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산 유용 상식 Vol.6
    소비 혼란 부추기는 방송
    의 표기 오류(참가자미, 용가자미, 이시가리)


    여러분, 가자미 좋아하십니까?
    해마다 이 맘 때면 수산시장, 마트 할꺼 없이 가자미가 쏟아지는데요. 구워도 맛있고 조려먹어도 맛있어 대중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반찬감입니다.
    특히 싱싱한 건 회로 먹는데 동해안 포구에는 가자미 물회가 아주 별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얼마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서는 이 가자미 표기와 관련하여 적절치 못한 명칭을 사용했는데요.
    가자미 종류가 다양한 만큼 말 한 끗 차이로 인해 고급 가자미가 될 수도, 저급 가자미가 될 수도 있으며 그 단가 차이는 무려 2~4배 가량이나 됩니다.
    방송에서 표기가 잘못 나가면 소비자들에게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 혼란을 부축일 수 있어 방송국에서 먼저 표준말을 쓰고
    명칭을 바로 잡아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에 저는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가자미, 도다리과 어종은 어업인들도 잘 구별못해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가자미 종류는 20여종이 넘습니다. 그 중에서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종은 10여종에 이르는데요.
    이 중에서 우리가 동네 마트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건 수입가자미를 제외하고 2~3가지 정도이며, 종의 구분없이 통상 "가자미"로 부릅니다.
    바닷가와 인접한 포구에 가면 보다 다양한 종류의 가자미를 구경할 수 있는데요. 다들 생긴게 비슷해 일반인들로선 구분이 쉽지 않고, 심지어 횟집
    종사자나 어업인들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어종 구별에 있어 가장 고난이도가 바로 "가자미, 도다리과 어종"라고 봅니다.
    그렇게 다양한 종류를 가진 가자미지만 한 어종을 두고 지역마다 불리는 방언 역시 천자만별입니다.
    과거 일제의 잔재속에 남아버린 일어명칭부터 '시' 단위로 바뀌는 각종 방언들의 난립에 오늘날 가자미과 어종들은 사실상 자신의 표준명을 잊었고 대부분
    지역 어민들이 부르는 '방언'으로 취급되는 실정이지요.

    어떤 지역에선 표준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명칭이 서로 뒤바꿔서 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햇갈립니다.
    전에도 글을 썼지만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국어사전"을 토대로 합니다. 물고기 명칭은 "어류도감"에 기인하지요.
    방송에서 사용된 명칭이 단순히 방언을 사용했다면 문제가 안됩니다. 저는 지역 방언의 사용을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는 방송에서 "특정 지역에서만 불리고 있는 잘못된 명칭을 그대로 표기"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상식을 심어주게 되며, 생선을 거래함에 있어서도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송분량인지 직접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고 부르는 건 반드시 고쳐져야..

    이것은 모 케이블 방송의 맛 기행 프로그램입니다. 진행자인 이만기씨가 동해의 한 포구에 들러 가자미를 둘러보고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화면에는 "가자미 종류 중 가장 고급 생선인 참가자미"라고 버젓이 송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 본 결과 이는 참가자미가 아니죠? 지금 이맘 때 동해 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용가자미"입니다.
    표준명 용가자미는 TV화면에서 표기한 것과는 달리 고급 생선이 아닙니다. 
    용가자미는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가자미입니다. 가격도 진짜 참가자미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요.
    (마트에서는 주로 가자미 혹은 참가자미라는 명칭으로 팔고 있으나 알고보면 다 용가자미입니다.)


    용가자미는 배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배가 희지 않고 가장자리에 잿빛이 도는 게 특징

    용가자미는 배 가장자리에 잿빛이 돕니다. 표준명 용가자미를 둘러싼 명칭은 같은 동해 지방이라도 지역에 따라 달라 혼선을 빗기도 합니다.
    일단 용가자미는 전국적으로 "참가자미"라고 잘못 불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낚시인들 사이에선 "어구 가자미"라 불리며, 포항에선 "포항 가자미"라고 불립니다. 정리를 하자면..

    표준명 용가자미는 → 어구 가자미 → 포항 가자미 → 모두 같은 종을 지칭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참가자미는 어떤 어종을 말하는 걸까요?


    좌측은 용가자미, 우측은 참가자미

    진짜 참가자미는 뒤집었을 때 가장자리가 노란색을 띄는 게 특징입니다.

