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낚시] 이덕화 포인트에서 감성돔 낚시


    이 날은 2013년도 첫 부부출조가 있었던 날.
    지난번 가거도의 꽝을 만회하고자 찾은 곳은 전남 완도권에 있는 청산도입니다.
    사실 마음이 다급한 것도 없잖아 있었답니다. 다가오는 2~3월은 그야말로 년 중 낚시가 가장 안되는 영등철로 그것을 코 앞에 둔 시점이기에 가능하면
    1월 안에 한 두번의 출조를 다녀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월달은 너무 가혹한 달이였습니다.
    연일 주의보와 한파로 인해 출조기회를 좀 처럼 잡지 못하다가 그나마 바람 잦은 날을 골라 가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 날도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3도, 완도는 -4도가 예보되어 있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금 시즌의 청산도는 조황이 들쑥날쑥 합니다. 잘 해야 1~2마리 싸움이고 아니면 꽝이기 때문에 출조객이 많지 않습니다.
    대신 포인트가 널널해 11~12월에는 들어가기 힘든 명 포인트를 지금 시기엔 들어갈 수 있다는 점. 포인트 싸움없이 한가로이 낚시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여서 청산도를 택하였습니다. 물론 무박 2일로 운전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출조점 스케쥴이 편해서이기도 하고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부부낚시 조행기를 청산도 이덕화 포인트에서 전할까 합니다.^^





    19명의 꾼들을 태운 버스는 수도권에서 출발, 전남 장흥에 도착해 아침밥을 서두른다

    새벽 4시, 전남 회진항에서 출항

    새벽 5시, 청산도 갯바위에 도착

    포인트에 하선, 수심과 낚시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솔직히 이번 출조는 처음부터 기대를 접고 갔습니다.
    기대감도 없이 낚시를 간다? 상식적으론 이해가 안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늘 꽝을 쳐도 낚시가 재밌는 건 그래도 희망이 있기 때문인데..
    기대감 없는 출조를 한다는 건 기대감 없이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치. 왜 이런 짓을 해야만 할까?
    정말 안낚일껄 걸 뻔히 알면서 간걸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었기 때문.
    이 이율배반적인 현상앞에서 행여나 실망을 한다면 실망의 크기라도 미리 줄여 놓자라는 심산인가요?
    아내는 올해야 말로 잃었던 어복이 붙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지만 매서운 새벽 바람 앞에 잔뜩 웅크리고 있군요.
    이번엔 물때도 좋고 기상도 양호하고, 겨울에 이 정도면 참 괜찮은 조건입니다. 다만 한가지 불안한 게 있다면 출조지가 청산도라는 점.
    사실 지금 시즌에 감성돔을 노릴려면 원도권을 가는 것이 확률상 가장 높습니다. 내만권은 힘들고 청산도는 중내만권이다 보니 붙박이 감성돔이야
    있겠지만 낚여도 낱마리고 포인트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 사실 확률로만 본다면 반절이상 지고 들어가는 게임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계속 집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꽝을 쳐도 좋으니 후회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보자! 감성돔, 그리고 내 자신과 함께 말입니다.


    새벽에 아내가 타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먹고

    아침 7시, 2013년 아내의 첫 캐스팅, 청산도 감성돔 낚시

    통이 틀 무렵, 감성돔 낚시는 시작되었습니다.


    수심 12~15m의 바닥층 공략을 위해 원투성과 줄빠짐이 좋은 쯔리겐 전유동 X-B를 장착했다

    <<입질의 추억 채비>>
    1-530 낚시대, 2500번 LB릴, 2.5호 원줄, 2B 기울찌, 조수우끼고무, 도래, 1.7호 목줄 4m, 2B봉돌, 감성돔 바늘 2호(나중에 B 봉돌 추가)

    <<아내의 채비>>
    1-530 낚시대, 2500번 릴, 3호 원줄, 면사매듭, 반원구슬, 1.5호 찌, 쿠션고무, -1.5호 수중찌, 쿠션고쿠, 도래, 1.7호 3m, 2B-B-B로 분납,
    감성돔 바늘 2호


    우리부부가 내린 포인트는 청산도 "벼락바위 안통"으로 일명 "이덕화 자리"로 불립니다.
    낚시광으로 유명한 텔런트 이덕화씨가 이곳에서 낚시했다고 붙여진 이름인데요. 청산도에선 소문난 명당이며 특히 감성돔 시즌이 최고조에 이르는
    11~12월달엔 꾼들의 경쟁이 치열해 쉽게 내릴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 자리에 내릴 수 있었던 건 역시 제 시즌이 지났기에 가능한 걸까요?
    좋다고 해야 할지, 안좋다도 해야 할지.. ㅎㅎ

    어쨌든 저는 수심 13~15m를 공략하기 위해 2B 전유동을 선택하였습니다. 조류가 발 앞으로 밀려들어오기 때문에 히팅지점은 가까이 형성되어도
    캐스팅은 멀리 쳐야 합니다. 여기에 제가 사용하는 원줄이 2.5호로 전유동을 하기엔 다소 굵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원투성이 좋고 채비내림이 좋은 찌 구경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여야 합니다. 여기에 약은 입질도 간파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래서 선택한 모델이 전유동 X-B입니다. 찌에 4-2-4로 마킹된 의미는 원줄이 통과되는 앞 뒤 출구로는 4mm, 가운데는 2mm로 좁아지기 때문에 
    원줄의 마찰계수를 늘려 미약한 어신도 받아내겠다는 심산입니다.

