관 같을꺼야"하는 생각에..


    우크라이나 민속촌에 들어서자 마차를 끌고 오는 할아버지

    마차를 타고 가는 풍경이 마치 서부 영화의 한장면 같다.

    실은 이곳, 상황봐서 안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관광청에서 이곳 가이드와 미팅까지 잡아놓는 바람에 이젠 빼도박도 못하게 되었어요. ^^; 우크라이나 마을이지만 이곳을 소개해주는 가이드는 캐나다인입니다. 우리부부는 가이드와 접견 후 함께 마차를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우크라이니안의 가정집을 차례대로 방문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무조건 OK! 우크라이나인들이 캐나다에 초기 정착 후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먼저 첫번째로 들른 집.


    채에 받쳐 밀과 껍질을 분리, 바람을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했다

    마당앞엔 한 여인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잠시 인사를 나눈 뒤 지금 하는 이것에 대해 얘기를 해줍니다. 탈곡한 밀을 채에 받쳐 껍질을 분리하는데 이때 바람을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한다고 해요. 지금 이것은 1900년대 초기의 생활상입니다. 사진찍을 때 흔쾌히 모델이 되주셔서 감사했어요. 찍어서 보여줬더니 매우 좋아합니다. ^^


    채에 거르는 걸 잠시 멈춘 여인은 우리를 집으로 안내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안은 무척 어두웠고 천정엔 마늘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실내에 마늘을 걸어 둔 이유는 방향제 효과 때문일까. 단지 마늘을 말리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악귀를 쫒기 위함일까?

    가운데 커다란 기구는 빵을 굽는 오븐이자 난로 역활을 한다.

    1900년대 초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몇 평 남짓한 주방공간. 이곳에 정착한 이주민들이 집을 짓고 살아온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우린 또 다른 집으로 향하는데 마당에 한 여인이 뭔가를 흠씬 때리고 있습니다.

    집 앞에서 밀 타작하는 장면

    우릴 집으로 안내하는 우크라이나 여인, 전에 집 보단 확실히 좋아보였다.

    초기 정착 이후 20년 된 집의 내부


    이렇게 말린 꽃은 차와 염색에 이용된다.

    십자가 장식을 하는 이유는 기둥이 집을 잘 받쳐 보호해 주길 염원하는 맘을 담은 것이다.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침실 옆엔 늘 난로가 함께 있다.

     

    두번째 방문한 우크라이나 가정집은 첫번째 집에 비해 좀 더 발전된 모습입니다. 초기 정착이후 20년 된 집으로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방안엔 커다란 난로가 있었고 천정엔 꽃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꽃은 차와 염색에 사용된다고 해요. 뭐랄까 전체적인 분위기가 엔틱함을 넘어서 많이 허름하고 옛스럽습니다. 이제 세번째 집으로 넘어갑니다.

    난로가 있는 응접실과 침실

     

    세번째 방문부턴 제법 현대적인 티가 나기 시작해요. 초기정착 이후 30년이 지난 모습입니다. 여전히 옛스럽지만 그들의 생활 환경이 부쩍 좋아짐을 느꼈습니다.

    커다란 오븐이 있는 거실

    항아리 속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우크라이나인들이 평소 즐겨 먹는 양배추 절임이라고 해요. 약 3주간 숙성시켰다 먹는데 사진의 양배추는 1주일째 숙성한 것으로 살짝 시큼한 향이 풍겼습니다.


    난로와 조리기구를 겸해서 사용하는 오븐입니다. 한눈에 봐도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오븐은 지금까지도 제 역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마치 골동품 같은 기구물에서 빵을 꺼내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빵은 갓 구워낸 진짜 빵입니다. 타이밍이 절묘한 걸까요. 왠지 우릴 위해 만든듯한 이 느낌, 저만의 착각일까요? ^^;




    역시 먹을 복이 있는 거였어! ㅎㅎ 우크라이나 아주머니께선 빵을 썰어주며 먹어보라고 권합니다. 마침 출출했는데 잘 됐어요. 빵은 한손으로 계속 들고 있기 힘들 정도로 뜨끈뜨끈 합니다. 갓 구워진 빵 맛은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표면은 바삭했고 속은 부들부들하며 매우 담백했습니다. 아마도 빵이 식으면 겉은 더 바삭해지겠지요. 어떠냐는 질문에 "딜리셔스"라고 엄지를 치켜세우자 빵을 아예 가져가라며 바리바리 싸주십니다. 인심도 좋으셔 ^^ 원래 주려고 만든건지 아님 손님이 와서 준건지 햇갈렸지만 덕분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입이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


    우크라이나어 → 영어 → 한국어로 해석하는 재미난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크라이나 아주머니와 가이드가 한참 대화중인데 저는 거의 못알아듣고 사진만 찍고 있습니다. -ㅛ-;; 아내는 왜 웃고 있을까요. 그들의 대화내용이 들리는걸까요? ㅎㅎ 참 재밌는 상황인게 아주머니가 우크라이나어로 말하자 그것을 가이드는 우리에게 영어로 통역해줍니다. 그리고 아내는 최종적으로 저에게 한국말로 통역해주는 웃지못할 상황.


