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유감] 종로5가 재래시장 생선구이집, 일본인 관광객과 환풍기 위생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재래시장 식당골목을 찾았습니다.
종로5가 광장시장 옆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요즘 소문듣고 찾아온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입니다.
특히 닭한마리와 생선구이 백반이 인기가 있는데요. 연탄불에 구워지는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에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본인 관광객들이 두드러지게 많아서 한류열풍을 실감했는데
이곳 식당가의 위생도 그러한 기대에 미치는가에 대해선 다소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들 눈에 비춰진 식당 이미지와 생선구이 백반은 과연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종로5가 신진시장의 생선구이집 골목

골목에 들어서자 생선굽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어떻게 보면 매쾌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연기들이 골목길을 매우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풍경들이야말로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
아닐까 싶어요. 재래시장의 생선구이 백반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했던 시절,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던 곳으로 푸근한 인심과 함께 어릴적 엄마가
해주셨던 밥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하얀 쌀밥위에 얹어먹는 고등어 구이 한조각, 구수한 된장찌개와 여러 깔끔한 밑반찬이 어우러진 밥상이 저렴했던 기억들.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이미지는 대략 이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릴만한 좋은 기억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흘러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인 관광객을 비롯해 여러 외국인들이 찾는 식당골목이 되었습니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생선구이에 군침이 넘어간다.

일본인들에겐 닭한마리와 같이 닭을 통째로 국물에 넣어서 먹는 음식이 생소하지만 그 맛에는 열광하는 분위기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적이라고 생각한걸까?
여기에 생선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진동하니 재래시장의 푸근한 인심과 함께 "한국스러운 밥상"을 느껴보려고 생선구이 백반집을 이용하는 일본인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들 눈에 비춰진 식당과 음식들. 과연 어떨지 내심 궁금합니다.
마침 배도 출출해서 여러 생선구이집들 중 가장 사람이 많다 싶은 곳을 선정해서 들어가봅니다.


몇 평 안되는 좁은 공간엔 손님들로 가득찼습니다.


역시 일본인 관광들이 많이 찾아서 그런지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메뉴를 담고 있는 한글 메뉴판과는 달리 일본어 메뉴판은 급하게 만들어졌나 봅니다..
1층은 자리가 차서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는데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합니다.
마치 창고를 연상케 하는 작은 방 분위기였는데 서너 테이블 중에 한 테이블은 노부부로 보이는 일본인 관광객이 생선구이 백반을 드시고 있습니다.
사실 너저분하다곤 하나 이것이 재래시장 식당들이 가지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도 싶어요.
조금 덜 정리가 되었거나 덜 깨끗해도 크게 위화감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개의치 않는 게 또 시장 분위기 아니겠어요. ^^


생선구이 2인분(12,000원)으로 고등어와 조기를 주문했더니 보시다시피 상이 차려졌습니다.
밑 반찬 몇 개에 생선구이가 놓여졌고 순두부 찌개는 2인 이상일때 나오는 서비스입니다.
국을 선호하는 분도 계시지만 이럴때 찌개 하나가 아쉬울 수도 있기에 이러한 서비스는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순두부 찌개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미료가 들어간게 좀 아쉽네요. 국물이 거의 조미료 맛입니다.)


고등어 구이(6,000원)와 조기구이(6,000원)을 시켰더니 이렇게 한접시가 나왔습니다.
언틋보면 윤기가 좔좔 흘르는게 맛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입에 대면서 그러한 기대는 무참히 깨집니다.

우선 조기구이의 경우 1인분에 한마리가 나가다보니 크기가 큰걸 사용합니다.
얼핏보면 조기가 커서 좋아보일지 몰라도 이것은 "부서조기(부세)"로 원래 덩치가 있는 조기입니다.
굴비(참조기)의 경우 1cm씩 커질때마다 그 가치가 빛을 발휘하지만 부서조기가 저 정도면 보통 씨알에 불과합니다.
부세는 중국산 수입이 가장 많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어디서 들어온건지 알 수 없다는 점.(원산지를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맛이 굉장히 없습니다. 살은 물탄듯 무르면서 싱겁고 밍밍한 부세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 6천원짜리 식사는 비교적 착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생선구이 6,000원에 맛없는 부서조기 한마리. 사람에 따라서 그 가격에 딱 맞네라고 볼 수도 있고 그보다는 못하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이것으로 한국의 생선구이가 형편없다고 느끼지는 않길 바래봅니다.

