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저지오름에서 만나는 싱그러운 숲길


아득히 먼 옛날,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했던 용암은 지상 몇 백 미터로 튀어 오르다가 다시 내려앉아 쌓이면서 오늘날 '오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때 쌓인 화산 쇄설물은 점성이 작은 마그마의 간헐적 폭발로 형성되는데 이를 '송이' 혹은 '스코리아'라 불립니다. 저지오름은 스코리아가 쌓인 대표적인 측화산이기도 합니다. 


제주도에는 300여 개의 측화산(오름)들이 있고 몇몇 유명한 오름들은 해마다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오름은 외형적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숲이 있는 오름이 있고, 나무가 없는 대신 억새밭이 무성한 민둥산 같은 오름이 있습니다. 숲이 있는 오름은 올레길과 연계해 미니 등산의 기분으로 오르며, 피톤치드와 소나무 향 등 마음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산책이 장점인가 하면, 나무가 없는 오름은 주로 탁 트인 시야와 억새 군락, 그리고 방목한 소들로 이국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저지오름은 싱그러운 숲길이 좋은 곳으로 제주의 서쪽인 한경면에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숲길이 있어 오히려 독특했던 저지오름, 그 현장을 스케치해 봅니다.

 



마을을 통과해 들어가는 저지오름, 제주도 한경면 

때는 가을, 감귤 수확이 한창이다.

먹음직스럽게 열린 감귤들, 제주의 자연이 내리는 축복이다

돌담에 줄기를 틀고 피어오른 둥근잎유홍초


야생국화의 일종으로 보이는 꽃들도 여기저기서 피었다.


#.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저지오름
닥나무가 많아 '닥몰오름'이라 불리는 저지오름은 해발고도 239.3m, 둘레 800m로 등산을 싫어하는 이들도 한 번쯤은 올라가 볼 만한 코스입니다. 처음 입구는 돌계단을 타고 올라가다가 둘레길이 나오면서 평평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저지오름의 매력은 이 숲길을 통과하는 데 있는 것. 

 

바닥에 깔린 화산체(송이라 불리는 스코리아)의 감촉을 밟으며 특히, 비 오고 난 뒤 땅에서 올라오는 진한 흙내와 솔방울 향기를 맡으며 걷는 산책은 다른 오름에서 느낄 수 없는 저지오름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숲 속 둘레길은 저지오름을 순환하는 길이므로 정상으로 안내하는 팻말을 보고 방향을 틀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팻말을 무심코 지나쳤다가는 계속 둘레길만 돌게 됩니다. 제가 그랬어요. ^^;)


그러다가 숲길이 지루할 만 할 때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해방감(?)과 함께 한림과 고산리 일대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요. 여기서부터는 선택인데 깊이 60m에 달하는 깔때기 형태의 분화구로 내려가는 '굼부리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은 좀 더 농도 짙은 울창한 숲으로 되어 있는데 이날은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 아쉽게도 굼부리까지 내려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특별한 촬영 작업 없다면, 저지오름을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소요시간을 약 1시간 30분가량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숲길로 이어지는 돌계단







계단을 타고 오르면 평평하게 이어지는 오름 숲길로의 산책이 시작된다.

저지오름의 매력은 터널 숲을 지나는 것. 그야말로 싱그러움 그 자체다.

'말오줌때'라는 식물 이름과 '고추나무과'라는 분류학상 이름이 절묘하게 매칭되고 있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깊은 구덩이가 있으니 주의

저지오름 전망대

전망대서 바라본 제주의 수려한 경관

굼부리(분화구)로 이어지는 둘레길

멀리 비양도가 보인다.

신창 풍차 해안

한라산


산방산과 송악산

#. 터널 숲을 걷다 보면 좋아지는 기분, 전망대 풍경은 덤
때는 가을에 기록한 장면이지만, 저지오름을 비롯해 제주도의 모든 숲길은 12월인 지금도 싱그러운 녹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람들을 반기고 있어요. 소나무, 삼나무, 닥나무, 그 외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 등 2만여 그루가 빼곡히 들어선 자연림을 돌다 보면 머릿속 숙변이 말끔히 벗겨지고 240m의 정상에 서면 제주도의 서쪽에서 남쪽까지의 조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비양도, 수월봉, 산방산, 송악산, 그리고 날 좋으면 한라산 정상과 가파도, 마라도까지.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빼어난 풍광을 뒤로 굼부리로 향하는 울창한 숲길은 저지오름이 주는 특별 보너스인 셈. 눈 쌓인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제주도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터널 숲이 있어 오히려 독특했던 저지오름. 잠시라도 영혼의 휴식처가 필요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명품 숲길을 찾는다면 저지오름을 권해봅니다.

추신 : 요 며칠동안 잠시 달아뒀던 각종 수상 뱃지들을 다시 없애버렸습니다. 글 읽는데 방해가 되고 지저분해 그리 조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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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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