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맛집] 20년 전통 복국으로 유명한 대도식당


옷깃에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한 지난 늦가을. 지귀도에서 낚시하다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철수한 우리 부부는 저녁거리를 찾기 위해 물색하다
이 집을 발견했습니다.
운전 중이던 저는 위미항으로 향하던 중 좁다란 골목길을 통과할 때 무언가 줄 서서 먹는 식당가 앞 풍경을 보았습니다. 
대도식당이라 써진 붉은색 간판 아래에는 대여섯 분이 서성이며 차례를 기다리는 듯했죠. 고개를 틀어 식당 입구를 볼 때는 0.0 몇 초라는 짧은
순간이지만, 마치 슬로우 모션을 튼 장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손님들로 꽉 들어찬 실내 풍경을 아주 잠깐 봤던 것입니다.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

알고 보니 이곳은 서귀포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복국집이라고 해요.
20년 전통을 자랑한다나 뭐래나.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이 발동할 만합니다.


서귀포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대도식당

시각은 늦은 저녁입니다. 여전히 활기를 띤 식당 내부를 보면서 맛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되고.
갯바위에서 한기에 떨다 온 우리였기에 따끈한 복국이 간절했습니다.


2012년 11월자 대도식당 메뉴판으로 현재와 차이가 있다.

위 메뉴판은 작년 늦가을에 촬영한 것으로 지금과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12,000원 하던 메뉴가 모두 13,000으로 바뀌어 있었고, 48,000원 하던 메뉴는 52,000원으로 올랐으니 이용하는데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식사 메뉴는 각각 1,000원씩 오른 데 비해 요리 쪽은 무려 4,000원이나 올랐습니다. 
밀복 값이 얼마나 상승해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렇게 올린다는 건 단골 손님들에게 매우 아쉬운 부분일 것입니다.



복지리 2인분으로 당시 먹었을 땐 24,000원이었지만, 지금가면 26,000원입니다.
서울의 복지리 평균가 1만원~12,000원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착한 가격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동해산 밀복 맛이 뛰어나서 가격을 그렇게 책정했을까? 그것도 아닙니다.
밀복은 두 종류로 흑밀복과 은밀복이 있는데요. 둘 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채색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밀복은 탕감으로 유명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고급 복요리에 쓰일 법한 식재료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밀복은 복어 종류 중 단가가 낮은 축에 속하는 대중적인 식재료입니다.

흔히 '복어'라고 한다면 100만 원이 넘는 복 사시미라든지, 접대용 음식에 쓰이는 고급 식재료로 인식하지만, 이는 복어 종류에 따라 천자만별입니다.

단가가 비싸며 고급이라고 불리는 복어 종류 : 참복, 자주복, 황복
서민들이 접하는 탕감용 복어 : 졸복, 복섬, 밀복, 까치복, 까칠복, 검복


이 집에서 취급하는 복어는 동해산 밀복으로 흑밀복인지 은밀복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겨울이 제철이며, 간장, 난소(알집), 눈알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력한 독이 있습니다.
이러한 테트로도톡신은 복어가 산란하는 시기에 더욱 강해지며, 이때의 독은 한 마리당 성인 30명 이상을 하늘로 보낼 수 있을 만큼의 맹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밀복 산란 철은 4~5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서식 해역에 따라 '근육에 독이 있는' 개체도 있다는 점입니다.
동중국해에서 잡히는 밀복은 근육에도 약한 독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동해에서 잡히는 밀복은 근육에 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이 적절했던 자리젓

무난한 맛의 깍두기

제주도에서 밑반찬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단호박

사제품으로 추정되는 김치

무나물

유자나 귤을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폰즈소스

맑은 복국이 끓고 있습니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듬뿍 올리고 그 위에 밀복의 별미라 할 수 있는 이리(수컷의 정자 주머니)가 있는데요.
이리는 있을 때만 내 온다고 합니다. 재수가 없으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밀복 이리에는 독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바글바글 끓고 있는 모습이 가히 아름답다

콩나물은 콩나물 대가리를 전부 뗀 것을 넣었습니다.
이는 콩나물 대가리에서 특유의 비린내가 나기 때문. 여간해선 손질하기 귀찮을 텐데 이 집은 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살 만합니다.


처음에는 단단한 복어 살을 맛본 후 미나리와 콩나물은 폰즈소스에 찍어 먹는데 어딘가 맛이 이상합니다.
나만 그런가 싶어 아내에게 물었는데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미나리, 콩나물에서 쉰내가 납니다. 사실 이렇게 회전율이 높은 집에서 쉰 재료를 쓸 리는 없을 테고. 
아마도 이것은 탁한 국물 색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식초"

아주머니에게 재차 확인하였더니 식초 맞다고 합니다. 복국에 식초를 넣으면 단백질과 반응하여 국물 색이 탁해집니다.
그런고로 복국집에 가서 국물 색을 보면 식초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식초의 과다 사용입니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해독작용' 때문에 넣는다고 하는데요. 이는 오래전부터 굳혀진 낭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복국에 식초를 넣는 이유는 '깔끔한 맛'과 '피로회복'을 위함이라고 합니다.
복국은 주로 해장용으로 많이 먹기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트리면 국물이 한결 깔끔해지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므로 '복어 독을 해독해 준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상식입니다. 복어 독의 주요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은 100도씨 이상 끓는 물에도 사그라지지
않은 맹독성인데 식초 몇 방울로 해독 효과를 바란다는 것은 좀 이상하죠. ^^;
아주머니의 말대로라면 이 집은 복지리 뿐 아니라 복매운탕에도 식초를 첨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확인)
쉰내가 날 정도로 과한 식초 맛은 복어 특유의 시원한 맛을 방해합니다. 식초는 손님 취향에 맞게 선택권을 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에요.


복어 이리

복어 이리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입안에 넣자마자 풀어지는 맛이 고소한 크림을 먹은 것 같습니다.


이 집 자리젓도 훌륭한 편입니다. 흰 쌀밥
위에 자리젓 한 점 올려서 먹으면 순간 근심 걱정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


서귀포 현지인 맛집으로 유명, 복국 전문점 대도식당
네비주소 : 서귀포시 송산동 587-1
주차 : 매장 앞에는 어려움, 근처에 적당히 눈치껏 해야 함


#. 관광객보다는 서귀포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복국 전문점, 대도식당
이 집은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맛집으로 정평 나 있는데요. 복국에 식초를 타서 드시는 분들에겐 매우 환영할 만한 집입니다.
반대로 시원하고 구수한 복국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 집 복국은 시큼한 국물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고소하면서 크리미한 복이리, 깔끔하게 다듬은 콩나물과 미나리, 정갈한 밑반찬에 대한 좋은 기억을 희석할 정도로 중요한 '국물'에서 시큼한
향이 나므로 만약 이것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먹는 내내 괴로운 식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입니다. 몇 개월 사이에 가격이 제법 올랐습니다.
대도식당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김치복국이며, 옛날 메밀복국은 별미로 손꼽힙니다. 여기에 들어간 메밀수제비는 100% 순 메밀을 자랑한다고 하니
그윽한 메밀향이 생각난다면 한 번쯤 시켜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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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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