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 감성돔 낚시 VOL.3 (채비, 조류, 포인트, 물때)


제게 있어 감성돔은 애증의 대상어입니다. 초보 시절에 가장 잡고 싶어했던 1순위가 바로 감성돔이었지요.
마릿수가 쌓여야 재미가 있는 벵에돔과 달리 감성돔은 한 마리를 잡아도 기분이 좋았던 대상어였습니다. 

"벵에돔과 감성돔, 여기에 참돔까지"

우리나라 릴 찌낚시 대상어종하면 이 세 종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습성이 서로 달라 채비와 포인트 또한 다르니 한 곳에서 이 세 어종을 낚아서 보여주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습니다.
돌돔까지 포함해 4대 돔이라고 하는데 제가 한 자리에서 3대 돔까지는 낚아 봤어도 4대 돔을 낚아 본 기억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벵에돔, 감성돔, 참돔, 돌돔은 '바다낚시를 하게 만드는' 꿈의 대상어이자 동기부여임은 분명합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릴 찌낚시 기법이 전파되고 장비도 좋아지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이 주말이면 방파제와 갯바위로 나가 이들 어종을 만날
것을 기대하며 낚시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기법도 변했고 장비도 발달했지만, 무엇보다도 낚시를 즐기는 인구와 연령층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낚시꾼과 물고기와의 숨바꼭질이 아닐까 싶어요. 
3차원 공간의 좌표로 X, Y, Z축이 있을 때 벵에돔은 Y축 탐색으로 숨바꼭질이 전개되며, 감성돔은 '포인트의 혈'을 노려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X축
개념의 숨바꼭질이 전개됩니다. 참돔은 콸콸 흘러가는 본조류에 찌를 태워 흘려보내는 Z축 탐색이 이뤄지겠죠.
이러한 숨바꼭질에 최종 승리자는 웃고, 패배자는 울고. 그래서 대상어를 낚으면 1승, 못 낚으면 1패 식으로 표현하는 꾼들의 뒷담화가 있기도 합니다. 

만약, 낚시 과학이 발달해 꾼들의 '숨바꼭질'까지도 해결해 주는 장비가 발명된다면?
예를 들어, 초음파 등을 이용한 강력한 집어 장치라든지 또는, 어신을 탐지해 고기가 있는 곳으로 흘러가 주는 GPS+엔진이 장착된 찌라던지.
그런 최첨단 장비가 보급되는 날이 온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낚시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낚시는 고기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잡는 과정에서의 머릿싸움이랄까? 그것이 옳든 아니든 자기 나름대로 계획한 '덫'에 물고기가 걸려들었을
때의 쾌감, 성취감 등이 가장 큰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은 서론이 길어졌네요. 나로도에서 감성돔 낚시 3편. 부제로는 "감성돔의 혈을 찾아라!" 입니다.
전날 고질적인 징크스에 또 한번 당하면서 좌절한 입질의 추억은 인근의 도보 포인트로 들어가 저녁 낚시를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은 오후 5~6시 사이로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수심도 4~5m밖에 안 나오는 마을 어귀라 조건은 나쁘지 않았지만, 물때가 간조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이때 '찌가 들어갔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초릿대가 까딱까딱하는 것입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챔질했고 잠깐의 릴링 끝에 뭔가가 올라옵니다. 일단 은빛이 번쩍번쩍한 게 감성돔 빛깔은 맞는데 웬 길쭉한 게 올라옵니다?


 

 


웬 갈치가

이날 뭐가 씌어도 단단히 쓰였나 봅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밴댕이를 제외하고 정말 다양한 잡어들이 나오네요.