    아내는 1.5호 반유동을 선택하여 낚시자리에서 좀 더 떨어진 곳을 공략해 나가기로 합니다.
    다만 채비가 둔탁하기에 여부력은 철저히 없애는데 표기된 여부력은 3B지만 B를 더 달아 초과시켰습니다.(그런데도 찌가 가라앉질 않네요.)
    저는 바닥층을 샅샅히 훓는 식으로 했고, 아내는 찌매듭을 12미터로 고정, 한 두번 던져보고 밑걸림이 없자 한번에 14m로 올려서 밑걸림이 생길때까지
    서서히 끌고 들어오는 체제로 임해 봅니다.


    아직 해가 뜨기 직전, 아내의 전자찌가 살포시 깜빡인다, 청산도 감성돔 낚시

    지금 시각은 7시. 감성돔 낚시에서 초긴장이 되는 타이밍입니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철에는 1~2마리, 많이 잡아야 2~3마리인데 걸면 씨알이 크거든요. 그걸 알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입질에 온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그런데 물을 만져보니 얼음물 같습니다. 수온은 안재봤지만 아마 재 본다면 낙담할만한 수치가 나올 게 뻔합니다.
    잠시후 입질이 들어오는데 아내의 찌가 살짝 잠겼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습니다. 
    아내는 낚시대를 살살 들어 견제를 해보는데 찌가 도로 올라와 버립니다.

    "밑걸림인가? 다시.."

    아직 미끼가 달려 있다고 판단한건지 제차 낚시대를 뽑았다 내려놓습니다. 그랬더니 또다시 들어가는 찌..
    이번에도 수면에서 5cm가량 잠긴채 미동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낚시대를 살짝 들어봐"라고 말하는데 그냥 챔질해 버리는 아내...



    "여보 이거 좀 봐"
    "왜 그러는데?"
    "크릴이 살짝 씹혀있네.."


    음.. 감성돔이 그랬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녀석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성급하게 챔질했다며 아내를 타이르자 이번에 걸리면 좀 더 기다렸다 하겠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심기일전해 채비를 던져보는데..


    청산도에서 감성돔 낚시 중 밑거림을 해결하고 있는 아내

    너무 안쪽까지 바짝 붙였던 탓일까요? 전방 7m앞, 수중턱에 채비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바늘만 나가서 금방 바늘을 묶고 던지는 아내.



    "으으으~~ 너무 춥다"

    이곳 이덕화 자리와 벼락바위 일대는 북서풍에는 확실히 의지되는 곳인데요. 풍향이 북-북동으로 바뀌었는지 간간히 옆 바람으로 세어 들어와 얼굴을
    때립니다. 그럴때마다 피부가 찢어질 듯 애려오네요. 온도를 보니 -2도밖에 안되는데도 바닷바람이 너무 매서워 체감온도는 -8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 혹한기에 섬으로 낚시갈 생각을 하다니.. 오늘 뭐라도 잡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못잡으면 이 고생을 어디에서 보상받는담.. ㅎㅎ


    잠시후 아내의 찌에서 또 한번 어신이 전해져 옵니다.
    이번엔 확실히 입질같은데 아내도 찌만 노려볼 뿐 아직까진 별다른 미동이 없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들어가라. 더~!!"

    챔질 타이밍을 재는 아내, 이번엔 매우 신중합니다. 저 상태로 머물던 찌가 또 다시 들어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챔질!


    아내의 첫수는 복어로 당첨됐다. 왠지 올 한해 어복이 충만할 것도 같다, 청산도 감성돔 낚시

    "이런 복어였네.."

    같은 지점에서 입질을 받았기에 이 녀석이 아까전 크릴을 씹어댄 주범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얼굴을 못봤으니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크릴을 씹은 녀석이 복어였겠거니 하고 믿고 싶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산도 감성돔 낚시중 낚아올린 앙증맞은 복어

    배를 부풀리며 뽀드득~뽀드득 이를 가는 복어. 그런 복어가 너무 귀엽다며 상처없이 바늘을 빼고선 안전하게 놓아줍니다.
    그런 광경을 보던 저에게도 입질이 들어오는데..


