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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로 끓인 김치찌개가 안타까웠던 이유

★입질의추억★ 2013. 3. 9. 08:45
    흑돼지로 끓인 김치찌개가 안타까웠던 이유


    흑돼지를 취급하는 어느 식당의 차림표

    이른 아침 제주도의 한적한 포구.
    아침 식사를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이 시간에 문을 연 곳이 마땅히 없습니다. 곧 있으면 배를 타고 낚시를 가야 하는데 이대로 끼니를 걸러야 할까.
    라며 체념하려는데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반가운 문구가 눈에 들어오네요. 저는 따질 것도 없이 총총걸음으로 들어갑니다.


    주문한 메뉴는 6천원짜리 김치찌개.
    평소 김치찌개를 된장찌개보다 좋아하고 또 직접 끓여 먹기를 좋아하는 저로선 식당에 가서도 고민 없이 김치찌개를 시키는 편입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밑반찬이 깔리고 김치찌개도 바글바글 끓여져 나옵니다.



    반찬 중에 간장게장이 있어 맛봤는데 그 달짝지근함에 특별히 손이 갑니다.



    흑돼지 김치찌개

    6천원짜리 김치찌개는 양은냄비에 바글바글 끊여져 나왔습니다.
    언뜻 보기엔 일반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뚝배기에 끓여 냈다면 좋겠다 싶어요. 지금도 양은냄비에 의한 중금속 이야기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시중에 팔리고 있는 양은냄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허가를 받고 파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용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이러한 양은냄비는
    인체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특히 코팅이 벗겨지면서 그 안에 있는 물질이 새어나와 음식에 흡수되는데다는데요. 사실 알루미늄이란 성분은 토마토나 레몬등 산성이 강한 음식에
    열을 가하거나 혹은 된장, 간장등 염분이 많은 음식을 저장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한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진의 양은 냄비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문제될 게 없지만, 간혹 보면 정말 오래된 맛집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래된 양은 냄비를
    가지고 조림이나 찌개를 끓여내는 곳이 있습니다. 손님 처지에서 생각하자면 그런 양은 냄비보다는 뚝배기가 낫겠지요.




    #. 곁은 일반 김치찌개, 속은 흑돼지 김치찌개
    별 생각 없이 먹고 있는데 비계 맛이 쫀쫀한 게 전형적인 흑돼지의 식감을 가졌습니다. 에이 그런데 이런 식당에서 설마 흑돼지를 썼을까?
    들어간 고기는 대부분은 살코기지만 게 중 유난히 비계가 많이 붙은 걸 떠서 살펴보는데 흑돼지가 확실하네요.
    자세히 보니 검은 털이 박혀있고 무엇보다도 보라색의 흑돼지 인증마크(식용에 문제없음)가 찍힌 걸 보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저씨께 물었습니다.

    "김치찌개에 흑돼지를 넣었네요?"
    "네. 저희가 흑돼지 취급점이라서"

    대화는 여기까지.
    가정집도 아니고 외지 식당에서 주문한 김치찌개가 흑돼지 김치찌개였다는 사실이 글을 쓰는 저로서는 반갑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문난 음식점도 아니요, 맛집 블로거들에게 인기가 있는 식당도 아닙니다.
    인터넷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무명 식당이기에 아무래도 소개하는 처지에서는 만족감이 크니까요.

    사실 흑돼지를 취급하는 업소라 하더라도 특별히 '흑돼지 김치찌개'라는 메뉴를 걸고 하지 않는 한 흑돼지를 썰어 넣을 만큼 인심을 가진 식당은
    많이 않을 것입니다. 제가 확인해 본 흑돼지 식당 김치찌개만 해도 일반 돼지고기를 따로 쓸 정도니까요.
    물론 흑돼지라도 흑돼지 나름이고 등급도 존재합니다. 재단하다 남은 자투리 살을 김치찌개용으로 쓸 수도 있고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앞다릿 살등으로 찌개를 끊여내면 이게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 음식이겠느냐만 그래도 손님 처지에선 그런 거 있잖아요.
    기대 없이 시켰는데 흑돼지였더라. 물론 끝까지 다 먹고도 흑돼지임을 모르고 지나칠 손님들이 태반이겠지만 간혹 이라도 그것을 알아봐 준다면,
    평소 좋은 식재료를 갖다 쓰는 업소로선 기분이 좋겠지요.



