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자연산 도다리 판매 실태 조사"
    가격올리고 저급횟감 파는 현장 포착
    , 황당해


    입질의 추억입니다.
    오늘은 분노의 포스팅 좀 하겠습니다. 본의아니게 흥분을 하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수산시장의 바가지 실태와 수산물 원산지 표기 문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특히 활어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제철맞은 싱싱한 횟감을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데요. 일부지만 얄팍한 상술, 비양심적인 판매, 과도한 호객행위로 인해 회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심히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말로는 저렴하게 먹는다지만 까놓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수산시장
    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저는 현장 탐문으로 이를 알리고자 합니다.

    ※ 오늘의 이야기는 자연산을 주로 찾는 분들에겐 다소 충격적으로 들리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산시장에서 "자연산 도다리"를 먹었다며 자랑처럼 쓰셨던 일부 파워블로그 분들의 포스팅을 관찰해 본 결과 70% 이상이 
       도다리가 아니였음을 사진을 보고 알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판매하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일부 비양심적인 상인들의 얘기이며 이로 인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양심적으로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겠습니다.

    오늘의 포인트는 바로 "자연산 도다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방송에서 떠드는 소리가 있죠?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과 함께 봄에는 뭐니뭐니해도 "봄 도다리가 최고"라며 연신 도다리 소식을 전하곤 합니다.
    산지에선 산란을 맞아 알이 가득 든 도다리를 잡아가지곤 "도다리 쑥국"을 끓여먹곤 하죠.
    양식이 어렵고 자연산밖에 없다는 이유로 늘 고급어종 취급을 하며 가격도 훨씬 비싸게 형성되는 도다리.
    미식가들 사이에선 평범한 광어에 비해 좀 더 찰지고 고소하다는 이유를 들어 으뜸으로 치는 도다리.
    그러다보니 도다리는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찾고 또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줄 아는 소비자들이 찾다보니 일부 상인들은 얄팍한 속임수로 바가지를
    씌우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수법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을까요?



    좌광우도의 법칙으로 정면에서 봤을 때 눈이 왼쪽에 몰려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몰려있으면 도다리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이분법적인 논리로 엄연히 말해 광어와 도다리를 구별하는 포인트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를 맹신해선 절대 안된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어 드리고 싶다.

    우선 도다리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 제 블로그에 몇 번이나 올렸는지 모릅니다. 바로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좌광우도"의 법칙이죠.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고 또 상인들도 좌광우도를 가지고 도다리를 설명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놈의 "좌광우도" 법칙 때문에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던 소비자들 마저 도다리를 찾다가 엉뚱한 어종으로 속아서 드셔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도다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우리는 통상 도다리로 불리는 어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시장에선 평가하는 도다리는 보통 위의 세가지를 두고 말합니다.

    1번(맨위) : 표준명 "도다리(메이타가레이)"로 이것이 진품 도다리지만 어획량이 극소량이여서 일년내내 보기가 힘드니 이는 제외하겠습니다.
    2번(중간) : 표준명 "문치가자미(마코가레이)"로 대부분 이것을 방언으로 "도다리"라 부르며 상인들은 이를 '참도다리"라 부릅니다.
                     우리가 봄 도다리하는 건 바로 이 녀석인데 요즘 어획량이 많지 않고 산지에서 전량 소비되므로 도시에선 수산시장이라도 보기가 힘듭니다.
    3번(아래) : 표준명 "돌가자미(이시가레이)"로 상인들은 이 녀석을 "돌도다리"라 부르며 고급어종 취급하고 있습니다.
                     자연산은 뛰어나지만 이 또한 양식이 너무 많이 범람된 어종으로 양식은 위의 두 어종에 비해 평가가 낮습니다.

    이것들보다 평가가 높은 "범가자미(멍가레)"나 "줄가자미(흔히 이시가리라 부르는)"가 있지만 워낙 고가니 빼구요.
    요즘 횟집에 흔히 보는 강도다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어종 외에는 모두 도다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위의 도다리들 보다 상업적 가치가 낮은 어종들을 둔갑시켜 "자연산 도다리'라며 팔고 있는 실정입니다.


    표시된 어종은 '자연산 도다리'라며 1키로에 5만원 달라던 문제의 가자미, 알고보니 도다리가 아니였다.
    물론 좌광우도의 법칙에 해당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도다리는 아니였다.

