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가 서로 엉켜 풀고 있는 낚시꾼들

    한 배에 여럿이 낚시를 하다보면 채비가 엉키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럴때 자잘못을 따져가며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요. 낚시를 다니다 보면 갯바위든 선상이든 소위 "고기 욕심"에 다소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주변 사람은 아랑곳 없고 자기만 생각하다 보니 민폐를 끼치는 경우입니다. 


    보통 선상낚시에선 채비 엉킴을 방지하고자 봉돌을 같은 호수로 통일합니다. 그리고 신호가 울리면 동시에 입수합니다. 누구 하나가 늦게 내리면 조류가 빠를 경우 그 채비는 엉킬 확률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볼락이나 열기 외줄낚시의 경우 고기가 줄줄이 올라 올 때면 제차 입수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몇 분간 주어지는 자율낚시인 셈이지요. 그러다보니 옆 사람 혹은 뒷 사람과 채비가 엉키는 일이 비일비재 하거든요. 그럴 땐 시시비를 가리는 것 보다는 엉킨 채비를 푸는데 집중하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죄송합니다." 혹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해주는 게 예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열기 외줄낚시를 했을 때 아내가 매우 불쾌한 일을 겪었습니다. 한번은 낚시를 하던 중 뒷사람의 채비와 엉킨 적이 있었는데요. 그것도 딱 한번 엉켰었는데 당시 상황은 조류가 아내가 있던 자리에서 뒷쪽에 있는 사람 쪽으로 다소 강하게 흘렀고, 입질이 들어와서 열기 두마리를 바늘에 매달아 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고패질 도중 밑걸림이 발생했다는데요. 아내는 재빨리 낚시대를 잡아 올려 밑걸림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상태에서 전동릴을 감아 올리는데 중간에 잘 안 감겨지길래 봤더니 뒷쪽에 계신 분이 "채비가 엉켰다"며 줄 좀 풀어달라고 합니다.

    일단 줄을 풀었는데요. 이후에 일어난 상황은 좀 황당했답니다. 말도 없이 아내 채비를 끊어 버린 것입니다. 잘려진 아내 채비엔 열기 두 마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것도 말없이 챙기는 모습을 봤다네요. 아내는 저에게 와서 조용히 묻습니다.

    "원래 선상낚시는 채비가 엉켰을 때 푸는 사람이 남의 채비를 끊는거야?
    그리고 끊는 사람이 남이 잡아 놓은 고기도 가져가는거야?"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듣은 저는 화가 났지만 모처럼 즐거운 낚시를 망칠 것 같아 그냥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 얘기는 꼭 해야 할 것 같아 몇 자 적어봅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선상낚시를 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우럭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옆옆 사람과 채비가 엉켰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풀도록 하고 있는데 말도 없이 제 채비를 잘라 버리더군요. 제 채비엔 우럭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챙기더랍니다. 남에 대한 배려도 없지만 남이 잡은 고기를 당연한 듯이 갈취하는 것 같아 참 아쉬웠습니다.


    열기낚시 삼매경에 빠진 아내,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슴

    선상낚시를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이 이 문제를 놓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누가 자잘못을 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당시 조류방향은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뒷쪽으로 흘렀습니다. 아내는 신호와 동시에 입수를 했고 한 차례 밑걸림을 당한 후 신속하게 채비를 뺐습니다. 그때 뒷자리에 있던 분과 채비가 엉켰는데 조류 방향상 뒷쪽에 계신 분이 채비를 늦게 내려서 생긴 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번 올리신 분은 다시 내려도 됩니다"라는 선장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 삼을 필요는 없겠지요.
     
    천보 만보 양보해서 엉킴을 제공한 쪽이 제 아내였다고 칩시다. 심하게 엉켜 풀기가 어렵다면 "채비를 끊어도 될까요?"라고 말 한마디만 해줬어도 기분은 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없이 채비를 끊어 버리고선 줄을 획 던져버리자 아내는 채비가 가벼워짐을 알았고 올라온 건 빈 낚시줄 뿐이였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은 끊어버린 아내 채비에 매달려 있는 고기까지도 챙기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 남을 배려해 주는 의식이 필요해
    사실 낚시와 골프는 돈이 많이 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보편적인 인식으로 보자면 적잖은 차이점을 가집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골프는 VS 사람을 상대로 하는 스포츠이고, 낚시는 VS 자연을 상대로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낚시는 골프와 달리 혼자서도 즐길 수 있어 타인과 함께 하는 것에 익숙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낚시라는 행위로만 놓고 본다면 특별히 협동심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물론 여럿이 와서 적당한 음주가무와 운치를 즐기려고 낚시하는 분도 계시지만, 적어도 외줄낚시 만큼은 "쿨러를 채워서 오는 것" 만큼 확실한 목적도 없기 때문에 고기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한 배를 탄 이상 적어도 낚시 시간 만큼은 주변 사람과의 채비 엉킴에 있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쉬울 따름이예요.


    만약에 제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면 적어도 저는 제 채비를 끊으면 끊었지 남의 채비를 함부로 끊는 행동은 차마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점을 알고 선상을 하게 된다면 남들과의 채비 엉킴에서 남의 채비를 무조건 끊기보다는 보호해주는 쪽으로 배려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우리 모두가 한 발씩 양보한다면 그 날의 입질의 추억은 유쾌한 추억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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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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