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연어가 사라지고 있다." 무분별한 남획과 개발로 고통받는 연어, 이대로 괜찮을까?
1980년대 초 우리 국민에겐 낯선 참치 캔 통조림이 여러 실패를 거듭하다 이제는 국민 음식 반열에 올랐듯 연어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황색 살코기에 특유의 풍미가 있었지만, 국내에 연어가 처음 소개될 당시에는 그 모양과 맛이 생소해서 팔리지 않았던 것. 지금은 우리 국민의 식성과 외식 판도를 바꿀 정도로 성장한 것이 연어 시장입니다.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연어 중 95% 이상은 대서양 연어라는 종이며, 그중 절반 이상이 노르웨이산 양식이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칠레산 양식 대서양 연어와 호주 태즈매니아산 양식 대서양 연어, 알레스카산 홍연어, 뉴질랜드산 왕연어 등등이 수입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양식 은연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바다에서 자라거나 돌아오는 토종 연어는 없을까요?
#. 가을이면 돌아오는 국산 연어가 있다.
연어는 연어목 연어과에 속한 어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8~10종 정도가 보고되어 있는데요. 사실 우리 입맛에 가장 친숙한 것은 ‘대서양연어(Atlantic Salmon)’란 종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 연어는 대량 양식에 용이해 노르웨이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호주, 캐나다, 미국, 칠레 등등에서 길러지며 우리 식탁에 오릅니다.
비록, 양식이 까다롭긴 하지만 왕연어(king Salmon)가 뉴질랜드에서 길러지며, 대부분은 자연산으로 포획돼 고급 식당에서 스테이크로 이용됩니다. 알래스카산 홍연어(Sockeye Salmon) 역시 자연산으로 포획돼 훈제되는데요.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마트에서 훈제연어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은연어(Silver Salmon)와 연어(Chum Salmon), 곱사연어(Humpback Salmon), 시마연어(=송어, Cherry Salmon), 스틸헤드(=무지게송어, Steelhead), 브라운트라우트(=브라운송어, Brown trout) 등등이 있습니다.
이중 국내로 회귀하는 종은 연어(Chum Salmon)입니다. 과거엔 살이 하얘서 백연어라 불렸지만, 중국에서 유입돼 현재 국내의 호수에서 자생 중인 백련어(=초어)와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니 지금은 혼동을 피하고자 표준명 연어’로만 불리고 있습니다.
이 종은 북태평양인 베링해와 알래스카만을 돌고 돌아 20,000km의 대장정을 회유하는데요. 한평생 단 한 번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모천으로 회귀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강에서 태어난 연어라면 본능적으로 모천의 환경과 냄새를 기억해 국내 하천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주요 하천은 강원도 양양 남대천이지만, 경상북도를 비롯해 낙동강과 섬진강까지도 거슬러 올라온다고 알려졌습니다. 자기가 서식하던 북태평양에서 모천으로 회귀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여기저기 비늘이 까지고 상처 투성으로 그간 역경을 딛고 긴 시간 헤엄쳐 오다 국내 바다로 진입합니다. 7~9월 사이는 연어를 포획할 수 있는 기간이므로 주로 강원도 앞바다에서 이 연어가 잡히는데요.
국산 연어알젓은 이 기간에 잡아다 만든 연어알로 제법 비싸며 고급 식당으로 유통됩니다. 하지만 연어가 하천에 입성하는 10월 경부터는 본격적인 짝짓기와 산란철이 시작됩니다. 이때의 연어는 화려한 옷으로 치장, 혼인색을 띱니다.
사진은 국내로 회유하는 연어(Chum Salmon)인데요. 같은 종이지만 바다에서 잡힌 연어와 하천에서 잡힌 연어는 언뜻봐도 다른 종이라 할 만큼 상반된 모습을 가집니다. 이들 연어는 일부 알젓으로 가공이 되지만, 산란철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암컷 연어에선 성숙된 알을 가집니다.
현재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연어의 금어기는 바다와 민물로 나뉘어 있는데요. 바다는 10.1~11.30일까지, 민물은 10.11~11.30일까지입니다.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이를 위반하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여 눈쌀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특히, 상류로 거슬러 오면 수심이 얕고 자갈밭으로 되어 있어 연어의 산란장으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데요.
시기만 잘 맞으면 연어 떼가 올라오는 것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기에 이를 틈타 *훌치기로 연어를 낚으시는 분들을 여럿 목격했습니다. 금어기를 위반할 경우 징역과 벌금형이 고시돼 있지만, 대부분 계도나 훈방 조치만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단속은 미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들이 금어기를 어기면서 연어를 낚은 이유는 살코기보단 알을 취하기 위해서라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훌치기란?
미끼로 물고기를 유혹해서 낚는 낚시가 아닌, 갈고리 모양의 바늘 여러 개를 이용해 연어를 훌쳐서 잡는 것. 대가리며 몸통이며 무작위로 바늘에 훌쳐 잡는 것이므로 손맛만 보고 방생한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으며, 그렇게 낚인 물고기는 곧바로 죽기 마련이다.
