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계곡 맛집유감] 2만원짜리 해물파전으로 바라본 씁쓸한 자화상


    주말을 맞아 모처럼 집 근처에 있는 송추계곡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송추계곡은 처음 가보는데요. 계곡따라 올라가면 "물자리 있슴"이라는 간판과 함께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주차 안내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연을 벗삼아 놀러온 나들이객과 등산객을 상대로 이렇게 장사속을 챙기기 위해 줄지어 상권을
    형성한 풍경들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만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이런것도 단속을 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법이 어떻게 된건지 이렇게 우후죽순 계곡을 점령해도 괜찮은가봐요? 
    다소 이해는 안됐지만 여하튼 이 날은 멀리서 오신 귀한 손님들이 계셔서 함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문하자마자 나온 2만원짜리 해물파전에 모두가 기겁하는데..
     
     



    송추계곡의 어느 음식점

    토요일을 맞아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호황입니다. 
    첫번째 들린 집은 만원이라 그나마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서 들어왔는데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물가자리를 선호하다 보니 식당들도 서로 앞 다투어 물가자리를 확보해 놓은 모습입니다.

    사실 이런 곳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겠지요.
    그냥 가볍게 바람쐬러 왔다가 계곡물 보면서 놀다 가는건데. 비싸긴 해도 가족끼리 닭백숙 하나 시켜놓고 가벼운 음주가무를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계곡에서 물장난도 치면서 반나절 보내고 오는게 도시권 사람들에겐 소박한 일탈일 것입니다.
    또 이런 날은 괜히 멀리 갔다가 고생만 할테니 시간대비 효율로 따져봤을 때 이만한 곳도 없을꺼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구요.
    나오는 음식은 형편없는데 가격은 비싸기만하고 차는 왜이리 막히는지..뭐 이런 경험을 하기 전까진 말입니다. ^^


    우리 일행은 식구가 많아서 이것저것 시켜봤습니다. 
    엄나무 토종닭 백숙(55,000원)에 토종 닭도리탕(50,000원)을 각각 한 테이블씩 시켜놓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우선은
    동동주(7,000원)에다 해물파전(20,000원), 그리고 도토리묵(15,000)으로 입가심하기로 했습니다.


    위생관념 빵점인 식기들

    잠시후 밑반찬이 깔리고 덜어 먹을 그릇을 나눠주는데..
    그릇을 보니 이 집의 물 절약 정신이 상당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건 또 어떻게 알고 ^^


    계곡위에다 떡하니 터를 놓고 장사하는 집들은 전부 그럴꺼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집 식기들은 설겆이를 깨끗히 못해 아내에게 늘 구박받는 저보다도 더 못하는군요. 위생관념 빵점.


    해물파전(20,000원)과 도토리묵(15,000원)
     
    사진은 테이블이 두개라서 반반씩 나눈 모습이예요.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애시당초 촬영할 맘이 없었기 때문에 뒤늦게서야 카메라 전원을 넣고 찍어봅니다.


    동동주 한잔에 도토리묵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아~ 이 그윽한 밀가루 향기여"

    먹다가 단면을 찍어봅니다. 이런 집들의 도토리묵이란게 다 그렇고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
    굳이 말씀드리면 도토리 가루에 심한 거부반응이 있으시거나 혹은 밀가루의 그윽한 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매우 강추할만합니다.


    옆 테이블에서 해물파전 반쪽을 찢어다 가져놨습니다.
    구성은 냉동 해물 극소량에 파만 정직하게 들어간 해물파전(?)으로 이름만큼은 매우 충실하다고 보여집니다.
    극소량, 극미량.. 어느쪽이 맞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여기서 해물을 찾는 걸 게임으로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듯 해요.
    발견하지 못한 분들에겐 파전을 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하지만 걱정하지 하지 마세요.
    아마 대부분이 발견하지 못한 채 각자 나눠서 부담하게 될테니깐요.


    먹을거라곤 파전밖에 없다보니 몇 젓가락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새우살 발견 ^^
    바로 그 아래 흐릿하지만 잘게 썰어진 오징어 조각도 보입니다.
    와우 생각치도 못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네요!

    이렇듯 이 집 파전은 손님들로 하여금 보물을 찾는 기쁨을 주는 참으로 영리한 파전입니다.
    영리한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계곡을 벗삼아 먹는거니 음식이 어지간히 형편없어도 그냥저냥 먹을 수 밖에 없는 심리 또한 아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밀가루에 파 몇 쪼가리 얹고 냉동해물 극미량을 그것도 잘게 다져서 넣어주는 센스!
    아무리 이만원이 우습게 보이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다 싶습니다.
    물론 이런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바라고 오는 것도 무리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그렇지 한사람당 오징어 조각 하나씩은 씹히게 해줘야죠.
    그 흔한 오징어도 구경할 수 없는 파전이 이만원이라니. 요즘 냉동해물이 폭등했나요?


