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에 구입한 러시아산 대게(묵호항 대게 제철, 가격)

     
    자연산 유용상식, 아홉 번째 이야기는 '대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게나 킹크랩은 특별히 게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맛있는 식재료지요.
    고기맛도 먹어 본 사람이 안다고, 게 맛도 자주 먹어봐야 종류별로 맛의 차이를 아는데요.
    사실 저는 게를 많이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먹어봐야 수산시장에 가서 흥정한 후, 가지고 와서 채소값이랑 찜값 주고 쪄 먹어본 게 전부인데요.
    주머니 사정만 좋다면야 전문 대게집을 이용하거나, 혹은 훗카이도로 날아가서 그 유명한 털게 회(사시미) 코스 요리를 먹어보고도 싶습니다.
    이날은 제가 동해시에서 낚시하고 난 첫날 저녁이에요. 대게를 사기 위해 수입산 대게를 취급하는 수산 창고를 찾았는데요.
    어깨 너머로 들은 얘기지만 예전에 이곳에서 일하셨던 분의 전언을 인용해 대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을 간략히 써 볼까 합니다.


    이곳은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모 수산 창고.
    관계자 외엔 출입금지, 사진 촬영도 금지된 곳이어서 내부를 찍지는 못했고 이렇게 멀찌감치 서서 한 두 장만 찍어봅니다.



    #. 대게 한 마리가 최고 15만 원까지 거래돼
    이곳은 수입산 대게를 취급하는 창고인데요. 마침 러시아 앞바다(오호크츠해)에서 잡혀 온 싱싱한 대게를 내리는 중입니다.
    이렇게 내려진 대게는 크기에 따라 선별 작업을 한 후 물칸에 보관되며 전국의 시장으로 출하됩니다.
    동해시에선 가까운 묵호항을 비롯해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에도 들어오지요.

    아시다시피 대게의 제철은 겨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는데요.
    지난 12월, 저는 도루묵을 사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다가 대게를 싼값에 사 먹기 위해 흥정을 시도하는 손님들을 구경하였습니다.
    그런데 대게가 많이 들어오는 겨울에도 바가지는 여전하더군요. 여기서 구매한 대게는 마리당 1킬로는 확실히 넘고, 킬로 오백은 좀 안될 듯 싶은데.
    어쨌든 1킬로가 조금 넘는 대게 한 마리의 소비자 가격이 13만원 정도. 심할 경우 15만원도 부르기도 합니다.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를 치면 선심 쓰는 척하며 2~3만원을 깎아주는데 그래도 대게 한 마리가 10만원은 훌쩍 넘기는 무시무시한 가격이었습니다.
    그것도 시기상(12월)으로 따져봤을 때 살이 꽉 차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대도 말입니다.

    근처 묵호항이나 동해 쪽 포구에서도 바가지는 비슷하다고 해요.
    같은 항구 내에서도 업소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주로 관광객이 이용하는 곳은 바가지가 심하지만, 아낙네들이 대야를 펼쳐놓고 파는 활어시장 쪽은
    그래도 서울보단 훨씬 저렴하게 사 드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세를 알아봤는데 게 몸통이 손바닥 보다도 작은 小게의 경우는 10마리 이상이 들었어도
    5만원이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게들은 살이 많지 않아요. 통통한 게살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게는 좀 비싸더라도 큰 걸 사드시는 게 수율적인 면에서 효율적입니다. 게 껍질 무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거든요.
    수율은 게 껍질 무게보다 살이 많이 찬 것을 말합니다. 생선회로 치면 뼈와 대가리 빼고 남는 순수한 근육 살을 말하지요.
    그러니 큰 게는 가격이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大짜 대게 한 마리가 6~7만원 선. 
    한창 잡히는 철에는 이보다 더 저렴해지기도 하나 일반 손님들이 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서 오는 건 어렵고, 사실상 운에 맡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철이라도 대게 어획량이 매일 다르거든요. 그래서 대게 가격도 매일매일 급변합니다.
    운 좋게 잘 찾아온다면 싸게 드실 수 있고, 대게 물량이 부족한 날이면 돈을 더 쓰셔야 하겠지요.


    이날은 동해에 낚시하러 온 첫날 저녁입니다.
    제 블로그 단골손님이자 이곳 현지인이신 자환이아빠께서 저를 먹일(?) 대게를 산다고 해서 따라왔는데요.
    대게 수산에 아는 분이 직원으로 있어 3마리를 5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사이즈가 꽤 실한 대게 3마리가 단돈 5만원. 이 정도면 거의 거저 먹는 거나 다름없는 셈이지요. 
    이걸 찌기 위해 일단 흐르는 물에다 씻어줍니다. 좀 전까진 팔팔했는데 민물에 씻기자 갑자기 거품물고 기절해 버리는군요.
    '게 거품 물고 쓰러지다'란 말은 아마 여기서 나온듯 싶습니다. ^^;





