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생선회의 상징인 '돔', 참돔 VS 감성돔 무엇이 더 맛있을까?(1부)
생선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2월은 수산물 소비량이 연중 최고치로 횟집과 일식집은 물론, 수산시장도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평소 자주 먹던 우럭, 광어, 쥐노래미(놀래미)에서 벗어나 좀 더 특별하고 맛있는 회를 원할 때 할 수 있는 선택지로 저는 12월의 생선회인 참돔과 감성돔을 추천합니다.
물론, 이들 횟감은 12월 뿐 아니라 한겨울 내내 맛이 좋은 횟감이므로 여러분의 예산과 상황, 취향에 맞게 선택하시기 바라며 오늘은 감성돔과 참돔에 관한 이모저모를 알아봅니다.
#. 돔 중의 왕 감성돔과 참돔
감성돔과 참돔은 모두 농어목 도미과에 속합니다. 도미의 준말은 ‘돔’. 그래서 ‘돔회’, '도미회’라고 한다면 대부분 참돔회를 의미하지만, 생물학적 분류 차원에서 보자면 ‘돔’은 날카로운 등지느러미 가시를 의미하며, 농어목 도미과에는 참돔을 비롯해 감성돔, 황돔, 청돔, 붉돔 등을 포함합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감성돔과 참돔입니다.
감성돔과 참돔은 ‘돔’을 대표하는 생선이면서 바다낚시 마니아들 사이에선 가장 낚고 싶어 하는 로망이기도 합니다. 우람한 체구와 바짝 날을 세운 등지느러미 가시, 마치 철갑을 두른 듯한 자태는 영락없는 바다의 왕자답습니다.
반면, 참돔은 진짜란 의미의 ‘참’자를 씀과 동시에 예부터 귀인을 대접할 때 사용되는 고급 식재료입니다. 지금이야 대량 양식으로 흔한 생선이 되었지만, 한식은 물론 일식에서도 없어선 안 될 생선이기도 했지요.
낚시인들은 선홍색 자태와 아이섀도를 칠한 눈망울에 ‘바다의 여왕’이란 별칭을 아낌없이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철갑을 두른 바다의 왕자와 돔 중의 돔이자 바다의 여왕을 언제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성돔과 참돔, 과연 무엇이 더 맛있을까요?
#. 제철부터 맛까지 비슷한 듯 다른 두 생선회
감성돔과 참돔은 제철부터 맛까지 비슷한 듯하지만 꽤 다른 매력을 가졌습니다. 두 어종이 자주 비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우선 감성돔은 최대 크기가 국내에선 약 70cm까지 보고됐지만, 주로 잡히는 크기는 30~40cm가 가장 많습니다. 제철은 10월 이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며, 5~6월은 산란철입니다. 따라서 감성돔을 맛있게 드시려면 11~3월이 적당합니다.
참돔은 최대 크기가 국내에선 약 110cm까지 보고됐으며, 주로 잡히는 크기는 40-~60cm가 가장 많습니다. 제철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경부터 이듬해 4월까지이므로 초봄까지도 맛이 좋은 횟감이라 볼 수 있습니다.(단, 서해산은 5월까지 제철) 이후 참돔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들어오며 그 시기가 대략 5~8월 사이입니다.
두 어종 모두 ‘돔’으로 불리는데 아무래도 ‘돔 회’라고 한다면 우럭, 광어보다는 한수 위급으로 쳐주는 경향이 있는 동시에 ‘고급어종’ 이미지도 있다 보니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이 흠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접하는 감성돔과 참돔회는 대부분 양식으로 가격은 감성돔의 경우 kg당 약 3.5~4만 원 전후이며, 참돔은 kg당 2.5~3.5만 원입니다.
같은 1kg이라도 크기마다 달라지므로 3kg 이상인 참돔(일명 대도미)은 kg당 가격이 조금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격은 어디까지나 수산시장에서 소비자가 구매하게 되는 가격이며, 지역과 시기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맛과 식감은 두 어종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 일식업계에선 참돔이 우선, 지역 수산시장은 감성돔이 한수 위
지금부터 소개하는 내용은 100% 옳다 그르다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맛과 식감은 신선도와 전처리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칼질 솜씨, 활어 상태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대체적인 경향을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먹는 참돔과 감성돔은 대부분 양식이라고 보았을 때 전반적인 활어 품질은 참돔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참돔은 일본산과 국산. 이중 일본산 참돔은 3kg 이상 크게 키워낼 뿐 아니라 수조에 오래 살려 둘 수 있을 만큼의 활력, 자연산과 흡사한 선홍색 빛깔을 띤다는 점. 결국, 고급 일식당뿐 아니라 호텔에서도 선호하는 품질 경쟁력을 갖춘 셈입니다.
물론, 국산 참돔도 최근 품질이 좋아졌다지만, 커다란 활어를 잡아 숙성시켜야 하는 일식 업계 특성상 양식 감성돔(국산, 중국산)보다는 크기에서 월등한 양식 대도미를 주로 취급하며, 그랬을 때 살집이 좋고 숙성도 잘 먹히므로 숙성회 및 초밥으로 내놓기 좋은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양식이 아닌 자연산으로 한정하자면, 감성돔이 참돔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지역 수산시장 특히, 동해안과 남해안 일대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연산을 놓고 보자면, 살이 금새 물러지는 특성을 가진 자연산 참돔보다 감성돔이 살집과 식감에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자연산 활참돔회는 손질 즉시 썰어낸 것이므로 이 역시 말캉말캉, 쫄깃쫄깃한 식감을 선사하나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거나 숙성을 잘못하게 되면 금새 물러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어린 참돔(40cm 이하)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반면, 같은 크기(40cm)의 자연산 감성돔은 활어회로 먹었을 때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며, 어지간한 숙성에도 잘 견디어 제법 좋은 식감을 선사합니다.
맛은 산지와 시기별로 판이하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자연산 감성돔의 경우 서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잡힌 감성돔이 맛이 좋습니다. 특히, 서남해역(가거도 및 만재도)에서 잡힌 감성돔이 매우 뛰어나며, 남해안 일대(거제, 통영, 여수)도 충분히 맛이 있습니다.
동해산은 식감이 우수하며 맛은 남해 및 서남해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담백한 편이고, 대신 벚꽃이 필 무렵인 4월까지도 좋은 식감을 유지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연산 참돔은 한겨울에 잡힌 것을 최고로 치는데 월동을 위해 남하한 참돔 즉, 제주도, 거문도, 추자도 등 남해 먼 섬에서 잡힌 것이 가장 맛있으며, 그다음은 이듬해 봄 산란을 위해 북상하는 참돔이 남해안 일대에서 잡힌 것이고, 산란이 임박해 5~7월 서해로 입성한 참돔은 제철과 동떨어진 경우로 맛과 가격은 겨울 참돔보다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단, 산란에 참여하지 않은 어린 참돔은 제외)
- 2부에서 계속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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