    얼마전 "수산시장 공략 팁! 활어회 바가지 안쓰고 사먹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찍었던 도다리 사진을 보고 어느 분께서 제보를 주셨는데요. 사진의 어종은 상인들이 좌광우도라는 논리를 앞세워 도다리로 팔지만 실은 도다리가
    아닙니다. 당시 저는 위 사진을 촬영했을 때 도다리치곤 커서(도다리는 이렇게 안큽니다) 미심쩍게만 보고 지나쳤는데 알고봤더니 위 어종은 상인들 사이에서 "로시아"라고 불리는 가자미과 어종으로 도다리와는 개념이 다르며 값도 싸고 횟감으로는 저급으로 알려진 고기입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저는 어제 노량진 수산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제부터 방송에서 그리 떠드는 "봄 도다리'를 드실 생각이라면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제가 누누히 말씀드렸지만 "봄 도다리"는 방송이 만든 허구입니다.

     ▶ 도다리의 제철은 봄이 아닌 여름부터다.

     얼마전 "
    제철맞은 도다리, 미식가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에서 자세히 설명했듯 도다리가 가장 맛있는 제철은 봄이 아닙니다.
     여름에서 가을사이가 가장 살이 오르면서 지방 햠량이 높아 맛이 좋아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다리의 제철을 봄으로 알고 있고 이는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데 이는 방송이 만들어 낸 허구입니다.
     즉, 2월~5월 사이에 산란을 거치는 도다리(문치가자미)는 지금 어획되고 있는 전량이 알베기이거나 혹은 산란을 마치고 몸이 홀쭉해진 도다리입니다.
     알베기면 영양분이 알에 집중되기 때문에 살이 물러 맛이 없고, 알을 낳은거라면 몸이 홀쭉해져서 이 역시 양도 안나오고 맛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알베기를 탕감으로 사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도다리 쑥국"입니다.
     이는 섬세한 미각으로 느껴야 하는 횟감과 달리 단순 탕감용이이므로 살이 무르든 지방이 적든 익힌 근육을 먹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얕은 바다로 산란하러 들어온 도다리가 가장 많이 어획되는 시기는 2월~5월 입니다. 어디까지나 어획량이 집중되는 시기에 소비촉진을 위한 방편으로 
     오늘날 "봄 도다리"가 탄생한 거지 실질적인 제철은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활동이 집중되면서 살이 붙기 시작하는 6월~10월인 것입니다.
     이는 수산강국인 일본에서도 도다리를 가을로 보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시 동작구

    그래서 저는 "자연산 봄 도다리"의 판매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언론과 방송매체등에서 "제철맞은 봄 도다리"라며 연신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수산시장에선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봄 도다리를 어떻게 팔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스틸컷용 카메라 한대와 동영상용 카메라를 가지고 상인들을 만나 거래를 해봤습니다.
    동영상은 조만간 공개하겠습니다.


    보다시피 활어들이 엄청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참돔으로 지금이 제철이죠.


    이 많은 플랫피쉬류(광어나 도다리, 가자미등) 중에서 여러분들은 얼마나 자신있게 자연산 도다리 혹은 자연산 광어를 고를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이거 도다리 자연산 맞아요?", "도다리 얼마예요?", "도다리 좀 봅시다" 정도로 거래를 시작하실 겁니다.
    그럴때 상인이 꺼내보이는 도다리는 사실 도다리가 아니고 가자미과 종류 중 하나를 보여줄텐데요. 문제는 이러한 가자미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구별도 힘들고 햇갈립니다. 현재 수산시장에서 "자연산 도다리"라며 꺼내는 것들은 아래와 같으니 그 특징들을 알아두고 거기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돌가자미의 특징은 표시된 부분에 딱딱하게 튀어나온 각질이 있으므로 구분이 쉽다.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꺼내보이는 이 녀석의 이름은 "돌가자미"입니다. (관련글 : [어류도감] 돌가자미)
    일어명 "이시가레이"로 일부 "이시가리"로 잘못불리면서 최고의 횟감 대우를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통상 이시가리는 줄가자미를 말함)
    이 돌가자미는 자연산일 경우 그래도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40여종의 가자미과 가운데 중급 수준의 횟감 퀄리티를 갖고 있는 어종으로  최대 전장
    70cm까지 자라는 비교적 대형종입니다.

    그러나 돌가자미의 경우 여타 가자미과완 달리 성장속도가 빨라 양식이 가능한데다 각종 유해물질을 투여해서 키운다는 중국산 양식이 가장 많은
    어종 중 하나입니다. 시장에서는 50cm가 넘어가는 대형급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만약 60cm가 넘어가는 특대형 사이즈라면 거의 자연산으로 보고 드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물건은 흔히 볼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닙니다.
    여기서 부르는 가격은 키로당 35,000원 달라네요. 사진의 돌가자미는 1.2kg로 약 4만원 가까이 됩니다만 중요한건 사이즈가 작아요.
    사이즈가 작은 것을 키로당 저 가격으로 부르다니 바가지까진 아니더라도 더 깍아볼 여지는 있는 물건이 되겠습니다.


