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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다양한 낚시 포인트가 있습니다.
기암절벽이 멋들어진 우도, 웅장하게 솟은 산방산과 형제섬, 풍력 발전소와 에메랄드 빛 바다의 차귀도 등 저마다 개성 있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한라산 전경을 한눈에 보면서 낚시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지귀도 덤장" 입니다.
지귀도는 제주도에서 낚시 마니아라면 한 번쯤 밟아 봄 직한 매력있는 섬입니다. 비록 무인도에 모기가 많은 황량한 돌섬이지만, 어자원만큼은
제주의 다른 부속섬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주요 낚시 어종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긴꼬리벵에돔'입니다.
전날 우도에서 대회를 마친 저는 쯔리겐 FG 회원과 아내와 함께 제주 서귀포에 있는 지귀도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종일 낚시를 할 작정이에요.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지만, 어린아이처럼 기분은 마냥 들떠 있습니다.
한라산 풍경으로 압도하는 제주도 지귀도 낚시. 힐링낚시의 진수를 보여드립니다!
지귀도는 서귀포 부근에 있는 무인섬으로 위미항, 하효항에서 진입할 수 있다.
오전 7시, 하효항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지귀도로 출발!
숙소가 제주시에 있어 일찌감치 일어나 준비해야 했습니다. 오면서 한라산 중턱의 어느 도로를 탔는데 굉장히 구불구불한 도로였습니다.
도착하니 6시 30분. 낚시 프라자에서 일행들과 만나 밑밥을 개고 하효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함께 한 분들은 전날 우도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로 제주와 서귀포에서 활동하는 쯔리겐 FG 회원들입니다. 다들 낚시 귀신들이지요. ^^
저는 지귀도 낚시를 예전에 딱 한 번 체험해 봤을 뿐, 지귀도의 낚시 패턴이라던가 포인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아무래도 이분들과 함께하면서 지귀도 낚시 패턴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먼저 온 꾼들이 열낚 중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지귀도 중에서 명당으로 손꼽히는 '덤장' 포인트.
이곳도 여치기 포인트지만, 자리가 넓고 발판이 편해 여러 사람이 함께하기에 좋습니다.
흠이라면 명당인 만큼 포인트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요. 이날은 평일이었지만, 벌써 현지꾼들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전날 태풍의 여파로 지귀도 남쪽 포인트는 너울이 심해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덤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
이유는 그나마 낚시하기 안전한 곳이 북서쪽에 있는 덤장이었으니까요. (대신 이곳도 겨울에 북서풍이 불면 내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듯)
"좋~~~~~~으다. ㅎㅎ"
아유 그냥 좋답니다. ㅎㅎ 일행 분과 대화 중에 찍은 사진인데 무슨 이야기가 오간 건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
새벽같이 오신 현지꾼들이 이곳 덤장의 주요 포인트를 점하고 있어 우리 일행은 그 옆에서 낚시를 시작합니다.
어차피 종일 낚시니깐 시간적 여유가 많아요. 일찌감치 오신 현지꾼들은 12시쯤에 철수한다니 그때까지는 설렁설렁할 겁니다.
대부분 제주도 포인트가 그러하지만, 지귀도도 오전보다는 오후 해질 녘에 초강세를 보입니다. 그러므로 오전에 바짝 해보고 안 되면 놀다가
오후 3시 이후에 승부를 띄울 작정이에요. 아내는 여느 때처럼 뜰채 조립부터 하고요. 저는 밑밥통(전날에 잃어버려 낚시점에서 빌렸음)을 셋팅.
슬슬 채비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날도 대상어는 벵에돔. 그중에서도 씨알 굵은 긴꼬리벵에돔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귀도 덤장에서 바라 본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지귀도 덤장은 지귀도 북서쪽에 있는 넓은 여 덩어리입니다. 방향 상 한라산을 정면에 두고 있어 낚시 풍경이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지요.
사실 지귀도를 내 집처럼 드나드는 현지꾼들은 이러한 풍경이 대단할 것도 없겠지만, 저 같이 서울 촌놈(?)은 정말 힐링이 될 만큼의 위대한 낚시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쪽에는 한라산이, 서쪽에는 어렴풋이 보이는 서귀포시와 섶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종일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좋은 포인트,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서귀포 지구장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지귀도에서의 힐링낚시는 제로찌 채비로 시작했다.
지금 물때가 썰물이 한창입니다. 이따가 정오가 되면 간조고요. 그래서 앞으로 나가면서 낚시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물이 빠지고 있다 보니
벵에돔이 가까이 붙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곧 있으면 해도 중천에 걸리니 가까운 곳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찌는 30m 이상 공략이 가능한 원투형 찌를 선택하였습니다. 채비 설명 간략히 하겠습니다.