    흑돼지 명가 위치 : 아래 지도 참조하세요.
    네비주소 :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606
    주차 : 가게 앞 구엄포구에 여러대 주차 가능

    #. 흑돼지로 끓인 김치찌개가 안타까웠던 이유
    기대하지 않았던 흑돼지 김치찌개에 살짝 고무된 나, 그런데 국물 몇 술 떠보자 기대감은 저만치 하늘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푹 익은 김치의 얼큰함과 비계에서 나오는 구수함을 기대했던 저는 입안에서 감도는 조미료 향미에 물을 들이키고 맙니다.
    평소 집에서 조미료 사용을 일절 금하고 김치찌개를 자주 끓여 먹는 저로선 그리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맛이니까요.
    손톱의 때만큼만 넣었어도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들어간 식재료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국물 맛은 조미료 향미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김치찌개가 생각보다 빨리 나온 것도 이 때문일까요?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굳이 흑돼지랄 것도 없이 돼지고기 몇 조각과 잘 익은 김치만 있었다면.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함께 볶다가 물만 부어 자작하게 끓여만 냈다면 10분 아니 5분만 더 끓였어도 조미료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찾는 손님도, 그것을 끓여내는 주인도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걸까요.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제맛을 못 낸 게 좀 아쉽습니다.

    며칠 후, 이 집을 또 찾았습니다. 아침에 달리 먹을 게 없는 동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말입니다. 
    딱히 시킬 것도 없고 빨리 먹고 가야 할 처지다 보니 또다시 김치찌개를 시켰는데요. 이번엔 흑돼지가 아닌 일반 돼지를 넣었더군요. ^^;
    그니깐 이 집 김치찌개는 기분에 따라, 그날그날 식재료에 따라 달라지나 봅니다.
    글로 신뢰를 먹고 사는 제 처지에선 이러한 부분을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에 제가 이 집을 '흑돼지 김치찌개' 끓여주는 집이라고 소개를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니 갑자기 생각도 하기 싫어지는군요. ^^;
    아마 제 글을 보고 찾아간 몇 몇 이들은 '블로그 글 보고 찾아갔는데 속았다'라고 말하겠지요. 이런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제 의도와는 달리 식당 측에서 일관되지 못한 음식을 내주시는 바람에 비난의 화살이 저에게 돌아오곤 했지요. 

    횟집의 경우, 제가 시켜 먹은 메뉴보다 '한 단계 낮은 급'을 주문하고선 '블로그 내용과 다르다'며 항의성 댓글을 올리는 이들도 봤습니다.
    (아시겠지만 횟집의 부요리는 소짜냐 중짜냐 대짜냐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지죠. 인분 수가 다른데 어찌 같기를 원하시나요? ㅠㅠ)
    심지어 이런 예도 있어요. 소개한 일식집을 보고 찾아갔는데 '초밥이 개판이었다'면서, 내 생전 따듯한 초밥은 처음 먹어 본다고 울분을 삼킨(?)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은 평생 마트 초밥만 드셔 왔으니 그렇지도 모르지만 원래 제대로 된 초밥은 온기가 남아 있는 밥(샤리)으로 초밥을 쥔다는 사실을
    몰랐나 봅니다. 음식은 딱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아는 선에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저는 본문과 제목에 '맛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맛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사회적 병폐, 부작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흑돼지 김치찌개' 참 좋을 뻔했습니다. 조미료와 양은냄비만 아니 였음 말이지요. 
    제가 이 집을 두번 방문하지 않았다면 제 기억 속에는 영원히 '흑돼지 김치찌개 식당'으로 남을 뻔했지요. 그리고 그 정보는 고스란히 여러분에게 전해졌을
    겁니다. 물론 찾아가고 말고는 보는 이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지만 기본적으로 '맛집'이란 정보는 한 번의 방문만으로 그 집을 판단하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음식을 기계로 찍어서 만들지 않은 이상 글쓴이의 의도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제가 다녀간 여행지, 식당을 그대로 답습하는 분들이 계셔서 무언가를 소개한다는 게 더더욱 신중해지죠. 더 까다롭게 평가하고.)

    어쨌든 그럼에도 이 집을 구태여 소개하는 이유는 이 근방에 '아침 식사'를 취급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치는 제주도 애월 동양콘도 앞입니다. 한마디로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드는 지역이고요. 바로 앞엔 낚시점이 있어 출조객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겐 아침 식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흑돼지 오겹살 가격을 보니 제주도 평균가입니다.(중문 쪽은 이보다 더 비싸게 팔고, 제주시내 쪽은 이보다 저렴합니다.)
    사실 조미료 맛이 길들여진 분들에겐 별 문제가 안됩니다. 오히려 추천할만한 김치찌개인지두요. ^^
    제주도 동양콘도와 구엄 포구를 찾으신다면 '아침 식사'가 유일한 곳이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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