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낚시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화투, 새벽밥, 기암절벽, 갈매기 똥섬, 줄 태우기, 선상 음주 가무, 말아먹기, 남도정식"

    이 단어들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선상낚시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은 꼭두새벽부터 식당에 모여 패를 돌리는 것으로 시작해 남도정식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
     

    새벽에 패 돌리기

    아직은 찬 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식당으로 들어온 꾼들. 음식을 기다리는데 옆에선 화투를 꺼내 패를 돌립니다.
    열심히 섞네요. 밑장 빼는지 잘 봐야 합니다. ^^;


    잡담하는 것도 잠시, 꾼들에게 패를 돌리자 여기저기서 이목이 쏠립니다.

    "10번이네. 젠장"
    "앗싸 1번"

    패를 확인한 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군요. 저는 사진 찍느라 패를 집어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마지막에 남은 패가 자연스레 저에게 들어왔어요. 이날 선상낚시 처음 오셨다는 분은 운 좋게 1번을 꾼들이 집어들고 남은 패를 잡은
    저는 2번이 걸렸습니다. 선상낚시하는 분들은 이 번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죠? ^^
    결과는 아래쪽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꾼의 아침밥

    새벽 3시, 아침 식사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새벽밥을 먹습니다.
    메뉴는 굴과 홍합이 들어간 시래기 된장국. 다들 입맛이 없겠지만, 점심때까지 열심히 조업(?)해야 할 터이니 든든하게 먹어둬야 해요.
    배 멀미 있는 분들은 더더욱 먹어둬야 합니다. 멀미는 빈속에 심한 법이니까요.


    어두 컴컴한 포구에 홀로 불이 켜진 사무실. 이곳으로 많은 이들이 들 날락 거립니다.
    잠시 후 출항하게 될 선상낚시배에 출항 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함이지요.


    새벽에 패를 돌려 얻어낸 숫자는 바로 선상낚시의 '자리 배정'이였습니다.
    좌열 1번부터 10번까지, 우열 1번부터 10번까지 총 20명이 타는데요.
    감성킬러님 카페 회원님들은 우열을 맡았고, 우리 블로그 독자님들은 좌열을 맡았습니다. 패를 돌려서 자리 배정을 하는 건 매우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꾼들의 불만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선상낚시는 자리의 유불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보통은 선수 쪽을 선호하며 선미 쪽은 피하려는 게 꾼들의 심리입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선수에 자리 잡은 분들의 조과가 좋은 적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이는 어디까지나 어초나 침선 낚시일 경우이고 볼락이나 열기 낚시는 
    자리를 크게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일출을 맞고 있는 선상낚시 대원들

    7시가 되자 바다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가롭게 바다 풍경을 구경할 시간은 없어요.
    지금 이 시간, 꾼들에게는 가장 긴장되면서 흥분되는 순간입니다. 사진을 보니 딱 "체험 삶의 현장"을 보는 듯하군요.^^


    여수 다도해 국립공원

    선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예술적입니다. 어떻게 섬이 바다 한가운데 저렇게 솟았을까?
    저 섬은 여수 다도해 국립공원에 속하는 '백도'의 여러 부속 섬들 중 하나입니다. 기암절벽이 쭉쭉 뻗은 모습. 참으로 당차고 박력 있지요.
    비록 갯바위 하선이 금지된 섬이지만 아주 가끔은 말입니다. 야간에 해경의 감시망을 피해 몰래 내려서 고기를 빼 먹고 튄다고 해요.
    단 두어 시간 만에 쿨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참돔과 돌돔을 잡았다며 꾼들에게 영웅담을 펼치는 그런 무대가 백도이기도 합니다.


    갈매기 똥섬같이 보인다

    이 섬의 정확한 지명은 모르지만 '갈매기 똥섬'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갈매기가 수두룩합니다.
    바위가 허연색을 띠는 건 죄다 갈매기 똥 때문인데요. 지형을 보니 한 두 사람 내려서 낚시하기에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곳 수심은 어지간해선 40m가 넘습니다. 아마 저곳도 바로 발 앞 수심 40m 이상으로 쭉쭉 뻗었을 겁니다.
    조금만 벗어나면 70m. 왠지 무섭죠.^^


    열기 줄 태우기

    열기 줄 태우기 경합이 한창 벌어지고 있군요.
    바늘을 10개 쓰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15개 쓰는 사람이 있지만 어쨌든 한방에 열 마리씩 잡을 수도 있는 게 바로 열기 선상낚시의 매력입니다.
    그렇게 열 번을 더 올리면 백 마리예요. 열기 백 마리면 30리터짜리 쿨러를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양입니다.

    선상낚시를 여러 번 다니셨다면 재수가 좋아 '조기철수'하는 행운도 맛 봤을 겁니다. 저는 선상을 자주 못해 그런 환상적인 경우를 겪어보지 못했는데요.
    오전 내내 소나기 입질을 받아 쿨러를 채우면 예상 시간보다 좀 더 일찍 철수하게 되는 겁니다.
    열 번 출조했을 때 한 번 정도는 그런 경우를 맞이하지 않을까요? ^^ 조기철수까진 안 바래도 다들 쿨러조과를 바랄 겁니다.


    수심 60m에서 갓 잡힌 싱싱한 고기들

    싱싱한 고기의 입질을 기다리는 싱싱한 미끼들

    탱글탱글한 회 맛이 또 생각나게 하는 열기회

    선상에서의 음주가무, 소주가 달다 달아

    그리고 이것은 '말아먹기' ㅎㅎ
    진정한 국밥이네요. 이 배는 특별히 압력솥으로 밥을 짓는다고 해요. 그래서 밥맛이 참 좋았습니다.


    철수 후 먹는 꿀맛 같은 식사, 남도정식

    벽지를 보니 나름 들판에 앉아 먹는 기분이 들겠어요. ^^;



    보기만 해도 푸짐해 보이는 남도 정식

    미역국은 남도 지방답게 생선을 넣은 미역국이 나옵니다. 보통 광어로 많이 끓이는데요.
    이 집은 광어인지 노래미인지 모르지만, 국물이 비리지 않고 담백합니다. 여기에 고등어찌개, 제육볶음, 간재미 회무침, 간장 게장, 굴 무침, 삼치구이,
    꼬막 조림 등등 불필요하게 가짓수로 내놓는 것이 아닌 딱 먹을 만한 반찬만 있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선상낚시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어떻게 보셨나요? 
    조과와 상관없이 깊고 푸른 바다 위에서 싱싱한 회도 맛 보고 모처럼 바람도 쐴 수 있었으니 '힐링'이 따로 없습니다.
    이제 날씨가 많이 따듯해졌습니다. 낚시꾼과 어부들에게 힘든 시기인 영등철도 곧 있으면 물러갑니다.
    수온은 저점을 찍었고 이제부터는 오름세를 보이겠지요. 꼭 선상낚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가오는 봄, 낚시로 힐링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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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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