<<입질의 추억 채비>>
1-530 낚싯대 - 2500번 릴 - 2호 원줄 - 쯔리겐 급류심장 0호 - 쯔리겐 잠공 스토퍼 L - 직결 매듭 - 1.5호 목줄 - 벵에돔 바늘 5호
<<아내의 채비>>
1-530 낚싯대 - 2500번 릴 - 2호 원줄 - 쯔리겐 N원투 0호 - 쯔리겐 조수우끼고무 M - 직결 매듭 - 1.5호 목줄 - 벵에돔 바늘 5호
봉돌은 처음에 안 물리고 했다가 g7번과 g5번 봉돌을 번갈아 가면서 테스트하였습니다.
목줄 길이는 2.5m만 주고 시작했어요. 이유는 수심이 얕고 수면에서 발판 높이가 낮기 때문입니다.
(발판은 낮은데 목줄을 4m 주고 하면 고기 렌딩할 때 애먹습니다.)
왼쪽부터 최선호 회원님, 김남규 부회장님, 장홍철 회원님, 아내, 그리고 저.
가만 보니 서귀포 지구장님이 보이질 않습니다. 뒤를 둘러보니 낚시는 안 하고 일행의 낚시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낚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녀 부대가 접근한다.
해녀를 가득 태운 배가 낚시 자리 가까이 접근하더니 한 명씩 한 명씩 바닷속으로 내 보냅니다.
해녀가 들어오면 아무래도 물속 고기들이 놀라 달아나거나 먹이 활동을 멈추므로 입질 받기 까다로운 조건이 됩니다.
이 장면을 본 옆 현지꾼, 해녀로 낚시가 어려워짐을 예감했는지 조용한 자리로 옮기고.
우리 부부는 해녀가 빨리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먼저 낚싯대를 세운 아내.
휘이이잉~ 하는 피아노줄 소리를 내며 아내는 꽤 묵직한 손맛을 보는 중입니다.
그런데 휨새를 보니 벵에돔은 아닌듯 싶은데 혹시?
점다랑어
작지만, 힘이 센 점다랑어 새끼가 올라옵니다. 저게 보기에는 작아도 힘이 아주 좋아요.
점다랑어는 수온이 높아지는 가을, 제주도 전 해역에 많이 돌아다닙니다. 현지에서는 '혼까스'라 불리는데 가다랑어(가쯔오)와는 다른 어종이고요.
잡자마자 곧바로 회를 치면 흡사 참치 맛이 나지만, 꾼들은 곧바로 회 칠 여유가 없어 방생하는 편입니다.
점다랑어는 고등어과 생선으로 좌우로 째는 힘이 무척 세거든요. 녀석이 헤엄치는 방향으로 그대로 뒀다가는 옆 사람 엉킬 수도 있으며, 갯바위 자락에
줄이 쓸려 곤란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이 녀석을 제압하려면 나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낚싯대를 틀어 고개를 돌리게끔 해야 합니다.
그렇게 두 세 번 하다 보면 이 정도 씨알은 힘이 서서히 풀리면서 수면 위로 띄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점다랑어는 성질이 급해 바로 놔주지 않으면 죽어버려요.
해녀가 낚시 자리 가까이서 숨비소리를 내자 아내는 캐스팅을 멈추고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잠시 후 제게 들어온 경쾌한 입질! 제법 꾹꾹 거리며 팔목을 비틀 기세입니다.
그냥 그대로 버티고 있는데 어째 움직임이 신통찮습니다. 밑으로 처박는 듯하더니 옆으로 째고 다시 밑으로 처박기를 반복하는 녀석.
역시 벵에돔의 몸짓과는 다른 힘이 전달되니 혹시?
황줄깜정이
무엇을 먹고 컸는지 빵이 상당하다 못해 넓찍하네요. 잠시나마 당찬 손맛을 주었던 황줄깜정이는 바다로 돌려보내고요.
제 좌측으로는 먼저 들어온 현지꾼들이 열낚 중이에요. 그중 가장 왼쪽에 계신 분은 제 블로그에 종종 댓글을 남겨주시는 '사부작님'
여기서 뵐 줄 몰랐다며 반겨주셨어요. ^^
잠시 후 아내가 뭔가를 낚았는데 바다에 뱀 같은 녀석이 올라옵니다.
제 조행기를 자주 보신 분들에게는 이제 익숙한 어종이 되었죠.
씨알 좋은 동갈치를 낚은 아내
언뜻 보면 '대물 학공치'라 착각할 만큼 닮은 녀석입니다. 여기서는 아주 흔한 잡어인데요.
동갈치는 순한 학공치와 달리 기다란 부리에 이빨이 나 있고 손을 대면 막 물려고 하는 행동을 보여 좀처럼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은 어종이지요.
