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키] 콜럼비아 빙하와 설상차 투어 그리고 교통사고 에피소드
    여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 날 지켜준 물건의 정체


    원래는 '콜롬비아 빙하의 설상차 투어' 얘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캐나다 로키에선 워낙 유명한 명소이고 또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재수가 없었는지 이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에피소드 저에겐 두고두고 회자될 거 같아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좀 아찔 했거든요. 얼마전 몇몇 분들에게만 이 얘길 했었는데 오늘 포스팅으로 그때의 상황을 써볼까 합니다. 교통사고 얘긴 맨 뒷쪽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콜롬비아 대빙원으로 떠나봅니다.



     

     

    콜롬비아 빙하와 아이스필드파크웨이, 캐나다 로키

    콜롬비아 빙원(Columbia Icefield)에 대해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앨버타 주 경계 양쪽에 걸쳐 있는 빙하로 로키산맥 최대크기의 대빙원입니다. 이 빙하는 서쪽의 콜롬비아 산(3,747m)과 에서베스카 산(3,490m)사이에 펼쳐져 있는데 표면적만 따지면 서울시의 절반이 넘으며 얼음 두께만도 400m가 넘는다고 합니다. 북극권을 제외하곤 북미 대륙 최대 규모의 빙원인 셈.


    여기서 녹은 물은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등으로 흩어지면서 흘러가는데 이곳에서 유콘주를 통과해 북극해로 흘러가는 여정은 무려 4,000여km를 넘나들기도 하며, 대서양으로 빠지는 물줄기는 알버타, 사스캐처원, 매니토바주를 거쳐 허드슨만까지 약 2,500km의 여정을 거쳐간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스케일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녹는 속도가 빨라져 500년 후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해요.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설상차 투어가 빙하에 얼만큼의 악영향을 끼치는지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극히 일부분이지만 빙하를 직접 밟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설상차에 몸을 맡깁니다.


    서울 면적의 절반 크기라는 콜롬비아 대빙원, 그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과거 설상차 투어에 사용되었다는 옛날 설상차

    저 멀리 설상차가 오고 있다.

    일반 차량의 크기보다 훨씬 거대한 설상차도 대자연 앞에선 그저 콩알만하다.



    콜롬비아 빙하는 도처에 크레바스(밑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얼음 구덩이)가 있어 설상차로 정해진 길만 다닌답니다. 사진은 투어를 마친 관광객을 태우고 이제 막 도착한 모습.


    아이스필드 콜롬비아 설상차 투어

    바퀴 두께 보세요. 엄청나죠? ^^


    저 빙하까지의 도달 시간은 약 15분. 이제 출발합니다.



    설상차 내부

    한대에 8억5천 정도 한다는 설상차의 위용

    저 바퀴 한짝만 우리나라 돈으로 500만원 가량 한다고 해요. ^^ 털털거리며 천천히 얼음 위를 달려온 설상차는 거대한 빙하 위에다 우릴 내려줍니다. 빙하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이 든다기 보단 거대한 얼음바닥 위에 서 있는 그런 기분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니 황량해 보이는 바위 산과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빙하만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인간들의 모습이 정말 작아 보입니다.




    콜롬비아 빙하에 오면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빙하수를 마시는 것이예요. 다들 한아름씩 생수통을 준비해 갔고 옵니다.


    때 묻은 표면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저 빙하수는 수천년의 세월이 녹아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순도 높은 액체입니다. 자세한 성분은 모르지만 거의 미네랄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해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액체"
    "마시면 장수한다는 미네랄 덩어리"
    "10년은 젊어진다는 순수의 결정체"

    빙하수를 빗대어 하는 말들입니다. 사실 그런것 보단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마셔본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도는게 물맛이 끝내줄거 같습니다. 저도 가져온 패트병을 모두 꺼내 빙하수를 담기 시작합니다. ^^


    아~ 그런데 손이 너무 시리다. ㅠㅠ 몇 초 안댔는데 손이 너무 아려서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들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한손으로 받쳤는데 저 작은 페트병 하나 담는데는 양손으로 번갈아야 할 정도로 물이 차갑습니다. 실제 수온이 얼마나 될까? 그래봐야 0도 이상이 아닐까 싶은데 빙하수라서 그런걸까요. 왠지 일반 얼음물 보다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


    바들바들 떨리는 내 손. 마치 동상에 걸릴거 같은 시려움이 전해져 오면서 금방이라도 손이 마비될 거 같습니다. 이렇게 빙하수를 받을땐 한가지 주의해야 할게 있는데..


