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면서 맛있는 생선회, 가성비 횟감 총 정리
오늘 소개할 가성비 횟감의 기준은 한 접시에 1~2만 원 또는 kg당 가격이 25,000원을 넘지 않는 생선회에 한해서 선정했습니다. 이는 식당이나 횟집이 아닌 수산시장에서 구매할 때 가격이며, 흔한 횟감부터 산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횟감까지 소개합니다.
1. 숭어와 가숭어
우리나라에는 숭어와 가숭어 두 종류가 있다. 둘 다 겨울이 제철이나 숭어의 경우 보리싹을 틔우는 4월까지 이어져서 시기에는 ‘보리숭어’라 불립니다. 주요 산지는 서해를 비롯해 진도를 포함한 서남해 및 남해안 일대이며, 특히, 진도산과 통영, 거제산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유통되므로 수산시장 및 포구라면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은 횟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숭어는 쫄깃한 식감과 적당한 기름기, 단맛이 일품이고, 가숭어(밀치, 참숭어)는 지방에서 오는 고소함이 좋은 횟감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숭어는 전량 자연산인데 비해, 가숭어(밀치, 참숭어)는 겨울 한철 양식으로 많이 유통됩니다. 가격은 두 어종 모두 kg당 15,000~25,000원 사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2. 참꼴뚜기
꼴뚜기는 크게 참꼴뚜기와 반원니꼴뚜기로 나뉘는데요. 둘 다 어른 손가락만한 크기인 소형 두족류입니다. 반원니꼴뚜기는 경남 일대에서 ‘호래기’란 사투리로 불립니다. 제철은 겨울인데 최근 많이 잡히지 않아서 활어를 기준으로 마리당 1,000~2,000원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참꼴뚜기의 주요 산지는 서해 및 남해입니다. 특히, 겨울을 비롯해 이른 봄부터는 서해산 꼴뚜기가 제법 잡히는데요. 여기선 그냥 꼴뚜기 혹은 서해산 호래기 정도로 불립니다. 활어로 유통되기 어려워 보통은 급랭한 꼴뚜기를 횟감용으로 판매하다보니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주요 산지는 서해안 일대이며, 특히, 강화도 대명포구와 인천 종합어시장, 소래포구, 그 외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일대 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kg당 20,000원 전후이며, 통째로 횟감으로 먹기 좋고 남는 것은 라면이나 해물탕에 이용됩니다.
3. 반지
반지는 청어목에 속하며 언뜻보면 전어나 청어를 닮았지만, 그보단 작고 아가미에 점이 없습니다. 사실 반지는 인천을 비롯해 강화도를 대표하는 횟감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반지라는 말 대신 '밴댕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밴댕이회로 파는 것은 모두 표준명 반지입니다.
표준명 밴댕이는 따로 있습니다. 건어물 코너에선 국물용으로 사용되는 일명 디포리가 그것입니다. 지금은 어획량이 줄어 중국산에 의존해야 할 실정입니다.
한편, 밴댕이라 불리는 반지 조차도 예전에는 인천에 밴댕이 회무침 거리가 성행할 만큼 많이 잡혔지만, 지금은 어획량이 주는 추세이고 전문 식당도 많이 줄었습니다.
냉동 횟감은 연중 볼 수 있으나 제철의 싱싱한 반지는 주로 봄~여름 사이 맛볼 수 있습니다. 활어 유통이 어렵기 때문에 신선할 때 바로 회를 떠서 포장 판매되는 형식입니다. 보통은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쌈채소에 싸 먹기 좋고 특히, 회무침이 별미입니다.
반지회는 대명포구나 인천종합어시장에서 미리 떠놓은 포장회로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도 한 접시 15,000원 내외로 저렴합니다.
4. 북쪽분홍새우(단새우)
단새우는 찬 바닷물에 서식하며 주요 산지는 동해입니다. 고급 일식집에서는 초밥을 비롯해 고급 식재료로 쓰이는데요. 살려서 유통하기 어려운 탓에 얼음에 빙장한채 신선 횟감으로 유통됩니다. 서울에선 노량진 새벽도매시장에서 볼 수 있으며, 주요 산지는 동해안 일대 시장 및 포구로 서울보다는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새우는 죽은 상태로 유통되므로 횟감의 선도가 생명입니다. 오래된 것은가슴과 대가리가 검게 변하는데요. 특히, 당일 잡힌 것을 당일 소진하는 산지 특성상 늦은 오후에 구매하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않습니다.