    "용가자미는 잿빛이 돌고, 참가자미는 황금빛이 도는 게 특징"
     
    얼핏보면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각 지역마다 자기네들이 부르는 명칭이 맞다고 주장.
    서로 자기네 지역에서 어획한 가자미가 우수하다며 그것에다 "참(진짜)" 짜를 붙인 결과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참가자미는 용가자미보다 어획량이 적은 편입니다.
    때문에 단가 또한 용가자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편이고 맛 또한 참가자미가 단연 뛰어납니다.

    한가지 재밌는 점이 있다면 동해안 포구에 참가자미 뼈째썰기(세꼬시) 전문점에서 진짜 참가자미를 취급하는 집이 있고,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하여
    내는 집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를 속이려고 한다기 보단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듣고 자라왔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명칭이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용가자미를 가지고 '참가자미'라고 파는 상인들을 상대로 아무리 용가자미라고 얘기해 봐야 설득하기 힘들겁니다.

    그렇다면 서울, 수도권의 참가자미회 전문점은 용가자미로 낼까요? 참가자미로 낼까요? → 정답은 "집집마다 다르다!"
    참가자미를 판매하는 쇼핑몰에선 진짜 참가자미를 팔까요? 정답은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팔기도 하고, 진짜 참가자미를 팔기도 하고 업체마다 달라"

    이쯤되니 생선 하나를 두고 사용하는 명칭이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한가지!
    지방에서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고 부른다면 진짜 참가자미는 뭐라고 부를까요? ^^

    "일부에선 참가자미라 부르지만 동해 지방에선 대부분 노랑가자미로 부른다"

    다시말해 용가자미는 → 참가자미로 잘못 불리고 있고..
    참가자미는 → 노랑가자미로 잘못 불리고 있고..


    그렇다면 실제 노랑가자미는 존재할까?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불러도 별 상관이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랑가자미는 표준명상 실존하는
    가자미 어류입니다.


    우리나라 해역에선 잘 안잡히는 노랑가자미

    노랑가자미는 우리나라에선 어획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며, 일본에서만 소량의 자연산과 다수의 양식산으로 유통되는 수산물입니다.
    자연산의 경우 일본에서도 어획량이 미미해 아주 귀한 어종으로 취급되며, 회 맛은 30여종의 가자미과 어류들 중 TOP3로 인식할 정도로 
    최고급이지요.

    이쯤되니 어류 명칭과 관련하여 점점 더 햇갈립니다. ^^;
    문제가 좀 있죠?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건은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 단가가 무려 2배 이상 나기 때문입니다.



      ■ 이시가리를 돌가자미로 부르는 건 잘못된 표현이다

    역시 같은 회차 분량에서 나온 표기 오류입니다.
    해마다 1~3월이면 미식가들이 가장 으뜸으로 치는 횟감이 있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선 "이시가리"라는 국적 불명의 명칭을 사용하는데요. 
    이것의 정식 명칭은 바로 "줄가자미"입니다. 줄가자미는 좀 전에 소개한 노랑가자미와 함께 TOP3로 인식되는 최고급 횟감이기도 합니다.
    줄가자미는 키로당 단가가 小자는 6~7만원, 大자는 무려 20만원이 넘어 갈 정도로 값비싼 어종입니다.
    부요리까지 해서 한상 차리는데 25만원~30만원 하는 집도 있으니 그 유명한 다금바리가 울고갈만한 가격이지요.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줄가자미를 아는 미식가들이 조금이라도 싸게 먹으려고 동해나 남해쪽 포구를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방송에선 줄가자미를 돌가자미로 잘못 표기하였습니다.
    이시가리(X)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해준 것까지는 좋은데 돌가자미 역시 잘못된 표현이 된답니다.
    왜냐하면 돌가자미는 따로 있는 어종이기 때문에(아랫쪽에 설명) 미식가, 상인, 횟집 종사자들도 이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태반인데요.
    이 장에서 확실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시가리(X) → 돌가자미(O)라고 소개된 어종입니다.
    표준명은 "줄가자미"가 맞습니다. 아래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줄가자미는 딱딱한 돌기가 몸 전체에 퍼져 있다

