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미도 방파제 감성돔 낚시, 올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한수


    원래는 연말에 가거도 출조 계획이 있었는데 여차저차 하여 새해로 미루게 되었고, 결국은 두미도에서의
    감성돔 낚시가 2012년 한해를 마감하는 출조가 되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 2012년 마지막 조행기를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다.
     





    파이팅 중인 입질의 추억, 두미도 감성돔 낚시

    때는 오후 4시반, 철수시간을 약 1시간 반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스믈스믈 잠기는 입질이 왔습니다.
    전방에 선상 낚시배에서 이어진 밧줄, 그 부근을 통과하기 2~3m 전에 들어온 입질인데 그 신호가 너무 미약해 뒷줄을 잡고 있었지요.
    견제를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로 봐선 밑걸림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 원줄이 슬그머니 일직선으로 펴지는 걸 봤습니다.

    "물고 있구나"

    입질이 굉장히 약네요. 이때부터 대상어와의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베일을 닫아놨기 때문에 더 이상 끌고가게 내버려 뒀다간 이물감을 느껴 뱉어버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은 팽팽해진 상태에서 슬그머니 가져가는 움직임이 보이자 손을 쭉 내밀어 챔질합니다.
    올리는 중간에 '턱' 하고 걸리는 이 느낌! 낚시인들에겐 가장 짜릿한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겨울 감성돔이라 순간적으로 차고 내려가는 힘이 상당합니다. LB(레버 브레이크)를 두어번 정도 주고 난 뒤 꾹꾹하며 힘쓰는 녀석을 천천히 끌어오는데..
    녀석이 가까이 오면 올 수록 옆으로 째는 모양이 어째 숭어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줍니다.

    "혹시 숭언가.."

    저도 모르는 탄식이 나옵니다. 감성돔 낚시에서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초를 치는 숭어.
    올해 마지막 출조가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입질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인데 기여이 초를 치나요.
    이제 찌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만약 이것이 감성돔이라면 은빛이 번쩍해야 할텐데..



    "아~ 감성돔 맞네.."

    고녀석, 왜 옆으로 째서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지..
    옆 현지조사님이 뜰채 지원을 해주는데 순간적으로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에 뜰채 대신 카메라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현지조사님은 원래 카메라를 만지는 직업이다 보니 사진 센스가 굉장합니다.
    빛, 각도, 그리고 구도까지 너무 잘 잡아줘서 멋진 그림이 만들어졌군요.^^



    "한마리 했습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한수가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대표님과 부회장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받은 입질이라 운빨이 맞아 준 것이겠지만..
    그간 애태웠던 감성돔이 한마리 나와주니 무료했던 기운은 확 달아나고 정신이 바짝 섭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니 약간의 반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봉돌이 바늘쪽으로 많이 내려오면서 목줄 손상이 제법 있었는데요. 
    제 생각은 전방 10m 지점에 수중여가 하나 있었는데 그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파이팅 한 것이 저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파이팅 동선이 약간 위험했습니다. 중간에 수중여 자락을 거치면서 끌어오는데 그 지점에서 힘을 쓰길래 아무 생각없이 레버 브레이크를 준 것이 저런
    결과를 가져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만약 이것이 5짜가 감성돔이였다면 저 1.5호 목줄은 터져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적막을 깨는 입질에 피팅타임은 성큼 다가오고, 두미도 감성돔 낚시


    피팅타임에 한방을 노리고 계신 박범수 대표님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두미도 감성돔 낚시

    이후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입질은 기대와 달리 감각무소식입니다. 지금쯤이면 밑밥에 현혹되어 몇 마리 들어왔어야 할 텐데..
    조류도 좋고 물색도 괜찮고 모든 조건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질하나 없다니 바다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때 부회장님의 "왔다"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수 성공하신 부회장님

    이제 철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후속타가 좀처럼 터지지 않습니다.
    이 시간에 입질이 없다는 건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닷속 상황이 있으리라..
    저는 대를 미리 접고 짐 정리를 돕구요. 이것을 끝으로 낚시는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낚시점에서 마련해 준 어묵타임에 얼었던 입과 손이 확 풀린다

    박범수 대표님과 이승우 경기공방 회원님, 그리고 김남규 부회장님의 어묵 기념샷 ^^

    낚시점에선 선단 조과를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최근 두미도는 호조황이 이어지고 있었고, 이 날도 많은 조사님들이 감성돔 얼굴을 보기위해 출조했지만 마릿수나 씨알면에서 많이 떨어졌다고 해요.

    "며칠 전엔 4짜가 많이 나왔는데.."

    이제는 출조 갈때마다 듣는 얘기가 되어 버렸으니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
    아무래도 저에겐 여전히 징크스가 남아 있는듯 합니다. 아무리 호조황이라도 제가 가는 날이면 이상하게 고기가 안나오니 참 답답할 노릇.
    사실 징크스란 게 스스로 만들기 나름이라지만 최근들어 이상한 징크스가 계속해서 저를 붙잡고 있습니다.
    우스게 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한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1) 잡어 징크스 → 잡어를 종류별로 4마리 이상 잡게 되면 그 날 꽝
    2) 들물 징크스 → 최근 4마리의 감성돔은 모두 썰물 때 잡혔슴.
    3) 아침 징크스 → 최근 4마리의 감성돔은 모두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낚았슴


    앞서 저는 밑밥 배합을 4-4-4로 하면서 숫자 4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4를 좋아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징크스란 깨라도 존재하는 거겠죠? 새해엔 마음을 깨끗히 비우고 낚시에 임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감성돔 4짜'라는 말 만큼은 어찌나 달콤하게 느껴지는지 ^^
    이 날 선단에서 장원은 44cm 감성돔이, 두번째는 42cm인 제 고기가 되었고 나머진 잔 씨알의 감성돔이 나와주면서 조황이 잘 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었습니다. 특히 살감성돔을 마릿수로 하신 분도 계셨는데 아직까진 수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아 25cm 전후의 살감성돔이 많이 붙어 있나 봅니다.


