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아내와 벵에돔 타작 후 민박집 바비큐 파티


    전편을 못 보신 분들은 → 대마도 낚시 1부, 아내와 벵에돔 낚시 대결

    대마도 낚시 2부로 넘어갑니다. 2부는 낚시도 낚시지만, 일반인은 먹기 어려운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
    자유 낚시를 했을 땐 고기가 좀 나오더니 정작 핫 타임이라고 생각한 오후 5시가 되자 입질 빈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씨알도 점점 잘아지는 현상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들은 벵에돔 낚시의 최고 타임을 오후 해 질 녘이라고 말하지만, 만약 이때가 끝썰물이거나 간조의 정조 시간을
    맞는다면 조류의 흐름이 멈추고 잡어와 잔챙이 벵에돔들이 설치면서 소강상태로 가는 경우를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낚시 대결이 시작된 후부터는 애초에 기대했던 농구 스코어는 나오질 않았고 축구 스코어로 가는 분위기입니다.
    전반전 한 시간을 마친 우리 부부의 스코어는 3 : 1로 제가 앞서고 있었습니다.
    이제 자리를 바꿔 나머지 한 시간을 해야 할 텐데요. 저는 한 두 마리만 더 추가하면 끝날 것 같아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만, 아내는 지금 급합니다. ^^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입질을 받아내는 아내

    한동안 입질이 뜸해 채비를 바꾸고 있는 찰나에 아내가 한 수를 추가합니다.
    사이즈는 일단 재봐야 알겠는데요.


    기준치가 됩니다. 25cm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벵에돔. 이로써 스코어는 3 : 2가 되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벵에돔이 오히려 부상한 것 같아 봉돌을 모두 없애고 다시 수면부터 공략해 나갔지만, 계속해서 잔씨알의 벵에돔만이 물어 재낍니다.
    이는 아내도 마찬가지. 대부분 올라오는 씨알이 23~24cm로 아슬아슬하게 기준치에서 탈락하고 있는 상황.

    잔씨알의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니 발 앞의 밑밥 양도 점점 늘어납니다.
    문제는 발 앞에 밑밥 양을 늘리고 포인트에 한 주걱을 던지면 입질이 없고, 포인트에 2~3주걱을 던져야만 잔씨알의 벵에돔이 한 마리씩 물어주고.
    한국에서는 꿈도 못꾸는 이야기지만, 지금 벵에돔 낚시의 관건은 이 잡어 같은(?) 벵에돔을 분리하면서 어떻게 하면 씨알 급 벵에돔만 골라 낚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침묵을 깨고 한 마리가 올라오는데


    짧은 꼬리 벵에돔이 올라왔다, 첫날 대마도 낚시

    세상에 오백 마리 중 한 마리꼴로 낚인다는 희귀어종, 짧은 꼬리 벵에돔이 다 낚입니다. 는 농담이고요. ㅎㅎ
    어차피 재봐야 25cm가 안될 테니 방생합니다. 시간은 6시를 넘겼고 슬슬 게임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런 녀석들의 입질도 뜨문뜨문 올라오네요. 조류도 완전히 멈추었습니다.

    "현재 스코어 3 : 2"

    남은 시간은 20분 남짓, 앞으로 한 마리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만, 4 : 2가 되거나, 혹은 재수가 좋아 3 : 3 동점이 되거나.
    사실 저는 한 달 치 설거지 내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누가 하든 하면 되는 것이고요.
    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든 재밌는 스토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말이지요.

    제 계획은 그렇습니다. 아내가 한 마리를 더 거두면 3 : 3 동점이 됩니다.
    그리고 철수 직전에 제가 한 마리 더 뽑아서 4 : 3을 만들어 아슬아슬하게 게임을 끝냅니다. 낚시하는 사람도 글을 읽는 사람도 진땀 나게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마리 낚기도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아내가 "왔다"를 외치며 대를 세웁니다. 저는 잔씨알이겠거니 하고 크게 신경을 안 쓰는데


    낚싯대가 제법 휩니다.

    "커 안 커?"
    "이번에는 좀 되는 것 같아"

    양손으로 잡고 있던 아내의 팔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30cm 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내는 릴링을 하지 않고 한동안 낚싯대를 세워 버티기만 합니다.


    낚으면 동점이 될지도 모를 녀석과 진지하게 파이팅 중인 아내

    물론 이것은 게임이고 승부이기 때문에 옆에서 뜰채질을 해 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합니다.
    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아내가 뜰채질을 마스터해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아내는 근처에 놔둔 뜰채를 들어 갈무리에 들어갑니다.