농어 - 복섬 - 쥐노래미 - 밴댕이 - 삼치 - 우럭 - 졸복 - 갈치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잡어를 낚아야 이 지긋지긋한 징크스가 깨질까? ㅎㅎ


어쨌든 구워먹기 딱 좋은 3지짜리 갈치 ^^

갓 잡은 갈치의 자태는 정말 예술이네요. 얼마나 왁스질을 하면 이렇게 광이 날까요? ㅎㅎ
이때가 10월 말이었습니다. 이곳은 남해 서부권이지만, 건너편 통영 쪽에서는 10년 만에 찾아온 갈치 호조황이라며 떠들썩했지요.
배낚시는 물론, 갯바위 방파제 할 것 없이 저만한 갈치가 연신 물고 올라와 꾼들의 쿨러를 채워주니 밤이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합니다.
그나저나 감성돔 채비에 물고 올라온 갈치는 운이 나빴습니다. 갈치가 낚인다는 정보만 있었다면 갈치 채비를 준비했을 텐데 지금은 집어등도 없고
단지 수심만 조금 올려 갈치를 노려봅니다. 이후 몇 번의 입질을 받아냈지만, 날카로운 이빨에 목줄이 자꾸 끊어져 낚싯대를 접고 철수하기로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외나로도 어느 포인트에서 맞이하는 일출

<사진1> 나로도의 어느 감성돔 포인트에서

새벽에 일어난 우리는 배를 타고 갯바위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도 내리고 싶었던 자리는 (선장의 만류로) 내리지 못했고, 대신 선장님이 추천해 주는
곳으로 가서 내렸습니다. 이때가 일요일인데도 낚시꾼이 몇 팀 없어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나로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 개발도 안 된 포인트가 수두룩 하다던데 이참에 제가 감성돔 포인트 하나 개발해서 떡 하니 '입질의 추억 자리'라 지어버릴까요? ^^
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내린 갯바위 생김새로 보아 어제와 비슷한 '직벽'입니다. 수심은 낚시해 보니 발 앞이 8m, 전방 5m에는 10~11m, 그리고 조금만 멀리 나가면
13m 이상으로 떨어지는 매우 깊은 포인트입니다. 처음 내리는 포인트에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는 밑밥을 치기 전에 '혈'부터 찾습니다.

"포말, 직벽, 홈통, 수중여, 조경지대"

등등이 혈이 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관해서는 따로 칼럼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두 가지의 '혈'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갯바위 지형이라든지 조류 방향 등을 살펴보았지만, '포말'과 '홈통'
이라는 두 가지 특정지대를 두고 저울질하다 결국은 '직벽안 홈통'을 선택해 밑밥을 넣는 장면입니다. <사진1>
사실 이런 지형에서는 밑밥을 구성할 때 맨크릴이 탁월한 효과를 냅니다만, 이날은 어느 포인트에 내리게 될지 몰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어요.
여러분도 이렇게 생긴 직벽형 갯바위나 혹은 포말이 일렁거리는 곳에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는 집어제를 섞지 않은 맨크릴을 따로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날의 채비는 B 전유동으로 시작했다.

<<입질의 추억 채비>>
낚싯대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오쿠마 LB릴 2500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서스펜스 타입)
어신찌와 수중찌 : 쯔리겐 전유동 X-B 기울찌 B호 / 조수우끼고무 L사이즈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5호 4m
바늘 : 가마가츠 감성돔 바늘 3호
봉돌 : B봉돌

반면에 최필님의 채비는 0.8호 어신찌에 -0.5호 수중찌, 그리고 봉돌로 여부력을 조절한 반유동 채비로 시작하였습니다.
나로도 권은 조류가 매우 세 전유동 낚시를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습니다. 나중에 물이 들어올 때 조류가 세지면 채비를 바꾸더라도 지금은 조류의
흐름이 세 보이지 않고 바다 상황이 고요해 채비를 천천히 내려보겠습니다.
특히, 이런 직벽 포인트에서는 5m 이하의 초근접을 노리고자 할 때 반유동보다 전유동이 훨씬 유리하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감성돔이 밑밥에 곧잘 떠오르는 가을철이기도 하고 말이죠.


