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열흘간 살아보니 이런 점이 너무 달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저희 부부의 인생은 불과 3년만에 많이 바뀐듯 합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둘다 반듯한 직장인 부부였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 왔습니다.
    특별히 일이 고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는 인생은 아니였지요. 다만 회사원이였기에 월
    수익은 안정적이라는 메리트 하나만 가지고 있었을 뿐. 그러던 제가 뭐가 눈에 씌였는지 블로그란 걸 만
    들어 지금까지 글쟁이를 자처했고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면서 프리랜서로 전향했고, 비슷한
    시기에 아내 또한 직장을 그만두면서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 부부가 되버렸던 게 3년
    전이였지요. 엄밀히 말하면 백수는 아닙니다. 언틋 보기엔 프리랜서라는 선망의 직종을 가진듯 하나 아시
    다시피 수익이 일정치 않아요. 꾸준하게 수주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게 또 쉽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두달 간의 제주 생활을 함에 있어서 출혈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제주에서 숙박비와 생활비, 낚시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두달 간 들어오는 일감을 모두 거절하고 온 것은 매우 속 쓰릴 만한 결정이였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죠. 만약 일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제주에서도 맨날 컴퓨터를 붙잡고 일만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제주 생활이 의미 없잖아요.
    그렇게 서울에서 맞벌이 하던 부부가 제주도로 온지 열흘이 되어갑니다.
    "그냥 딱 두달만 눈 감고 살아보자"며 숙소를 알아본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나름 괜찮은 숙소를 구해 거의 내 집, 내 동네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네요.^^; 

    저는 제주도에 오면 낚시도, 여행도, 맛집 소개에 이르기까지 글 쓸 소재가 넘쳐나 매일같이 글을 써도 모자랄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막상 제주에 내려와 살아보니 원하는 글감도 나오지 않았고 당초 예상했던 생활과는 또 달랐다는 점입니다.



    첫번째로 제주도를 택하게 된 이유는 "바다낚시"와 관련해서 입니다.
    제 블로그 닉네임인 '입질의 추억'이 말해주듯, 제주도에서 근사한 입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지요.
    저는 제주도로 떠나는 당일 날, 오전부터 바리바리 짐을 싸기 시작하였습니다.
    내용상 두서가 없지만 제가 준비한 장비에 대해 잠시 언급을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주로 사용하는 낚시 장비를 거의 총 동원하였습니다.
    1호대 3개, 1.7호대 1개, 3호대 1개, 선상대 1개, 루어대 1개에 뜰채와 5개의 주걱을 낚시가방안에 쑤셔 넣었습니다.
    기껏해야 낚시가방에 3~4개 넣고 다녔는데 있는 걸 모두 넣으니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네요.^^;



    1) 다양한 호수의 원줄이 감긴 4개의 릴과 3개의 보조스풀
    2) 밑밥통 2개, 주걱꽂이, 미끼통, 보조가방, 부력망, 갯바위 펠트화
    3) 구명복과 히프커버 2장(히프커버는 인낚에서 활동하시는 '원조밤안개'님으로 부터 선물받았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4) 이번에 제주도 생활을 하면서 낚시 촬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촬영을 맡게 될 5D Mark2와 몇몇 렌즈들..


    찌도 새롭게 영입하였습니다.
    제주도 낚시의 필드 환경에 잘 맞는 쯔리켄 아시아 LC모델과 슈퍼 익스퍼트 모델.
    부력은 000, 00, 0c, 0α, 0, g2 위주로 준비하고요.


    무늬오징어나 한치낚시를 위해 에기도 넉넉하게 준비하였습니다.


    원줄은 주 대상어가 벵에돔이기 때문에 1.5, 1.8, 2호로 준비해 뒀고, 지금 감겨져 있는 3호와 4~5호 줄도 원도권 대비용으로 구색을 맞췄습니다.


    목줄은 요즘 제가 즐겨 사용하는 토레이 SS 토너먼트.
    지난번 제 아내가 여수에서 벵에돔을 칠 때 이 줄을 처음 사용했는데 낚시줄에 문외한일 것만 같은 제 아내가 이 줄 한번 사용하더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처음으로 1.2호라는 얇은 목줄을 사용하니 쉽사리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는데 나중엔 이걸로 어지간한 감성돔도 충분히
    낚겠다고 하네요. ^^; 준비한 호수는 1호에서 5호까지 전 호수를 구비했지만 주로 사용할 호수는 1.2호와 1.5호가 되겠지요.


    최근 반유동보다 전유동 낚시횟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소품통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딸랑이는 왜 챙겼을까? 이유는 혹시나 하게 될지도 모를 원투낚시를 위해서 입니다.^^;
    돌돔까진 안바래도 보리멸 정도는 낚을 요량으로 말이지요.


