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맛집] 박광일 스시카페, 다부진 솜씨가 괜찮네


    초밥 좋아하는 이들에게 언젠가 한 번쯤 맛봐야 할 집을 꼽으라면 보통 '스시조'와 '남가스시' 정도를 꼽습니다.
    비용이 만만치는 않아도 초밥의 완성도와 높은 품격을 맛보려면 이만한 곳도 없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만한 수준의 초밥을 서민들이 먹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마트와 프랜차이즈에서 팔고 있는 초밥으로 그 재료는 냉동식품
    인데다 직접 쥔 것도 아닌 틀에 찍어 회를 감싸는 게 아닌 밥 위에 올리는 '회밥'이었죠.
    이보다 조금 낫다는 각종 초밥 뷔페들. 검색해 보면 블로거들이 쓴 포스팅이 엄청나게 나옵니다. 가격대비 괜찮은 무한리필 초밥 뷔페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할만 하지요. 물론 식재료의 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것을 분간할 수 있는 이들도 많지는 않습니다.
    반면, 회전초밥은 가격은 다소 비싸도 앞서 언급한 초밥보다는 훨씬 세련미가 있고 재료의 질도 좋으므로 그나마 우리가 먹는 초밥 중에선 평균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들린 집은 매주 일요일이면 지나가면서 눈여겨본 곳으로 '스시카페'라는 색다른 간판이 눈에 띄어 몇 달 동안 지나치기만 했다가 결국, 점심
    시간을 이용해 다녀왔습니다. 여기에는 '박광일'이라는 네이밍도 한몫했는데요. 사실 저는 박광일이 누군지 모릅니다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초밥집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설픈 내공으로 도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근방에 박광일 참치가 붙어 있고, 스시카페는 경복궁 근처에 한 군데 더 있는 것으로
    보아 작은 가게만으로 운영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초밥 맛은 어떨까? 내심 호기심이 발동하네요.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박광일 스시카페, 경복궁

    다섯명 가량 앉을 수 있는 다찌



    저는 많은 사람이 찾는 것으로 주문했습니다.

    - 소바 6,600원
    - 박광일 초밥(점심 특선메뉴) 9,900원

    소바가 6,600원이고 초밥은 9,900원이고 뭔가 딱 떨어지지 않은 가격책정.
    메뉴판에 별도 표시는 없었지만, 왠지 부가세 10%가 포함된 가격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건 왜일까요? ^^


    박광일 스시카페의 소바(6,600원)

    장국을 제외한 그릇들이 무척 다부집니다. 도자기 그릇을 사용해 고급스럽게 느껴지는데 맛도 고급스러울까요.


    흑임자 드레싱이 들어간 샐러드

    소바의 생명줄인 쯔유

    어떤 집 보면 면이 말라 비틀어져 있거나 서로 엉겨붙은 채로 나오는데 이 집의 면은 제가 오픈 키친을 살펴봤습니다만, 면을 미리 삶아놓지 않고
    주문을 받고 나서 삶아진 면을 찬물에 행궈 곧바로 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메밀 향이 제법 느껴졌던 이면은 촉촉한 수분기가 적당했고 공기 노출로
    인한 수분의 마름과 엉겨붙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좋네요. 그에 비해 쯔유는 기대치보다 평범한 느낌. 전반적으로 깔끔합니다.


    박광일 스시(9,900원)

    초밥은 여덟 피스 + 유부초밥 한 조각이 더해짐으로 9ps인데 구성은 왼쪽에 연어부터 시계방향으로 살펴보면.
    연어, 참치 등살(아카미), 새우, 달걀, 유부, 한치, 방어 뱃살, 광어 두 조각으로 나오고 이는 계절이나 가게 사정으로 충분히 변동할 수 있겠지요.


