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고등어회 맛집으로 유명한 만선식당


해마다 가을이면 싱싱한 고등어 회를 맛보려고 고등어회 전문 식당을 찾는 이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등어 회를 먹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부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차츰차츰 고등어 회를 맛보는 이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이따금 TV에서 소개된 '침을 놓아 기절시킨 고등어'는 일부 자연산 고등어에 한해 소량 생산하므로 일반 횟집과 일식집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호텔급
일식집이나 전문 초밥집에서 맛볼 수 있어 서민이 접하기는 동떨어진 음식이었습니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죽어버려 과거에는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고등어의 대량 양식이 성공하면서 도시권에서도 사시사철 어렵지 않게 고등어 회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산 보다 적응력이 좋은 양식 고등어는 산 채로 활어차에 넣어 전국에 운송되면서 고등어 회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등어 회가 생소한 분들이 있을 줄 압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제주도에서 고등어회로 꽤 이름난 집입니다.
모슬포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제주시 연동에 분점이 있습니다. 모슬포 본점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고루 이용하지만, 제주시 연동은 동네 특성상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고등어회 전문점입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모슬포 본점입니다.
아직 고등어 회를 먹어본 적 없거나, 도전해 보고 싶다면 이 집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고등어 회를 먹는 방법이 특이하기도 하지만, 고등어의
비린 맛을 잡아주는 소스가 발군이기 때문입니다. 찬찬히 살펴볼까 합니다.

 

만선식당, 모슬포 본점

만선식당 차림표

이곳은 모슬포 '최남단 방어 축제' 현장을 통과해 부둣가 바로 앞에 인접해 있는 식당입니다. 
차림표는 제주시 연동에 있는 분점과 같지만, 고등어회 가격은 大짜 기준으로 5,000원이 저렴하군요.
그런데 고등어조림 가격은 착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조림 大짜가 25,000원이었는데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아래쪽 단품 메뉴는 아쉬울 수 있는 양을 채우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돼지산적(덴마크산)이 눈에 띄네요.

저는 글을 쓰기 전에 해당 음식점에 대한 여러 네티즌의 평가가 어떠한지 충분히 살피는 편입니다.
그런데 적잖은 분들이 제주도에서 먹는 고등어회 맛을 기분나는대로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데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낍니다.
맛에 관한 소견을 쓸 때 식재료의 이해와 출처를 알고 쓰기보다는 감성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제주도하면 싱싱한 해산물과 펄떡이는 활어회, 그리고 돼지고기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일부 제주도 음식점은 뜻밖에도 제주산과 상관없는 식재료를 
많이 씁니다. 식재료 자체는 도시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건데 단지 제주도에서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제주도의 맛이라는" 평가를 내리거나 의례
제주산이겠거니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소한 함정이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주도에서 먹는 고등어 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사진을 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일행이 넷이라 고등어회 大짜를 주문하였습니다.



회를 주문하면 수조를 살펴보는 게 통상의례입니다.
튼실한 고등어들이 수조를 활기차게 돌고 있습니다. 활력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40cm에 달하는 고등어처럼 보이지만, 실은 굴절 때문에 실제보다 약간 커 보입니다.
그래서 이 고등어의 길이는 35cm가량 됩니다. 무게로 치면 약 600g 정도로 횟감으로 알맞습니다.
이것을 회 뜨면 대가리, 뼈, 내장을 제외한 실수율이 200g이 채 못 될 것입니다. 성인 두 명이 먹기 충분하며, 4인분인 大짜는 두 마리를 떠서 냅니다.


원산지는 국내산으로 적혀 있습니다.


한둘씩 반찬이 나옵니다. 뜨끈한 어묵탕을 선두로 시작합니다.
어묵탕은 보기보다 상당히 칼칼한 편.


김치(국내산)

두부 조림

메추리알 장조림

무생채

고등어회와 곁들여 먹는 향채(마늘, 고추)와 쌈장

내어오는 반찬들은 하나같이 밥반찬 일색이고 '부요리'로 먹을만한 건 사실 많지 않습니다.
식어서 딱딱한 동그랑땡이 있지만, 별로 찍고 싶지 않아 그건 제외했습니다.