    #. 국산 대게, 알고 보니 러시아산?
    저는 '게맛'을 많이 알지 못합니다. 워낙 서민이다 보니 서울에서 비싼 대게나 킹크랩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게에 관해 약간의 공부를 하였습니다. 대게의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라고 해요. 이는 대부분 아는 사실입니다만, 시즌 초반엔
    대게 살이 꽉 차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못해도 1월 말이나 2월부터 잡힌 대게가 살이 꽉 찬 것이 많아요.
    어쨌든 지금 시기에 잡힌 대게는 살이 꽉차고 단맛이 난다고 하는데요.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산 대게, 홍게에 한정해서라고 들었습니다.
    러시아산 대게는 제철이 조금 다른데, 이게 정확한 내용인지는 사실 확인을 못 했지만 제철은 지금부터라고 해요.
    3월에서 5월, 국산 대게가 시들해질 무렵부터는 러시아산 대게가 맛있어지는 철이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직접 경험해서 얻은 지식이 아니므로 정보의 정확도 면에서 오차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러시아산 대게와 국내산 대게는 '같은 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국산 대게로 알고 먹은 것 중 일부는 러시아산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러시아산 대게는 주로 오호츠크해에서 잡아 옵니다. 오호츠크해는 베링해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게 산지인데요.
    그곳의 수온은 북극해와 가까운 관계로 2~5도밖에 안되는 굉장히 차가운 바다입니다.
    대게는 얼음물에 가까운 수온을 견디며 살아온 탓에 살맛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 동해에서 잡히는 대게가 겨울에 한정되는 이유도 겨울철
    북 태평양에서 내려오는 찬 해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수온이 4~8도 정도로 대게의 서식 여건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다 3월부터는 동해 수온이 오르기 때문에 국산 대게의 어획량은 떨어지고 대신 러시아산 대게가 많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 러시아에서 조업을 마친 배가 동해를 거쳐 입항할 때, 일부 상품성이 떨어지는 게들을 바다에 버린다고 해요.
    크기가 미달하거나, 혹은 비실비실한 게를 연근해에 버리면 그것이 동해에서 어느 정도 살다가 다시 어획이 되는데 우리가 먹는 국산 대게 중 일부가
    그런 게 섞여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판별할 방법은 거의 없지요.

    동해 일대 포구에서 파는 대게 일부는 크기만 크고 살은 덜 찬 대게들이 있습니다.
    그런 게들은 눈속임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관광객은 대게를 볼 때 크기만 보기 때문에 비싼 값에 사도 부실한 살 양에 분통이 터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게를 고르실 땐 눈에 보이는 크기 보단 직접 쟀을 때 무게가 중요해요. 한 마리당 무게가 최소 1키로 이상이 되야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 다리를 만져봤을 때 물렁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고요.
    게를 자주 먹는 현지인의 말을 빌자면, 국산 대게보다는 러시아산이 더 맛있다고 해요. 이는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니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저는 양쪽을 비교해 가며 먹어 본 적이 없으므로 이 부분은 노코멘트할께요.


    숙소로 가져온 대게 3마리를 찜기에다 찝니다.
    찌는 방법은 알고 계실꺼라 생각하지만 혹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할게요.
    대게를 찔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배 부분'이 위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때 물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요. 물이 끓었을 때를 기준으로 찜통의 받침대를 넘기지 않게끔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물이 끓으면 위로 솟구치는데 이때 맨 밑에 깔린 대게가 물에 닿으면 안 되거든요. 대게는 증기에 의해서 쪄져야지, 물에 삶아지면 안 됩니다.
    찌는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해요.


    담배 각을 놓고 크기를 비교해 봤어요. 이 정도 크기면 먹을만하겠죠? ^^
    1킬로짜리 대게 3마리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3명이 먹기에 적당합니다. 그야말로 대게만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양이 됩니다.


    준비물은 밥과 김치, 소주면 충분합니다. 다른 게 일절 필요 없어요.


    흔히 대게를 드실 땐 중간 마디를 부러트려서 빼내면 살이 쏘옥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살이 덜 찼을 때 얘기! 이렇게 살이 꽉 차 있는 건 오히려 나오다 찢겨요.


    그럴 땐 가위로 껍질의 가장자리를 살짝 오려주세요.


    껍질을 까 놓고 건배합니다.
    이곳은 숙소라 소주잔이 없어요. 숙소는 자환이아빠님께서 해군회관으로 특별히 저렴하게 잡아주셨습니다. 1박에 만원 ^^;
    컵으로 마시니 소주량에 대해 감이 안 잡히네요. 이렇게 마시면 평소보다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껍질을 까 봅니다.


    집게 다리 살도 아주 꽉 찼습니다.


    일반 다리 살입니다. 이런 게는 기술적으로 쏘옥 빼서 먹는 게 어려워요.
    가위로 껍질 가장자리를 오려주면 살이 꽉 찬 게맛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대게를 몇 번 사 먹어 봤지만, 이 러시아산 대게는 특별히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군요. 설마 살에다 설탕물을 주입했을 린 없을테고 ^^
    입에 넣으면 단맛이 확 받히면서 스르륵 넘길 땐 바다의 자연스러운 짠맛이 은은하게 감돕니다.
    이후 저는 카메라를 놓고 폭풍흡입, 오늘 글은 보실 때 다소 괴로우시더라도 참아주세요. ㅎㅎ


    게딱지 살도 은근히 푸짐합니다. 이렇게 다 발라먹은 게딱지는 장에다 밥을 비벼 먹는 게 하이라이트지요.
    김 가루와 깨를 넣고 볶아 먹는 방법이 있지만 여기선 직접 비벼 먹었습니다.
    저는 햇반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비볐어요.


    편의점에서 사온 김치 한 조각 올려서 먹으니, 이것이 대게의 끝장 판입니다. ^^



    건장한 성인 남성 3명에서 대게 3마리를 깔끔히 해치웠습니다.
    더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없을 만큼 배가 불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대게만으로 배를 채웠어요.

    처음엔 자연산 유용상식을 전하려고 글을 쓴 건데, 쓰다 보니 대게 시식기로 변질되버린 이 불편한 진실. 죄송합니다. ^^;
    오늘 내용 중 일부는 곁다리로 들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쓴 글이므로 정보의 정확도가 부정확할 수도 있어요.
    이 점 양해해 주시고요. 저의 대게 지식은 굉장히 얕습니다만, 올겨울 대게 철이 오면 그땐 심층 있게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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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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