    안그래도 언어소통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영어에 우크라이나어까지 쏼라~쏼라~해대니 정신을 못차리겠어요. 사실 저보다 더 정신 없는 사람은 아내였을 겁니다. 설명을 놓칠새라 그녀의 신경은 온통 귀에 쏠려있으니깐요. 전 어차피 사진찍느라고 설명을 알아듣는건 이미 포기했습니다.

    사실 아내나 저나 영어실력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말을 알아듣는 아내의 모습에 깜짝놀랬어요. 본인도 깜짝 놀랬다고 하데요 ^^ 캐나다에서 9일째 있다보니 귀가 트인걸까요? 하여간 지금의 포스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전부 아내의 머릿속으로 입력되어졌기에 메모 가능했으니깐요.


    저 혼자였음 사진만 찍다가 내용을 모르니 아마도 GG쳤을겁니다. ^^; 마지막으로 네번째 가정집을 방문했는데 이 집은 좀 사는 집이라고 하더군요.


    밭에서 일하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외지에서 온 우릴 반기고 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평생 농사일을 해오셨다는 아주머니. 첫 인상이 참 푸근하니 좋습니다. 그런 아주머니가 제 아내를 보더니 잠깐 이리와 보라며 뭔가를 보여줍니다. 통안엔 솜털 같은게 잔뜩 들어 있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해요.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일단 따라해보긴 하는데..


    "지금 하는게 무엇이냐" 고 묻자 아주머니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 같은 표정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이 다음주에 시집을 간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금 만드는 건 시집가는 딸을 위한 베개라고 합니다. 그렇게 둘이서 다정하게 베개를 만들다가 잠깐 따라오라며 우리집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캐나다에 초기 정착 이후 40년 이상 된 집의 거실

    조명은 바람을 이용, 충전해서 킬 수 있도록 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코드 판, 수동으로 돌려서 음악을 튼다

    엔틱해보이는 낡은 미싱기

    당대 최고의 배우 중 하나였다고 한다.

    캐나다 속 우크라이나 마을의 어느 가정집에서

    버터를 만들때 사용하는 틀로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침실

    시집을 앞둔 딸이 사용했던 방으로 한때 입었던 파자마도 보여줬다.

    캐나다의 겨울을 나기 위한 코트들

    남편이 입는 옷이라고 하는데 바이슨(야생들소)의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한번 입어봤는데요 옷이 진짜 무겁습니다. 그리고 입자마자 정말 후끈해집니다. 이 옷 하나면 캐나다의 겨울도 문제 없을거 같아요. ^^


    마굿간에서 기구의 쓰임새를 설명중인 가이드 David Makowsky씨

    원래 이 날 쉬는 날이였는데 우리부부를 위해 이렇게 가이드를 해주신 David Makowsky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전 이 분에게서 매우 인상깊은 배려를 느꼈는데요. 영어에 약한 우리를 위해 최대한 알기 쉬운단어로 또박또박 설명해 준 배려가 고마웠습니다. 또한 '마차를 끌고 온 할아버지', '밀 타작하는 여인들', '숙성된 양배추 절임을 보여주고 인심좋게 빵을 구워준 아주머니', 그리고..'다음주 딸 시집을 앞둔 어머니의 심정'까지..

    "우리부부를 위해 연기해주신 모든 엑스트라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투어를 모두 마치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전 정말 둔한가 봅니다.) 이곳 우크라이나 민속촌은 이미 수일전에 시즌이 종료되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당시 저는 시즌이 종료된 줄도 모른채 찾아갔는데요.(가이드와의 미팅을 잡아줬기에 당연히 시즌인줄 알았지요) 막상 도착해 보니 우리말곤 다른 관광객들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 이상했습니다.


    첨엔 너무 이른시간에 와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가이드가 나와서 우릴 반겼고 어디서 할아버지가 마차를 끌고 등장하더니 우릴 태우고 마을을 둘러보게 했습니다. 이후부턴 보셨듯이 우크라이나 여인들이 각 포지션에서 삶의 모습들을 재현했구요. 그렇다면 이들 엑스트라들은 단 둘인 우릴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나와 일을 했다는 건가요? 진짜 궁금했습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감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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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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