    줄가자미는 몸 전체에 딱딱한 돌기가 나 있어 일부 지역에선 "옴가자미" 또는 "꺼칠가자미"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칭은 다른 어종과 중복되는 방언이 아니므로 사용하는데 있어서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표준명상으로 따로 존재하는 어종인 "돌가자미"라는 명칭을 이 줄가자미에다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업 종사자와 상인은 "돌가자미 혹은 돌도다리"라 부르고 있으며, 미식가와 횟집에선 "이시가리"라 부르는데 이는 일본에서 조차도 없는 말로 
    돌가자미의 일본말인 "이시가레이(イシガレイ)"가 잘못 와전되어져 우리나라로 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며, 일본에서도 줄가자미는 이시가레이가 아닌 
    "사메가레이(サメガレイ)"가 표준명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돌가자미는 어떤 어종일까요?



    돌가자미는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에 큼지막한 돌기가 나 있어 줄가자미와 구별된다

    일본말로  "이시가레이(イシガレイ)"는 돌가자미를 뜻합니다.
    돌가자미는 표시된 화살표에 돌처럼 딱딱한 각질이 나 있어 줄가자미와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정리하자면..

    줄가자미(O) → 이시가리(X)
    돌가자미(O) → 이시가리(X)
    "줄가자미와 돌가자미는 서로 다르다"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줄가자미와 돌가자미는 차이가 분명한 만큼 단가의 차이도 꽤 많이 벌어집니다.
    보통 수산시장에서 돌가자미 단가는 中자 크기를 기준으로 키로당 4~5만원 가량 하는 편입니다. 
    반면 줄가자미는 돌가자미에 비해 2배에서 심지어 3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이 두 어종은 확실히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값비싼 "이시가리"를 맛보기 위해 수산시장을 찾았다고 가정합시다. 
    거기서 "이시가리 주세요"라고 했는데 상인이 "이게 이시가리라며" 돌가자미를 준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흥정하시겠습니까?
    상인이 돌가자미를 주면서 줄가자미 가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바가지가 되겠지요? 모르는 사람은 당하기 마련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이에 대해 표준명을 쓰고 소비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절히 표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저 지역은 모든 상인들이 줄가자미를 돌가자미로 인식하기 때문에 적어도 저 지역에선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시가리"는 지역에 따라 돌가자미(위 사진)로 팔 수도 있기 때문에 명칭의 혼선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표준명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 방송은 일부 지역에서 쓰는 방언 표기를 자제하고 표준명을 써야
    사실 오늘 내용은 제 블로그를 꾸준이 오신 분들이라면 다들 알만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작년에 입이 아프도록 설명도 드렸고요. 또 제 블로그의 한쪽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어류도감"에서도 신물나도록 썼습니다.
    그럼에도 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역시 가자미, 도다리 소비가 많아지는 계절이 왔기 때문이고, 아직도 방송에서는 어종 표기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한
    데이터(일부 지역 상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언)를 그대로 표기해 염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자미와 도다리는 그 종류만 해도 수십여종에 이르는데 이를 구분해 가며 먹는 건 어류 전문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우리가 평소 접할 수 있는 가자미과 어종에 한해선 상식 차원에서 알아 둘 필요가 있고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어종(횟감)에 대한 표준명 및 방언에 대해 전부 다 정리를 해드릴까 합니다.

    ※ 오늘 이야기의 핵심
    저는 지역 방언의 사용을 찬성합니다. 다만 그것이 다른 어종의 이름과 중복되면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한 어종을 두고 지역에 따라 표준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방언을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상인들이 표기하고 있는 어종은 이러한 차이로 생선 종류가 달라질 수 있으며, 단가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부당판매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횟감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상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살 수 밖에 없으며, 상인이 부르는 값에 흥정을 맞춰야 합니다.
    어쩌면 명칭 사용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돈"과 "거래" 개념이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봅니다.
    방송사는 이러한 혼선을 예방하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상식을 전하기 위해 표기에 좀 더 신중을 가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보기>>
    저급 생선회에 숨겨진 비밀, 구별법 공개
    종편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저렴한 꼼수
    [최남단 방어축제] 방송과 다른 방어축제 현장, 무엇이 문제인가?
    피서객을 노리는 맛집 광고의 충격적인 실태
    그동안 몰랐던 활 고등어회의 속사정

     

    페이스북 친구맺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1)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9)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0 06:49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