그나마 먹을 만한 부요리가 있다면 인당 한 마리씩 먹으라고 내 온 활전복 정도.
전복 크기는 해물 뚝배기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명 '쫄복(마리당 단가가 500원도 안 하는 소형 전복)'보다는 훨씬 큰 편입니다.
살아서 막 꿈틀거리는 활전복을 통째로 내니 좌중의 시선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먹기에는 좀 불편합니다.
이것을 수저로 떼어 낸 다음 젓가락으로 집거나 혹은 그냥 손으로 잡아서 물어뜯어야 할 겁니다. ㅎㅎ

제 생각은 이 네 마리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접시에 곧게 펴냈다면 꽤 푸짐하게 보였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복 껍데기에 모양을 살려 담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고요. 하도 한국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에 집착하고 의심을 하니깐 적잖은 업소들은 아예
통째로 내는 방법을 고안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각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먹는 이를 배려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당장 눈앞에서 살아 꿈틀거리지 않으면 '신선하지 않을 것이다.' 라며 불신하는 소비자가 먹기 불편한 방식을 종용한 모습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수저를 이용해 떼어 낸 통전복살입니다. 여전히 꿈틀거리는 전복을 초고추장에 찍어 우적우적 베어 먹습니다.
익숙지 않은 분들은 다소 야만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반면에 이렇게 먹어야 '정말 싱싱한 전복을 먹었다.' 라고 느끼는 분도 계실 겁니다.


고등어회

조각난 고등어 회를 퍼즐 맞추듯 머릿속에 끼워보면 두 마리가량 회 뜬 것으로 보입니다.
꼬리 부분으로 갈수록 회의 면적은 좁아지며 맛도 떨어지는 자투리 살은 다른 메뉴에 쓰이는지 여기에는 올리지 않았네요.



활고등어회

어떤 이들은 고등어 회를 칠 때 껍질을 벗기지 않느냐고 물어 오는데요. 당연히 껍질은 벗깁니다.
고등어도 작지만, 비늘이 있습니다. 이 비늘은 얇은 막으로 되어 있어 껍질을 분리하면서 함께 떨어져 나갑니다. 
포를 뜨고 칼집을 내 껍질을 벗길만한 자리를 잡아주면 손으로 죽 잡아당겨서 벗겨 내므로 고등어 특유의 등 푸른 무늬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만선식당의 고등어회 大(4인분) 상차림, 50,000원

사실 고등어는 금새 비려지므로 잡아서 바로 먹어야 제맛이라 알려졌지만, 그것이 숙성 고등어에 대입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죽은 고등어를 회 치는 건 문제가 있지만, 산 고등어를 회 쳐서 일정 시간 숙성해 두면 그 안에서 조미료 성분인 이노신산(IMP)이 올라와 감칠맛과 깊이가
활어에 비해 더해집니다. 다만 아직은 '소비자의 불신'과 '숙성 시 물러지는 식감' 이 맞물려 숙성회 문화가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때문에 '맛'에 대한 부분은 상당수 잃고 오로지 '식감'만 따지는 회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그러니 생선회의 신선도를 가늠하려면 '회를 치고 난 뒤 몇 시간이 지났느냐'가 아닌 '살아 있을 때 회를 쳤느냐'가 중요하며 더 나아가 '활력이 좋을 때 
회를 쳤느냐'를 따지는 게 옳을 것입니다. 결국, 고등어 회도 숙성이냐 아니냐는 취향의 문제로 남았습니다.
숙성 고등어 회가 문제는 아니니까요. 다만, '활고등어회'를 취급하는 일부 업소가 산 고등어를 죽기 전에 처리하려다 보니 숙성회를 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손님이 활고등어인 줄 알고 먹는 것이므로 '소비자 기만'에 해당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러한 요인은 '살아있는 활어가 아니면 싱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인식도 크게 한몫했으며 여기에 '제주산'이면 무작정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등어회뿐 아니라 생선회를 먹는 소비자들의 인식적 환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서는 활 고등어회만 취급하는 걸로 압니다.
숙성회만큼 고소하지는 않지만, 활어 특유의 말캉거리는 식감과 담백함이 좋아 고등어 회가 생소하신 분들도 입에 잘 맞으리라 봅니다.
그 이유는 먹는 방법에 있습니다.


고등어 회에 곁들여 먹는 양념 소스


이 집의 부요리는 식사용이 많아 통전복을 빼고는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고등어 회에 곁들여 먹는 양념 소스만큼은 발군입니다.
들어가는 재료로 보아 간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을 베이스로 또 뭔가가 비법(?)이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레몬즙일 수도), 이 초간장이 고등어 회의
비린 맛을 잡고 적당히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제주도에서 고등어회 전문점이라면 활고등어 치는 솜씨야 비슷비슷할 것이고 원재료도 같다면, 결국 양념장에서 차이가 날 것입니다.
주어지는 몇몇 부요리와 함께 말이지요. 양념장만큼은 제주도의 고등어회 전문점 중 몇 손가락에 드는 수준일 겁니다.