직벽이고 수심도 깊지만, 발판은 정말 낚시하라고 만들어 놓은 천연의 예술 작품 같습니다.
이런 곳은 멀리 칠 필요 없이 발 앞에다 찌를 갖다 놓고 퐁당퐁당 낚시하면 됩니다.
낚시 방법은 비교적 쉽지만, 그렇다고 마냥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에요. 직벽이라고는 하나 발 앞에서 몇 단계에 걸쳐 계단식으로 턱이 져 있으므로
턱 위를 노릴지 턱 아래를 노릴지를 정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수심도 맞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몇 차례의 밑걸림을 통해 지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밑걸림은 감성돔 낚시에서 친구와 같은 것"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될 수 있으면 턱 위를 노리고요.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낚시하는 중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정숙'인데요. 
밑밥 떨어지는 착수 음도 나지 않게 조심조심 뿌려가며 혹시라도 들어와 있을 감성돔이 놀라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뒤쪽에는 병풍과도 같은 갯바위가 겨울에 북서풍을 막아주고 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이러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가 두 가지 '혈'을 두고 고민을 했다는 바로 그곳입니다.


이곳은 홈통에서 왼쪽으로 벗어난 곳이며 근방에서는 유일하게 포말이 일면서 조경지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경지대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성질의 조류가 맞부딪혀 생기는 조류의 경계선'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거품띠를 중심으로 지글지글 끓는 듯한 모습이 기다란 띠처럼 보이는데 이는 서로 다른 조류가 부딪혀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곳도 감성돔 포인트로서는 '혈'이 될 수 있겠지요.


결국, 포인트를 옮겼습니다. 낚시 자리는 그대로지만, '혈 자리'를 조절한 것입니다.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전날과 마찬가지로 초들물이 시작되려는 찰나인데요.
홈통 쪽은 '아직'인 것 같아 그보다는 좀 더 왼쪽에 거품띄가 지나는 자리를 노리며 밑밥을 넣습니다. 해가 뜨자 학공치떼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네요.


뭔가가 입질하기는 했는데

"이때 갑자기 빨고 들어가는 입질"



"노래미인가?"


금볼락

신발짝만 한 볼락이 반갑게 얼굴을 내밉니다. 이런 건 얼마든지 환영이죠. ^^
색을 보니 붙박이 같아 보이는 데 중요한 건 맛좋은 금볼락이라는 것. 우리나라는 '볼락'이라는 어종을 여전히 단일 종으로 분류해 놓았지만, 일본에서는
유전자 감식을 통해 이종임을 밝혔고 현재 세 종으로 구분한 것으로 압니다.
여기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볼락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관련글 : 볼락의 근친교배 이종에 관하여)


뭔가에 입질 받고 파이팅에 들어간 입질의 추억

낚은 볼락은 라이브웰에 넣어 두고 재빨리 밑밥을 뿌린 후 크릴을 꼽아 던졌습니다.
공략 지점은 전방 5m로 아주 가까워 숨소리 외에는 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서 말입니다. 
현재 조류가 세지 않고 발 앞을 공략하므로 B봉돌 하나면 10~11m 바닥을 찍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계속 놔두면 바늘이 바닥에 질질 끌리게 되며
밑걸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크릴이 바닥에 누워 있으면 밑밥에 부상한 감성돔은 이를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므로 낚싯대를 수시로 뽑아 올려
미끼를 1m가량 띄웠다 놓기를 천천히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찌가 살포시 잠기는데요. 
수면에서 5cm가량 잠긴 찌는 미동 없이 그대로 멈춰 있군요. 살짝 견제하는데 순간 총알처럼 들어갑니다. 

"챔질" 


수면에 감성돔이 보이고

오랜만에 꾹꾹 하는 감성돔 특유의 손맛이 전해집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힘도 제법이고.
굳이 레버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씨알이지만, 오랜만에 그럴듯한 입질을 받아서일까?
괜히 레버 브레이크를 쥔 손가락을 풀어보며 손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직 수면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힘만으로도 감성돔임을 직감했고 잠시 후
수면에 뜬 녀석은 예상대로 감성돔. 이게 얼마 만이냐 녀석아. ^^



"드디어 징크스 깼습니다!"