현재까지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아열대성 어종이 활개치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수온이 좋은 거니까요.
어쩌면 수온이 너무 높아 문제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잡어 분리에 충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밑에 분명 벵에돔이 있을 것 같은데 상층에 황줄깜정이, 점다랑어, 동갈치 같은 "맛없는 물고기 삼총사"가 미끼를 가로채는 바람에 벵에돔 입질 받기가
까다롭습니다.
또다시 입질 받고 파이팅에 들어간 아내
입질은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습니다만, 먹을 만한 어종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이따 점심때 먹을 횟감을 구해야 할 텐데.
낚싯대를 주욱 끌고 가는 녀석에 질세라 아내도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지귀도에서 힐링낚시
좌우로 째다 안 되니까 밑으로 처박는 녀석을 어루고 달래며 띄우기에 들어간 아내.
몇 초간의 실랑이 끝에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점다랑어"
가슴에 두 개의 점이 선명히 박혀 있어 점다랑어라 불리게 된 것 같은데요. 개체에 따라 점 개수가 조금씩 다르답니다.
저 정도 씨알만 해도 팔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손맛이 좋아요. 처음 걸어보시면 좌우로 째는 힘에 질질 끌리기 일쑤지만, 녀석의 몸짓에 익숙해지면
이후로부터는 낚싯대의 탄성으로 점다랑어의 진로를 바꾸어 두 세 번 대가리 방향을 돌려세우면 발 앞까지 끌고 올 수 있습니다.
내게는 힘 좋은 독가시치(따치)가 낚이고.
지느러미에 독이 있어 무척 신경 쓰이는 어종인데요. 저렇게 꼬리자루를 잡으면(미끄럽지 않아요) 힘을 못 쓰고 아주 순해집니다. ^^
그래서 저는 이 고기의 별명을 손오공 고기라 짓고 싶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독가시치회는 좋아합니다. 몇 점만요. (너무 많이 먹으면 특유의 향이 거슬릴 때가 있음)
그러고 보니 벵에돔 빼고 다 나오고 있네요. 주변을 둘러봐도 비슷합니다. 벵에돔이 간간히 모습을 비추고 있지만, 씨알이 너무 잘고
갯바위 주변으로 잡어가 많이 꼬이자 밑밥 양을 늘리는 아내.
좀처럼 피어오르지 않는 벵에돔을 향해 "이래도 안 올라올 거야?" 라고 말하는 듯 밑밥을 한 곳에 집중시킵니다.
작아도 벵에돔은 벵에돔. ^^
그 결과 지나가는 벵에돔이 문 건지, 아내의 밑밥 조공에 못 이겨서 올라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앙증맞은 씨알의 벵에돔이 반갑기만 합니다.
연속으로 입질 받는 아내, 지귀도 힐링낚시
미간에 꽂혀 올라온 일반 벵에돔
저만치 떨어져 낚시하던 최선호 회원님이 기준치가 넘어가는 벵에돔을 올리고 있다.
이날 따라 왜 이리 낚시에 집중이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귀도에서 힐링낚시를 하겠다고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힐링이 슬슬 막노동이 되어가는 느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전날 대회의 여파가 있었던 건 아닌지 혹은 갈치 낚시의 여파가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며칠 간 쉬지 않고 낚시했던 탓일까? 조금씩 체력이 부치는 입질의 추억.
그 와중에 아내는 조용히 벵에돔을 낚고 있습니다.
이것도 긴꼬리가 아닌 일반 벵에돔으로 조류가 빠르지 않은 곳에서 잘 낚입니다.
얼마 안 가 잘가던 조류에 제동이 걸리자 회유성인 동갈치나 점다랑어는 갑자기 사라지고 맙니다.
대신 조류가 죽을 때 잘 걸려드는 독가시치와 일반 벵에돔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쯤에서 서귀포 지구장님의 행방을 쫓았습니다. 이날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아무래도 낚시를 포기하신 것 같아 살짝 마음이 걸렸는데요.
뒤를 돌아보니 보이질 않습니다. 잠시 후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캐고 왔다는데
점심 준비를 위해 토치로 물을 끓인다
"지금까지 이걸 캐고 계셨던 거에요?"
"함 잡숴봐요. 제가 먹는 방법을 알려줄게요"
점심시간이 되자 한쪽에선 라면이 끓고 다른 한쪽에선 지구장님이 손수 캔 이것이 끓고 있습니다.
이후 저는 이 맛에 반해 그야말로 폭풍 흡입.
"진작에 이 맛을 알았다면, 갯바위에서 이것만 따다 먹었을지도"
갯바위에서 먹는 별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귀도에서 힐링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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