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광어회를 양껏 즐길 수 있는 완도수산


    지지난달, 건양대 특강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간 곳은 논산시에 있는 어느 횟집. 
    평소 회를 좋아하신다던 교수님의 발걸음을 쫓아 들어온 곳은 몇 군데 체인점을 두고 있는 완도수산이란 곳. 
    회가 생각나면 종종 찾는다는 이 집은 제가 즐겨 먹어왔던 광어회와는 나오는 스타일이 달라 더욱 기대되었던 곳이었습니다. 
    같은 생선회여도 나와는 다른 타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맛본다는 것은 미식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광어회가 나와봤자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고착화되어 있는 생선회 문화의 탓으로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생선회를 먹는 데 있어 정석이란 없다는 것. 그래서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라는 말을 하는 듯한 횟집입니다.

     

    논산에 있는 광어회 전문 횟집, 완도수산

    단품을 제외한 주력 메뉴는 단 하나. 야채 막회라는 녀석입니다.
    小짜는 2인분, 大짜는 세 명에서 먹으면 알맞다고 하는데요. 교수님과 저는 워낙 회를 좋아하기에 두 명임에도 大짜를 주문하였습니다.

    그나저나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보니 '히라메(광어) 까스'라는 메뉴가 눈에 띄네요. 생선가스로 보이는데요.
    보통 우리는 시중에서 파는 생선가스의 재료에 대해 출처를 알고 먹지 않습니다. 식당에서 파는 생선가스 대부분이 수입산 냉동 어육으로 어종과
    원산지 표기가 전혀 없는 실정이고 생선살 고유의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기름에 튀긴 맛 + 타르타르소스 맛으로 먹는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내산 순살 광어로 튀겼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생선살 고유의 폭신하고 담백한 맛을 기대해도 될 법한 메뉴가 보이니 반갑기도 하고요.


    이 집의 특징은 씨알이 굵은 대광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맘에 든다.

    보시다시피 2.5~3.5kg의 광어를 사용한다고 나와 있는데요. 그래서 수조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수조 상태가 매우 깨끗함을 넘어서 해수에 거품 하나 안 보인다는 것은 살짝 맘에 걸립니다.
    수조에서 나오는 거품은 생선에서 배출되는 각종 노폐물 + 찌꺼기 등이 순환 필터에 걸러지면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고, 많은 양의 생선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거품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거품을 없애 청결하게 보이기 위해 과거에 몇몇 업소들이 소포제를 투여해 문제시됐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횟집 수조에 어느 정도 거품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안심하세요.
    그런데 이 집 수조는 물이 굉장히 맑으면서 거품기도 안 보이는 걸 보아 단백질 제거 스키머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현상이고요. 또한, 광어라는 어종 자체가 다른 어종보다 거품을 덜 만드는 편이므로 여러 가지가 복합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채색이 어두운 광어는 완도산 광어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주산은 밝은 황토색)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5~3.5kg의 대광어를 쓴다는 문구와는 달리 제 눈에는 2.5kg에는 다소 미달하지 싶은 크기인데요.
    광어가 2.5kg가 되려면 아무리 못해도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55cm는 넘겨야 합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50cm이거나 혹은 그 이하로 보여 2킬로짜리 광어로 보입니다. 제가 낚시를 하므로 이 부분은 신뢰하셔도 될 겁니다.
    (제 손 한 뼘치가 21.5cm로 두 손을 이으면 43cm짜리 계측자가 됩니다.)
    사실 2킬로짜리 광어라 해도 일반 횟집에서 취급하는 광어보다 큰 편입니다. 동네 횟집에서 가장 선호하는 크기는 1킬로 전후 사이즈로 물량공세로
    이윤을 남기기 좋은 크기이며, 우리가 먹는 광어회의 가장 대중적인 크기라 보면 됩니다. (한 마리에 9,900원 하는 광어는 굉장히 작은 사이즈에요.)

    3킬로 광어가 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광어 출하량이 많이 부족해 물량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당시 그런 이야기를 업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2킬로짜리 광어를 임시로 사용했다면 앞뒤 이야기가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여튼 기대했던 대광어는 아니었다는 사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니 차려져 있는 기본 세팅

    부요리 중 하나인 회무침

    이 집에서 내놓는 생선회 컨셉이 회무침과 비슷합니다. ^^
    야채 막회라는 건 버무려진 채소와 함께 싸 먹는 광어회를 말하는데요. 우럭으로 회무침 컨셉을 이어가는 '강릉집'과 비슷해요.
    차이가 있다면 강릉집은 양식 우럭(작은 것을 사용)으로 아예 무쳐서 나온 회무침을 다진(다데기) 양념과 깻잎 쌈에 싸 먹는 것이라면, 완도수산은 두툼한
    광어회를 버무려진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는 것. 결국은 회무침 형태인데 부요리로 회무침 또 나왔다는 건 논센스틱한 상차림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롤을 표방한(?) 누드 김밥인데 무순과 날치 알로 꾸미를 한 게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사장이었다면 이러한 품목은 빼버렸을지도 모릅니다. ^^;


    꽁치구이

    뚝배기 계란찜, 이건 식전에 먹기에 부들부들하니 좋다.