    회치기 용으로 칼도 몇 자루 준비하였습니다.
    맨 오른쪽부터 소개하자면 1000방번 숫돌, 사시미 칼, 데바 칼, 무채 써는 칼, 피빼고 간단 손질하는 칼, 토치와 도마가 있고요.
    무채 써는 칼은 그 날 낚시로 횟감을 잡으면 왠지 누군가를 초대할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접대용 세팅을 위해 챙겼습니다.
    사진엔 빠졌는데 비늘치기 도구도 준비하였지요. 올 가을 제주도에서 이걸로 몇 마리를 손질하게 될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달 간 제주에서 생활하게 될 짐을 모두 쌌습니다.
    음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처음에는 자가용에 모두 실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실어보니 여유 공간이 많이 남습니다.^^
    그렇게 차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훼리에 실고 제주로 향합니다. 이 과정은 이승기가 묵고 갔다는 선상 호텔, 직접 이용해보니 글을 참조해 주시고요.
    제주항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했던 일은 바로..


    새 휘발류를 가득 채우고 세차를 해주는 겁니다.^^ 제주도 휘발류 값은 확실히 서울에 비해 저렴한 편인데요.
    서울에서는 리터당 2500원까지 봤는데 제주도는 1970원~2000원 사이를 오가는 수준입니다.


    처음 숙소에 도착하자 사슴벌레가 나를 반겼다

    이곳은 제주항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애월의 숙소입니다. 
    8월은 성수기고 비행기 표 값이 비싸 직접 방을 보고 선택할 수 없었지요. 오로지 인터넷상의 사진과 고객평을 보고 이 곳을 선택하였는데 막상 와서
    둘러보니 생각외로 괜찮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두달 동안 생활하게 될 이곳을 둘러보고 짐정리를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했지요.
    숙소엔 독립된 베란다가 있어 둘러보니 사슴벌레가 저를 반깁니다. 정말 친환경이 따로 없지요.
    비록 뿔이 길게 난 숫놈은 아니였지만 실로 오랜만에 보는 사슴벌레라 그런지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사실 숙소를 구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저희는 펜션을 원했는데 어느정도 조건을 만족할 만한 팬션을 구하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제주도는 장기숙박이 활성화 되어 있지만 의외로 정보가 부족해 난항을 겪었었죠.
    가을은 비수기여서 남는 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월 70이상 부르는 곳이 허다합니다. 그것도 전기세, 수도세와 같은 관리비는 별도로 말이지요.
    그렇다고 제주 시내에 있는 원룸을 선택하기엔 운치가 너무 부족하였습니다. 물론 원하는 가격에 맞출 수 있고 독립된 방에 풀옵션이긴 하지만 그런 닭장같은
    곳에서 엘리베이터로 오가는 제주 생활은 원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낚시를 목적으로 간 것인 만큼 바다와의 접근성이 중요했기에..

    숙소 근처엔 논밭 밖에 없는 시골이긴 해도 어차피 자가용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습니다.
    푸른 기와집에 나름 멋진 정원까지 딸린 깔끔한 집이예요.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고 TV, 에어컨, 전기밥통, 가스렌지, 싱크대, 청소기, 드라이기, 커피포트,
    그리고 냄비를 비롯한 식기들까지 거의 모든 시설을 완비해 놓고 있어 이곳에서 밥 해 먹으며 지내기엔 손색이 없습니다.
    세탁실은 옆 호실과 함께 사용하지만 지금 시즌엔 2~3박 손님밖에 없어 사실상 저희 전용 세탁실이나 마찬가지예요. ^^;


    하지만 이따금씩 출몰하는 몬스터는 저를 놀래키기도 합니다.
    사슴벌레라면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저만한 바퀴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곤충...아니 괴물입니다. ㅠㅠ
    기어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행여나 날개를 펴고 내 쪽으로 날아오진 않을까. 참으로 손대기 두려운 존재였죠.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저런건 약 뿌려도 금방 안죽더만..
    결국 크릴 분쇄기로 찍어 버렸는데 빗나가는 바람에 바퀴가 바닥으로 떨어졌지요.
    그리곤 싱크대 밑으로 숨어버려 그렇게 30분간 실랑이 끝에 찾아내어 겨우 처리하였습니다.
    저 녀석을 끝내 발견 못했다면 밤새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ㄷㄷㄷ;;(저는 바퀴만 보면 정말 온몸이 오싹해집니다. 진짜 싫어요)


    팬션에 입주(?)하던 첫날, 제주도에 사는 지인께서 한 보따리 가득 싸들고 왔답니다.
    그 분은 다름이 아니고 이웃블로거이신 파르르님.^^
    원래는 전부 새건데요. 제가 요즘 블로거 정신이 많이 약해져 있어 몇 일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쓰던거 모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장지, 주방용 세제, 생수, 비누 그리고 사진엔 빠졌지만 세탁용 가루비누까지 집들이 종합선물세트가 따로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잘 쓰고 있어요. ^^


    뿐 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제주도로 내려와 낚시 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제주도 낚시 가이드님(닉네임이 따로 있지만 혹시 몰라 생략할께요^^;)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선물해 오셨어요. 이것도 뒤늦게 찍은거라 원형 보존이 매우 아쉬운 순간입니다.
    저런 걸 무려 한박스나 보내오셨어요. 한박스를!!!
    저어기.. 혹시 커피 공장 다니십니까? 농담이고요.ㅋㅋ 덕분에 저희 부부, 아침마다 입이 심심하지 않아 너무 행복하답니다.
    특히 낚시갈 때마다 꼭꼭 챙겨서 다닙니다. 갯바위에서 맛 보는 카라멜 마키아또. 정말 최곱니다!