    처음 이곳에서 35cm급 벵에돔을 잡았을 땐 수면에 띄우자 마자 바로 뜰채질에 들어가는 바람에 발 앞에서 저항하는 녀석에 고전했다는데요.
    이제는 수면에 띄워 공기를 몇 번 먹인 다음, 어느 정도 힘을 뺀 상태에서 뜰채질하니 수월하다고 합니다.




    "드디어 동점타가 나왔습니다."


    36cm급 벵에돔으로 동점타를 날린 아내, 대마도 벵에돔 낚시

    이로써 스코어는 3 : 3. 아직은 제가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습니다. ^^
    그리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10여 분 가량 남았으니 솔직히 지는 건 좀 그렇고(져 줬다고 하면 아내가 반발할 테고) 막판에 아슬아슬하게
    한 마리 낚아 재역전으로 끝내버리자! 이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


    일단 계측을 하는데요. 눈금자는 35cm를 가리키지만, 좀 더 정확히 쟀더라면 36cm까지 나왔을 듯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또다시 "왔다"를 외칩니다. 헉? 제가 이걸 찍고 갈무리를 하는 동안 아내는 얼른 크릴을 꼽아서 던졌나 봅니다.
    지금은 낚싯대를 들어야 하는데 계속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는 나.


    한눈에 봐도 기준치가 넘어 보이는 벵에돔이 올라왔다, 대마도 낚시

    "현재 스코어는 3 : 4"

    이런 역전 당했네요.
    아내 채비가 물속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반면에 제 채비는 물 밖에 있으면서 카메라만 들어야 하는 양상이라면 매우 불리해집니다.
    기준치 벵에돔이 나오면 사진으로 남기자는 약속이 되어 있기에 지금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카메라를 집어들게 해야 합니다.
    저는 한 방만 찍고 서둘러 캐스팅합니다. 이제 급해지는 쪽은 제가 됐습니다.

    양쪽 모두 낚싯대를 담그고 있습니다. 저는 빠른 동조를 위해 샌드위치식으로 밑밥을 넣었습니다.
    그 결과 잔챙이는 계속 올라오는데 정작 기준치 되는 벵에돔은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저는 좀 더 먼 곳을 공략하기 위해 30m가량 원투를 하는데 옆에서 "왔다"를 외칩니다. 설마?


    막판에 결정타가 될지도 모를 벵에돔을 낚은 아내, 대마도 낚시

    아~ 이번에도 카메라를 들게 하는 아내. 이제 막 채비가 정렬되려는 중요한 순간인데 떡하니 잡아서는 빨리 찍으라고 하네요.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들고 찍는데 내려놨던 낚싯대에서 줄이 풀려나갑니다. 이런 망할.
    서둘러 낚싯대를 들었는데 이미 털리고 없습니다. 돌아버리겠네. ㅎㅎ
    옆에서는 들고 있기 힘들다며 빨리 찍으라고 재촉합니다. 일단 계측을 하는데.


    이것도 기준치가 되네요. ㅠㅠ
    혼자 여유 부리다가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자리를 바꾼 뒤 기준치가 한 마리도 안 나왔네요.
    시간은 6시 30분을 가리키며 아내와의 낚시 대결은 종료되었습니다.

    "3 : 5로 역전패"

    뭔가 극적이긴 한데 제가 원한 스토리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
    핑계겠지만, 이번 대마도 낚시에서 촬영하다 놓친 고기가 꽤 많습니다. 찍고 있는데 줄 풀려나가고 들어보니 미끼가 털려있고.
    하여간 한 달 치 설거지 담당은 제가 하게 되었지만, 낚시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니 그저 환영입니다.(웬 착한 척? ㅎㅎ)
    철수는 7시라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대결은 끝났지만, 자유 낚시로 몇 마리를 더 낚은 후(이때도 아내의 집중력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대마도에서의 첫날 낚시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진에 잘 안 보이는데요. 철수 배에 오르니 물칸에 80cm급 참돔이 있었습니다. 선상으로 잡았다고 하네요.
    이 물칸에다 잡은 고기를 넣고 선착장까지 안전하게 살려왔습니다. 


