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3일 차, 아소만에서 벵에돔 낚시, 환상의 벤자리회


    대마도 낚시, 마지막 날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그림 같은 풍광이 이어지는 아소만에서 마무리합니다.
    낚시를 마치면 짐을 싸고, 2박 3일 동안 낚았던 고기를 모아서 포장한 다음 항으로 가야 하는 바쁜 일정이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 주어진 낚시 시간은 단 세 시간. 세 시간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시기에 대마도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벤자리 회를
    맛볼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아소만으로 향합니다.



     

    새벽 5시 30분, 민숙집 앞 작은 부둣가

    주어진 낚시 시간이 짧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고자 평소보다 30분가량 일찍 일어났습니다.
    민숙집에서 주는 조식을 먹고요. 낚시 가방을 메고 숙소 앞 작은 부둣가로 나옵니다.
    전날의 여파가 상당하네요. 12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종일 낚시를 했더니 온몸이 무겁고 알이 배겼습니다. 아내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
    절뚝거리며 방파제 앞으로 걸어나오는 우리 부부. 누가 보면 중노동이라도 했나 싶겠습니다. ^^;

    2박 3일 대마도 낚시 일정은 이렇게 세 번의 출조가 있습니다. 하지만 종일 낚시는 둘째 날 뿐이지요.
    어떤 꾼들은 4박 5일로 와서 앞뒤 빼고 가운데 3일을 연속으로 종일 낚시하면 그 일정을 소화 못 해 중간에 낙오자가 생긴다고 합니다.
    충분히 그럴만해요. 우리는 하루 그렇게 낚시했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지금이야 그럭저럭 버틸만하지만 아마 집으로 돌아가면 기절할 것 같아요.

    사진에 보이는 작은 방파제는 아소만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을 방파제로 고기가 안 나올 것 같지만, 나올 고기는 다 나온다고 합니다.
    마침 한 분이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낚싯대를 흔들고 있는데요. 킬로 급 무늬오징어를 잡기 위함입니다.
    시간대만 잘 맞으면 대형 감성돔도 나오고, 벵에돔도 곧잘 나온다고 해요. 그래도 낚시꾼들은 언제나 좋은 포인트에 목말라 있습니다. 
    뜻밖에 이런 장소가 대박일 수 있지만, 배를 타고 나가면 훌륭한 포인트가 지천이라 다들 배 타고 나가기를 선호할 것입니다.


    벵에돔 낚시에 감성돔용 집어제가 웬 말이냐 ㅠㅠ

    이날 주어진 밑밥은 크릴 한 장에 집어제 한 봉. 문제는 벵에돔 집어제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압맥과 같은 곡물류가 많이 섞인 감성돔용 집어제로 낚시
    해야 할 상황입니다. 첫날 대마도에서 저렇게 섞어보니 크릴이 녹으면서 생기는 수분기 때문에 밑밥이 질척해졌습니다.
    원투력을 상실한 밑밥으로 벵에돔 낚시를 해야 했는데 그때는 다행히 포인트가 근거리에 형성돼 큰 불편을 못 느꼈지만, 오늘처럼 아소만이 포인트라면
    밑밥의 점도가 조과의 성패를 좌우할지도 모릅니다. 일단 저는 다 섞지 않고요.
    집어제 한 봉에 크릴은 2/3만 섞고, 남은 건 맨크릴 상태로 이용할 생각입니다.


    첫날 잡았던 고기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열 몇 마리 중 세 마리는 죽어있었고 나머진 팔팔하네요.
    죽은 녀석들은 그나마 씨알이 작은 것들. 살아 있는 것들은 나중에 피를 빼서 횟감으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아소만의 그림 같은 풍경들이 이어지고


    오전 6시, 아소만의 이름 모를 포인트에 도착

    우리가 내린 곳은 아소만에 있는 작은 여. 현지에선 상당히 유명한 포인트라고 하는데요.
    이곳은 조류가 약하고 호수같이 잔잔해 벤자리나 긴꼬리 벵에돔 같은 회유성 어종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일반 벵에돔 씨알이 상당하다고 해요. 최대한 멀리 던져 그곳에서 밑밥과 동조시킬 수 있다면, 4짜 벵에돔이 마릿수로 나온다 합니다.
    이번 대마도 낚시에서 아직 4짜를 못 봤는데요. 오늘은 기어코 잡아내고 말리라.