    이것은 숙소 냉장고 풍경.
    본의 아니게) 저의 낚시용품들이 냉장고의 탑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게 숙소 냉장고여서 망정이지 집 냉장고를 저렇게 해놨다면 아내가 노발 대발 했겠지요.
    찌를 저렇게 줄 세운 이유는 전날 낚시하다 찌 케이스가 파도에 맞아 전부 꺼내 말리는 중이랍니다.


    숙소 베란다에서 본 풍경이예요. 정면에는 여름에 열리는 하귤 나무가 언제나 저를 반깁니다.
    그리고 시선을 멀리 내다보면 수평선도 보이거든요. 저 곳을 확대해 보면..


    이런 곳이 나옵니다.^^
    사진은 고내리 방파제인데요. 숙소에서 차로 3분, 걸어서 15분으로 애월 해안도로와 인접해 있어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기도 하지요.
    다만 낚시 포인트로써 매력은 별로예요. 이곳은 낚시보다는 산책을 위해 한번씩 찾아 옵니다.

    제주도에 온지 열흘동안은 그야 말로 적응의 연속이였습니다.
    외국도 아닌데 시차적응 뺨치는 적응이 필요했지요. 처음 몸살 감기에 걸려 며 칠간 앓아누운 걸 빼더라도 지금까지 너무나 정신없는 생활의 연속이였습니다.
    제주도에서의 낚시는 새벽 시간대에도 하지만 주로 해가 지는 저녁타임을 노리는데 낚시를 하고 숙소에 도착하면 8시, 저녁 먹고 씻으면 9시가 넘어갑니다.
    이때부터 다음날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는데 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요.
    저 같은 경우 사진 편집에도 공을 들이기 때문에 여기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고, 글 쓰는 시간까지 전부 합하면 기본 4~6시간은 소요됩니다.
    제주에 와서는 가급적 생선회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글감은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까먹습니다.
    깊이가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에, 그래서 제주에 있는 동안에는 가급적 심도 깊은 글은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산굼부리에서 촬영 삼매경에 빠진 입질의 추억

    따사로운 오후, 찬 입김이 나오는 만장굴에서

    천지연 폭포를 배경으로 어복부인^^

    쫄쫄이 몸빼바지 패션으로 자전거 일주를 하는 어느 외국인 청년^^

    제주공항과 한라산


    3m짜리 너울 파도가 몰아치는 와중에 벵에돔을 낚는 아내, 예례동 작은 코지에서

    아침에 물때가 괜찮으면 새벽부터 낚시를 나가기도 합니다. 낚시를 가지 못하더라도 여행지 촬영을 위해 일찌감치 숙소를 나서는데요. 
    낚시 촬영이든 여행지 촬영이든 가급적 아침에 하려는 이유는 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유도 있지만 광량이 풍부하고 빛 좋은 시간대가 아침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 또 다른 이유는 단체 관광객들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대를 골라야 한다는 점도 아침 시간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듭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만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그 곳은 제주가 아니라 명동이 되므로 여유있게 둘러보기가 힘들지요.
    사람이 많으면 사진 촬영도 제한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사실 사진도 잘 안나옵니다.(뒷통수는 많이 나오겠네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침에 글을 발행하면 시간상 이웃 답방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제 블로그 조차 둘러 볼 시간이 많지 않더군요.
    댓글 반응은 점심 먹을 때 잠깐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잠깐이 유일해요. 요즘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

    제주도에서 살면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에 쫒기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어찌된 걸까요? ^^;
    남들이 생각하기엔 제주도에서 마음껏 낚시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여유가 있어 좋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위에 말한대로 제가 사진과 글에 욕심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두달이라는 주어진 시간 안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파고든 게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적잖은 출혈을 감수하며 시작하다 보니 하루 하루가 금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니 어지간한 악천후가 아니면 낚시든 촬영이든 무조건 나가게 됩니다. 때로는 피곤해 침대에 눕고 싶고 때로는 댓글창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지만
    출조든 출사든 다녀오기만 하면 다음날 글감을 준비해야 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은 왜이리 빨리 흐르는지..
    이제 열흘간의 워밍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건 90%의 노력과 10%의 운에 맡겨보렵니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저도 장담못합니다.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진부한 이야기만 늘어놓을지두요.
    이 모든건 각본없는 드라마의 연속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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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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