    대마도에서 첫날 낚시 조과

    총 마릿수는 40여 마리 정도 되지만, 절반 이상이 방생급이어서 가져온 건 38cm급 벵에돔 포함해 14마리.
    외해 쪽 포인트에서 낚시했지만, 조류 소통이 좋지 못해 긴꼬리 벵에돔은 몇 마리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 일반 벵에돔입니다.
    이것들은 다시 부력망에 넣어 선착장 앞 바닷물에 담가 놓고요. 이제 식사하러 갑니다.
    낚시를 4시간밖에 안 했는데도 어찌나 배가 허기졌는지 등가죽에 붙으려고 해요. 지금은 뭘 먹어도 꿀맛일 것 같습니다.


    민숙집에서 제공하는 바비큐 식사로 대마도 낚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첫날 저녁은 바비큐 파티. ^^
    일정 중에 하루는 이렇게 나오는 것 같아요.


    씨알이 상당해 보이는 돌돔회

    다른 팀이 잡은 건지 돌돔회를 몇 접시 나눠주었습니다.
    시중에서 사 먹으려면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지천으로 널린 게 생선이라 먹다가 막 남기기도 해요. ㅎㅎ


    고추냉이 간장을 찍은 돌돔을 주먹밥 위에 올려서 한 입 베어먹으면 돌돔 초밥이 되고. ^^

    실한 크기의 가리비를 비롯해 여러 바비큐 재료들을 한데 올려 구워 먹는다.


    "탁~타닥"

    불판 위에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가 한창입니다.
    낚시꾼들은 저마다 영웅담이나 일화를 말하기에 여념이 없고,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술잔에 분위기가 무르익어 갑니다.


    무늬오징어회

    킬로 수가 제법 나갈 것 같은 무늬 오징어 회. 아주 쫄깃쫄깃합니다.
    무늬 오징어는 숙소 앞 방파제서 곧잘 올라온다고 해요. 걸어서 3분이면 갈 수 있는 마을 앞 방파제입니다.
    그곳에서 낚시하면 대물 감성돔도 올라오고 벵에돔도 올라오고 한다니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토실토실한 가리비 한 점에 들이켰던 소주는 물처럼 되고 만다.

    가리비는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생김새가 좀 다른데요. 전체적으로 껍질이 두껍고 크며 알도 굵은데도 질기지 않고 정말 맛있습니다.


    이어지는 자연산 요리 퍼레이드

    단단하고 질긴 돌돔 껍질은 숙회(유비끼)로 태어나면서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을 줍니다.
    굵은 소금이 씹히는 저 기름장과도 궁합이 좋고요.


    대마도 낚시 후 기다리는 미식의 시간에 밤은 무르익어간다. 

    제 아내 먹느라 정신이 없군요. 그렇게 낚시를 했는데 배 안 고프면 이상하죠. ^^


    가장 쫄깃한 부위인 무늬오징어 귀를 구웠다

    일반인들에겐 무늬오징어가 낯선 단어일 겁니다.
    표준명은 '흰 꼴뚜기'(전혀 꼴뚜기 같지 않지만)지만,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전부 무늬오징어라 불리는데 일반 오징어에 비해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에 맛도 으뜸입니다. 해마다 무늬오징어 낚시 인구가 늘고 있다는데 이런 낚시는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아요.


    남은 주먹밥은 불에 구워 삼겹살과 함께



    일본식 미소 시루와 함께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사실 한국의 낚시 민박집 수준의 식사이겠거니 하고 큰 기대를 안 했는데요. 생각보다 식사가 잘 나오고 맛있었습니다.
    바비큐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했고, 특히 영양가 없을 것 같은 소시지나 꼬치 재료들이 뜻밖에 맛이 있네요.
    정신없이 먹다 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먹어댔지만, 대마도 낚시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였고, 한식과 일식이 섞인듯한 느낌도 괜찮았습니다.



    동네 앞 방파제에선 무늬오징어나 감성돔 낚시가 이뤄진다.

    샤워를 마치고 숙소 앞 방파제를 가봅니다. 일행 중 몇몇 분들은 이곳에서 밤낚시를 하는데요. 
    방파제 벽에 채비를 바짝 붙이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대물 감성돔을 노리는 중입니다.
    호수같이 고요한 바다에 드리워지고 있는 빨간 전자찌. 몸만 안 피곤하면 저도 한두 시간 담가보고 싶었는데요.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잠시 구경만 하다가 서둘러 잠을 청합니다.

    대마도 낚시 2일 차는 아소만이 아닌 대마도 남단의 갯바위로 나가 종일 낚시를 할 예정입니다.
    그것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12시간을 낚시해야 하는 일정이기도 합니다.
    입질 부부의 좌충우돌 조행기는 대마도 낚시 2일 차를 맞이하며 꿈속으로 들어갑니다. 다음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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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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