또한, 선도가 떨어진 단새우를 떨이로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한 바구니 2만 원 하던 것을 만원에 판매한다면, 조리용으로써 사볼 만합니다. 횟감용 단새우는 이른 새벽이나 오전 중에 구매하길 권합니다. 싱싱한 단새우는 붉은색이 선명하며, 내장은 밝은 청록색을 띤다는 점을 참고합니다.
단새우는 이름 그대로 단맛이 뛰어난 새우입니다. 간장, 와사비, 초고추장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데 특히, 성게알, 초밥을 구운 김에 말아 마끼처럼 말아먹으면 일품입니다. 주요 산지는 동해안 일대인데 그중에서도 동해 묵호항을 비롯해 주문진, 삼척번개시장, 포항 죽도시장 등에서 구매할 수 있고, 가격은 한 바구니 기준으로 1~2만 원선입니다.
5. 붕장어와 민어
붕장어와 민어는 각각 kg당 35,000원과 4~5만 원 내외로 그리 저렴한 횟감은 아닙니다. 이는 제철인 여름부터 가을 사이 공급량 대비 수요가 몰린 탓인데요. 이러한 붕장어와 민어도 비수기를 공략하면 의외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겨울부터 초봄 사이는 붕장어와 민어 수요가 많지 않은 탓에 가격이 떨어지는데요. 특히, 신선할 때 미리 회를 쳐서 한 접시 단위로 포장 판매될 때는 한 접시당 25,000원 이내로 맛볼 수가 있습니다. 단, 손님이 드문 평일에는 회전율이 좋지 못할 수 있으니 언제 회를 뜬 건지 확인하고 구매하길 권하며, 계속해서 회전율이 발생되는 주말 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대에는 매대에 포장회가 수시로 올려집니다.
주로 스티로폼 접시에 회를 담아 비닐랩으로 포장되어 얼음 위에 올려놓는 건데요. 비록, 활어회는 아니지만 신선한 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회를 잘 아는 이들에겐 알음알음 찾아먹는 가성비 횟감입니다. 주요 판매처는 인천종합어시장을 비롯, 서해안 일대와 전라남도 일대 포구 및 시장입니다.
6. 전어
이르면 7월부터 활전어가 잡히며, 주요 시즌인 8~10월 사이가 가장 기름기가 오르는 철입니다. 이 중에서도 추석을 전후한 시즌은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시즌 초반인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활전어를 기준으로 kg당 15,000~20,000원 정도이며, 주요 산지는 충청남도와 전라남북도 일대, 전라남도 일대, 그리고 부산과 진해만 일대가 특히 유명합니다. 이 근방의 수산시장과 포구라면 어김없이 싱싱한 활전어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전어는 꼭 산지가 아니더라도 활어 운송이 용이한 어종입니다. 때문에 서울, 수도권 및 내륙 지방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습니다.
※ 작년(2022년)의 경우 전어의 어획량 저조를 비롯해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올해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7. 기름가자미
기름가자미는 연중 볼 수 있지만 특히, 겨울~봄사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뼈가 연해 뼈째썰어 먹는데요. 감칠맛과 고소함이 뛰어납니다. 주요 산지는 강원도 고성에서 포항에 이르는 동해 전 지역이며 살아있는 기름가자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곳 상인들은 기름가자미를물가자미 또는 미주구리라 부르고 있으니 구매 시 참고합니다. 가격은 kg당 2만 원 이하 또는 자연산 잡어회 및 서비스로 끼워 판매됩니다.
8. 빨간횟대(홍치)
홍치라 불리는 빨간횟대는 동해안에서도 남부에 해당되는 포항 죽도시장, 경주, 울산의 회센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연산 잡어회로 판매되며 가격도 kg당 2만 원 내외로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제철은 가을~겨울입니다.
9. 등가시치(고랑치)
등가시치는 서해를 비롯해 동해, 남해 모두 서식하나 동해산이 유명합니다. 가격은 kg당 25,000원 전후를 형성, 자연산 잡어회로 맛이 뛰어납니다. 상인들은 고랑치라 부르며 연중 볼 수 있지만 주로 가을~겨울에 맛이 좋습니다.
