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벵에돔 낚시] 쯔리겐 WFG 예선전


    대마도 낚시를 다녀오고 일주일 뒤인 지난 6월 말, 쯔리겐 한국 지사 팬 클럽인 '쯔리겐 FG'에서 벵에돔 낚시 대회가 있었습니다.
    장소는 거제도 다대, 여차, 해금강 일원에서 열렸는데요. 일요일은 정기출조로 친선 대회가 열렸고, 다음날 월요일은 한국 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예선전이
    치러졌습니다. 그것은 내년 6월에 일본 남녀군도에서 열리는 WFG 세계선수권대회로 다이와 마스터구레즈와 더불어 가장 권위있는 벵에돔 낚시 대회이기
    도 합니다. 한국은 세 장의 시드권이 주어져 한국 대표로 출전권을 얻기 위해 바늘구멍과도 같은 예선전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 생생한 현장을 함께 하시죠. ^^



    쯔리겐 FG 정기출조가 있었던 날, 거제도 다대

    지난 6월 23~24일, 저는 벵에돔 낚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제도를 찾았습니다.
    23일은 동호회 정기출조. 24일은 WFG 세계선수권대회의 한국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예선전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박범수 운영자님, 상임 부회장님과 함께 동탄에서 합류. 새벽같이 달려 거제도 다대에 도착했습니다.
    매장 앞에는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밑밥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지급품은 크릴 2장, 파우다 2장, 빵가루 4장, 백크릴 1개.


    각자 밑밥을 개고 점심 먹으러 갑니다. 아래쪽은 제 밑밥통. 
    크릴은 두 장이 지급됐으나 섞지 않고 따로 가져갔습니다. 이날 거제도 다대 일원의 조황은 매우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손가락만 한 전갱이와 고등어 치어들이 엄청난데다 사리 물때에 따른 조류 발로 벵에돔 낚시가 힘든 포인트가 많다고 합니다.
    잡어가 많다는 첨언에 크릴은 일단 섞지 않았고 파우다와 빵가루만으로 밑밥을 구성했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빵가루 경단도 준비하고요.
    저 빵가루 경단은 크릴 미끼가 무용지물이 될 때 바늘에 떡밥 낚시하듯 뭉쳐 사용할 계획입니다.


    박범수 쯔리겐 FG 운영자님과 올해 일본 WFG 본선대회에 참가했던 김수영님.

    화이팅을 외치며 쯔리겐 FG 정기출조를 시작한다.

    정말 엄청난 선수, 엄청난 인원이 모인 클럽 정출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명의 선수가 일제히 모여 화이팅을 외칩니다. 정기출조는 엄연히 친선대회라 1~3위 수상자들에겐 소정의 상금과 상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토너먼트 대회는 아니지만, 각자 자율 낚시를 통해 마릿수를 거두거나 혹은 최대어 상을 노리고 저마다 갈고 닦은 조법을 통해
    실력을 뽐 낼 것입니다.

    참고로 촬영자는 접니다. 사진 속에 저는 없으니 찾지 마세요. ^^;
    저도 취재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이 출조해 낚시할 계획입니다. 벵에돔 낚시는 같은 자리에서 1 : 1로 승부를 펼치는 토너먼트일 경우 80% 이상 실력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나지만, 이렇게 따로 흩어져 자율 낚시를 하게 된다면, 포인트 발이 잘 맞는 선수에게 행운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특히 이곳은 포인트에 따라 낚시의 유불리가 명확하기에 다들 포인트가 잘 걸리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쯔리겐 FG 임원진들의 개회사가 이어지고

