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평도낚시] 다금바리 사촌 붉바리 야생 시식기


    아내와 함께한 여수 갯바위 낚시 4부
    마지막 날 찾은 섬은 여수의 중거리 섬인 평도.
    이곳에서 낚시 시작과 동시에 특별한 손님 고기를 낚아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습니다.
    일식집에서 최고의 횟감으로 통하고 있는 이 생선은 회 한점당 만원을 호가하며 미식가들에게 특별한 입맛을
    선사하는 최고급 어종인데요. 오늘은 평도에서 낚은 특별한 손님으로 갯바위에서 작은 만찬을 열어 봅니다.







    약 7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나온 우리부부는 평도에서의 낚시를 위해 자정에 출발하는 낚시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렇게 망망대해를 가로지른지 한시간 이십여분이 지나자 첫번째로 호명합니다.(첫번째로 내리면 왠지 그날 낚시가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갑판 위로 나가보니 시커먼 바다에 환한 보름달이 떠 있었고 그 아래로 큼지막한 바위섬이 우두커니 솟아 있습니다.

    새벽 1시. 전남 여수 평도에서

    바로 평도의 명당 중 하나인 "양가린여"입니다.
    무사히 짐을 옮겨 갯바위에 하선시킨 배는 레이져 빔을 연상케 하는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밤 바다를 가로지르며 회항중입니다.


    편의점표 두유랑 샌드위치로 가볍에 끼니를 때우고 곧바로 낚시 준비를 서두른다

    뜰채 조립은 여전히 아내의 몫, 여수 평도

    한낮에 7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나온 우리부부. 이번 2박 3일 일정 중 그나마 달게 잤던 수면이였습니다.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낚시 준비를 서두르는데 지금부터 해뜰 때까지 참돔 낚시를 해볼 참입니다.
    사실 참돔 낚시는 처음 해보는데 아직 이곳 포인트의 특성도 잘 모르겠고 어두워서 지형지물을 살피는 건 더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선장님이 말해준 수심만 가지고 낚시를 해야 하는데 밤이라서 전유동을 하기보단 채비를 다소 무겁게 꾸리고 목줄도 짧게해서 시작해 봅니다.

    이곳 수심은 발앞이 11m, 조금 멀리 나가면 15m 이상으로 쭉쭉 떨어지는 직벽지형이여서 반유동으로 다소 튼튼하게 채비를 꾸렸습니다.
    대는 1호대 - 3호 원줄 - 0.8호 전자찌 - -0.8호 수중찌 - 목줄 2호 한발 주고 중간에 2B 봉돌을 물리고 난 후 감성돔 바늘 4호로 채비를 마감합니다.
    아내도 저와 비슷한 채비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면사매듭을 조절해 서로 다른 수심층을 노리면서 탐색전을 펼쳐볼 생각입니다.
    저는 바닥층에 가까운 10m 수심을, 아내는 7~8m권을 노리는 것으로 낚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랬더니 퍽퍽하고 물어주는 왕볼락.
    근데 밤이라 도저히 사진 촬영이 안되네요. 거의 심령사진이 되어버렸는데 밤 낚시의 떠오르는 난제입니다.


    왼쪽부터 돌돔, 참돔, 망상어순으로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계속된 입질로 손맛보는 아내.
    수심층이 잘 맞는지 아내한테만 집중적으로 입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씨알은 잘아도 돌돔, 참돔등의 여름 어종들이 우릴 반깁니다.
    이후 저는 아내와 같은 수심층으로 맞춰서 공략해 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내 채비에만 물고 늘어지고..
    저는 열기 두어수 하고 입질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자리를 옮겨서 다른 포인트로 공략해 봅니다.
    이곳 양가린여는 포인트 몇 발짝만 움직이면 양쪽 공략이 가능해 물때에 따른 포인트 선택이 용이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반대편 포인트는 수심이 조금 얕은 느낌이 들어서 찌밑 수심을 9m 정도만 주고 바로 발 밑을 공략해 보는데..

    밑걸림이 있는건지 찌가 살짝 자물거립니다. 낚시대를 들어보니 초릿대 끝이 살짝 휘어지네요.
    역시 밑걸림인가 싶어 채비를 회수하려고 하는데 혹시나 싶어 초릿대를 한번 더 들어봅니다. 그런데 들리네요?
    뭔가 물고 있네? 싶어 확 채버렸더니 꾹꾹하며 앙칼진 손맛을 줍니다. 
    30cm급 돌돔 정도의 힘이 전해지는듯 하여 비교적 순조롭게 릴링을 하고 들어뽕을 해도 되겠다 싶어 올려보니..


