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뱅어포에 대한 비밀(베도라치의 생명력)


    우리가 밑반찬으로 먹는 뱅어포라는 작은 생선이 있습니다. 
    뱅어 치어를 말려 널직하게 포를 뜨면 그것을 조각내어 양념을 붓고 조려서 먹는데요. 우리의 식탁에 숱하게 오르내리는 뱅어포지만, 정작 이것이
    뭔지 알고 드시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 뱅어포를 설명하기 위해선 베도라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뱅어와 베도라치는 전혀 관계없는 생선인데요. 실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습니다.
    아마 오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뒤통수 한 방 맞은 느낌이 들 겁니다. 왜냐고요?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금시초문이기 때문입니다. ^^;

     

    여수 가막만

    뱅어포 이야기를 하기 위해 베도라치에 관해 잠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주말을 이용해 여수 가막만의 봄 감성돔과 거제권 벵에돔을 노리고자 탐사를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계획이 없었다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갑자기 출조하게 됐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조행기를 통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여수 가막만에 있는 까막여라는 포인트입니다. 해조류가 잘 발달하여 감성돔 서식지로 알맞은 곳입니다.


    미약한 어신을 받고 뭔가를 올리는 중

    오전에 썰물이 진행 중인데요. 찌가 잠방잠방 잠기며 미약한 어신을 보여 견제를 했더니 초릿대로부터 약은 입질이 전해집니다.
    챔질하고 올리는데 그분이 올라옵니다.


    아~ 오랜만에 보는 그분입니다.


    바다 미꾸라지라 불리는 베도라치네요. 크기는 작지만 힘은 장사입니다.
    손으로 쥐면 끈적한 액체를 분비하기 때문에 낚시 수건으로 쥐는데요. 바짝 쥔 손의 악력을 비집고 빠져나갈 만큼 힘이 셉니다.


    베도라치를 놓아줍니다. 바다가 아닌 바위 위에.
    그랬더니 이 녀석,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물을 찾아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 좀 보세요.
    이때의 베도라치는 어류가 아닌 파충류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잘도 기어왔습니다. 바로 앞에 물이 보이자 베도라치는 필사적으로 들어가려고 애씁니다.


    목이 말았는지 베도라치는 물가에 대가리를 내밀어 목을 축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은 호흡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베도라치는 잠깐 입을 갖다 대며 호흡을 하더니.



    다시 바다를 찾아 떠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힘으로 기어가기에는 바다는 멀어 보였고 경사는 높았습니다.
    이대로 놔둔다 한들 어찌어찌 기어는 가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물속에 들어간 베도라치는 허연 배를 보이며 뒤집어진 채 있다가 다시 기운을 차렸는지 바닷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베도라치. 장어나 미꾸라지도 그렇지만 힘이 센 물고기는 그래서 보양의 대상이 되나 봅니다.
    예전에는 베도라치가 잡히면 바로바로 놔줬는데 이날은 왠지 갈등이 생겼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믿고 싶지는 않았던 베도라치의 효능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민간요법인데요.
    침 흘리는 아기에게 베도라치를 고아서 먹이면 뚝 끊긴다는 이야기부터 오줌싸개에게 잘 듣고, 성인 남성에겐 정력제가 된다는 효능이 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는 없습니다. 사람이 기력이 약해져 몸이 보양을 해야 할 때가 오니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일까요?
    몇 마리 더 잡아서 고아 먹어봐? 하려다가 저렇게 살려고 꿈틀대는 모습을 보니 차마 챙기기가 미안합니다. ^^

    그런데요. 우리가 지금껏 살면서 이 베도라치 얼마나 많이 먹어왔는지 아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밑반찬으로 인기 있는 뱅어포는 뱅어가 귀해 베도라치 치어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실치(좌), 뱅어(우)

    원래 뱅어포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한반도 연안의 바다 수온은 높아져 갔고 60년대 이후 빠른 공업화 때문에 연안과 인접된
    강 하구에서는 오염이 진행되다 보니 뱅어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뱅어를 대신해서 포를 말리는 것은 바로 '실치'.
    실치로 말린 실치포가 뱅어포 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주부는 실치 = 뱅어로 알고 있겠지만, 실은 전혀 다른 어종입니다.
    그러므로 실치포를 뱅어포라 부르는 건 이치에 안 맞으리라 봅니다. (요즘 진짜 뱅어포 보기가 쉽지 않더군요.)

    어류 분류학을 보면 뱅어는 바다빙어목 빙어과에 속하며, 실치는 다름 아닌 '베도라치의 치어'입니다.
    베도라치는 농어목 황줄베도라치과에 속하니 이 둘은 달라도 한참 다른 어종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그동안 베도라치 치어를 얼마나 많이 먹어왔겠습니까? ^^
    뱅어는 다 자라도 10cm를 넘기지 못하지만, 베도라치는 30cm까지 자라 외형상 치어 때는 몰랐다가 자라면서 점차 달라집니다.

    해마다 초봄이 오면 장고항 등지에서 실치 축제를 엽니다. 베도라치가 연안에서 알을 낳으면 그것이 부화하여 치어가 바닷물에서 떠돌 때 어부들이
    그물로 잡는데 이때 사용되는 그물은 실치가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촘촘한 낭장망을 사용합니다.
    이때 잡힌 실치는 회로도 맛볼 수 있는 매우 짧은 시즌. 하지만 실치는 엄연히 말해 베도라치의 치어입니다.
    이렇듯 베도라치는 낚시꾼들에겐 잡어 정도로만 치부됐지만, 해마다 봄이면 지역 어민들의 소득을 증대시켜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잡히는 날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허용됐기에 비록 치어라도 잡아들이는 거지만, 해마다 실치의
    어획량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도 무척 저조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연안에서 낚시로 잡히는 베도라치도 많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낚시하다가 베도라치를 잡으면 징그러워서 빨리 놔줬는데 이날 만큼은 베도라치가 반가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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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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