    작은 노래미 한마리가 올라옵니다.(방생)
    좀 전까지는 2B찌로 바닥을 훓고 있었는데 어느덧 조류가 쎄져서 채비가 잘 내려가지 못하네요.
    조류 방향은 밖깥에서 안쪽으로 빠르게 밀려오고 있어 30m를 원투쳐도 채비가 바닥까지 내렸다 싶으면 이미 발 앞까지 들어와 버립니다.


    찌는 원투성이 좋고 급류에 강한 '급류심장'으로 교체하였다


    30m정도 채비를 캐스팅하면 안으로 말려오는 조류를 타고 입질 반경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아내는 1.5호를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저는 채비를 2B 전유동에서 1.5호 반유동으로 교체했습니다.
    물때가 중들물에 이르자 조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데 던졌다 하면 순식간에 발 앞으로 붙어 고약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이어지네요.
    2B로 했을 땐 30m를 원투치고 무려 25m나 밀려와서야 채비가 바닥층까지 도달되니 남은 거리는 고작 5m뿐.
    이래가지고선 바닥층 공략이 제대로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1.5호로 바꾸는데 무게는 19.1그람으로 초원투형 찌를 선택합니다.
    아무리 못해도 30m이상은 원투쳐야만 채비가 정렬되면서 10m정도 까먹는다면 나머지 20m구간을 탐색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찌를 선택함에 있어 부력 다음으로 중요시 여기는 것이 무게입니다. 바로 원투성이지요.
     

    양손을 구명복 안쪽으로 꼽고선 어신을 기다리는 아내, 청산도 감성돔 낚시

    아내에게 또 다시 복어가 낚였다.(방생)

    제법 빨리 들어가는 어신이 들어와 챔질해 보지만 빠른 물쌀에 의한 밑걸림이였다

    밑밥이 제법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깔짝거리는(복어로 추정) 입질 말고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른 아침엔 상괭이(돌고래의 일종)가 포인트 주변에서 어슬렁거려 낚시가 불안했는데, 이제는 조업배가 계속 앞에서 왔다갔다..
    낚시자리에서 가까운 곳에다 통발을 놓습니다. 아.. 이래가지고선 그나마 있던 감성돔 다 도망가겠네.. ㅠㅠ


    8~9도의 수온에서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 청산도 감성돔 낚시

    오후 1시, 철수배에 몸을 싣고 오늘의 조황을 물어봤더니 한 두마리 나온거 빼곤 몰황이랍니다.
    수온을 쟀더니 이른 아침엔 9도가 나왔는데 오후로 들면서 8.2도로 추락했다네요. 8.2도에서 감성돔 낚시를 했다니..


    철수배에 몸을 싣자 기다렸다는 듯 너울파도가 일기 시작합니다.
    고기도 못잡았는데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요. 그 평온하던 바다가 갑작스레 난폭해집니다.
    역시 바다는 알 수 없는 존재...


    빈통으로 철수하는 꾼들

    어느 식당앞에서 간판의 캐릭터 흉내를 내고 있는 아내


    철수후에 있었던 달콤한 식사에 얼었던 몸이 녹아든다

    #. 오랜만에 찾은 청산도, 그리고 혹한기 감성돔 낚시
    모처럼의 부부출조인데 결과는 바다에 KO를 당하고 왔구만요.^^;
    그렇다고 이 날 감성돔 낚시가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저수온에 참패를 당했지만 채비라던가 운영면에서 나쁘지 않았거든요.
    L자 조법도 써보고 바닥층을 나름 열심히 훓어 복어나 노래미의 존재는 확인하고 왔습니다. 모르죠, 감성돔이 어느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내 채비를 그쪽으로 못갖다대서 못잡았는지두요. 그거야 물속으로 잠수해서 보지않는 이상 알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중요한 것은 제가
    생각한대로 낚시가 잘 진행되었기에 뭐 크게 미련은 없습니다.(다음 출조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믿음은 중요하리라 봅니다.)

    아내는 추위를 잘 타서 겨울 낚시는 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저의 끊임없는 유혹과 월간낚시(잡지) 취재라는 이름하에 어쩔 수 없이 간건데요.
    바다낚시는 언제나 한방과 의외성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갔습니다만,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습니다. 
    아내의 실망한 기색과 함께 "역시 겨울엔 안돼"라는 편견만이 굳건하게 자리잡은 듯하여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에 끊어질듯 애리는 손가락, 어깨가 욱신거릴 정도로 수시간 동안 바짝 웅크리며 벌벌 떤 아내의 모습에 맘이 편치 못했는데..
    그럼에도 지금 이 글이 발행될 즈음엔 우리부부가 여수 바다 한가운데서 볼락낚시를 하고 있겠네요.^^; (부디 좋은 조황을 빌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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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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