30cm가 넘어가는 은빛 찬란한 감성돔

이것으로 2년 만에 아침 징크스, 들물 징크스를 모두 깨버리고 말았군요. ^^
이제 남은 건 잡어 징크스가 남았습니다. (잡어를 종류별로 다섯 마리 이상을 잡아도 감성돔이 잡힐지가 관건)
옆에서 촬영을 거들어 준 최필님도 감성돔 소식에 한껏 고무되고.
고기를 처리하기 전에 밑밥부터 뿌려둡니다. 분명 한 마리만 들어와 있지는 않을 듯. 밑밥으로 묶어두며 마릿수 타작에 대한 기대를 해봅니다.
최필님도 서둘러 크릴을 꼽아 던지는데.

"왔어요. 왔어!"


한 마리 걸고 천천히 끌어 올리고 있다.

휨새를 보니 감성돔은 감성돔인데

감성돔임을 확인하자 뜰채질에 들어가는 최필님

그나저나 저 밑밥통 좀 보십시오. 5시에 내려 그때부터 어찌나 열심히 뿌렸던지. 
이때가 오전 9시였는데 벌써 밑밥의 절반 이상이 없어졌습니다. 그 덕에 집어가 된 건가 싶기도 하고요.
제 낚시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만큼은 준비한 밑밥의 절반 이상을 넣는 편입니다.
들어뽕을 해도 될 만한 씨알로 보이는데 그러다 떨군 기억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필님은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랜딩하였습니다.
예상대로 고기가 홈통이 아닌 돌아 나오는 갯바위 가장자리 지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들물이라 이곳을 '혈 자리'로 지목했지만, 나중에
만조에 이르게 되면 홈통 안쪽이 '혈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껏 자세를 취해보지만, 고기 일부가 가려져 다시 촬영을 ㅎㅎ

"NG"



"오케이~"

씨알은 전형적인 가을 감성돔이네요. 그나저나 꼬리에 웬 혹이 달렸나 싶어 살펴보니


이게 뭔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에요. 아직 어린 감성돔인데 엑시구아 여신님의 횡포에 상처가 났군요.
이 녀석들은 숭어, 감성돔 가리지 않고 지느러미에 붙어 쪽쪽 빨아먹고 삽니다. ㅠㅠ
숭어는 그걸 떨쳐내고자 수면에서 점프를 시도하곤 하지요. (관련글 : 숭어에 붙어사는 기생충, 등각류에 관하여)
이와 비슷한 사촌으로 학공치 아감벌레가 있으며, '바다 이'라 불리는 녀석은 그보다 더 작은데 노르웨이 해역에서 키워지는 연어 양식장을 습격해
어업인들에게 골머리를 안기기도 합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등각류에 감염되었던 생선을 회로 먹었을 때입니다.
많은 분이 여기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아 한 말씀 드리자면, 이렇게 등각류에 감염된 고기를 회로 드셨을 때는 24시간 이내 복통과 고열, 설사, 식은땀,
심지어 환각 증세 등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썰렁했나요? 죄송합니다. ^^;


포인트 주변에는 학공치 떼로 뒤덮여 있는 가운데 찌만 동동거리며 떠 있다.

계속해서 감성돔이 나온 자리를 공략 중입니다. 저곳 수심은 약 10m로 B봉돌 채비로 한 바늘이 10m 바닥층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전후. 
이는 공략 거리와 조류의 세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미끼가 바닥층에 닿는 시간이 길어질 테고 (끝까지 내려가지 않기도 함)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공략하면 더 빨리 가라앉을 것입니다.
지금 목줄 길이가 4m이고 수중쿠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려갔다면 내 미끼는 최소 6m 층을 훑고 내리는 중일 겁니다. 
여기서 4~5m가량 원줄을 추가로 방출해 진행시키면 대략 9~10m 층을 더듬어 나가게 됩니다.
물론, 조류가 세지 않아 채비 각이 크게 벌어지지 않을 경우입니다.
그 과정에서 찌가 살짝 흔들리면서 천천히 잠겨드는데요. 이번에는 작은 잡어에게 걸린 것 같습니다.
늘어진 원줄을 감아 정리한 뒤 낚싯대를 살짝 드는데 순간 쿡쿡거립니다. 챔질!