    대회 규정은 23cm 이상 벵에돔이 제1 대상어가 됩니다.
    그 밖에 참돔 30cm 이상, 감성돔과 돌돔은 25cm 이상이 제2 대상어가 됩니다.
    마릿수 승부이며, 벵에돔이 제1 대상어인 만큼 벵에돔을 낚는 것이 승부의 지름길입니다.
    예를 들어 참돔, 돌돔, 감성돔 열 마리를 잡아도 규정치가 되는 벵에돔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벵에돔이 나오지 않으면 참돔, 감성돔, 돌돔이 승부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인원이 많아 3개 선단으로 나눠서 탔습니다. 제가 포함된 제 1선단은 해금강으로 포인트를 배정받았고요. 제 2선단은 다대, 형제섬 쪽으로 가며 제 3
    선단은 여차 쪽으로 갑니다. 저는 해금강에서 몇 차례 낚시해 본 경험이 있고 지형이라던가 수심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포인트'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습니다. 해금강엔 멋진 포인트가 많지만, 벵에돔 낚시가 되는 자리가 있고 안 되는 자리가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이날은 사리 물때의 영향을 받아 조류가 굉장히 빠릅니다. 곳부리 지형이 걸리기라도 한다면 그 선수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곳부리만 걸리지 마라'며 속으로 비는 가운데 해금강에 도착한 배는 선수들을 하선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포인트 주변을 돌며 선수들을 하선시키는 사이 제 시야에 들어온 어떤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곳부리 지형으로 언뜻 봐도 물발이 셀 것 같아 피하고 싶은 모양새를 갖고 있었지요. 제가 내릴 순서는 다섯 번째.
    가만있자, 이분들이 내리고 저분들이 내리고, 그다음, 그다음, 그리고 엥? 설마 저 자리에 내가?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와 파트너는 우려했던 곳부리 지형에 하선하게 되었습니다. 으이그~


    짐을 내리고 자리를 정하자마자 저는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가 포인트를 살펴봤습니다.
    거품 띠가 갯바위 가장자리까지 들어와 흐르고 있는 모습이 우려됩니다. 안쪽으로 패인 지형에는 포말이 시원하게 일고 있습니다.
    그 포말이 뻗어 나가 소멸되는 지점에는 본류대가 세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거품띠가 낚시 자리에서 가깝다는 것은 조류가 빠르다는 방증.
    갯바위에 맞고 나가는 반탄류와 본류대가 만나는 지점이 전방 5~10m 사이에 형성되는 걸 봐서 본류대가 갯바위에 직접 받치는 모양입니다.
    여기에 갯바위에서 80~1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선상낚시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벵에돔 선상은 아닐 것 같고, 참돔 낚시인가? 정확히 무슨 낚시를 하는지 잘 모르지만, 갯바위 근처에 선상이 있는 것도 염려됩니다.


    채비는 우선 제로찌로 시작했다.

    <<입질의 추억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ISO 1-530
    릴 : 해동조구 제니스 2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서스펜스 타입 1.5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2호 4m길이로 직결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전유동 X 0호, 조수우끼고무 M사이즈
    바늘 : 가마가츠 나노구레 5호


    일단 채비는 가볍게 구성하고 본류대를 피해 가까운 곳으로 던져보니 그럭저럭 낚시가 할만합니다.


    밑밥을 뿌리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잡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등어 치어들이 미끼를 따 먹어 낚시가 거의 안 될 지경이라고 하던데. 이곳은 괜찮나 봅니다.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물속이 갑자기 시커멓게 변하더니 정체 모를 잡어들이 피어오릅니다.

    "아이고~"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옵니다. 그나마 조류가 덜한 곳이었는데 잡어 때문에 가까운 곳은 던지지가 망설여집니다.
    이놈들 정체가 뭔지 알아나 보자!


    우선 크릴에다 파래가루를 묻혀봅니다.


    벵에돔이 좋아하는 파래향 크릴. ^^ 이것으로 몇 번 던져 봅니다만.



    "역시 고등어 새끼였군. ㅠㅠ"

    10cm 남짓한 고등어 치어가 갯바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고등어를 피해 조금 멀리 공략해 봤지만, 고등어는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좀 더 멀리 던지면 크릴은 살아오지만, 조류가 너무 세 금방 떠내려가고 맙니다. g5번 봉돌을 3개로 분납해서 공략해 봐도 마찬가지.
    g2~g3번으로 호수를 올려 채비 내리기를 시도해보지만, 갯바위에서 점점 멀고 깊어지는 곳으로 뻗는 조류에 제 미끼는 허공의 삽질만 할 뿐입니다.
    반유동으로 교체해봐? 라고 생각했지만, 000(쓰리제로)찌로 교체해봅니다. 고등어 등쌀에 미끼는 정해졌습니다.