    토종닭으로 만든 닭볶음탕(50,000원)

    비록 우리일행은 저거 한 냄비에 4명이 붙었지만 저걸로는 양이 부족하다 싶으신 분들, 둘이서 한 냄비 시켜 드시기 바래요.
    오만원내고 한번 잡숴봐야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실 듯 합니다. ^^;
    4명에서 드셔도 인당 12,500원. 
    아무리 한철 장사라지만 올해는 시즌초반부터 맘 단디묵고 장사하려나 봅니다.
    그렇다고 저 닭이 메뉴판에 써진대로 토종일까요?



    냉동닭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뼈의 색이 검다.

    토종인지 아닌지는 유전자를 검사하지 않는 한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아무리 미각과 거리가 멀다 해도 일반닭과 토종닭은 먹어보면 그 식감에서
    꽤 많은 차이가 나므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것입니다.
    그렇다고 생닭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뜨내기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집이라면 더더욱 생닭을 쓸 이유는 없겠지요.
    뼈가 거뭇거뭇한 것은 냉동닭의 특징입니다.
    물론 닭을 잡는 도중 피멍이 들어서 일수도 있겠고 냉장보관 중에도 나타날 수도 있으니 100%는 확신할 순 없습니다.
    업소 입장에선 저단가 식재료로 최대한 매출을 끌어내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이 집은 욕심이 좀 과한 모양입니다.
    이것도 폭리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자리값으로 봐야 할까요?


    네이버에 "송추계곡맛집"을 치면 위와 같은 검색 결과들이 나옵니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송추계곡맛집"이란 키워드에 혈안이 되어 있죠.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맛집을 검색할 때 블로그를 많이 참조하는데 주로 "OO맛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합니다.
    홍대맛집, 명동맛집, 종로맛집 등등등.. 

    검색결과를 보니 송추계곡도 맛집이 있긴 있나봅니다.
    이런 뜨내기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에 맛집이 있다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저는 상위에 노출되고 있는 블로그를 가서 살펴봤습니다.
    거기서 쓰여진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롤이 길어질까봐 사진이 들어간 부분은 아래와 같이 '사진'이라고만 표시해 놓겠습니다.


    보다시피 말 끝마다 '송추계곡맛집 신비가든'이 써져있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송추계곡맛집 신비가든이란 말이 귀에서 떠나질 않네요 ^^;
    비단 이 블로그 뿐이 아닙니다. 상업적인 맛집 블로그를 보면 대부분이 이런식으로 키워드를 반복시켜 상위노출을 꾀하려고 합니다.
    사진만 그럴싸하게 갖다 붙여놓고 '송추계곡맛집'만 강조한 채 내용은 없는..
    차라리 블로그 접고 해당 업소의 공식 홈페이지나 하시지 그래요?


    이는 정보의 홍수가 아니라 정보의 악용이죠.
    그런 정보들을 우리들은 매일같이 접하면서 찾아갔다 실망하고.. 또 실망하고..

    저도 글을 쓰다보니 본의 아니게 송추계곡맛집을 반복시켜 버렸네요.
    네.. 솔직히 저도 송추계곡맛집으로 상위노출 한번 해볼랍니다. ^^;
    송추계곡맛집의 불편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데서 좋은 음식 바란다는거 자체가 이상한거 아닌가요? 어차피 계곡 한번 보려고 오는 사람들인데 자리세 내는거지.."
    "참으로 까탈스럽게 사시네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주변에 먹을게 어딨을까요?"

    이런 눈높이를 가진 분들이 계시는 한 ..
    송추계곡맛집.. Forever
    배짱장사..OK!

    특정 지역의 상권이 불합리한 가격에 형편없는 음식으로 일관해도 망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수요가 늘 따라오기 때문이겠죠.
    돈 내고 대충 먹고 놀다가지.. 하는 안일한 수요들 말입니다.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노는 풍경하난 정말 끝내주죠? ^^



    앗. 죄송합니다. 실은 이곳입니다.
    찔찔찔 흐르는 이것도 물이라며 좋아하는 아이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므로 이러한 비교는 억지입니다만 도시권에 사는 분들이 그만큼 열악한 환경속에서 여가를 즐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두 사진을 번갈아 보니 조금은 서글퍼지는데요. ^^;

    각자 그 나라에 맞는 환경과 거기에 따른 정책들이 있겠지만 확실히 우리나라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의지와 정책들이 부족해 보입니다.
    송추계곡만해도 그래요. 이곳에 즐비한 식당들이 뿜어내는 각종 생활수들은 하천(공릉천)으로 흘러갈테고 여름이 오면 우리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수영과 물놀이를 하게 되겠지요.
    모처럼 도심지를 피해서 나들이를 왔는데 푹푹 찌는 더위에다 차까지 막히고.. 간신히 물가자리에 앉았다 싶으면 바가지에 기본도 안된 음식들을
    먹고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 서글픈 현실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2만원짜리 파전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 안에서 일그러진 슬픈 자화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적으로 개선 좀 해야겠죠? 자칭 송추계곡맛집 가게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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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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