씨알은 잘지만, 그래도 감성돔은 감성돔 ^^

바늘이 아슬아슬하게 꽂혀 있다.

"한 마리 더 했습니다!"


감성돔 입질이 굉장히 약네요. 가을에는 보통 시원하게 가져가는 입질이 대부분인데 이날은 바다 조건이 뭔가 안 맞는지 미끼를 흡입한 채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좀 전에 최필님이 낚은 감성돔도 그렇고요. 전반적으로 입질이 예민해 견제를 해주지 않으면 어신을 받아내기 어려웠습니다.
혹 어쩌면 '크릴 상태'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사용하는 크릴은 각크릴입니다.
백크릴도 준비했지만, 수면에 학공치 떼가 엄청 많아요. 부드러운 백크릴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최필님의 경우는 0.8호 반유동이기 때문에 백크릴을 써도 학공치가 이를 물고 들어갈 수 없지만, 제 채비는 B봉돌 체제여서 아무래도 입수되는
속도가 더딥니다. 그래서 백크릴이 자꾸 털리니 각크릴을 썼는데요. 문제는 각크릴 상태입니다.
유난히 뻣뻣하고 질긴 게 좀 오래된 것 같습니다. 바늘 넣을 때도 쉽게 안 들어갔거든요. 이 정도로 뻣뻣한 질감이라면 감성돔이 충분히 경계심을
갖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디 낚시점이라고는 말 못하지만, 하여간 회전율이 상당히 떨어져 보이는 곳에서 산 크릴이라 구입에 신중해야겠네요.


중들물로 들어서자 물이 살아나고 수위도 조금씩 높아지며 상황이 급히 반전된다.

같은 방법으로 계속 쪼아 봤는데 이상하게도 추가 타가 들어오질 않는군요. 학공치를 따돌려가며 백크릴을 써도 마찬가지고.
해는 어느덧 중천에 걸리고, 물때는 만조를 향해 가는데 조류가 너무 빨라져 공략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B봉돌로는 채비 내림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고부력 반유동 채비로 바꿔봅니다.
찌는 1.5호에 -1.5호 속공형 수중찌를 달고요. 조금만 멀리 던지면 본류에 떠내려가므로 우리는 최대한 갯바위에 붙여가며 낚시합니다.


본류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흐르자 홈통을 맞고 돌아 나오는 지류대가 다시 본류대로 흡수되면서 훈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찌를 태우면 지류를 타고 나가 이 훈수지대로 빨려 들어가는데 여부력이 없는 찌는 속절없이 잠깁니다.
초심자들은 이를 입질로 착각해 계속 헛챔질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여기는 조류의 구멍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조건에서 낚시할 때는 여부력을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또한, 훈수지대를 넘어 본류대를 타고 흘러나가면 감성돔 입질을
받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요. 될 수 있으면 지류 안쪽에다 찌를 태워 입질 받도록 유도합니다.


시간은 철수시간을 막 앞둔 오후 한 시. 이 조류가 한풀 꺾여야만 감성돔이든 뭐든 잡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낚싯대를 접고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멀리 탕건여에서 철수하는 꾼을 실은 배가 수평선에 보이기 시작.
최필님도 낚싯대를 접으려고 하는데 고새를 못 참고 학공치가 미끼에 달려든 장면이네요.
조류가 세니깐 학공치들이 발 앞에 잔뜩 모여 있습니다.