    잡어를 피해 빵가루 경단으로 벵에돔 꼬시기에 나서 봅니다.
    잠시 후 비가 내립니다. 한동안은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며 쏟아 붓습니다.
    이제는 밑밥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닫아 놓고 낚시에 임합니다.
    비가 쏟아지니 밑밥 치기도 까다롭고 자주 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잡어를 묶어두기 위해 일괄적으로 뿌렸던 밑밥 패턴도 무너진듯하고요.
    고등어 무리가 떠날 생각을 안 합니다.

    "앞쪽에는 고등어 치어들이, 조금 멀리 던지면 본류대에 휩쓸려 날아가는 현상이"

    아~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밑밥 품질을 중단하고 채비를 이리저리 변경해 봅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조법은 다 가용해 봤지만, 딱 한 가지를 빼먹었던 게 아쉽습니다.

    "차라리 면사매듭을 달아 반유동으로 해볼걸"

    면사매듭을 6m 수심층으로 맞추고 0.5호 찌에 -0.5호 순강수중찌를 단다. 그리고 목줄에는 작은 봉돌 하나 물려 면사매듭이 찌에 닿으면 서서히
    가라앉으며 나머지 수심층도 탐색하는 잠수 조법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그리했어도 결과가 달라졌을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고기가 안되면
    할 수 있는 모든 조법을 가용해 보는 게 최선의 방책이니까요. 그러다 고기가 낚이면 그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데 파트너 우측에 있는 지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에는 홈통이 있어 아무래도 조류가 덜 할 것 같아 자리를 옮겨봤습니다. 확실히 저곳은 물이 돌면서 천천히 흐르는 유속이 벵에돔 낚시에는
    적당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잡어 등쌀도 심했습니다. 앞에도 고등어, 멀리 쳐도 고등어. 고등어에 망상어까지.
    미끼가 남아나질 않습니다. 빵가루 경단은 그새 빗방울에 젖어 눅눅해지고 던졌다 하면 몇 초 만에 풀어집니다. 하하하.

    "이제 우짤까?"

    정말 어떻게 해도 안되는 상황이었을까? 아니면 한두 마리라도 낚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을까?
    실력이 미천한 저로서는 그 답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날 쯔리겐 FG 정출의 우승자는 동해의 고수인 영진씨.
    주로 금성철 프로님과 함께 낚시를 다니며 실력을 키워온 수제자라고 합니다.
    이날 50명의 선수가 출전한 자율 낚시는 33마리의 벵에돔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씨알은 20cm부터 27cm까지 나왔으며, 27cm 벵에돔을 잡은 선수가 최대어 상을 탔습니다.
    포인트 편차도 심했습니다. 나오는 포인트에선 5~10마리까지 낚였고, 안 나온 포인트는 몰황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요. 숙소에서 간단하게 벵에돔 회로 회포를 풀었습니다.
    씨알이 잘다 보니 맛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요. 그래도 비가 오는 와중에 고생해 가며 낚은 벵에돔이니 각별한 느낌이 듭니다.


    WFG 예선전, 운명의 조 추첨이 시작됐다.

    다음날 새벽 4시. 운명의 조 추첨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참가한 분들은 각 지역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로 총 18명이 참가했습니다. 월요일이라 참석을 많이 안 하겠지? 라고 예상한 건 맞았지만, 그만큼
    알짜들만 출전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내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WFG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 자격을 주는 시드는 단 3장.
    그 3명 안에 들기 위해선 많은 경쟁을 뚫고 올라가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날 예선전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18명의 고수 중 3위 안에 드는 건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떨어지더라도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예선전은 올해가 가기 전까지 총 4번이 있는데요. 거제도 예선전이 끝나면 7월엔 여수에서 예선전이 열립니다.
    거기서도 떨어지면 8월엔 동해권에서 예선전이 있으며, 가을에는 제주도에서 마지막 예선전이 열립니다.
    어느 예선전이든 3위 안에 들면 12월 대마도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대마도 결승전은 각 예선전에서 3위에 든 고수들이 대결을 벌입니다. 거기서 또다시 3위 안에 들어야 내년에 일본 오도열도에서 열리는 WFG 세계선수권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경비는 전액 쯔리겐에서 지원하게 되며, 일본과 대만, 중국 등
    에서 명성을 날리는 명인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겠지요.