    광어 초밥

    광어 조각으로 보아 그리 큰 사이즈를 취급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정하건대 2킬로급 미만으로 보이고요.
    근육 색을 보니 숙성도 그리 오랜 시간 하지 않았네요. 많이 숙성해야 5~6시간 이하로 이는 활어의 쫄깃함을 잃지 않는 선에서 맛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광어가 크면 더 오래 숙성해도 되겠지만, 2킬로 이하급은 3~5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업계에서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연어 초밥

    생연어 초밥인데요. 슬라이스한 양파와 파의 데코레이트가 무척 다부집니다. 선도는 굿!


    참치 초밥

    등 쪽 부위(아카미) 중에서도 속살로 보이는데요. 표면에 붓으로 소스를 발라낸 건 '오마카세(고급 일식집 등에서 실장이 손님에게 1:1로 이 직접 권하는
    초밥 코스)'에서나 볼 법한 비주얼을 가졌습니다. 맛 또한 이 가격대에서는 먹기 어려운 퀄리티를 가졌습니다.


    새우와 계란 초밥

    새우는 평이한 맛이지만, 우리가 흔히 맛볼 수 있는 동남아산 냉동 초새우와는 품격이 다른 아이입니다.
    달걀 초밥에는 표면에 붓으로 소스를 발랐는데 좀 전의 참치 초밥에 발라진 것과 같은 소스로 보입니다.
    달짝하면서 약간 간이 돼 있어 심심하다고 여겨질 만한 초밥에 이런 소스를 발라주면 궁합이 잘 어울립니다.
    달걀만 보더라도 그 집의 초밥 실력을 가늠케 해주는 척도가 되는데 달걀 속에는 적당한 공기층들 있어 마치 카스텔라 빵처럼 폭신한 질감을 줍니다.
    이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만들지 않으면 낼 수 없는 질감이기도 하지요. 아쉬운 게 있다면, 이런 달걀 조각은 좀 더 컸으면 하는 바람. ^^


    방어 뱃살 초밥과 불질한 대왕 오징어


    여기서는 단연 일품 초밥에 해당하지만, 방어의 제철은 이미 끝을 넘어 먹기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혹자는 의구심을 가질 법도 할 겁니다.
    봄 방어, 기생충이 끓기 시작하고 맛도 없어질 시기입니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습니다. 그렇다면 이 방어는 봄 방어일까?
    답은 뱃살의 지방 맛에 있습니다. 한겨울의 그것보다 녹진한 맛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이유는 잡힌 철이 아닌 방어의 크기에서 찾아야 하겠지만)
    이것도 그런대로 뱃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남아 있었습니다. 예상하건대 이 방어가 봄에 잡힌 방어라고는 결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어차피 이 시기에 방어는 어획도 잘 안 할뿐더러, 지각 있는 집이라면 거래도 안 할 듯)
    겨울에 급랭을 시켜놨다가 해동해서 썰어내면 봄이건 여름이건 얼마든지 제철 방어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깐요.
    제가 추측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 들리면 확인사살 해보겠습니다.
    위에 올려진 빨간 고명은 생긴 게 '시치미(우동에 뿌려 먹는)' 같지만, 맛은 매콤해 방어의 고소한 풍미와 약간 대치되어 저에겐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 옆에 오징어는 토치로 불질(아부리)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은은히 불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칠레산 대왕 오징어라는 재보가 있어 이 부분이 횟감으로 나도는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왼쪽은 쥐지 않고 제조한 초밥의 단면, 오른쪽은 직접 쥔 초밥

    제가 왜 이런 일러스트를 그렸느냐면요. 지난주에 포스팅했던 제주도 초밥과의 비교 때문입니다.
    물론 업장의 성격이 다르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제주도 회전초밥집에서 맛본 것은 왼쪽에 가까웠는데 입에 넣으면 밥과 회가 바로
    분리되어 따로 노는 현상을 빚습니다. 초밥을 직접 쥐었다 하더라도 오른쪽 그림과 같이 아치형으로 완전히 감싸지 않으면 이 역시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그런데 저런 모양의 초밥은 어느 정도는 내공이 있다며 자부하는 곳에서나 볼 법한 형태다 보니 이렇게 서민 지향적인 초밥집에서는 사실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초밥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식재료의 선도가 반절 이상 먹고 들어가지만, 저런 모양도 크게 한몫한다는 것이지요.
    (관련글 : 제주도에서 맛본 회전초밥, 놀랍지만 아쉬운 점)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품질 좋은 고추냉이를 사용한다는 점.
    보통 사람들이 표현할 때 "이 집은 생 와사비를 쓴다"라고 하는데요. 그것들 엄밀히 말하면 생 와사비가 아닙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리라 봅니다.)
    인터넷에 '와사비 303'을 치면 관련 제품이 무수히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일식집은 다 이런 제품을 씁니다. 물론 생와사비는 맞지만 100%는 아닙니다.
    이 집 고추냉이도 생으로 갈아쓰지는 않지만, 국산 고추냉이 함량이 많은 녹미원제품으로 보이네요.

