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화석을 닮은, 생김새와 맛이 반비례하는 부채새우,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높아진 독도새우 3종, 으드득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보리새우, 가을이면 어김없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 자연산 대하까지, 이제 어지간한 새우를 맛봤다면 조금은 미지의 영역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야말로 새우 미식의 종착지 같은, 어쩌면 마지막이란 말이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해산물 초보가 먹어도 고개를 끄떡일 만한 맛, 그러나 새우라고 말 안 하면 쉽사리 눈치챌 수 없는 비범한 외모. 흡사 고대 화석을 닮은 것도 같고,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지만 혹시 삼엽충의 후예일까? 하는 생각이 날 만큼 특이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바로 부채새우입니다.
부채새우는 영어로 “Japanese fan lobster”이며, 십각목매미새우과에 속하는 절지동물입니다. 동남아시아나 남반구를 여행하며 접하게 되는 매미새우와는 친척뻘 되는 새우류인데요. 외국에선 슬리퍼를 닮아서 ‘슬리퍼 로브스터(Slipper lobster)’라 부르기도 합니다. 생김새가 괴팍하지만 다 자라도 최대 25cm를 넘기기 힘든 탓에 징그럽기보단 꽤 앙증맞고 귀여운 인상마저 줍니다.
#. 부채새우의 주산지와 제철
부채새우는 난류성 새우로 일본 남부와 대만, 필리핀 등 아열대 및 열대 해역에 많이 서식합니다. 국내에서는 남해안 일대를 비롯해 제주도에 많이 서식합니다. 최근에는 난류의 영향권에 있는 동해 남부 앞바다에서도 제법 많은 서식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수심 50~250m 정도 깊은 바닥의 진흙 또는 부드러운 점토로 된 저질에서 배를 바닥에 붙이고 삽니다. 이동할 땐 꼬리를 힘차게 움직여 헤엄치는 식이죠.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며, 국내에선 저인망 끌그물에 혼획물로 잡히는데 어획량이 일정하지 않고 그 양도 많지 않아서 한시적으로만 유통됩니다.
부채새우에 대한 생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다른 새우류와 마찬가지로 갓 부화한 유생(larva)은 필로조마(phyllosoma) 단계를 거쳐 성체로 자라며, 알을 낳는 시기는 10월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산란성기는 위도 및 수온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요.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수온이 찬 편이므로 주로 11월부터 산란성기에 들어 이듬해 2월 사이에 알을 낳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때문에 제철은 부채새우가 산란을 위해 조금이라도 얕은 바다로 들어와 어획되는 시기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라 할 수 있으며, 맛은 산란과 상관없이 연중 일정한 편입니다. 국내에서 부채새우 위판량이 많은 곳은 제주 한림수협과 경남 삼천포용궁수산시장 경매장이 있습니다.
가격은 소비자가 기준으로 한창 저렴할 땐 kg당 3만 원 선이고, 비쌀 땐 7~8만 원으로 평균 5만 원 내외라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가격은 부채새우 어획량이 일정하지 않음에 따라 하루하루 위판량도 제각각이며 그때마다 가격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 부채새우의 종류
현재까지 국내로 유통되는 부채새우는 총 2종이 보고됩니다,
1) 부채새우(학명 : Ibacus ciliates)
2) 아홉니부채새우(학명 : Ibacus novemdentatus)
아홉니부채새우는 부채새우와 달리 알록달록한 반점이 몸통 전반에 산재되어 있고, 톱니를 닮은 가시의 개수도 부채새우보다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두 종 모두 비슷한 크기로 성장할 뿐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혼획되고 있어서 위판장은 물론, 시장과 횟집에서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취급합니다. 맛 차이 또한 거의 없어서 사실상 똑같이 취급되고 있습니다.
#. 부채새우의 구매와 이용
부채새우를 먹기 위해선 부채새우를 취급하는 횟집을 찾거나 인터넷(네이버 쇼핑, 해산물 공동구매 카페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창 잡힐 때는 인터넷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나 그 시기는 매해마다 달라집니다. 작년(2022)의 경우 1월부터 4월인 현재까지 인터넷 판매가 지속됐지만 어획량에 따라 언제 판매가 중단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륙지방에선 특별히 부채새우를 취급하는 자연산 전문 횟집 또는 고급 일식집에서 물건이 들어오는 데로 취급되며, 수시로 확인 가능한 곳은 제주 올레시장 일대 횟집을 비롯해 삼천포, 여수, 통영, 거제, 부산 일대 자연산 전문 횟집이 제법 높은 확률로 취급됩니다.
수조에 산채로 넣어두니 기본적으로 횟감으로 이용되며, 찜, 탕감으로도 이용됩니다. 회는 살이 가장 많은 꼬리 부분만 먹고 남은 몸통에는 장이 있기에 쩌먹습니다. 어울리는 소스는 회간장과 와사비 조합이고, 초고추장도 좋습니다.
얼음물에 한차례 담갔다 빼기 때문에 탱글탱글함이 살아있으며, 잘근잘근 씹히는 근섬유질의 조직을 계속해서 음미하다 보면 부채새우의 영양 상태에 따라 단맛이 받히기도 합니다.
토치로 겉만 그슬려 불향을 살리고, 라임즙을 한두 방울 떨어트린 뒤 영국의 말돈 소금이나 프랑스 게랑드 소금, 신안 천일염, 히말라야 핑크솔트 같은 특별한 소금에 찍어 먹는 변주도 일품입니다.
부채새우 찜은 비린맛을 싫어하는 해산물 초보자도 손쉽게 친해질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요리입니다. 그냥 찜기에 올려 쪄도 되지만, 큼지막한 다시마 한 장을 덮어 감칠맛을 배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부채새우의 최대 단점은 수율인데 그것을 극복할 만한 장점이 바로 편리한 손질에 있습니다. 15분가량 찐 부채새우는 5분간 뜸을 들이고(불만 끄고 뚜껑 덮어놓은 채 두는 것 꺼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채새우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면장감과 비닐장갑을 겹쳐 착용한 뒤손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세로로 잘라 두동강 내면 끝. 꼬리부터 가슴팍까지 꽉꽉 들어찬 살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훑어 빼내면 됩니다.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되지만, 맛이 심심하다면 허니버터나 갈릭버터, 머스타드를 곁들여도 좋습니다. 취향 찬반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백종원의 사계에서 선보인 것처럼 핫소스를 뿌려 먹거나, 고춧가루(또는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스윗 칠리소스 등을 곁들이는 것도 변주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도 부채새우가 남는다면 반으로 갈라 라면에 투척하길 추천합니다. 껍질이 커서 새우 국물이 잘 우러나고 맛도 각별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채새우의 내장은 그 양이 많지는 않지만 별미입니다. 찌거나 탕감은 가슴팍에 있는 내장을 쪽쪽 빨아먹고 꼬리 쪽에 붙은 창자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횟감으로 먹을 때는 가급적 날것으로 내장 섭취를 하지 않길 권합니다. 특히, 꼬리 쪽에 붙어 나오는 창자는 소화 찌꺼기 등 불순물이 있으니 떼고 드시는 게 좋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유퀴즈 온 더 블록>, tvN<난리났네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 JTBC <백종원의 사계>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