    이곳 포인트는 한 명이 하기에 딱 좋고 많아도 두 명까지만 설 수 있는 좁은 곳입니다. 발판도 불편한데요.
    발 앞 수심이 3~4m밖에 안되는데다 바닥도 훤히 보여 대물이 접근하지 않는다니 될 수 있으면 멀리 치라고 합니다.
    방향은 멀리 보이는 마을을 향해 힘껏 던지고 밑밥도 최대한 멀리 던져 함께 내릴 수만 있다면 4짜 급 벵에돔의 입질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철수 예정 시각은 오전 9시. 주어진 낚시 시간이 세 시간뿐이니 서둘러 시작해 봅니다.


    포인트 앞에는 자리돔 새끼를 비롯해 전갱이, 놀래기들이 엄청나게 많다. 대마도 벵에돔 낚시

    발 앞으로 잡어를 모으기 위해 밑밥을 뿌리는데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많습니다.
    노려야 할 포인트가 멀어 발 앞에다 잡어를 묶어두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것이 자리돔이라면 말이지요.
    그런데 잡어 종류를 보니 오늘 낚시가 쉽지 않겠는데요. ^^; 손가락만 한 전갱이 새끼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잡어 중 하나인데
    이 녀석들은 어떻게 대책이 안 서네요. 밑밥으로 유인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


    자세히 보면 벵에돔도 보입니다.
    밑밥을 조금 멀리 뿌리면 23~25cm 정도의 벵에돔들이 잡어처럼 바글바글. ㅎㅎ


    관상용 열대어인 파랑돔도 희끗희끗 보이고

    물속에 푸른색으로 비치는 열대어는 스노쿨링에서나 볼 법한 관상용 물고기.
    한 번 물 밖으로 꺼내 구경하고 싶다며 아내는 저것을 낚으려고 하자 저는 극구 말리고.
    벵에돔 바늘 1호를 쓰면 잡히려나요? ㅎㅎ


    밑밥 투척에 애를 먹고 있는 아내

    이곳은 물이 맑고 발 앞 수심이 3~4m로 얕습니다. 갯바위에서 충분히 멀어져야 수심이 깊게 나오므로 30m 이상 롱 캐스팅해 그곳에 밑밥을 넣어야
    좋은 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문제는 밑밥의 점도에요. 나름 조절하겠다고 크릴을 다 안 섞었는데 이게 기계로 돌려버리니깐 제대로
    섞이지도 않았고, 가루가 날릴 정도로 푸석해 결국, 해수를 넣어버린 게 화근.
    해가 뜨고 크릴이 녹으면서 점도는 다시 질척한 상태. 아무리 날려도 20m 이상 안 날아가니 당혹스럽네요.

    더군다나 언더핸드로 밑밥을 던지는 궤적에 떡하니 갯바위가 막고 있어 부딪히는 실수가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날아가던 밑밥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산발적으로 떨어지면서 포인트 주변은 온통 잡어 천국이 돼버립니다.
    다시 묶어두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시간이 별로 없는 것도 마음을 초조하게 만듭니다. 
    아내는 밑밥 점도에 불리한 지형적 조건을 안고 있어 여러모로 불편한 낚시를 해야 하는 상황.


    전방 30~40m가 손 앞에 잡힐 듯 말 듯한데 밑밥이 안 날아가자 아쉬워하는 아내

    첫수로 잔씨알의 벵에돔이 낚였다

    반면에 제가 선 곳은 발판이 위험해 아내에게 양보하기가 어려운 곳.


    손바닥만 한 벵에돔

    22~23cm급 벵에돔이 계속해서 물고 늘어진다.