    튜브형 생와사비 제품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비싼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얼마나 많은 손님이 알아봐 줄 것인가?
    아마 대부분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드시겠지만, 만원도 안되는 초밥 한 접시에 이런 생고추냉이가 나온 것은 매우 반가운 입니다.
    앞서 서두에서도 말씀했지만, 이런 고추냉이는 유명 일식당집은 돼야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집은 초밥을 쥘 때도 생고추냉이를 넣었네요. 이는 생고추냉이를 취급하는 일식집이라도 잘 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생고추냉이는 밥과 초밥을 이어주는 흡착력이 부족해요. 대게 분말 와사비를 개어다 그것으로 초밥을 쥐는데 물론 단가가 저렴해서 사용하는 거지만,
    분말 와사비는 어느 정도 흡착력이 있어 초밥 모양을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생고추냉이를 발라서 초밥 모양을 쥘 수 있는 내공. 그리고 밥알(샤리)의 모양이 으깨졌거나 싹둑 잘려나간 게 없이 온전한 모양으로 남아 있는 기술.
    저것도 겉으로 보면 단단히 뭉쳐져 보이지만 표면만 그럴 뿐, 적당한 압력이 가해지면 입안에서 풀어지는 찰기.
    제 생각에 9,9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초밥 중에서는 낼 수 있는 최고의 퀄리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광일 스시카페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서울 종로구 통의동 109
    주차 : 평일엔 어려움, 일요일 등 휴일에는 눈치껏 노상 주차

    #. 가격대비로는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준 박광일 스시카페
    여기서 스시조나 남가스시의 초밥 퀄리티와 견줄 수 있다고 말하면 그들에게 실례가 될까요? 어쩌면 지나친 칭찬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의 요식
    업계는 싸고 많이 남기는 식재료 구입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보니, 해가 갈수록 치솟는 외식 비용보다 식사 만족도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겠지요.
    이 집의 스시는 저렴한 가격대임에도 제법 높은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인데요. 초밥으로 배를 채운다는 건 뷔페가 아닌 한 그 어디
    에서도 쉽지 않지만, 특히 이 집은 괜찮은 퀄리티의 초밥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다 보니 초밥 피스가 8.5개 가량입니다.
    일반 성인 남성이 식사로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해 추가로 다른 무엇을 시키게 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충분히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초밥이 되겠습니다. 9,900원이라는 가격대에서 가용할 수 있는 식재료(광어, 연어 등)에 한해서 말입니다.
    같은 가격대의 미다래나 미소야, 코바코 같은 프랜차이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쓰레기같은 초밥을 생각해 보십시요.(아래 더보기를 참조)
    혹자는 만원짜리 초밥에 뭘 그리 기대하느냐고 하는데 과연 이 집의 초밥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음식의 질이 무조건 단가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음식은 철학이자 정성이며 사람을 대하는 '기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예의'가 상실되고 있는 요식업계에서 이런 초밥은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반가움이었습니다.

    <<더보기>>
    5만원에 구입한 러시아산 대게, 맛은 어떨까?
    셋 중 하나만 도미(조선일보 칼럼에서)
    두툼한 광어회를 양껏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메뉴
    유명 프랜차이즈 초밥의 충격적인 판매 실태
    희귀 참치 부위, 붉은 황새치 뱃살(일명 홍메까로도)에 관하여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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