채비 점검 중에 물고 올라온 학공치

이날의 조촐한 조과

전날과 달리 잡다한 잡어는 낚이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치고는 한산한 포구 풍경

우리 외에도 서너 팀이 멀리 탕건여에서 낚시를 했다고 하는데 조황이 좋지 않았어요.
감성돔은 우리가 유일한데 이것도 계절을 고려하면 썩 좋은 조황이 아니고요. (지금 가면 감성돔 씨알이 굵어져 있을 듯)
그렇다고 저분들이 낚시를 못 해서가 절대 아니에요. 지금 시즌에 감성돔 낚시는 '복불복'입니다.
가을에는 감성돔이 몇 마리씩 군집을 이뤄 갯바위 라인을 따라 회유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한 물때에 바짝 잡지 못하면 빈작이 될 수도 있고요. 
또한, 밑밥을 잘 쳐서 묶어두며 낚시해야 마릿수 조과가 됩니다. 포인트에 감성돔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도 허다해요.
오히려 명포인트보다 생자리에 감성돔이 무더기로 잡히는 계절이 가을이기도 합니다.
고수들은 꽝 치는데 옆 포인트에 내린 초보들이 잡는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죠.


나로도에서 서울로 출발

민박집 수돗가에서 밑밥통을 씻고 말리는 동안 샤워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체크아웃을 하는데 할머니가 잠깐만 따라오라고 하네요. 어딜 가시나 했더니 텃밭입니다.
거기서 큼지막한 호박을 따주며 '고기 잡았어? 그럼 이걸로 찌개 끓여 먹어' 하는 거에요. (할아버지는 뭘 그런걸 주냐며 만류 ㅎㅎ)

의심이 많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준 수건과 이불, 배게 등을 일일이 검사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더군요. 예전에 민박집 손님이 담요도 훔쳐가고 수건도 가져갔다고 합니다. (아니 가져갈 게 따로 있지)
그런 일을 몇 번 당하다 보니 외지인이 와서 묵으면 경계심을 가질 만도 하겠지요.

"할머니 할아버지, 또 놀러 올게요. 건강하세요"

할아버지는 공손하게 인사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경계심을 조금은 덜어낸 듯 보였습니다.


우리가 차에 타자 할머니는 마치 손자를 떠나보내는 듯한 얼굴로 다가와 "갈 길도 먼데 이거 먹으면서 올라가"라며 홍시를 건네주네요.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도 우리에게 한 마디 덧붙입니다.

"가서 착하게 살어"
"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런 게 시골의 정이구나.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댁에 놀라 갔다 느낀 그런 감정들이 마흔을 앞두고 느끼네.
 

배가 너무 고파 인근의 중국집에서 볶음밥 곱빼기를 시켜 먹고 서울로 출발합니다.
나로도에 있는 동안 두 끼니를 이 집에서 때웠는데요. 제가 중국집을 맛집으로 소개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 집은 조만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오후 10시 30분, 서울 집 도착

잡은 횟감은 모두 포를 떠서 가져왔습니다. 나로도항의 수산시장에 아는 분이 있다며 최필님이 그리로 안내.
횟감으로 민어를 사면서 서비스로 이날 잡은 고기를 포만 떴습니다. 집으로 가져와 썰어 먹기만 하면 되니 너무 편하네요.


그리하여 볼락, 감성돔, 학공치로 구성한 계절 모둠회 완성


때깔 좀 보소 ^^


학공치회

회가 막 번쩍번쩍 합니데이~ ㅎㅎ


요건 볼락

볼락은 피를 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살 색이 약간 불그스레한 건 피를 안 빼서가 아니라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적당히 숙성했기 때문입니다.
워낙 소형 어종이라 피를 굳이 안 빼도 회는 먹을 수 있지만, 될 수 있으면 빼주는 게 좋겠지요.



그리고 이날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감성돔 뱃살이에요. 이때가 가장 달콤합니다.
냉장고에 키핑해 두었던 소주병을 꺼내 두어 잔 마시고 나면 몸이 나른해 지면서 곧바로 기절할 태세에요.
이렇게 해서 나로도 감성돔 낚시가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며칠 뒤, 거제도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처가 식구들과 함께 해상팬션으로 향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나로도 갯바위 출조 문의 : 정다운 레저 011-875-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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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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