    저 역시 물러진 밑밥 때문에 먼 거리 공략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세 번 던져 한 번가량은 25m 이상 나가는데 나머지가 삑사리.
    전방 15m~20m에는 잔씨알의 벵에돔이 수면으로 피어올라 밑밥을 주워 먹습니다.
    그러다보니 눈으로 보면서 낚시하는데 아내는 거기서 몇 마리 낚고 방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밑밥 동조가 20m 안쪽에서 이뤄지자 잔씨알의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는 상황, 대마도 아소만에서 벵에돔 낚시

    대마도에서 2박 3일간 낚시하며 키핑해 둔 고기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간 손맛은 충분히 봤으니 더 이상 마릿수는 무의미할 것입니다.
    지금은 씨알 급을 골라 낚아야 할 텐데 비거리가 딸리는 아내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비거리가 딸리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밑밥의 점도. 아무리 자세를 교정하고 힘껏 던져봐도 20m 이상 날아가지 않자 차라리 밑밥 구성없이 공략합니다. 
    그 결과 저런 씨알의 벵에돔만 줄창 무는 상황. 


    벵에돔 낚시를 방해하는 가장 두려운 존재, 전갱이 새끼

    저는 30m 전방에 가상의 삼각형을 그어놓고 그곳을 집중적으로 노리기로 합니다.
    제가 높은 자리에 섰기에 밑밥의 점도가 안 맞아도 요령껏 던지면 셋 중 하나는 들어가는데요.
    밑밥을 30m 전방에 딱 한 주걱만 던져 넣습니다. 곧바로 캐스팅하는데 밑밥이 떨어진 곳보다 좀 더 멀리 던져 넣은 뒤 살살 끌어 밑밥이 내린 지점에
    올려놓으면 동조가 쉽게 일어나니깐  이런 식으로 서너 번 던지면 한 번 정도는 제대로 맞아 들어갑니다.
    잠시 후, 찌가 수면 아래 살짝 잠기고 줄이 슬그머니 펴지더니 아주 소심하게 잡아당깁니다.  

    "챔질"


    제법 근사한 손맛이 이어진다.

    쿡쿡 처박는 녀석의 손맛이 생각보다 앙칼지네요. 이번에는 씨알 좀 되겠네!
    예상대로 밑밥과 채비가 정확히 들어가니깐 거기서 딱 입질이 오네요.


    물이 너무 맑아 수중에서 벵에돔의 움직임이 훤히 보입니다. 바늘에 걸린 벵에돔이 어떻게 차고 나가는지 충분히 볼 수 있었죠.


    한 마리 걸고 낚싯대 놀리는 연습 중

    수중여라던가 튀어나온 바위가 있으면 여지없이 그곳으로 파고드는 벵에돔. 바위틈으로 들어갈 만 하면 낚싯대를 잡아당기고, 잠시 풀어줬다가 다시
    들어가면 잡아당기고, 그런 식으로 잠시 갖고 놀다가 렌딩하는데 어라 씨알이 생각보다 가당찮습니다. 
    자리가 높아 크기가 가늠이 안 됐는데 막상 물 위로 띄워 보니 뜰채를 대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뜰채는 저 아래에 있고, 아내는 낚시하느라 정신없고, 에이 그냥 올려보자.

    "으라차차!"


    30cm 오버 급 벵에돔, 대마도 아소만에서

    "한 마리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손바닥만 한 벵에돔과 놀던 아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다시 진지해집니다.

    "밑밥도 안 날아가고 그냥 발 앞에만 치고 낚시할래"

    어쩌면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가까운 곳에서 잔챙이들과 씨름하느니 물든 안 물든 먼 곳을 공략해 봐라.
    대신 밑밥 없이 크릴 미끼로만 노려야 하는 상황이므로 벵에돔을 띄워서 낚기보단 채비를 가라앉혀서 해봐라. 여러 가지 조언을 줬습니다.
    아내는 제로찌에서 봉돌을 물려 수중으로 좀 더 내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 사이 입질은 저에게만 집중되고.