    뭐야 이건? 쏨뱅이가 씨알이 좋네 싶었는데 가만보니 붉바리네요.
    이럴땐 씨알이 상당히 아쉬운데 말입니다. 저 붉바리가 40cm급만 넘어갔더라면 좀 대박인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붉바리다 보니 씨알에 비해 힘도 상당히 쓰고요. 일식집에서 거금 들여가며 붉바리 먹었다고 자랑하는 미식가들의 입담만 구경하다
    직접 낚아보니 기분이 좋긴 합니다.



    사진은 동이 트고 오전까지 살려놨다 찍었습니다.
    붉바리는 제주 다금바리(자바리)와는 달리 커야 50cm라 이 정도만 해도 중치급이겠어요.(가끔 이어도 해상에선 8짜도 출몰한다네요.)
    이렇게 선명한 자태를 눈앞에서 보니 바리과 특유의 어체와 선명하게 박힌 붉은 반점에 감탄이 나올만 합니다.
    저 에메랄드 빛 눈망울은 어떻구요.


    나중에 제 블로그의 어류도감 이야기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루겠지만 이쯤에서 간략하게 붉바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표준명 : 붉바리(농어목 바리과)
    방언 : 참능성어(여수), 꽃능성어(남해), 구문쟁이(X), 능성어(X)
    영명 : Red-Spotted Grouper
    일명 : キジハタ(키지하타)
    전장 : 60cm
    분포 :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 일본 훗카이도 이남, 중국, 타이완
    음식 : 회, 초밥, 맑은탕
    제철 : 6~8월(여름) ← 저는 이 부분에 있어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6~8월은 산란기여서 맛이 가장 좋을 때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붉바리는 소위 제주 삼바리라 불리는 다금바리, 붉바리, 비바리(해녀) 중 하나로 제주 다금바리(자바리)와 함께 귀물 중에 귀물로 취급되는 초고급어로
    희소가치가 있는 어종이라고 하지요. 한때는 제주 다금바리(자바리)보다 더 귀했는데 최근들어 붉바리가 치어 방류사업을 꾸준히 전개됨에 따라 제주도
    해역은 물론 남해 연안에서도 곧 잘 잡힌다는 소식을 듣곤 합니다.
    제 이웃 블로거신 mami5 님도 통영 앞바다에서 선상 낚시를 통해 붉바리를 두어 수 거둔 적이 있었고요. 제주도 러버지깅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조만간 가까운 미래에는 붉바리가 희귀하다는 말이 옛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찌보면 개체수가 회복되어 예전만큼의 희소가치를 갖지 못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사라져가는 붉바리의 자원 회복이 반갑기만 합니다.

    붉바리도 제주 다금바리(자바리)와 함께 야행성이다 보니 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제 크릴 미끼을 입에 넣다가 걸려들었나 봅니다.
    지지리 운도 없는 녀석 같으니..
    어쨌든 최근 치어방류 사업으로 자원 회복이 조금 좋아졌다지만 붉바리는 여전히 일식집에서 한점당 만원이상 호가하는 초고급어임엔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취급이 가능한 고급 일식집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제주에선 다금바리(자바리)와 함께 붉바리가 키로당 18~20만원에 팔리지만 수도권의 고급
    일식집에선 제주에서 물건이 있을 때만 가져오다 보니 몇 일 전에 예약은 기본이며 가격은 부르는게 값입니다.
    때문에 미식가들이 계를 부어야만 먹을 수 있는 횟감이기도 하지요. 뭐 이러한 얘기들은 여수나 제주의 낚시꾼들에겐 별로 와닿지 않은 이야기겠죠. ^^
    저 역시 돈 주고 사먹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전에 잡은 밴찌급 돌돔과 붉바리가 오늘의 아침식사감으로 대기중이다

    이렇게 잡아서 먹으면 되잖아요. ^^
    오전에 배도 고팠는데 마침 잘 됐습니다. 이 녀석들 잡아 놓으면 뭐하겠어요. 집이 여수라면 살려서라도 가져가겠지만 우리같이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처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선도가 가장 좋을 때 회쳐먹는 방법말곤 달리 없겠지요.


    이럴땐 무지하게 갈등됩니다. 지금 한창 고기나오는 시간인데 회를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눈요기를 위해 회는 쳐야겠고 좀 있다 칠까? 차라리 지금처럼 잠시 소강상태일 때 칠까? 등등..
    한사람은 회치고 한사람은 낚시하면 되는데 이건 사진까지 찍어야 하니 두사람이 모두 낚시대를 놔 버린 상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그만큼 제 손놀림은 빠르게 전개됩니다. 그런데 이 놈의 칼이 오늘따라 듣질 않네요.
    붉바리 육질이 단단해서 칼이 안들어가나 아니면 칼날이 무뎌져서 안들어가나.