    범가자미(멍가레)로 뒤집었을 때 흰 배에 검은 점들이 박혀있는게 특징이다.

    이것은 상인들이 흔히 "점도다리" 혹은 "멍가레"라 부르는 고급 가자미로 표준명은 "범가자미"가 되겠습니다.
    점가자미는 따로 있으므로 올바른 표현이 아니죠. 범가자미, 별가자미, 멍가레 정도가 옳은 표현이 되겠습니다.
    어쨌든 이건 논란꺼리가 될 수 없는 최고급 가자미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겠습니다.(찾아서 드실게 아니면 이런게 있다는것만 알아만 두세요.)
    99% 자연산이며 키로당 10만원을 조금 웃도는데 지금 보신 것은 사이즈가 작은건데 키로당 12만원을 부르다니 좀 바가지입니다.


    얘도 도다리라며 끼워달라는 강도다리, 지느러미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고 광어와 같은 눈 방향이란게 특징

    가자미과 어류들 중 유일하게 강에도 살며(기수역)살에 수분이 많아 푸석거리고 값어치가 떨어지는 저렴한 어종.
    동해지방 사람들은 낚시로 자연산 강도다리를 잡으며 귀한 대접을 한다지만 서울, 수도권에 들어온 강도다리는 전량 양식입니다.
    절대로 자연산이 서울에 들어올 수 없을텐데 이걸 끝까지 자연산이라고 우기네요.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강도다리는 한때 중국에서 대량 양식으로 키워서 한국에 엄청나게 들어왔다가 지금은 전량 국산 양식입니다.

    수도권과 도시의 횟집에서 "도다리"는 80%가 전부 이 녀석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여기선 키로에 3만5천원 달라네요.
    노량진 수산시장가서 자연산 도다리를 찾으면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걸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첫째 "도다리는 양식이 안되. 100% 자연산이야"
      → 도다리는 양식이 참으로 많은 어종입니다. ^^  돌도다리(실은 돌가자미인데)도 양식, 강도다리도 양식.
          뼈째썰기(세꼬시)용으로는 얼마든지 양식이 있고 성장속도가 빠른 돌가자미나 강도다리는 저리 큰것도 다 양식입니다.

    둘째 "흰배 안보여? 배가 하얗잖아. 당연히 자연산이지"
       → 배가 하얗다면 무조건 자연산이라는 얼토당토안하는 정보들이 나도는 바람에 그걸 상인들이 이용해 먹는 케이스입니다.
           이젠 광어도 배가 하얗다는 것으로 자연산이라 볼 수 없어요. 도다리는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원래 배가 하얗습니다. 

    셋째 "내가 광어랑 도다리랑 구별법 가르쳐줄께. 봐봐 예는 눈이 오른쪽으로 돌았고 쟤는 왼쪽으로 돌았고, 이게 바로 좌광우도야"
       → 니 그러다 눈돌아갈 수 있데이~ 그럼 당신들이 파는 저 강도다리는 도다린데도 어째서 눈 방향이 광어랑 똑같은데?
           대부분의 도다리, 가자미류는 정면에서 보면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강도다리는 광어와 같은 방향입니다.
           좌광우도의 법칙을 맹신하는 것은 금물! 


    허연 배를 드러내며 마치 자연산처럼 보이는 광어.

    이건 여러분들이 가장 흔히게 드시는 광어입니다. 노량진에선 자연산 광어를 팔아먹으려고 호객행위들을 하시던데
    사진의 광어는 자연산일까요? 양식일까요?
    좀 아시는 분들은 눈치가 있으셔서 "자연산"으로 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양식"입니다.
    제가 조만간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 구별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지만

    "배에 얼룩덜룩 무늬가 있으면 양식? 배가 깨끗하게 흰색이면 자연산?"

    이 말은 옛말이 되버렸습니다. 요샌 양식도 배가 허옇습니다. 그럼 뭘로 구별하냐구요?
    그건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건 양식입니다.


    광어를 도다리라며 속여팔려는 상인, 딱 걸렸네

    오늘의 하이라이트까지는 아니지만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경우입니다.
    제가 살다살다 광어를 가지고 도다리라고 속이려고 한 집은 이 집이 두번째입니다. 첫번째는 어디냐구요?
    바로 옆옆옆옆 집이였지요. 그 집과 이 집에서 도다리 달랬더니 "이게 바로 자연산 도다리"라며 싸게 해줄테니 가져가랍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광어를 가지고 도다리리니..
    이게 광어라는 건 옆에 있는 아내도 알아보는데 아내가 "이거 광어 아니예요?"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사진처럼 배를 보여주면서)
    "배가 허옇잖아요. 이게 자연산 도다리입니다." 하는 겁니다.