#. 산란철 연어를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OO가 있다?
앞서 금어기를 어기고 연어 알을 취하기 위한 낚시꾼의 천태만상을 언급했는데요. 이들보다 한발 앞서 산란기 연어를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수산자원공단의 동해생명자원센터입니다. 위치는 양양 남대천의 하류에 있어 이제 막 바다에서 입성한 산란 연어를 거둬들이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는데요.
보통은 수중보를 넘어 상류로 가야할 연어들이지만, 이렇게 철제펜스로 막아 상류로의 유입을 최소화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어의 끈질긴 모천 회귀를 막을 방도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펜스를 설치해서 거슬러오는 연어의 일부라도 생명자원센터로 유입시켜 인공부화와 방류를 했던 것입니다.
하천의 가장자리는 이렇게 유도로를 설치해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중 일부를 자연스럽게 유입시킵니다.
유도로 안쪽은 제법 높은 구조물로 가로 막혀 있는데요. 이는 연어가 힘껏 점프해서 소상하는 본능을 이용한 것으로, 이렇게 해야 센터로 들어온 연어는 산란장에 가까워짐을 직감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공부화를 시키려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연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연어는 마리당 약 3,000개의 알을 낳습니다. 그 뒤로 짝짓기한 수컷이 방정(정액을 뿌리는 행위)하면 수정이 되고, 그로부터 약 70~80일 후면 부화되는데요.
이렇게 해서 부화까지 약 91%로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고 합니다. 반면, 야생은 상황이 다릅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던 연어 중 일부가 탈진해 죽고, 일부는 야생 동물에 먹히거나 낚시꾼으로부터 잡히기도 합니다.
또한, 여기까지 뚫고 생존한 연어는 최종 목적지인 산란장에 안착하지만, 다른 동물들 특히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기나 새들에겐 연어 알이야 말로 최고의 간식이자 영양분이므로 그 부화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생존률과 개체수를 늘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어가 우리네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요. 이를 인공적으로 돕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인공부화와 방류 사업을 해 온지 50년이 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꾸준한 방류로 인해 현재의 개체수가 유지됐던 것인데요. 비록, 지금은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지만, 사실 저와 연구진의 바람은 따로 있습니다. 알래스카나 캐나다에선 매년 찾아오는 연어 떼로 장관을 이룹니다.
도심 속 좁다란 하천이 수천 마리의 연어 떼로 가득 차 그야말로 붉은빛으로 물드는데요. 물 반 고기 반보다 고기가 더 많았던 진풍경. 어쩌면 우리나라도 가까운 미래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하루 빨리 연어 자원이 회복됨을 넘어서 우리도 연어로 인한 관광 특수를 누리고, 맛있는 품종을 개량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인 양식 시스템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95% 이상 수입에 의존했던 연어 시장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 국산 연어의 이용
우리나라가 연어를 식용했던 흔적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거나, 혹은 선조들이 연어알젓, 건연어, 연어젓갈 등으로 이용했던 것 흔적입니다.
다만, 지금은 대서양 연어란 종이 우리가 식용하는 연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국내에서도 은연어에 이어 대서양 연어의 대량 양식을 연구하기에 이르렀으니 지금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Chum Salmon)가 당장 우리 식탁에 오를 확률은 낮을 것으로 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연어는 종을 막론하고 산란기에 접어들면 혼인색을 띱니다. 암컷은 알집을 만들면서 그간 축적해 둔 영양분을 온통 알에 쏟습니다. 수컷도 방정을 위해 정소가 비대해집니다.
이렇듯 산란성기에 접어든 연어는 모든 영양분을 생식소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살코기의 맛은 빠집니다. 앞서 연어를 불법적으로 낚는 훌치기 낚시꾼들도 이 시기 잡힌 연어는 알만 취하고 살코기는 버린다고 할 정도니까요. 다만, 산란 전 바다에서 잡힌 연어는 어느 정도 식용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연산 연어의 경우 내장에 다량의 고래회충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획 후 연어가 죽고 시장에 판매될 즈음이면 이미 고래회충은 살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회로 먹어 선 안 되며, 조리하더라도 살 속으로 파고든 기생충이 혐오감을 부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것입니다.
가령, 어획 직후 신속한 전처리(피와 내장을 제거하여 보다 신선하게 유통하기 위한 손질)와 빙장을 통해 좀 더 싱싱하면서 식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외 국산 연어에서 채집된 알은 고급 일식집에서 활용성이 높습니다. 금어기를 제외한 시즌에 포획된 연어 알젓은 합법적으로 가공 및 유통되며, 미식의 가치 또한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연어 개체수가 어떻게 변동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불법적인 남획, 농수로 확보를 위해 건설된 과도한 수중보들이 연어의 번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지목됩니다만, 수산자원센터에서 행해지는 인공부화와 방류가 어느덧 결실을 맺게 된다면 앞서 바랬던 연어 강국으로써의 대한민국도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요?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 JTBC <백종원의 사계>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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