두번째 고등어구이.
노르웨이산 대서양 고등어의 사용, 이제는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국산에 비해 식감이나 맛은 떨어지지만 노르웨이산도 충분히 고소하고 경쟁력이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단가가 싸기에 식당에서 선호하고 있습니다.
근데 고등어가 한마리 나올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예요. 보시다시피 반쪽만 나옵니다.
1인분에 반쪽만으로 충분할지는 드시는 여러분의 양에 달려있네요. ^^;

알고보니 이 집만 그런게 아닌 이 근방의 생선구이집들은 모두 저런식으로 구이를 내놓고 있습니다.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말이지요. 같은 업종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서로 경쟁하느라 질이 좋아지거나 가격경쟁력을 갖추거나 할텐데 그렇지 않고
가끔씩 무언의 단합(?)을 보이는 현상도 보입니다. 가격이 같은건 기본이요. 이렇게 내어오는 음식도 칼같이 맞춰서 내니 집집마다 가질 수 있는 개성은
이곳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지요.
생선구이 백반이 6,000원 밖에 안해(?) 저렴하다곤 하나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한마리도 아니고 반마리를 내놓는다. 글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밥맛을 샥 가시게 하는 것이 있으니..
어쩌면 밥먹던 손님들이 이걸보고 맨탈붕괴되진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환풍기 위생상태가 좀 염려스럽습니다.
각종 기름때와 먼지들로 막혀있어 환풍기로써 제 기능을 할지도 의문입니다.
대게 식당들은 환풍기 위생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주에 한번씩은 닦는 편인데 이곳은 아예 손을 놔버린듯 합니다.

재래시장이 좀 덜 깨끗해도 푸근한 밥상이 있기에 용인될 수 있는 건 옛말이 되버린듯 합니다. 이미 그러한 수준은 넘어선듯한 위생관념. 
문제는 이곳이 일본인들을 비롯해 여러 외국인들이 찾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들이 식사를 하면서 보게 될 저 환풍기에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가 다소 염려스럽네요.
단골손님으로 장사해야 하는 집들은 그들만의 비법으로 꾸준하게 유지시켜 나간다지만 이렇게 관광객을 상대하거나 한철 장사하는 집들은 어차피
뜨내기 손님을 상대로 하기에 가게 이미지에 대한 개선의 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전 모범 음식점들을 상대로 위생 검열을 실시했지만 여기에 불합격을 받은 음식점들이 대거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모범 음식점 간판이 걸려있으면 "맛도 위생도 괜찮겠지"하며 더 신뢰를 하게 될텐데요.
막상 뚜껑을 열자 무늬만 모범 음식점들이 많았습니다.


모범 음식점 뿐만이 아닙니다.
각종 TV에 출연했다며 간판을 내 건 음식점들도 위생상태가 불량한건 매 한가지.
곁은 어느 연예인이 다녀간 곳, 어디어디에 출연한 곳이라며 위풍당당하게 타이틀을 내걸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위생상태도 위풍당당 할 수 있을까요?


외국인 특히 일본과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식당 골목길

생선구이에 쓰이는 재료는 대서양 고등어와 부서조기로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생선을 보관하는 바구니, 이것도 세월의 때가 깃들어 있다고 봐야 할 문제일까?

혹자는 재래시장 영세식당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손님들이 이 정도의 위생관념에도 묵과하거나 그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만 치부한다면 우리나라 요식업의 위생관념은 개선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허름한 것과 더러운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이다."

관광객이 몰리자 예전의 푸근했던 재래시장 이미지보다는 값싼 재료로 대충대충 때우며 변질되어가는 식당들.
그러한 상업화에 언제까지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진으론 차마 담을 수 없었지만 옆 테이블에서 생선구이를 드시다 반 이상 남기고 자리를 일어선 어느 일본인 노부부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들이 바라고 왔던 한국의 음식, 맛, 청결에 100%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줘야 않겠냐는게 제 생각입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고등어도 반쪽으로 내놓고 밍밍한 맛의 부서조기를 내어 놓는 그저그런 상차림이지만 위생만큼은 좀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먹은 생선구이에서 한국것은 없었다."

오늘 이야기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봐야 할듯 해요.
위생이 조금 안좋아도 음식에 성의가 있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반대로 음식맛은 약간 떨어져도 서비스나 위생이 좋다면 다시 찾을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런 문제는 어떤 손님이 대상이냐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위생관념과 성의 문제겠지요.
수입 냉동 식재료가 난무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구태의연하게 신토불이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반쪽짜리 수입산 고등어와 부서조기 한마리를 보면서
12,000원 짜리 생선구이가 오늘날 이렇게 변질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전해져 옵니다.
그러한 씁쓸함이 선입견이 되어 돌아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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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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