    다른건 몰라도 광어를 도다리라고 속여파는 경우는 얼마나 소비자가 만만하게 보였으면(죄송합니다. 제가 좀 만만하게 보여요 ㅋㅋ)
    광어를 가지고 기만하려는 걸까? 물론 카메라를 두대씩이나 들고 다녀서 조사느낌의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아내는 제 팔짱을 끼며 철저하게
    데이트 나온 연인처럼 행세했고, 저는 회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돌아다닌게 주효했지만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이런식으로 속이려고 하나?
    마지막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어종을 보고 도다리가 아니라고 판단하실 수 있으신 분?

    사진은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자연산 도다리"로 둔갑해서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가자미과 어종입니다.
    상인들 사이에선 "로시아"라고 부르는데요. 제가 로시아를 조사해보니 검색에는 전혀 잡히지 않더군요.(아마 이 글로 첫 검색에 잡힐 겁니다.)
    일부 상인들은 이 로시아를 가지고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키로당 5만원, 좀 더 싸게 부르는 집은 3만오천원을 부릅니다.
    문제는 이 어종이 도다리가 아닐뿐더러 그 가격에 맞는 횟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연산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성장속도라 워낙 느려 사료만 축내므로 아무도 양식하려들지 않을테니깐요. 
    하지만 이 가자미는 살이 무르고 수분이 많아 횟감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주로 국거리에 쓰입니다.
    그래서 이 어종에 대해 조사를 해봤습니다.

    표준명은 "찰가자미"이며  동해에선 어민들이 "울릉도 가자미, 혹은 미역초 광어" 정도로 불리고 있습니다.
    찰가자미는 일본에서도 회로 먹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조림이나 탕감(미역국) 정도로 쓰일 뿐 가격도 저렴한 축에 들고 거래도 많지 않은데
    어느새부턴가 이 녀석들이 봄 도다리 행세를 하고 있더군요.


    한번 보여달라고 했더니 아주 자랑스럽게 광어랑 같이 꺼내가면서 도다리 구별법을 알려줍니다.
    그놈의 좌광우도랑 하얀 배를 들먹거리면서 말이죠. 저는 여차하면 이 녀석을 사갈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녀석이 정말 찰가자미라면 죽기전에 엄청난 점액질을 분비해 낼테고 그것으로 저는 이것이 찰가자미임을 증명할테니깐요. 
    그 끈적한 점액질 때문에 일본의 낚시꾼들은 기피대상감이며, 사실 맛도 좋지 못해 천대받는 고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두가지 이유로 이 녀석의 구입을 포기하였습니다.

    첫번째는 활어상태로 가져가겠다니 절대로 안된답니다.
    제가 해수 좀 넣고 봉지에다 싸주면 안되겠냐니 낌새를 차린건지 어땠는지 그냥 안판다네요.
    그래서 제가 다른 집에서 물어봤습니다. 

    "산 상태로는 포장이 안되느냐" 고 물었더니 "안될 이유가 없다. 다 포장된다"라며 몇몇 상인들이 말했습니다.
    다만 가다가 죽을 수 있으니 차라리 목을 찍어 포장해가는게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그거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저는 현장에서 찰가자미를 죽여서 피를 빼면 점액질을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산 상태로 가져가려는 것이지요.
    다시 해당 상인에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제가 집에서 회뜨는 연습 좀 하려고 그럽니다. 다른 집가서 알아보니 산 상태로 포장이 된다는데 좀 해주세요"
    "(아저씨 옆에 아줌마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그건 안되요."
    "왜 안되요? 다들 산채로 포장이 가능하다는데 얘만 안되는 거예요?"
    "아무튼 안되요"
    "아니 그니깐 왜 안되냐구요?"

    아저씨.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네요. 그러면서 동료 상인들에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눈치를 줍니다.
    왜 안되는 걸까요 왜? 점액질이 나올까봐? 로시아라는게 들킬까봐?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안되는 걸까?


    찰가자미의 특징은 일반적인 도다리에 비해 크기가 크고 몸체가 타원형으로 길쭉하며 무안측을 보면 지느러미가 까맣다.