    딱 손맛 보기 좋은 사이즈로 파이팅 중, 3일 차 대마도 낚시

    30m 전방에서 입질 받아 여기까지 끌고 온 건데 언뜻 보면 엄청난 잡어 밭에서 낚은 줄 알겠습니다. ^^;
    이것도 들어 뽕!


    30cm급 벵에돔을 한 마리 추가한 입질의 추억

    "또 한 마리 했습니다."


    이날은 먼 곳을 공략하기 위해 25g의 무게를 가진 쯔리겐 '급류심장' 0호로 채비를 세팅했다.

    참! 채비 설명을 안 했네요. 이날은 채비를 촬영하지 못해 집에서 찍은 걸로 대체합니다.

    <<입질의 추억 채비>>
    로드 : 1-530 낚싯대
    릴 : 2500번 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서스펜스 타입) 2호
    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급류심장 0호, 조수우끼고무 L사이즈
    목줄 : 원줄과 직결, 쯔리겐 제로 알파 1.5호 3m
    바늘 : 가마가츠 히네쿠레 구레 6호
    봉돌 : 조수우끼고무 아래 g5번.


    아내의 채비도 거의 같은데요. 필드 환경상 먼 곳을 노려야 하므로 자중이 많이 나가는 제로찌를 사용했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아소만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조류 소통이 적어 수중쿠션도 비교적 체적이 큰 것으로 달았고 아무래도 씨알 급 벵에돔은 상층으로 잘 부상하지 않는
    탓에 목줄이 정렬되고 나면 1~2m는 더 내려갈 수 있도록 g5번 봉돌을 물렸습니다. 잔씨알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은 수면에서 1m를 보이지만,
    30cm 이상 급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은 약 4~5m 정도.

    여기서 밑밥만 40m까지 날릴 수 있다면, 4짜 벵에돔도 충분히 낚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밑밥이 날아가던 중 쪼개지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 생각에는 대마도 오실 때 중간에 마트를 들리는데 그곳에서 벵에돔용 집어제를 예비용으로 준비해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민숙집만 믿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예비용 파우더를 한 봉지 더 챙기겠다고 하자 '일 인당 정해진 양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나중에
    계산이 헷갈린다'며 챙겨오지 못했는데요. 다른 건 다 좋은데 파우더 부분 만큼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가 중천에 뜨자 벵에돔 씨알이 작아지고 있다.

    몇 번 더 캐스팅해보지만, 이제는 멀리서도 이런 씨알이 낚이는 걸 보아 상황이 종료된 듯 싶습니다.
    10m만 더 날릴 수 있다면, 아니 5m라도 더 날릴 수만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드는 가운데 해가 중천에 뜨자 그간 분리해 놨던 잡어가 바깥으로
    퍼지면서 온통 잡어 천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전갱이 새끼들이 30m 전방에서 미끼를 훔쳐가니 두손두발 들고.
    (어렵사리 밑밥을 던지면 그곳에 시커먼 수중여가 하나 생기는 정도로 극성)


    마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아소만의 풍경


    "이제 어떻게 할까?"

    남은 시각은 30분,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대마도 낚시는 이대로 끝나고 맙니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감생이를 낚아볼까?"

    이곳 아소만은 어느 포인트든 대물 감성돔의 입질을 받을 수 있는 곳.
    시간이 없어 채비를 못 바꾸겠고 일단 제로찌 채비를 유지한 가운데 목줄 한가운데에다 B봉돌을 물려 바닥층으로 서서히 내려보았습니다.
    얼마 안 남은 밑밥을 쏟아 붓고 한 2~3분쯤 지났을까? 제 예상이 맞았는지 채비가 중층 이하로 내려갔을 시점에서 반응이 옵니다.

    "스르르륵"

    찌가 수면 아래 잠방하게 잠겨 천천히 빨려 들어갑니다.