    저는 토너먼트 낚시가 처음인 만큼, 딱히 목표랄 것도 없습니다. 그냥 배운다는 자세로 출전했고요. 더불어 3위 안에 들어 대마도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경기 낚시에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조 추첨 결과입니다. 대진표가 완성돼 가는 가운데 아직 제 상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참여하신 분들은 각종 낚시 대회 우승자, 낚시점 점주, 가이드, FTV 출연자 등 쟁쟁한 선수들입니다.
    특히 동해 쪽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벵에돔 낚시 실력이 출중해 될 수 있으면 만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머지 분들도 어느 한 사람 만만한 상대가 없군요.
    상황이 이러하니 차라리 여수 대표이신 강민구 고문님이 제 상대로 걸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져도 잃을 게 없고, 어차피 통과하기 어려운 대회라면 차라리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게 득이니까요.


    새벽 5시, 출항을 앞둔 거제 다대항

    복잡한 내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에는 아침노을이 빨갛게 피었다.

    #. 1 : 1 넉다운제
    올해부터 예선전 경기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열리는 WFG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챔피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명인들 앞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실력의 벽을 실감해 왔는데요. 같은 벵에돔 낚시지만, 그 차이는 마치 한국 축구와 브라질 축구의 갭 만큼이나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일본의 명인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 WFG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룰로 적용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넉다운제로 상대방과 1 : 1로 붙어 이기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냉정한 방식입니다.
    총 18명의 선수 중 1차전을 통과한 선수는 반절인 아홉 명. 아홉 명은 세 명씩 조를 이뤄 승부를 펼치며 각 조 1위가 대마도 결승 티켓을 거머쥡니다.


    예선전 장소는 거제도 다대 일원

    #. WFG 예선전 룰
    이제 곧 예선전이 시작되려고 합니다. 1차전은 5시 30분부터 시작해 1시간을 하고, 상대방과 자리를 바꾼 후 1시간을 해서 총 2시간을 합니다.
    대상어는 23cm 이상 벵에돔으로 마릿수 승부를 펼치며, 마릿수가 같으면 계측을 통해 씨알로 승부를 냅니다.
    만약 양 선수 모두가 23cm 이상 벵에돔을 낚지 못했다면, 23cm 미만 벵에돔이라도 선취득점한 사람이 진출합니다.
    그런 이유로 계측 미달 벵에돔이 낚여도 일단은 보관해 둬야 합니다. 물론 23cm 미만 벵에돔으로 선취득점해도 상대방이 규정이 되는 대상어를 낚으면
    선취득점은 의미가 없어지며, 규정치 대상어를 낚은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물론 양 선수가 한 마리의 벵에돔도 낚지 못했다면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


    낚시 준비를 마치니 5시 25분. 아직 5분이 남았기에 촬영을 하는 여유를 부립니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상대 선수와 가위바위보를 해 자리를 정합니다. 이긴 선수에게 자리 선택권이 있으니 가위바위보도 중요합니다.

    포인트에 내리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거품 띠와 전방 7m 앞에 살짝 보이는 수중여입니다.
    거품 띠는 조류 방향을 가늠케 해줍니다. 그 조류가 수중여를 향해 흐르고 있는지, 반대로 수중여에서 멀어지는지를 파악할 수도 있으며 뒤에서 내려오는
    갯바위 생김새를 보고 이곳의 수심이 대략 얼마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공략하기에 까다로운 지형은 없는지, 수중 턱과 같은 물속 장애물은 있는지, 밑밥통은 어디에 둬야 좋은지, 고기를 걸면 어디로 끌어와서 렌딩해야 하는지
    이러한 것들을 수초 만에 생각해 원하는 자리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또한, 시합 중에 물때가 바뀌면 조류 방향도 바뀔 수 있으니 그것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제가 원하는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이른 새벽이어서 벵에돔의 활성도가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승부는 한 마리 싸움이 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중하층을 탐색할 수 있으면서 저활성의 벵에돔을 꼬셔내기 위해 좀 더 예민한 채비로 꾸렸습니다.

    <<WFG 예선전에 사용한 필자의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ISO 1-530
    릴 : 해동조구 제니스 2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서스펜스 타입 1.5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호 3.5m길이로 직결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호, 조수우끼고무 M사이즈
    바늘 : 가마가츠 나노구레 4호
    봉돌 : 조수우끼고무 바로 밑에 g5번.