    인근 횟집엔 뼈째썰기용 감성돔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물어보니 전부 자연산이라는데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20cm남짓한 감성돔을 저렇게 어획해서 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법적으로 어획이 금지되어 있는 감성돔 체장 기준이 21cm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겠다란 생각도 듭니다.


    잡아온 도다리와 감성돔은 인근 횟집에서 회를 쳤습니다.
    도다리는 대표님이 큰 녀석으로 3마리에 2만원 주고 낚았습니다. 낚시 도중 도다리 조업배가 들어오는 바람에 현장에서 곧바로 낚았지요. ^^;


    그간 사진으로만 봐왔던 껍질 탈피기입니다. 저대로 놓고 들이밀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껍질만 쏙 벗겨지데요. 
    개인적으로 집에다 한대 놓고 싶었지만 그래도 회맛은 손맛이 좀 들어가야겠죠? ^^


    붉바리(아래), 그 옆에 우럭 표정이 재밌다

    붉바리를 두고 부르는 말은 참 다양합니다.
    여수에선 참능성어, 꽃능성어, 이곳 삼천포에선 '능시'라고 아주머니가 말하데요. 가격을 물어보니 저거 한마리(1키로가 약간 안됨) 10만원에 판답니다.
    제주도에선 붉바리 1키로에 18~20만원에 판다는 걸 비교해 보면 저렴한 축에 속하지요. 사이즈가 작아서 가능한 가격이겠지만..


    이 날 낚시꾼들의 작은 만찬

    감성돔 한마리와 도다리 세마리를 회치니 양이 넉넉하게 나왔다

    겨울에 살빠진 도다리(문치가자미)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얼마전 두미도에서 박범수 대표님이 잡았다는 돌가자미, 그 회맛이 끝내줬다고 합니다. 지금 돌가자미(이시가레이)가 가장 맛있을 때지요.
    그런데 이번에 사들인 녀석은 같은 도다리지만 자세히 보니 '문치가자미'더군요. 왜 봄이 되면 '도다리 쑥국'을 끓여 먹는 바로 그 녀석말입니다.
    문치가자미는 1~4월 산란기를 앞두고 지금 한창 알이 찰 시기입니다. 저는 손질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큼지막한 알집이 많이 나오더군요. 순간 앗차 싶었습니다.


    그냥 먹어도 갸우뚱, 쌈을 사 먹어도 갸우뚱..
    계속 씹으니 고소한 맛은 나는데요. 식감은 뭐랄까 매우 흐믈흐믈하여 고무를 씹는 듯한 질겅거림이 있습니다.
    지금 계절에 잡히는 돌가자미와는 전혀 딴판이지요.


    그래서 먹다가 회덮밥으로 바꿨는데 이렇게 먹으니깐 또 맛이 괜찮더군요.^^
    올 봄이였죠. 제가 문치가자미(흔히 봄 도다리라 불리는)와 돌가자미(이시가레이)에 대해 비교 분석해 놓은 글이 있습니다.
    제철 규명에서 부터 구분하는 방법까지 써 놓은 글이 있으니 도다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 봄 도다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제철 규명 다시해야)


    왼쪽부터 볼락, 청어, 감성돔 머리구이

    현장에서 먹을 횟감은 이미 충분하여 제가 잡은 감성돔은 집으로 공수해 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30분. 밤이 늦은 시간이지만 감성돔 회맛을 보기 위해 처형부부가 와 계셨습니다.
    청어는 씨알이 작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구워놓고 보니 부요리감으로 딱이였습니다.


    이번에 사시미 칼을 제대로 갈았는지 칼이 너무 잘 드는 바람에 껍질을 베끼려다 그만 실수하여 회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
    그래서 붉은 혈합육이 일부 떨어져 나갔어요. 원래는 돌려치기에 장미꽃까지 만들어 데코레이션을 하려 했지만 떨어져 나간 살점이 맘에 걸려 포기하고
    대충 채 썬 무우 위에 올렸습니다. 그래도 고추냉이는 무조건 생입니다. 무순도 준비하려 했지만 이 야밤에 파는데가 없어 생략..



    겨울 감성돔의 찰진 뱃살

    저 찰진 뱃살 한 조각에 꾼의 노고가 풀리는 순간입니다.
    조황이 좋았으면 멋진 그림도 많이 만들어 낼 텐데 이렇게 낱마리 조황에 그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낚시를 다녀보니 여러모로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그것은 비단 낚시 기술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아내와 함께 낚시를 다녀왔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낚시 기법이나 즐기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이 날,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신 박범수 한조무역 대표님, 푸근한 인상에 솔선수범까지 하셔서 저를 머슥하게 만들어 주신 김남규 쯔리겐FG 부회장님.
    그리고 전광석화 같은 촬영 센스로 멋진 그림을 만들어 주신 이승우 경기공방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 조행기, 아니 2012년 조행기는 이것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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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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