    이따금씩 얼음바닥이 푹~하고 꺼질때가 있어요. 아주 보기좋게 당해버렸습니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진 이 꼴로 다녀야 할것 같습니다. 발이 젖었으니 잠시 후 발도 시려오겠죠. ㅠㅠ 어쨌든 그건 그렇고.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액채 좀 마셔볼까요. ^^




    "꿀떡꿀떡꿀떡"

    몇 모금 마시다 숨이 차서 푸하~~~~~미네랄 덩어리라지만 그런 미네랄의 맛을 느낄만한 초정밀 미각은 저에게 없는지라 ^^; 빙하수를 마셔본 솔직한 느낌은 "그냥 얼음물 같네"


    그 어떠한 맛이라던가 향을 거의 느낄 수 없는..어쩌면 그만큼 불순물이 없기 때문에 맛을 못느끼는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청량감만은 최고!!!  왠지 기분도 좋아지는거 같구요 ^^ 또 언제 빙하수를 마셔볼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져온 패트병을 모두 꺼내 빙하수를 담습니다.


    뒤에서 나를 친 차량

    설상차 투어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는데 여기서 사고가 났습니다. 멀찌감치 보이는 빙하를 향해 한창 셧터를 날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저를 쳤습니다.

    "퍼억!"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촬영 중인 저는 그대로 카메라 액정에 코를 박으면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습니다. 얼굴이 벌개진 저는 뒤를 돌아봤는데 아니 글쎄 저 차가 후진하면서 저를 못보고 그대로 친 것입니다. 아마 뒷 공간에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한건지 후진도 엄청 세게 하더군요. 무릎을 꿇고 앉았던 저는 일단 일어섰습니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아내가 화들짝 놀라서 "괜찮아" 하며 달려오고 있었고 차에선 두 사람이 내리더니 이쪽으로 황급히 달려옵니다. 저를 친 운전자는 백발이 무성한 할아버지, 그리고 그 옆엔 할머니였는데 그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커다랗게 뜬 눈을 하며 "아임 쏘 쏘리~"를 연발, 괜찮냐고 물어옵니다.


    저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지만 몸을 움직여보니 크게 다친덴 없는거 같았고 상대방도 반쯤 울먹거리면서 저를 보듬으며 미안하다고~  정말 괜찮은거냐고 하니 이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어도 잘 못하기 때문에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I'm OK"

    ㅡ.ㅡ;...  아픈거 보단 창피함이 밀려오기도 했구요. 옆에 있던 아내가 정말 괜찮은거 맞냐고 나중에라도 아프면 어쩔꺼냐며 지금 확실히 하자고 했지만
    목과 허리를 움직여보니 별로 다친거 같진 않았어요. 생각보다 꽤 강하게 들이 받았고 소리도 크게 났는데 말입니다. 정말 괜찮냐고 되묻는 노부부를 상대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여서 그들을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그들이 타고 간 차량을 찍어놓긴 했어요.(가만보니 한국차네)



    아이스필드파크웨이, 캐나다 로키

    아내가 그럽니다. 정말 괜찮은거야? 아까 보니 뒤에서 꽤 쎄게 받았던데.. 순간 우리의 시선은 제가 메고 있던 배낭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중 제가 빙하수 받을때 메고 있던 노란색 배낭입니다.) 배낭을 열어보니 아까 빙하수를 담은 패트병이 가득합니다.

    "먹으면 장수한다는 빙하수가 살렸네"

    우연일까요. 패트병과 아내의 옷가지들이 충격을 완화해 준 꼴이라니..그 패트병이 없었다면 전 아마도 이곳에서 허리를 다쳤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여행중에..

     

    이 글을 쓰면서 그때의 아찔했던 상황이 막 떠오르고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났으니 이렇게 웃으면 쓸 수 있는거 같아요. 어쩌면 최악의 여행이 될 수도 있었는데 빙하수가 살렸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거 보면 참 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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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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