    두번째 이유는 뒤집혀진 이 녀석의 모습을 보고 저는 로시아라는 가자미가 "찰가자미"임을 직감했습니다.
    배가 보이는 면을 보시면 지느러미 색이 까많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찰가자미의 특징이죠.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죽기직전에 뿜어내는 점액질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래는 상인들이 '로시아'라 불리우는 찰가자미의 앞 뒷면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봄 도다리"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는 찰가자미
     
    보다시피 죽은 찰가자미는 끈적한 점액질을 분비합니다.
    저의 원래 계획은 이것을 활어 상태로 가져와 집에서 점액질을 분비하게 만들어서 촬영하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회를 치게 하면 상인이 칼로 점액질을 걷어내고 호수로 물을 뿌려서 순식간에 감출 수 있다는 걸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집어서 보니 몸의 채색과 지느러미등의 형태학적 특징이 찰가자미와 일치함을 알았고 확인사살을 위해 일본 어류대도감을 뒤져서
    지금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파는 로시아가 "찰가자미'임을 알아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찰가자미는 횟감으론 매우 떨어지는 어종입니다.

    어느 상인이 그러더군요.
    "우리가 로시아를 키로에 25,000원에 들여온다."
    얼핏포면 양심고백으로 들릴지도 모르나 제 생각엔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25,000원에 들여와서 소비자에게 35,000원에 판다고? 언제부터 찰가자미가 경매단가 키로당 25,000원이나 할 정도로 고급어종이 됐나요?
    찰가자미가 그새 고급어종으로 빠른 진화를 했군요. ^^
    제가 찰가자미가 어떤 고긴지 써둔 글이 있습니다.(관련글 : [어류도감] 찰가자미)


    결국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진품 도다리는 한마리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 철이 아니라는 게 상인들의 증언인데요. 그렇다면 진짜 도다리는 아예 안들어온걸까요?

    이번엔 뒷쪽 골목으로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도다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문치가자미로 보통 이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선에선 "도다리"라 불리며, 상인들은 이것을 들어 참도다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있는 상인들은 "도다리"가 지금이 제철이 아니라며 사먹는 것을 말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제가 본문 서두에 했던 말이기도 하죠.

    "도다리의 제철은 봄이 아니다."라고

    게다가 저 활어상태의 참도다리 한마리가 만원밖에 안합니다. 이유는 알을 낳아 살이 홀쭉해졌기 때문에 횟감으론 못쓰고 쑥국용이라고 해요.
    이 날 여러 상인들이 비슷한 말을 해왔습니다.

    "봄 도다리란건 모두 잘못된거야. 아니 생각해봐~ 봄에 알을 낳아 홀쭉해졌는데 이게 왜 제철이냐구"
    "그래 맞아. 방송이 다 망쳐놨지. 쑥국 끓여먹을라고 그런건데 사람들은 횟감을 찾지. 지금 시즌에 제대로 된 도다리는 보기 힘들어"
    "도다리요? 그런거 여기 없어요. 그게 얼마나 귀한건데. 저쪽에서 도다리라고 파는건 모두 로시아에다 강도다리에요. 도다리는 아녀~"

    제가 시장을 돌아다녀보니 대략 10곳 중 한군데 정도가 저런 가자미를 가지고 자연산 봄 도다리로 둔갑시켜 팔고 있더군요.
    하지만 양심껏 장사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모든 상인들이 로시아(찰가자미)와 강도다리를 팔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노량신 수산시장 전체를 싸잡아서 비난하는 글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노량진 수산시장엔 일부 상인들이 저런 유사 어종으로 "자연산 도다리"라며 속이면서 가격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손님 얼굴, 옷차림, 행세를 봐가면서 광어가 도다리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도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도다리(문치가자미)가 많이 들어올 시기인 5월에 저는 또 다시 실태조사를 하러 나갈 생각입니다.
    만약에 그때도 오늘과 같은 일이 발생된다면 저는 여러분들에게 상호를 노출시킬 용의도 있습니다.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은 언제까지 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그런 얄팍한 꼼수로 상대하실껍니까?
    저는 이 땅위에 이러한 꼼수를 절대 쓰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수산물 정보를 알리고 횟감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수차례 글을 써왔습니다.
    관심이 없다면 대충 보고 넘기겠지만 만약에 회를 직접 고르실 생각이라면 제가 쓴 글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수산시장의 바가지와 꼼수. 이러한 행태들이 사라지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고급 수산물 정보를 많이 알리고 이것을 읽는 소비자들이 수산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량이 늘어서 똑똑해지는 것 입니다.
    모든 수산물에 대해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자신이 먹는 횟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아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상인들 역시 질 떨어지는 어종으로 속여가면서 고가로 판다거나 하는 상술을 함부로 부리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조만간 "가격올리고 저급횟감 파는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상인과 상호는 가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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