    "꿀꺽"

    침 한번 삼키고, 수면에 늘어진 원줄을 정리합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가차 없이 챔질할 생각입니다.
    스르륵 잠겨 들던 찌가 어느덧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보아하니 딱 감성돔 입질 패턴입니다. 

    "지금이다 챔질!"


    철수 배에서 바라본 포인트 전경, 왼쪽에 떨어진 여가 낚시자리

    멀리 철수 배가 보이자 우리 부부는 서둘러 짐 정리를 합니다.
    이 날 조과는 짧은 낚시 시간이라지만 매우 빈약했답니다. 전부 방생해 주고 챙겨 온 것은 30cm급 벵에돔 두 마리뿐.

    아까 그것은 뭐였느냐고요?
    죄송합니다. 밑걸림이었습니다. ㅠㅠ


    오전 9시 일행들도 하나둘씩 철수한다, 3일 차 대마도 낚시

    50cm급 돗밴자리를 포함해 20여수.

    이날 짧은 시간 동안 대박 내신 분은 박범수 명인과 부회장님 조.
    생각지도 못한 벤자리가 오전 내내 낚였다고 하는데 씨알이 대박입니다. 드디어 벤자리 회 맛을 보는 걸까? ^^ 


    오전 9시 30분, 항으로 철수

    건너편에 보이는 배는 가격이 엄청날 것 같다. 나한테 한 대만 있었으면 당장 팔아서 대마도로 낚시나 다녔을 텐데 ^^;

    40cm 오버 급 벵에돔과 돗벤자리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박범수 명인

    이것이 돗벤자리(오른쪽)

    벤자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곁들이자면.
    벤자리는 회유성이 강한 아열대성 어종으로 경남 홍도, 전남 여서도, 제주도와 같은 남해 원도권에서나 볼 수 있는 어종입니다.
    야행성이지만, 외해와 인접된 갯바위에서 조류 소통이 좋다면 낮에도 입질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로 낚이는 씨알은 30cm급.
    30cm 이하 벤자리는 '아롱이', 45cm가 넘어가는 벤자리는 '돗벤자리'라고 해서 귀한 명물로 취급하는데요. 벤자리는 성질이 급해 오랫동안 살려둘 수
    없고 잡으면 그 자리에서 피를 빼 쿨러에 넣는 게 최선입니다. 그만큼 선도 저하가 빨라(고등어만큼은 아님) 숙성회 보다는 활어회가 단연코 별미!


    벤자리 알인데 탕 끓여 먹으면 맛있겠죠? ^^

    대마도에서 2박 3일 동안 낚시하며 잡은 것을 박스에 담고 있다.

    우리 부부도 포장에 들어가는데 박스 크기가 작아 큰 박스를 구하고


    얼음을 넣은 후 이렇게 테이핑을 해서 마무리한다.

    민숙집 주방은 점심 준비가 한창이다.

    갓 잡은 벤자리와 긴꼬리 벵에돔 회

    대마도에서 마지막 식사

    한치, 무늬오징어 숙회를 비롯해 여러 반찬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은 이 날 잡은 벤자리 회.


    앞에 기름기가 허옇게 낀 회가 벤자리, 그 옆은 긴꼬리 벵에돔

    그것도 귀하디귀한 50cm급 돗벤자리 회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돗벤자리 회. 평소에 벤자리 회가 맛있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먹어봐야 그 맛을 가늠할 터.
    일본식 회 간장에 생고추냉이를 한 점 올려 입에 넣고 씹어보는데 순간 웃음이 납니다. 

    "무슨 회가 이리 맛있어?"

     최근에야 회 맛을 알기 시작한 아내도 벤자리 회 맛을 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입니다.

    "대~박"

    이 벤자리 회로 지금까지 먹었던 회 맛은 전부 잊고 싶네요. ^^
    적당히 씹히는 탄력감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허옇게 낀 기름기 때문인지 맛이 무척 배지근 합니다.
    참다랑어 대뱃살 맛이 느껴질 정도로 고소한데요. 거기에 달콤한 맛도 살짝 납니다. 정말 최고네요!