    바다의 웅담, 돌돔 쓸개

    비록 뺀찌 쓸개지만 기념으로 한번 찍어봤네요.
    원래 돌돔 쓸개가 보약중에 보약이란건 알지만서도 설마 그 정도일 줄이야.
    배타고 오면서 현지꾼들 얘기 하는 걸 들었는데요. 이걸 소주에 타서 먹으면 그 해 잔병치레는 걱정 없다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팩 소주라도 사올껄. 오늘도 준비성이 제로입니다.
    씨알은 잘지만 그래도 돌돔 쓸개인데 할 수 없이 내삐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포를 뜨게 된 붉바리. 칼 무쟈게 안들어가네요.
    칼을 안갈고 온 탓도 있지만 어제 벵에돔 회를 칠때도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붉바리 살이요 뭐랄까 서걱서걱하며 들어가는 느낌이 다른 생선 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줍니다. 그런데 이 녀석 힘이 상당합니다. 회를 뜨는 와중에도 저 상태에서 퍼덕이는데 그걸 본 아내가 살짝 기겁합니다.


    한쪽 포를 다 떴는데도 퍼덕이는 붉바리. 거짓말 같죠? 진짜 저 상태에서 한쪽 포를 완전히 떠놨는데도 퍼덕입니다. ㅠㅠ
    회 치는 제 기분도 좀 찝찌름 해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붉바리 회맛을 맛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인데..^^;



    갯바위에서 즉석으로 먹는 돌돔과 붉바리회

    오늘도 준비한 사시미 전용 간장이 이 녀석들의 풍미를 살려줄 것이라 믿습니다.
    눈치 챘을려나 모르겠지만 붉바리회는 좀 빈약해 보이지요. 회를 치면서 저도 모르게 몇 점 낼름 했답니다.
    아내한테도 아 해봐~ 해서 한점 넣어주고요.
    지금 사진으로 보니 붉바리 회를 혈합육이 보이도록 놨어야 사진빨이 나는데 정신머리도 없습니다 참.


    조금 안타까운 사실은 집에 있는 생고추냉이를 못 챙겨왔다는 사실.
    이런건 입자가 살아있는 생고추냉이와 함께 먹어야 하는데.. 담엔 무순과 함께 챙겨 올까봐요.
    아예 갯바위에서 일식집 셋팅으로 나가볼까요? (지난번 진품 다금바리 때 선뵈였던 5인용 회사라를 들고 올까용? ^^ㅋㅋ)


    붉바리야 미안타. 다음 생애에선 낚시꾼으로 태어나려무나..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훌륭한 미식을 맛보기 위해선 "야만적 행위"가 늘 따르는 법. 
    그렇다고 그것을 옹호하거나 합리화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매일 이렇게 잡아 먹는 것도 아니니 너무 잔인하게만 봐주진 말아주세요. ^^;


    발앞 수심 11m의 직벽 위에서 벌어지는 회파티!
    이 기분을 누가 알리오..역시 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겠지요.


    티끌하나 없이 깨끗한 붉바리 회. 눈을 감으며 씹어 봅니다.
    비록 대물급은 아니나 그래도 붉바리는 붉바리일텐데..
    요것도 식감이 참 찰지네요. 돌돔은 서걱하게 씹히며 고소하게 넘어가는 맛이 있고 붉바리는 식감이 찰랑찰랑 합니다.
    오래 씹으니 고소한 맛도 들고 돌돔이나 붉바리나 난형난제입니다.

    그런데 붉바리 맛을 본 아내가 망언을 하네요.

    "노래미회랑 다를 게 없네"
    "노래미회랑 다를 게 없네"
    "노래미회랑 다를 게 없네"
    "노래미회랑 다를 게 없네"

    아니 이게 어째서 노래미회랑 비교되는거야? ㅜㅜ

    "이런건 초장 좀 찍어 먹지 말란 말이다. 간장을 좀 찍어서 맛을 봐!"
    "간장 찍으니 간장맛만 나"



    돌돔회, 여수 평도에서

    뭐 개인차니 어쩔 수 없고요.(아내의 저렴한 입맛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
    사실 제 생각에도 붉바리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돌돔 벤찌쪽이 나았습니다.
    아내는 그럽니다. 자기는 우럭과 볼락이 최고라고..
    횟집 우럭은 아니고요. 전에 자연산 개우럭을 잡아다 5시간 숙성한 것, 그리고 갯바위에서 잡자마자 바로 떠 먹은 볼락이 가장 맛있었다네요.

    갯바위에서 호사를 누리며 행복해 했던 시간도 잠시. 물때는 어느덧 간조에서 초들물이 받치고 있었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참돔 낚시는 상사리급으로 3마리에 그쳤고 이제부턴 직벽 가장자리를 노리며 돌돔 찌낚시에 도전해봅니다.
    여수 평도에서 돌돔 찌낚시, 다음 회를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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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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