먹는 방법은 간단해요. 우선 고등어 회를 초간장에 찍습니다.


마른 김을 주는데 여기에 고등어 회 한두 점을 밥과 함께 올리고 부추와 양파 한두 조각을 올려 싸드시면 됩니다.
이렇게 먹으면 고등어의 비린 맛은 거의 못 느끼고 말캉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밥과 어우러져 처음 먹는 이들에게도 부담이 없을 겁니다.
이날 일행들(가족)은 고등어 회를 처음 접했는데 의외로 대중성 좋은 맛(새콤달콤한 양념장 때문에)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고등어회를 맛있게 먹는 '진리'는 아닙니다. 간혹 이를 강요하는 분이 계신데 싱싱한 고등어회에서 비린내를 감추기
위해서라면 고추냉이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새콤달콤함'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자극적인 양념 맛에 빠져 있습니다. 
고등어회 고유의 맛을 느끼고자 할 때는 양념장보다 간장에 고추냉이를 따로 달라고 해서 드시기를 권합니다.


돼지고기 산적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원래 나온다고 해요. 바짝 구운 산적도 인당 한 조각씩 돌아가 싸울 일은 없습니다. ㅎㅎ
맛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도 돼지 누린내가 좀 났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 오신 분이다 보니 누린내 제거용 향채나 양념의 곁들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니 그런걸 떠나 왠만하면 제주산 쓰지 그래요. 제주산이라도 싱싱하고 저렴한 부위를 사용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개구경

식당에서 키우는 골든리트리버같은데 참 순하고 영특합니다. 나중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다면 키우고 싶은 0순위가 바로 이 녀석이지요. ^^



제주도 고등어회 전문점, 만선식당 모슬포 본점 찾아가는 길 : 네비에 만선식당이라고 치면 나옴
네비주소 :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770-50
주차 : 시설 완비


4명에서 5만 원에 고등어 회 한 상.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닙니다. 활력 좋은 고등어를 바로 손질했기에 선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다만, 밑반찬 중에 식어서 딱딱하게 나온 동그랑땡과 누린내 나는 돼지 산적은 순조로웠던 식사에 찬물을 끼얹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고등어 회 뜨는 것도 날림이 있습니다. 이날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잔가시가 자주 씹혀 나왔습니다.
그러니깐 몸통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척추에 '지아이'라 불리는 작은 가시들이 있는데 이것을 쪽집게로 빼내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도 이 집은 제주도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등어회 전문점입니다.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편이어서 개인적으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 제주도서 먹는 고등어 회는 특별할까? 오해와 착각
제주도에서 파는 활고등어 회는 대부분 '양식'임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잡힌 거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자연산 고등어를 항으로 살려 와 경매를 치르고 횟집으로 운반되어 손님이 주문할 때까지 수조에서 살아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고등어 조업 배에서 항으로 가져올 때 활고등어 횟감을 염두에 두고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 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주도 고등어 전문점은 '양식 활고등어'를 취급합니다. 고등어 양식은 우리나라 통영, 욕지도 해상에 가두리를 쳐서 기르고 있습니다.
간혹 이를 두고 바다에서 길러지니 자연산이라고 주장하는 업주들도 있습니다만, 들어가는 먹이가 사료인데도 이를 자연산과 구분못하는 무지함에
딱히 대응할 가치는 못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떠서 나온 고등어 회를 보고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동안 제 글을 열심히 잃어주신
독자라면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제주도에서 고등어회 먹고 '서울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특별히 양념장이 맛있어서라면 몰라도 고등어회 자체로만 본다면 도시권에서 먹는 고등어나 제주도에서 먹는 거나 똑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맛의 기복이 비교적 크지 않은 양식 고등어 회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양식 고등어도 충분히 지방이 올라 맛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니 어차피 먹기 어려운 거 '자연산'이라든지 '제주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더보기>>
그동안 몰랐던 활 고등어회의 속사정(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낭만과 품격 넘치는 제주도 가을 여행
저렴한 가격에 객주리(쥐치)회와 조림이 일품인 모살물
활어회와 선어회(숙성회) 차이에 대한 중대한 오해
고등어 기생충, 주부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고래회충, 아니사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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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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