    긴꼬리 벵에돔 뱃살

    쫄깃함으로 따지면 긴꼬리 벵에돔이 으뜸이지만 고소함은 벤자리가 앞서는 느낌.
    예상대로 벤자리 회가 먼저 없어지고 그 다음 긴꼬리 벵에돔이 없어집니다.


    벤자리 초밥

    벤자리에 고추냉이를 올려 밥에 싸 먹으면 즉석 벤자리 초밥이 되는데요. 그냥 죽습니다. ^^
    장담하건대 이 맛은 아무리 초밥 맛이 좋다고 정평 난 조선호텔 일식당이나 고급 일식집에서도 흉내 낼 수 없을 겁니다.
    가끔 이런 곳에서도 벤자리를 취급하는 걸 봤는데 그것은 먼 곳에서 특별히 공수해 온 것이잖아요.
    벤자리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시간이 지나면 육질이 급격히 물러지므로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현지에서 먹는 게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런고로 이 맛을 맛보려면 직접 낚아야만 가능한 일.


    2박 3일 대마도 낚시 일정이 모두 끝나고 아쉬운 길을 떠나야 할 시간.

    대마도 이즈하라 항에서 만난 길고양이, 아주 살살 녹네 ^^


    "아~ 떠나기 싫어 ㅠㅠ"



    아듀 대마도여

    "손 흔들지 마. 정들어 ㅠㅠ"


    같은 날 밤 9시, 서울 집에 도착

    처음 찾아간 대마도에서 2박 3일 낚시하며 얻은 소기의 결과물입니다. 바다가 준 고마운 선물이지요.
    작은 것은 모두 방생하고 큰 것들만 챙겨온 벵에돔, 긴꼬리 벵에돔, 벤자리, 구갈돔으로 구성된 대마도 특급 선어회 박스!
    최근 대마도의 어자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대마도는 대마도였습니다. 
    풍족한 어자원을 바탕으로 "쉽고 재밌는 낚시"를 하고 온 셈입니다. 덕분에 잡은 것 보다 방생한 게 더 많아 방생의 묘미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포인트 싸움 하나 없고, 한적하니 그 누구의 간섭이나 제약에 구애받지 않은 낚시.
    낚시꾼들에게 있어선 그것이 진정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대마도 낚시 맛을 알았으니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찾겠지만,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시간과 비용'이겠지요.
    저는 더도 말고 일 년에 딱 두 번만 다녀올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겨울에 한 번, 초여름에 한 번.
    그것은 가계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다닐 수 있는 횟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마도 조행기는 이것으로 마감하겠습니다. 번외 편이 있어요. 그것은 다음에 들려드리기로 하고 ^^
    2박 3일 대마도 낚시를 계획하고 준비해 주신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 그리고 28인승 리무진 버스 운전하시랴 고생하신 최효석 지구장님.
    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시는 부회장님, 승훈씨, 일영씨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스페셜 땡큐는 어복부인님. ^^ 2박 3일간 함께 낚시해 주느라 고생 많았네. 낚시 실력도 한층 UP되고.
    몇몇 사람들이 '입질부부의 좌충우돌 낚시 이야기'를 필드스텝 조행기니 간접 광고니 하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데 거기에 굴하지 말고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낚시하자. 무엇보다 안전이 최고다! 옆에서 낚시 잘해주는 울 아내 최고! ^^
    대마도 민박과 비용이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

    대마도 출조문의 : 오아시스 민박(http://www.oasisfishing.com)
    한국 : 010-7231-5886, 일본 : 090-4340-7080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더보기>>
    씨를 말리는 감성돔 대량 포획, 이대로 괜찮은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뱅어포에 대한 비밀
    낚시 캠페인(1) - 낚시대상어 및 수산물 포획 금지 (방생)사이즈와 금지기간
    제주도를 대표하는 두 해안산책로
    셋 중 하나만 도미(일간 신문 칼럼에서)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1)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9)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0 01:26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