    뚝배기 미역물

    미역국이 아니고 미역물.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미역국이라면 차라리 어묵탕으로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처음에 이것을 봤을 때 미역을 담가 놓았던 물을 그대로 담아낸 줄 알았습니다. 
    주요리가 훌륭히 나와도 이런 사소한 부요리가 기본 이하라면 맛있게 먹고도 '그 집은 다 좋은데 부요리가 약해'라는 이미지를 받기가 쉽습니다.
    그것도 부요리를 아예 내질 않고 막회만 썰어내는 포장마차형 횟집이었다면 덜 억울할 터. 
    이렇게 다양한 부요리를 내고도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업소 입장에선 안타깝겠지요. 


    김치전

    주요리인 '야채 막회' 大짜, 48,000원

    이렇게 보면 어느 정도 양인지 가늠이 되겠죠? ^^
    회를 좋아하는 건장한 남성이라면 둘이서 大짜를, 혼성 그룹이면 셋이서 大짜를 시켰을 때 양이 알맞습니다.
    데코레이션도 반듯하고 깔끔해 지조 있는 이미지를 줍니다. 회는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으니깐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점은 같은 완도수산이라고 해서 모두 저렇게 나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몇 군데 안 되지만 분명 체인점임에도 불구, 다른 지점의 완도수산은 이 집과 비교될 정도로 디스플레이 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손님상에 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체인점은 같아도 세팅의 센스까지 같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였나 봅니다.
    어쨌든 이 집의 회 세팅력은 매우 반듯했고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두툼한 광어회는 반지르르한 윤기를 내며 젓가락질을 기다리고 있다.

    광어가 매우 두툼해 보이죠? 2킬로 이상은 돼야 한 점 썰었을 때의 면적이 두툼하게 나옵니다.
    생선회는 노성어가 아닌 한, 자라면 자랄수록 맛이 깊어진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일 겁니다.
    다 자란 성어가 맛있는 이유는 첫째, 근육에 축적된 지방 함유량이 치어 때보다 많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저렇게 넓은 면적이 입에 들어가면 그렇지 않은
    회보다 오래 씹게 되면서 차진 치감을 느끼고 그 속에서 나오는 단물까지 속속들이 음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어가 가장 맛있다고 평가받는 크기는 업자마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대게 3킬로를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합니다.
    3킬로면 60cm급 빨래판 광어에 해당합니다. 소비자들은 못해도 킬로당 4~5만 원은 줘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지요.

    지금 나와 있는 광어의 양은 2~2.5킬로짜리 광어 한 마리를 잡을 때 그 중 반만 올린 양으로 보입니다.
    광어는 일반적으로 다섯 장 뜨기를 하는데 한 장은 매운탕감인 서더리가 되고, 나머지 네 장은 무안부(배부분)와 유안부(등부분)가 각각 두 장씩 나뉘어
    떠지므로 총 다섯 장이 됩니다.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는 느낌으로 연상해 보니 반 마리가 접시 위에 올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시각적으로도 차진 식감이 보이는 두툼한 광어회

    버무려져 나온 채소들과 함께 광어회를 맛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씹어 먹는 맛이어서 술안주로는 좋은데 이렇게 드시면 광어회 자체의 맛을 음미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겁니다. 
    김도 방해요소가 되고요. 어디까지나 광어회 고유의 맛을 보고자 한다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광어 뱃살 위에 무순과 고추냉이를 올려서 먹으니 충분한 맛이 느껴진다.

    광어 뱃살은 다른 생선과 달리 몇 점 안 나옵니다. 그러니깐 지느러미살(엔가와)보다도 더 안 나오는 부위인데요.
    광어나 도다리류는 내장을 감싸고 있는 근육(뱃살)이 전체 근육량에 2~3% 정도밖에는 차지하지 않는 작은 크기여서 썰어낼 때 뱃살이라고 따로 분리를
    하지 않고 또 먹는 이들도 뱃살의 구분 없이 입속으로 사라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광어 뱃살이 따로 나올 정도면 크기가 어느 정도 돼야 가능하다는 사실.
     


    먹다 보니 옥돌이 드러난다.

    마무리는 매운탕.

    매운탕은 가격 속에 포함되어 있는건지 5천원을 추가로 받은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포함되었던 듯 싶기도 하고.
    위에 올려진 건 광어 애(간)인데요. 익은 간은 그 자체로 별미인데 문제는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애가 녹아 없어져 버리는 사태가 발생해 제대로
    맛볼 수 없었습니다. 한때 치즈 라면을 곧잘 끓여 먹었는데 치즈가 국물에 녹아 없어지면 굉장히 난처한 그런 상황과도 같습니다.
    대신 국물맛은 한결 부드러워지는데요. 생선 간이 치즈 역할을 자처할 줄은 몰랐습니다.



    완도수산 논산점 찾아오는 길 : 아래 주소 참조
    네비주소 : 충남 논산시 내동 700
    주차 : 매장앞과 길목에 가능

    #. 두툼한 광어회가 생각난다면
    야채 막회라는 특화된 메뉴를 선보였던 곳으로 체인점은 전주, 대전 등 몇 군데 되지 않은 걸로 압니다.
    개인적인 취향 상 생선회를 채소라던가 여러 가지 재료와 곁들여서 먹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두툼한 광어회를 안주 삼아 술 한잔할 수 있는 대중적인 
    횟집입니다. 강릉집과 함께 이런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볼 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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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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