    저는 대회 중이어서 촬영이 어렵습니다. 촬영은 개인의 자유지만, 촬영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면 안 되는 일이기에 촬영할 생각을 접었는데
    마침 박범수 운영자님이 포인트로 합류하시더니 고맙게도 제 모습을 촬영해 주셨습니다.


    1차전은 전반전 1시간, 후반전 1시간으로 승부를 가른다.

    저는 토너먼트 낚시가 처음입니다. 경험이 없다 보니 살짝 떨리기는 하네요. ^^;
    게다가 상대 선수는 낚시점을 운영, 한국 프로낚시연맹 경북 지부장을 맡고 계신 포항의 고수이십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고 그냥 눈 먼 고기라도 한 마리 물어줬으면"


    첫 벵에돔으로 선취득점을 올리는 순간

    낚시 시작한 지 15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이건 뭐 잡어도 입질도 없는 텅 빈 곳에서 낚시하는 기분이랄까?
    이런 식으로 해서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채비는 이미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 저는 밑걸림을 각오하고 바닥층까지 내려 그대로 둬버렸습니다. 조류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채비도 바닥을 훑겠죠.
    어차피 지금 시각에는 채비를 걷어봐야 크릴이 살아오기 때문에 몇 초 간격으로 채비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벵에돔이 물어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캐스팅 한지 2분가량 지났을까? 아무래도 크릴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아 채비를 거두려는데 뭔가 묵직합니다.

    "해초 걸림인가?"

    해초 걸림이더라도 혹시 몰라 챔질했더니 뭔가 꾹꾹합니다.
    저는 용치놀래기나 망상어 새끼? 정도로 생각하고 올렸는데 시커먼 게 올라오네요. 벵에돔입니다.

    "이거야말로 눈먼 고기네"

    비록 대회 규정치인 23cm가 안 됐지만, 양 선수 모두 규정치 벵에돔을 잡지 못했을 때 이 벵에돔이 승부처가 되므로 물칸에다 보관해 둡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자리를 바꾸는 양 선수

    전 후반전 모두 득점이 없는 가운데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갑니다. 이 상태에서 경기가 끝나면 벵에돔을 선 득점한 제가 2차전으로 진출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23cm 이상 벵에돔을 한 마리라도 낚게 된다면 저는 연달아 두 마리를 잡지 않는 이상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제가 규정치 벵에돔을 한 마리라도 더 낚아두는 것인데 지금은 양쪽 모두 입질이 없습니다.
    이제 경기 종료 시각 30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찌 주변으로 다량의 밑밥이 투척되고 있습니다.
    저렇게 밑밥이 들어가는데 벵에돔이 안 피어오를 리가 없습니다. 만약 주변에 한 마리라도 있었다면 반드시 상대방 채비를 물 것 같습니다.


    마지막 30분, 미세한 움직임도 놓칠세라 낚시에 집중하고 있는 필자


    제가 잡은 벵에돔은 어디까지나 양 선수가 규정치 벵에돔을 못 낚았을 때 한해서 유효합니다.
    입질은 없고 시간은 흐르고 옆에선 밑밥을 계속해서 찌 주변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저러다 한 마리라도 덜컥 물라.
    그렇게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물론 저도 똑같이 밑밥 양을 늘려나갑니다만, 입질은 왠지 상대방에게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

    "휙~휙~"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연이은 챔질이 이어집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제 가슴이 철렁합니다.
    최대한 신경을 안 쓰고 낚시에 임하려 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다 보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습니다.

    "휙~휙~휙~"

    경기 종료 10분 전.
    아니 낚시할 때는 그렇게 시간이 잘 가더니 지금의 10분은 국방부 시계보다도 더 느리게 가네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으련만 묘하게도 종료시각이 다가오면 올수록 상대방의 챔질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헛챔질이거나 작은 잡어가 올라와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이번에는 상대방의 챔질에 뭔가가 걸려든 것 같습니다.
    뭔가 힘을 쓰는 녀석이 걸렸는지 휨새가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지나"

    이제는 벵에돔이 아니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찌에서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할 제 눈은 어느새 상대방을 향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10분이 이렇게 긴 줄은 몰랐습니다. 뭐가 낚인걸까?
    입질의 추억의 첫 토너먼트 예선전, 다음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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