10. 청어
일반적으로 청어는 고급 선술집 및 초밥집에서 잘 다듬어져 나오지만, 동해안 일대에선 살아있는 청어를 즉석에서 회로 썰어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 또한 저렴해 보통은 단독으로 판매되기보단 다른 회와 함께 서비스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원도에선 고성, 속초(대명항, 동명항), 묵호항 등에서볼 수 있으며, 포항 죽도시장에선 미리 손질된 횟감용 청어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오징어, 학공치, 기름가자미(미주구리) 등을 한 자리에서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보통은 식당 납품용으로 물회나 회무침 용도에 맞게 막썰이 회로 손질해 바구니 단위로 팔기도 합니다. 참고로 청어는 가을에서 겨울 사이가 제철이며, 구이는 잔가시가 많은 게 흠이지만, 잘게 썰어낸 회는 그렇게 가시가 씹히지 않으며 가격 대비 기름진 고소함이 뛰어납니다.
11. 까치복
동해 고성부터 속초, 주문진, 묵호항에 이르기까지 이 근방의 수산시장이라면 어렵지 않게 살아있는 까치복을 볼 수 있는데요. 한창 저렴할 땐 kg당 만원, 비싸도 2만 원을 넘지 않는 매우 가성비가 좋은 횟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철은 늦가을부터 봄까지 이어집니다.
12. 뚝지(도치)
주로 심퉁이, 도치로 불리는 뚝지는 동해안에 서식하는 독특한 어종입니다. 겨울엔 알이 몸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발달해 도치 알탕이 유명하고, 수컷은 껍질을 살짝 데친 숙회로 먹습니다. 산란철을 지난 2~4월은 암수 할 것 없이 뼈가 물렁해진 탓에 뼈째 썰어 마치 연골을 씹으면 바삭바삭한 식감을 내기도 합니다. 알탕의 제철은 겨울이지만 숙회는 봄까지 이어지며, 가격 또한 kg당 2만 원 내외로 가성비가 좋은 생선회라 할 수 있습니다.
13. 알부시리
부시리 중에서도 몸길이 60cm 이하인 것을 알부시리라 부르는데요. 상인들 사이에선 일본말인 히라스로 통합니다. 방어 몸값이 오르는 겨울에 맛보기 좋은데요. 사실 알부시리는 어린 개체라 산란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어획량이 떨어지는 어한기를 제한다면 사철 볼 수 있고 맛도 일정합니다.
주요 산지는 제주도를 비롯한 동해 남부지역인데요. 포항 죽도 시장을 비롯해 부산, 진해, 거제, 통영. 그리고 제주도 올레시장과 동문시장에서 kg당 25,000원 전후로 맛볼 수 있습니다. 작은 부시리는 숙성해서 먹기보단 즉석에서 활어회로 먹기 좋으며 쌈채와 잘 어울립니다.
14. 쌍동가리,문절망둑,보리멸,성대
이 밖에도 부산을 비롯, 경상남도일대에서 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쌍동가리와 문절망둑, 보리멸이 있습니다. 이들 어종은 경남을 대표하는 자연산 잡어회로 가격 대비 맛이 좋은 횟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시장에서 통용되는 명칭을 미리 알아 두셔야 흥정할 때 편리한데요. 쌍동가리는 ‘도토래미’라 불리며 부산과 진해, 거제, 통영 일대에서 봄철에 맛볼 수 있습니다.
문절망둑은 ‘문저리’, ‘꼬시래기’로 통하는데 부산 명지 시장이 유명하며, 마산, 진해, 통영 일대 시장에서도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맛볼 수 있습니다. 어획량이 일정하지 않아 제철이라도 늘 볼 수 없다는 점이 흠입니다.
보리멸은 무더운 여름 어종으로 포항을 비롯해 통영, 거제 일대에서 종종 들어오는데요. 제철은 여름~가을 사이로 이 또한 반짝 잡힐 때만 한시적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성대는 이중에서 가장 흔한 자연산 횟감에다 서식지도 광범위하다는 게 강점입니다.
강원 북부부터 동해 남부, 경남 일대, 여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절반 이상 차지할 만큼 광범위한 서식지를 자랑합니다. 제철은 겨울이지만 연중 맛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렴하고 맛 좋은 생선회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이러한 횟감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필요하겠지요. 위 사진들을 유심히 봐두었다가 산지별 계절별로 적절하게 맛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유퀴즈 온 더 블록>, tvN<난리났네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 JTBC <백종원의 사계>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